[농업이 잇(IT)다] 디보션푸드 “분자요리 기술로 만든 ‘대체육’으로 맛과 건강 동시 공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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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동아 김동진 기자] “식재료의 질감이나 조직을 바꾸는 분자요리 기술로 식물성 대체육(진짜 고기처럼 만든 인공 고기)을 만듭니다. 우리만의 기술로 맛과 건강을 동시에 잡겠습니다”
식물성 대체육 제조 스타트업 ‘디보션푸드’ 박형수 대표는 학창 시절부터 음식 하나만큼은 진심이었다고 말한다. 국내 대학에서 조리학을 전공하고, 미국과 호주에서 유학하며 분자요리 기술을 배워 대체육에 적용, 디보션푸드를 설립했다는 후문이다. 대체육 업체는 많지만, 자체 생산라인을 꾸려 원료까지 개발하는 기업은 많지 않다며, 자신감을 내비친 박형수 대표. 디보션푸드의 음식은 무엇이 다를지 살펴봤다.
미국과 호주서 터득한 ‘분자요리 기술’로 대통령 표창 수상
분자 요리란, 예컨대 액체를 실과 같은 질감으로 바꿔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식재료들을 조합해 새로운 맛을 창조하는 기술이다. 디보션푸드는 대체육에 분자요리 기술을 적용, 고기 식감과 맛을 내면서도 영양까지 추가해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박형수 대표는 “시중에 나온 식물성 대체육 패티를 보면, 하얗게 지방이 박혀있다. 코코넛오일을 사용해 패티를 만들기 때문인데, 이를 가열하면 코코넛오일이 녹아 패티에 구멍이 생긴다”며 “반면 디보션푸드는 식물성오일을 코팅해 막을 생성하는 분자요리 기술로 패티를 만들어 가열해도 구멍이 생기지 않는다. 지방은 흐르고 나머지 남은 코팅막이 식물성 대체육 단백질과 반응해 구멍을 막는 방식이다. 오랜 연구개발 끝에 확보한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육류 지방 데이터를 분석하고 육류와 유사한 식물성 지방구조를 직접 만든다”며 “이 구조를 모사해 코팅하는 방법으로 고기 맛을 내면서 영양까지 추가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조리학을 전공한 박형수 대표는 미국과 호주에서 유학하며 분자요리 기술을 터득했다고 한다.
박형수 대표는 “세계 5대 레스토랑으로 꼽히는 호주 테츠야(Tetsuya's)에서 셰프 어시스턴트로 일하며 분자요리 기술을 배웠다. 이후 시카고 미슐랭 레스토랑에서 유학하며 분자요리 기술을 적용한 식물성 대체육 연구를 시작, 디보션푸드 창업을 준비했다”며 “우리나라로 돌아와 학습한 내용을 커리큘럼으로 만들어 도서 지역에 있는 아동에게 무료 배포하며 교육 봉사했다. 이 공로를 인정받아 대통령 표창인 ‘2013 대한민국 인재상’을 수상했다”고 말했다.
탄탄히 기반을 준비한 덕분에 디보션푸드는 카카오인베스트먼트, 삼성 벤처 등 투자사에 총 51억원 규모 투자를 유치했다. 이 투자액으로 식물성 대체육과 소재를 생산할 자체 생산 공장을 충북 음성에 지었다고 한다.
박형수 대표는 “대체육 업체는 많지만, 원료를 직접 개발하고 자체 생산라인을 구축한 기업은 많지 않다”며 “특히 분자요리 기술이 제조 공정에 담기도록 기기 하나하나를 맞춤 제작했다. 고기의 원하는 부위를 뽑아 질감과 향, 맛을 측정해 데이터를 쌓는다. 식재료의 섞임, 질김 등을 수치화할 수 있는 기술도 확보했다. 다양한 식물성 제품이 나올 수 있는 배경이다”라고 전했다.
식물성 대체육에 영양 첨가, 대량 생산체제 구축까지 시행착오 겪어
박형수 대표에게 그간 겪은 시행착오가 무엇인지 물었다.
박형수 대표는 “두 가지가 떠오른다. 식물성 대체육에 영양소를 첨가해 영양 균형을 잡는 것과 그 소재를 대량생산 하면서 품질을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며 “식물성 대체육 소재는 동물성 제품과 달리 영양이 한쪽으로 치우치기 쉬워 영양 밸런스를 맞추기 매우 어렵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곡물 데이터 10만개 이상을 분석, 빅데이터를 스크리닝하는 방식으로 영양 균형을 맞추는 데 성공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영양 균형을 맞추는 데 성공했지만, 이를 대량 생산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였다”며 “랩실에서 만든 영양 균형 대체육을 대량 생산하면, 시제품보다 퀄리티가 떨어지곤 했다. 생산 기계 제조사에 시제품을 직접 들고 가 실험을 반복하며 맞춤형 기기를 만드는 방식으로 어려움을 극복했다. 현재 충북 음성 공장에는 디보션 푸드만의 식물성 단백, 지방, 결착제 등을 생산할 수 있는 맞춤형 제조 기기들이 있다”고 말했다.
이런 시행착오를 겪으며 쌓은 10만개 이상 농산물 데이터가 직접 소재를 개발하는 원동력이자,원 하는 질감, 특성, 영양소를 지닌 대체육을 만드는 비결이라고 덧붙였다.
고기 식감과 맛을 내면서도 칼로리와 나트륨은 줄여
박형수 대표는 해외 유학과 다년간의 연구개발로 쌓은 노하우 덕분에 고기 식감과 맛을 지녔으면서도 칼로리와 나트륨 섭취는 대폭 줄인 대체육, ‘디보션 미트’를 출시할 수 있었다.
박형수 대표는 “디보션푸드는 유전자 조작과 같은 인위적 공법을 쓰지 않고 인체에 유해한 첨가물도 사용하지 않는다. 천연재료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제품을 만든다”며 “고기 맛이 나는데도 나트륨은 240mg 수준으로 시중에 나온 대체육의 절반 정도다”라고 말했다.
더 많은 고객사 확보, 해외진출이 향후 목표
디보션푸드는 향후 더 많은 고객사를 확보하면서 해외 대체육 시장도 공략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박형수 대표는 “현재 대기업 구내식당과 특급호텔 등에 제품을 납품하고 있다. 특히 채식의 날 행사를 진행하는 대기업의 경우, 채소만으로 식단을 꾸리는 데 한계가 있어 대체육 제품을 찾는다”며 “네이버, 쿠팡, 11번가 등 온라인 유통업체와 계약을 체결해 소비자가 직접 제품을 구입하도록 판매 중이며, 오프라인에서도 제품을 선보이기 위해 롯데백화점, 현대백화점, 하나로마트 등과도 협업을 추진 중이다.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12월 7일까지 디보션푸드가 만든 만두 제품을 시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에는 해외 진출을 적극 추진할 예정이다. 현재 호주, 싱가폴, 미국, 일본 등에 디보션푸드 샘플을 발송한 상태며, 내년에 나올 소스류 제품도 현지로 보낼 계획”이라며 “수출을 위해 필요한 FDA 인증 등을 확보했다. 자체 공장이 있기 때문에 해외 시장에 맞춤화한 상품 개발이 가능하므로, 방방곡곡에서 식물성 대체육의 우수성을 알리면서 성장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글 / IT동아 김동진(kdj@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