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혁신 불러온 아트 테크, 바람직한 미술 문화로 이끌려면
2020년 약 3,291억 원 규모였던 우리나라 예술 시장은 2021년에 약 9,223억 원 규모로 2.8배쯤 성장했습니다. 이렇게 급성장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본질은 ‘미술품의 수요자’가 늘어난 것입니다. 새로 유입된 미술품의 수요자 대부분은 미술품을 ‘대체 투자 자산’으로 인식한 ‘젊은 세대’입니다. 이들은 미술 시장에 ‘아트 테크’라는 바람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아트 테크 가운데 주목 받은 곳은 ‘미술품 공동 소유 플랫폼’입니다. 미술품 수요자들이 모여 작품을 함께 사고 소유권을 나눠 갖도록 돕는 구조입니다. 소액으로도 참여 가능한 덕분에 미술품을 갖고 보고 즐기려는 수요자에게 매력 있는 서비스로 자리 잡았습니다. 미술 문화로의 진입로로도 각광 받습니다.
덕분에 미술품 공동 소유 스타트업들의 성과도 많이 좋아졌습니다. 시장조사기업 K-Artmarket의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 주요 미술품 공동 소유 플랫폼 ▲아트앤가이드 ▲아트투게더 ▲테사 ▲소투 등의 누적 공동구매 금액은 963억 원에 달합니다. 수익률도 높습니다. 11월 11일 기준 이들 플랫폼의 수익률은 각각 ▲아트앤가이드 29% ▲아트투게더 45.52% ▲테사 22.78% ▲소투 22.41%입니다.
유망한 시장을 이끄는 플랫폼 스타트업에 투자금도 모입니다. 아트앤가이드는 2021년 시리즈 A 펀딩으로 92억원을 투자 받았고, 2022년에는 170억원 규모의 시리즈 B 투자를 유치했지요. 테사 또한 2021년 총 52억원의 투자를 받았습니다. 2022년에는 국내 주요 증권사로부터 2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고, 총 150억원 규모의 ‘시리즈A2’ 투자 유치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미술품 수요자들이 참여하고 시장이 발전하면서, 미술품 공동 소유 플랫폼과 같은 아트 테크 스타트업들의 영향력도 함께 커집니다. 이들은 이제 단순히 미술품을 사고 파는 기업이 아닙니다. 대중들에게 예술 전반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작가와 작품, 전시회의 정보를 제공하는 기업입니다. 자체 갤러리를 마련하고 온오프라인 행사를 열어 각종 미술 관련 프로그램도 제공하는 등 미술 시장의 질적인 성장을 이끄는 주역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렇기에 이들은 새로운 미술품 수요자와 기존 미술계와의 융합을 이끌고, 업계 구성원들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상호 발전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미술품 공동 소유 플랫폼을 포함한 아트 테크 스타트업이 가장 먼저 강화할 것은 ‘공동 소유 시 비용의 산출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미술품 공동 소유 플랫폼 가운데 아트투게더는 미술품의 금액이 ‘작품가(경매 낙찰가) + 매입 수수료(낙찰 수수료)’로 구성된다는 내용을 홈페이지에 공개합니다. 이처럼 투명하게 미술품 구매와 분할 방법, 비용 산출 내역을 공개해야 미술품 수요자들의 정보비대칭 및 불완전거래 문제를 해결합니다.
아트 테크 스타트업이 주의할 것 또 하나가 ‘규제 리스크’입니다. 규제를 받지 않는 산업은 그 만큼 구성원을 보호하는 수준이 낮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만일 그 산업에 큰 사고나 문제가 생기면 구성원의 자산이 불필요하게 높은 위험에 노출됩니다.
2022년 4월 발표된 ‘조각투자 등 신종증권 관련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분할 소유 상품을 발행·유통하려는 사업자는 ▲자본시장법 및 관련 법령을 준수하거나 ▲혁신금융서비스에 지정돼야 합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미술품 공동 소유 플랫폼 가운데 자본시장법 및 관련 법령을 준수하거나 혁신금융서비스에 지정된 곳은 없습니다.
이 경우 투자자 보호 문제, 증권의 발행과 유통의 분리 문제, 도산절연(기업이 도산해도 투자자의 자산에 영향이 가지 않도록 하는 것)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최근 몇몇 미술품 공동 소유 플랫폼이 혁신금융서비스를 신청한 것을 시작으로, 업계와 스타트업은 투자자를 보호하고 운영 투명성을 확보할 정책을 스스로 먼저 세워야 할 것입니다.
바람직한 미술 문화를 만들려면, 아트 테크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미술품 수요자들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먼저 미술품 수요자는 자신이 미술품을 사는 이유를 분명히 해야 합니다. 그 이유가 미적 향유를 위한 것인지 투자를 위한 것인지에 따라 전략은 당연히 달라야 합니다. 목적을 분명히 해야 만족할 결과를 냅니다.
미술품을 투자 수단으로 여겨도 좋습니다. 그러려면 미술품 경매와 매매의 특징, 단기가 아닌 장기로 접근해야 하는 점을 꼭 알아야 합니다. 미술품 수요자들이 늘며 몸집이 커진 아트 테크 시장, 양에 이어 질의 성장을 이끌려면 단기가 아니라 장기 관점에서 접근하는 문화를 널리 알려야 할 것입니다.
예술경영지원센터의 ‘2022년 상반기 한국 미술시장 결산 보도자료’에 따르면 미술품 공동 소유 플랫폼 네 곳의 회원 수는 도합 18만 명을 넘는다고 합니다. 2023년이면 이 숫자는 20만 명을 넘을 것으로 예측합니다. 미술품 공동 소유, 아트 테크가 그 만큼 많은 수요자를 예술 시장으로 이끈 것입니다.
업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 온 아트 테크. 규제와 문제를 조금씩 해결하고 미술품 수요자와 소통을 강화한다면, 미술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더욱 많이 미치는, 바람직한 미술 문화와 시장을 만드는 선구자가 될 것입니다.
글 / 아트파이낸스그룹 류지예 팀장
아트파이낸스그룹은 뉴노멀 시대를 맞아 금융의 영역을 예술 산업으로 넓혀 신성장 동력을 모색하고 위험 대비 수익을 제공할 투자처를 발굴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홍익대학교 동아시아예술문화연구소와 예술금융 교육, 다양한 세미나도 엽니다. 주 업무는 예술품 거래 데이터 분석, 예술 부문 비즈니스 컨설팅 및 연구이며 아트 펀드도 준비 중입니다.
정리 / IT동아 차주경(racingca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