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창구] 내일 입을 옷 고민 'AI 코디'가 해결…손 안의 옷장 ’스타일봇'

김동진 kdj@itdonga.com

내수 성장의 한계로 국내 기업들은 구글 플레이스토어 등의 앱 마켓을 통한 해외 진출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에 중소벤처기업부와 창업진흥원, 구글은 국내 모바일 앱·게임 개발사의 성장과 해외 진출을 돕기 위해서 지난 2019년부터 ‘창구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으며, 프로그램 운영사인 한국기술벤처재단이 이에 대한 운영을 맡고 있다.

창구 프로그램은 출범 이후로 올해 4회째를 맞이했다. 1~3기 창구 프로그램 참여 기업들의 연평균 매출 성장률은 85%였으며, 해외 진출은 70% 이상 늘었고, 이들은 2000억 원 이상의 추가 투자를 유치할 수 있었다. 이번 2022년 창구 프로그램은 80개 기업을 선정했으며, 사업화 자금을 최대 3억 원까지 지원했다. 참여 기업은 평균 1억 3500만 원을 지원받았으며 성장 및 해외 진출을 위한 세미나와 컨설팅, 네트워킹 혜택도 받았다. 취재진은 2022년 창구 프로그램에 선정된 80개 기업 중 10개 기업을 만나, 선정 기업이 창구 프로그램의 도움으로 성장한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다.

[IT동아 김동진 기자] 누구나 한 번쯤 ‘내일 뭐 입지’라고 고민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퇴근 후 쌓인 피로를 풀며 편하게 쉬고 싶지만, 이내 옷을 사려 쇼핑몰을 찾아 컴퓨터나 휴대폰을 만지작거린다. 상의와 어울리는 하의와 신발, 모자까지 고르다 보면 어느덧 시계는 새벽을 가리킨다. 스타일봇은 이런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인공지능 코디를 개발한 기업이다. 스타일봇 앱을 설치한 후 휴대폰으로 평소 즐겨 입는 내 옷장 속 패션 아이템을 촬영하면, AI 코디가 성향을 분석해 어울리는 스타일을 추천하는 방식이다. 아바타 착장으로 전체 스타일을 보여주기 때문에 아이템 간 어울림도 모바일로 확인할 수 있다. 스타일봇 김소현 대표를 만나 창업 계기와 서비스 개발 과정에서 겪은 시행착오, 향후 계획 등을 들었다.

김소현 스타일봇 대표. 출처=스타일봇
김소현 스타일봇 대표. 출처=스타일봇

20년간 패션 디자이너로 근무…”패션과 기술 간 간극 해소하고파”

김소현 스타일봇 대표는 의류 기업에서 패션 디자이너로 20년 이상 근무한 베테랑이다. 그간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안정을 택할 수도 있었지만,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김소현 대표는 “과거 종이에 연필로 디자인하던 시절의 패션 산업은 기술과 거리가 멀었다. 지금은 기술이 변화를 이끌고 있다”며 “스마트 펜슬로 드로잉 앱에 그림을 그리는 시대에 과거 방식만 고집할 순 없었고, 무엇보다 기업에서 일하며 기술부서와 패션부서 사이 간극을 느꼈다. 기술부서는 패션을 모르고 패션부서는 기술을 몰라 소통이 어려웠다”고 회상했다.

이어 “기술에 패션을 담아내려면, 패션을 잘 아는 사람이 기술을 다뤄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이것이 스타일봇 창업 계기”라고 설명했다.

대학원 진학으로 ‘스타일봇’ 밑그림

창업을 고심하던 김소현 대표에게 확신을 심어준 곳은 대학원이었다고 한다. 의류학을 전공한 그는 연세대학교 생활환경대학원에 진학해 디자인경영을 공부하며 정보통신기술 지식을 습득, 스타일봇을 어떻게 꾸릴지 밑그림을 그렸다는 후문이다.

김소현 대표는 “기술과 패션의 접목을 시도하자고 결심하니 관련 지식이 필요했다. 패션에는 자신이 있었지만, 기술은 내 분야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대학원에 진학해 디자인경영 과정을 거치며 글로벌 기업들이 AI를 활용해 선보인 패션 테크를 공부할 수 있었다. 창업에 확신을 얻게 된 계기”라고 말했다.

내 손 안에 AI 코디…스타일봇

김소현 대표는 그간 쌓은 패션 노하우에 기술을 입혀 2019년 스타일봇의 문을 연다.

김소현 대표는 “서비스는 사용자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이들의 니즈를 어떻게 해소해야 하는지 고민한 결과물이어야 한다”며 “패션 쪽 유저의 니즈가 무엇일지 떠올려 보면, ‘내일 뭐 입지’에 대한 고민 해소일 것이라 판단했다. 옷을 하나 사도 어떤 바지, 신발과 어울릴지 스타일링에 대한 고민은 끝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스타일봇 서비스 이미지. 출처=스타일봇
스타일봇 서비스 이미지. 출처=스타일봇

이렇게 탄생한 스타일봇의 AI 코디 서비스는 제니스 픽(Jennie's Pick)과 제니스 핏(Jennie’s Fit)으로 구분된다. 제니는 스타일봇의 AI 코디 이름이다. 제니스 픽은 AI 코디인 제니가 사용자의 선호 아이템을 고려해 코디를 제안하는 서비스다.

스타일봇의 제니스 픽을 활용하면 AI 코디 제니가 제안한 패션 아이템(왼쪽)과 해당 아이템을 착장할 수 있다. 출처=스타일봇
스타일봇의 제니스 픽을 활용하면 AI 코디 제니가 제안한 패션 아이템(왼쪽)과 해당 아이템을 착장할 수 있다. 출처=스타일봇

제니스 핏은 사용자가 스타일봇으로 쇼핑하다가 아이템을 아바타에 직접 입혀볼 수 있는 서비스다. 오프라인 쇼핑 시 거울을 보며 어떤 옷이 어울릴지 살필 수 있는 것처럼, 모바일에서 고른 옷을 다른 아이템과 매칭해 전체적인 어울림을 볼 수 있다.

제니스 핏으로 사용자가 고른 아이템을 착장한 모습. 출처=스타일봇
제니스 핏으로 사용자가 고른 아이템을 착장한 모습. 출처=스타일봇

김소현 대표는 “스타일봇의 강점은 자신의 옷장 안에 있는 제품 이미지를 분석해 성향을 반영하는 것이다. 나만의 디지털 옷장이 생기는 셈”이라며 “스타일봇 속 디지털 옷장도 나만의 스타일로 꾸미게 해달라는 요청이 많아 옷장 꾸미기 업데이트를 준비 중이다. 앱 안에서 코디가 추천한 상품을 바로 구매할 수 있도록 서비스도 개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제니스 픽 아이템은 70여개 제휴사 제품을 기반으로 제시된다”며 “더 많은 제휴사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 중이며, 남성 아바타도 업데이트해 남녀 패션 모두를 다룰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디테일이 핵심…사용자 옷장 속속들이 파악해 서비스 강화 추진

스타일봇을 개발하기까지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고 밝힌 김소현 대표. 패션 디자이너로 일하며 쌓은 스타일링 노하우를 기술에 입히기까지 방대한 데이터 수집과 분류를 반복했다고 한다.

김소현 대표는 “사람이 아닌 아바타에 옷을 피팅하는 건 또 다른 영역이었다”며 “예컨대 사람이 입었을 때 예뻐보여서 DB 작업 후 아바타에 입혀봤더니, 그 핏이 나오지 않거나 아예 입힐 수 없는 경우다. 이 영역을 공략하는 데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었다”며 “전통 패션과 달리 기술 영역에서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처음과 끝만 존재한다. 인풋이 잘못되면 최종 아웃풋이 안 나오는 경험이 가장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시행착오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주관적인 사용자 취향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건 쉽지 않기 때문”이라며 “사용자들의 옷장을 속속들이 파악하는 게 향후 과제다”라고 전했다.

창구프로그램 매칭으로 마케팅 노하우 습득…내년 해외진출 추진

올해 3월, 스타일봇 2.0 버전을 야심 차게 선보인 김소현 대표. 서비스를 내놓자마자 창구프로그램에 선정된 것은 행운이라고 말한다.

김소현 대표는 “스타일봇 서비스를 줄곧 iOS 기반으로 선보이다가, 올 3월 안드로이드 버전을 내놨다. 평소 스타트업들이 사업을 진행하며 창구프로그램을 통해 큰 도움을 얻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 바로 신청했다”며 “덕분에 구글에서 가지고 있는 마케팅 노하우를 전문가 매칭을 통해 습득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스타일봇은 2022 론치패드(Launchpad) 프로그램에 선정돼 내년 해외진출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콘텐츠진흥원이 주관하는 론치패드 프로그램은 스타트업의 글로벌 투자유치와 현지 사업화를 돕기 위한 지원 사업이다.

김소현 대표는 “론치패드 프로그램 덕분에 내년 영국에서 2주간 현지 투자 유치와 파트너십 구축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며 “이어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MWC(Mobile World Congress)에 참여, 스타일봇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 진출을 활발히 추진해 우리나라가 IT뿐만 아니라 패션 강국임을 널리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글 / IT동아 김동진 (kdj@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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