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일업] 엘포박스 [2] 톡톡박스, 디바이스가 아니라 ‘Playground’로!

[스케일업 x 권역 BI] 스케일업코리아가 '동국대학교·서강대학교·서울과학기술대학교·이화여자대학교·한국기술벤처재단' 소재 창업보육센터들이 참여한 '권역 BI 컨소시엄(서울과학기술대학교 주관)'과 함께 스케일업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이번 프로그램은 각 컨소시엄 센터가 선정한 유망 스타트업을 인터뷰로 소개하고, 비즈니스모델을 분석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합니다. 마지막으로 스타트업이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에 맞춰 전문가를 소개해 도움을 드리고자 합니다.

장현우 대표가 이끄는 스타트업 '엘포박스(L4BOX)'는 스마트 홈스쿨 기기 '톡톡박스'를 선보였다. 아날로그 교구와 놀이 도구를 디지털 환경으로 고스란히 옮긴 제품이다. 소비자들은 톡톡박스의 55인치 대형 터치 화면, 전용 펜과 지우개로 다양한 교육·놀이 프로그램을 즐긴다. 어린이들이 화면 속 사물을 만지면서 체험하고 놀도록 돕는 '3D 상상 라이브 월 콘텐츠'는 오직 톡톡박스만의 장점이다.

장현우 대표에게 엘포박스의 비즈니스모델 분석 결과를 설명하는 황현철 인사이터스 대표. 출처 = IT동아
장현우 대표에게 엘포박스의 비즈니스모델 분석 결과를 설명하는 황현철 인사이터스 대표. 출처 = IT동아

하지만, 아직 엘포박스 톡톡박스의 성능과 개성은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스마트 TV나 태블릿 PC과 혼동하는 소비자도 있다. 장현우 대표는 기존에는 없었던 새로운 스마트 홈스쿨 기기, 톡톡박스의 명확한 가치를 찾아내 강화하고 알릴 방법을 알고 싶어한다.

비즈니스모델 분석 전문 기업 인사이터스의 황현철 대표가 장현우 대표의 고민을 해결하려 나섰다. 황현철 대표는 엘포박스의 비즈니스모델과 장단점, 성과와 계획 등을 면밀히 분석해 아래와 같은 진단을 내렸다.

학습용 대형 터치디스플레이?

영유아 학습 시장에 도전하는 스타트업은 무수히 많다. 엘포박스를 보고 ‘또 교육콘텐츠 서비스인가’ 싶었는데, 달랐다. 55인치 대형 터치 디스플레이 ‘톡톡박스’를 기반으로 ‘콘텐츠 플랫폼’으로의 성장을 꿈꾼다는 점이 가장 눈에 띈다.

톡톡박스를 처음 접했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을 솔직히 말하면 ‘왜 이것을 선택했을까?’였다. 이미 필자의 머리 속에는 어린이 학습용 콘텐츠를 제공하는 아이패드와 갤럭시탭 등 태블릿 PC, 스마트 TV 등 다양한 하드웨어 플랫폼이 떠올랐다. 이어 엘포박스가 헤쳐 나가야 할 고된 경쟁이 눈에 보였다. 하지만, 그 의문은 오래 가지 않았다. 엘포박스의 사업 소개서 첫 장에 쓰여진 ‘LG디스플레이 사내벤처 Spin-off기업’이라는 것이 많은 것을 짐작케 했기 때문이다.

엘포박스의 톡톡박스. 출처 = 엘포박스
엘포박스의 톡톡박스. 출처 = 엘포박스

교육용 하드웨어 플랫폼, 그리고 이들의 포지션

‘우리집 대형 스마트 홈스쿨의 시작’이라는 엘포박스의 캐치프레이즈가 말해 주듯, 이들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넓은 화면’이다. 덕분에 터치 디스플레이를 기반으로 일반 스마트 TV, 전자칠판보다 훨씬 더 다양한 유형의 콘텐츠를 활용할 수 있다. 다만, 55인치 화면에 최적화된 콘텐츠가 별로 없는 만큼 태블릿 PC나 스마트폰보다 콘텐츠 다양성은 열세일 수밖에 없다.

톡톡박스와 경쟁 제품과의 비교. 출처 = 인사이터스
톡톡박스와 경쟁 제품과의 비교. 출처 = 인사이터스

위 포지셔닝 맵이 말해주듯, 지금 톡톡박스의 ‘대형 터치 디스플레이’라는 하드웨어 특성만으로는 온전히 차별화를 이뤄냈다고 하기 어렵다. 이들이 향후 콘텐츠 다양성과 차별성을 확보해야만 1/4 분면의 공간을 홀로 차지할 수 있게 된다.

핵심은 콘텐츠 다양성 강화인가?

결국 핵심은 ‘콘텐츠의 다양성 확보’라는 뻔한 답으로 귀결된다. 장현우 엘포박스 대표 또한 이 사실을 알기에, 국내외의 고품질 교육 콘텐츠를 확보하려고 다각도로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들이 콘텐츠를 강화하는 영역은 크게 세가지다. 첫번째는 터치 기능 기반의 게임류로 ‘톡톡 놀이터’에서 제공하는 콘텐츠, 두번째는 보고 듣고 만지는 인터랙티브 유형의 학습 콘텐츠 (톡톡 배움터), 세번째로는 해저나 숲속 등 자연을 보여주며 정서적 안정을 주는 ‘톡톡 라이브’ 유형이다.

기본적인 다양성을 갖추었으나, 문제는 이들 콘텐츠가 대부분 스마트폰 또는 태블릿 PC에 최적화된 형태로 대형 터치 디스플레이가 주는 고객 경험을 잘 살리고 있다고 말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컬러와 밝기가 강한 콘텐츠라면, 아이들이 화면 가까이에서 사용하는 것이 부적합할 수도 있다.

엘포박스 톡톡박스의 특징. 출처 = 엘포박스
엘포박스 톡톡박스의 특징. 출처 = 엘포박스

이런 문제점을 잘 알고 있지만, 스타트업으로서 인력의 한계가 있기에 엘포박스는 기존의 교육 콘텐츠 보유 기업과 제휴해서 다양성을 늘려나간다. 장기적으로는 이들과 대형 터치 디스플레이에 최적화된 콘텐츠를 공동 개발하는 방향도 고민중이다. 그렇다면, 이런저런 노력으로 콘텐츠가 다양해지면 시장에서 정말 이길 수 있는걸까?

학습 콘텐츠 상품으로서의 고객 가치 분석

디스플레이가 크든 작든, 아이와 엄마 등 고객에게는 모두 다 ‘학습 콘텐츠 서비스’일 뿐이다. 따라서 우리는 콘텐츠를 어느정도 보강한 이후, 엘포박스가 학습 콘텐츠 서비스로서 충분히 ‘차별적인 고객 가치’를 제공하는 것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엘포박스와 경쟁사와의 장단점 비교. 출처 = 인사이터스
엘포박스와 경쟁사와의 장단점 비교. 출처 = 인사이터스

태블릿 PC 기반의 어린이 교육 콘텐츠 기업 D와의 고객 가치를 비교하면 위와 같은 그래프로 분석된다. 경쟁사 대비 톡톡박스가 가진 경쟁력은 현재로서는 대형 디스플레이를 기반으로 한 하드웨어 차별성뿐이다. 따라서 앞에서 밝힌 바와 같이 콘텐츠의 다양성을 갖춰야 한다.

그러나 정말 문제는, 콘텐츠를 일정 수준 이상의 다양성을 갖도록 노력해서 청색 점선 수준의 고객 가치 수준으로 올린다고 해서 경쟁사를 압도하지는 못한다는 데 있다. 경쟁사는 선생님을 통해 학습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경제성 또한 뛰어나기 때문이다. 결국 엘포박스는 새로운 경쟁의 요소를 찾아야 한다.

디바이스가 아닌 'Virtual Playground'

크고 시원한 화면을 아이 혹은 부모가 반드시 선호하는 것은 아니다. 크고 시원한 화면에 적합한 기능과 가치를 제공해야만 고객들이 선호할 이유가 된다. 그 적합한 기능과 가치를 종합해서 제언하자면 ‘Virtual Playground(가상 놀이터)’가 될 수 있겠다.

놀이터에 가면 친구가 있고, 아이들은 친구와 놀이하며 체험하고 배운다. 그 곳이 안전하기만 하다면 부모는 그 곳에 아이들을 보내고 육아의 부담을 덜 수 있게 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Virtual Playground를 완성할 것인가? 여러가지 기능과 콘텐츠가 필요하겠지만, 그 방향성을 세 가지로 정리해 제시한다.

방향성 1. 가족만큼 나를 잘 아는 친구가 있다면

아이패드와 같은 태블릿 PC와 달리, 톡톡박스는 일부러 감추지만 않는다면 늘 화면이 보이는 상태다. 그렇다면, 톡톡박스의 화면 앞으로 아이들이 지나가면 이를 감지하고 기기가 먼저 말을 거는 기능을 넣을 수 있다. 이 발화 기능을 통해 어린이와 대화하고 원하는 콘텐츠를 보여주면 자연스럽게 학습을 유도할 수 있다. 또한 대화하면서 어린이의 언어 습관과 역량을 보다 더 깊이 진단하고, 더욱 심도 깊은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도 될 것이다.

대화형 AI 공룡 인형을 개발하는 스타트업 카티어스. 출처 = 카티어스
대화형 AI 공룡 인형을 개발하는 스타트업 카티어스. 출처 = 카티어스

일례로 필자가 만난 ‘대화형 AI 스타트업 카티어스’라는 팀은 AI 모듈이 삽입된 공룡 인형을 통해 어린이에게 말을 하도록 이끌고, 지속적인 대화와 놀이를 통해 아이의 성장과 발달에 기여하고자 한다.

대화형 AI 영어 친구 Ella. 출처 = 유나이티드 어소시에이츠
대화형 AI 영어 친구 Ella. 출처 = 유나이티드 어소시에이츠

대화형 AI 친구를 제공하는 또 다른 업체로는 ‘유나이이티드 어소시에이츠 Ella’가 있다. 영어를 못하든 잘하든 사용자의 수준에 맞춰, 과거 학습 히스토리를 기반으로 자연스러운 영어 대화와 학습을 가능하게 한다.

방향성 2. 놀이를 통한 체험과 참여, 교류

친구와 놀이를 한다는 것은 경쟁을 기본으로 한다. 혼자서 공을 차면 재미 없지만, 친구와 함께라면 몇 시간을 해도 즐겁다. 혼자 그림을 그리는 것은 그다지 흥미롭지 않지만, 친구와 그림을 비교하면 또한 경쟁심이 불타오른다. 결국 이것은 게임과 학습의 결합이고, 이를 매개로 한 친구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이다. 친구들을 끌어들여야만 소위 ‘네트워크’효과가 발생한다. 단순히 그림판의 역할을 하기보다는, 그림을 통해 아이들이 상호 작용할 때 더 많은 재미를 느끼는 것은 물론, 정서발달 효과 또한 높일 것이다.

아이들간 상호 작용은 여러 효과를 가져다준다. 출처 = 두들 – 2022 대한민국디자인전람회 은상 수상작 / 이형우
아이들간 상호 작용은 여러 효과를 가져다준다. 출처 = 두들 – 2022 대한민국디자인전람회 은상 수상작 / 이형우

방향성 3. 부모가 안심할 수 있는 놀이와 학습

‘물리적으로 상해를 입는 등 안전사고의 위험이 없다’는 것은 태블릿 PC나 스마트폰 교육 콘텐츠의 기본이다. 필자가 말하는 ‘부모의 안심’이라는 것은 이런 1차원적 안전이 아니라 ‘우리아이가 정말 즐겁게 학습하고 있는 것일까?’ 혹은 ‘정서적, 역량적으로 잘 성장하고 있는 것일까?’ 하는 우려에서 자유로울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위에서 제시한 ‘대화와 놀이를 통해 축적되는 데이터’는 아이가 어떤 영역에 관심을 보이는지, 어떤 지적 능력을 잘 활용하고 어떤 영역이 부족한지 잘 분석할 수 있게 해 줄 것이다. 더욱 폭넓은 사용자 데이터가 축적된다면 우리 아이와 다른 아이들과 다른 점, 더 잘 하는 점이 무엇인지도 알려줄 것이다.

이런 데이터 기반의 콘텐츠 서비스가 고도화된다면 엘포박스의 목표인 커머스와의 연계 또한 가능해질 것이다. 어린이의 취향 저격 선물을 추천할 수도 있고, 이를 부모가 학습 또는 운동 목표 달성의 인센티브로 활용할 수도 있게 될 테니까.

이와 같이 대형 디스플레이가 아닌 ‘Virtual Playground’라는 개념과 이를 구현하는 기능들을 갖추고 되면, 톡톡박스의 고객 가치는 어떻게 변하게 될까?

먼저, 학습관리 차원에서는 언어, 수학, 예체능 영역에서 경쟁사 대비 훨씬 폭넓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아이의 발달 현황을 진단하고 부모가 학습 상황을 잘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

둘째로는 데이터 기반의 근거를 바탕으로 아이에게 최적화된 수준의 학습과 훈련을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세번째로는 게임형 콘텐츠를 통해 다양한 영역에서 친구와 대화하고 경쟁하며 나름의 커뮤니티를 만들도록 돕는다. 이것이 모여 더욱 폭넓은 커뮤니티를 이룰 수 있게 된다.

엘포박스의 톡톡박스가 말 그대로 놀며 뛰며 배우는 Virtual Playground가 되는 것이다.

엘포박스가 나아갈 'Virtual Playground'. 출처 = 인사이터스
엘포박스가 나아갈 'Virtual Playground'. 출처 = 인사이터스

고객이 추천하고 싶은 제품이어야 성장이 가능하다

엘포박스의 가격은 400만 원 초반대라고 한다. 사실 대형 터치 디스플레이라는 특징과 콘텐츠 공급까지 합쳐진 금액이므로 이해는 되지만, 체감상 비싸게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다. 극히 서민적 시각을 가진 필자와 달리, 아이에게 특별한 무언가를 선물하고 싶은 고소득층 소비자라면 충분히 감수할 만한 가격일수도 있다.

실제 이 제품을 전시했을 때 몇몇 고객은 즉각 구매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그 구매 의사에 힘을 얻은 장현우 대표는 곧 생산될 초도 생산분 100대의 완판을 기대하고 있기도 하다. 필자 또한 톡톡박스의 초도 생산분이 완판돼 엘포박스가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이쯤에서 생각해 볼 것이 있다. 400만 원 초반인 가격이 절대적으로 비싸냐 싸냐의 여부는 기능과 가치에 따라 달라진다.

지금 가격이 적정하다고 느껴 구매한 사람일지라도, 이 제품이 주는 가치에 만족하지 않으면 다른 누군가에게 추천하지 않을 것이다. 추천은 커녕 ‘돈 많은 자의 허세’로 보일까 싶어 이런 것이 있다고 언급조차 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반면, 때로는 아이의 친구가 되어주고 선생님이 되어주고 놀이터가 되어준다면, 톡톡박스 한 대만 있으면 다른 학습지와 학원이 필요 없게 된다면 누가 400만 원을 비싸다고 할 것인가? 그들은 자신들이 아는 최대한의 범위에서 엘포박스의 가치를 전파하는 에반젤리스트가 되어줄 것이다.

부디 엘포박스의 톡톡박스가 ‘아이를 키우는 집의 필수품’이 되도록 발전하기를 빌면서 이 글을 마친다.

글 / 인사이터스컨설팅 황현철 대표 / 비즈니스모델 전문가

실전 비즈니스모델 컨설팅 전문가. 20여 간 비즈니스 전략, 프로세스, 생산, 품질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현장 중심의 컨설팅을 수행했으며,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대기업에서 스타트업까지 실체적 비즈니스모델 컨설팅과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본격 기업 극화 소설 '비즈니스모델러'의 저자이기도 하다.

정리 / IT동아 차주경(racingca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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