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창구] 소곤랩스 “경쟁 치열한 게임 시장, ‘여성향’에서 답을 찾았습니다”
[IT동아 권택경 기자] 내수 성장의 한계로 국내 기업들은 구글 플레이스토어 등의 앱 마켓을 통한 해외 진출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에 중소벤처기업부와 창업진흥원, 구글은 국내 모바일 앱·게임 개발사의 성장과 해외 진출을 돕기 위해서 지난 2019년부터 ‘창구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으며, 한국기술벤처재단이 프로그램 운영을 맡고 있다.
올해 창구 프로그램은 4회째를 맞이했다. 이전 3기까지 참여 기업들의 연평균 매출은 85%, 해외 진출 비율은 70%가 늘었으며, 2000억 원 이상의 추가 투자를 유치도 끌어내는 성과를 거뒀다. 이번 2022년 창구 프로그램에서는 80개 사의 기업을 선정해 사업화 자금을 최대 3억 원, 평균 1억 3500만 원 지원했다. 성장 및 해외 진출을 세미나와 컨설팅, 네트워킹 혜택도 제공했다. IT동아는 2022년 창구 프로그램에 선정된 80개 기업 중 10개 기업을 만나, 창구 프로그램의 도움으로 성장한 이야기를 듣고 전하고자 한다.
고객 충성도 높은 여성향 게임, 라이브 서비스로 제공
‘최애’라는 표현이 있다. ‘최고로 애정하는’을 줄인 말로, 아이돌 팬들 사이에서 ‘최애 멤버’라는 식으로 사용되곤 한다. 이외에도 ‘최애템(최애+아이템)’, ‘최애 영화(최애+영화)’ 등 다양한 형태로 변용되는 관용 표현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이 ‘최애’라는 표현의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최애캐’라는 말이 있다. 여성향 애니메이션·만화·소설 등을 즐기던 일본의 마니아들이 썼던 표현이다. 아이돌 팬들이 아이돌 멤버를 좋아하듯, 가공의 등장인물에 애정을 쏟는다. 아이돌 팬덤과 ‘팬덤 문화’라는 본질을 공유하고 있는 셈이다. 앨범, 굿즈 등의 상품에 돈을 아끼지 않는 충성도 높은 소비자라는 점도 동일하다.
모바일 게임 개발사 소곤랩스가 ‘여성향 게임’에 주목한 것도 팬덤 소비자들의 높은 충성도 때문이었다. 소곤랩스는 2020년 ‘죽음의시간’, 2021년 ‘로스트파라다이스’에 이어 현재 차기작 ‘미라클 초이스’을 준비 중인 여성향 게임 개발사다. 여성향 게임은 주로 남성의 캐릭터와 로맨스를 즐길 수 있는 여성 취향 게임을 가리킨다.
2020년 6월 소곤랩스를 설립한 이소곤 대표는 원래 게임업계와는 아무런 인연이 없는 인생을 살았다. 이전까지 학원에서 영어를 가르치던 일을 하던 이 대표가 창업을 결심한 계기는 코로나19였다. 코로나19로 비대면 IT 서비스 사업들이 호황을 누리는 걸 보고, 시대의 흐름에 올라타길 선택했다. 많고 많은 IT 업종 중 게임을 선택한 것도 순전히 게임을 좋아했기에 내린 선택이었다.
소곤랩스가 처음부터 여성향 게임 전문 개발사를 표방한 건 아니었다. 이전까지는 캐주얼 게임과 여성향 게임 투트랙 전략을 택했다. 캐주얼 게임은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어 시장 규모가 크다. 하지만 경쟁도 만만치 않았다. 자본력, 마케팅 등 여러 면에서 다른 전문 개발사들을 상대하는 건 쉽지 않았다.
반면 여성향 게임에서는 틈새시장이지만 충성도 높은 소비층을 지니고 있었다. 성장 잠재력도 높았다. 매년 캐주얼 게임과 여성향 게임을 두 개씩 내놓던 이전과 달리 지금은 여성향 게임 차기작 ‘미라클 초이스’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이유다. 이 대표는 “여성향 시장은 앞으로 시장이 더 커질 수 있을 것 같다는 판단이 들어서 도전하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출시한 ‘로스트파라다이스’는 85만 다운로드를 기록하는 성과도 거뒀다. 대중적 장르가 아니라는 걸 고려하면 높은 수치다. 게다가 캐주얼 게임에 비하면 이용자들의 구매율도 높았다. “캐주얼 게임은 이용자들이 결제에 신중한 편이다. 하지만 여성향 게임은 마음에 드는 캐릭터가 있다면, 팬심으로 결제하는 경우가 많다”고 이 대표는 설명했다.
해외 이용자들이 8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은 점도 긍정적이다. 남미, 북미, 태국, 베트남 등 다양한 국가에서 유입된다. 그런 만큼 소곤랩스에서도 기계 번역에 의존하지 않고, 전문 업체에 맡길 정도로 해외 로컬라이제이션에도 공을 들인다.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스토리 게임은 그 특성상 스토리를 다 즐기고 나면 이용자들이 떠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때문에 출시 후 시점이 지나면 이용자 이탈율이 높았다. 이때문에 소곤랩스는 차기작인 ‘미라클 초이스’를 일회성 게임이 아닌, 플랫폼으로 만들고 있다. 하나의 앱에서 여러 시나리오를 즐길 수 있고, 업데이트로 새로운 시나리오를 추가하는 방식이다. 업데이트로 콘텐츠를 주기적으로 추가하는 온라인 게임처럼 ‘라이브 서비스’를 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맞는 다양한 게임 요소나 수익 모델도 추가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이용자들이 아바타를 꾸밀 수 있는 패션 아이템을 구매해서 ‘마이룸’을 꾸민다던가, 온라인으로 플레이어 대 플레이어(PVP) 방식 패션 대결을 하는 요소도 추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소곤랩스는 창업 첫 해 매출 약 1억 8000만 원에서 지난해 6억 원, 올해는 10억을 기록하며 꾸준히 성장 중이다. 게임 업계에 아무런 배경도 없던 이 대표가 빠르게 회사를 만들어 나갈 수 있었던 데는 여러 창업 지원 프로그램의 도움이 컸다. 창구 프로그램도 그중 하나다. 창구 프로그램으로부터 자금 1억 원을 지원받아 광고비, 용역비, 인건비 등 다양한 용처에 활용할 수 있었다. 이 대표는 “모든 스타트업이 갖고 있는 고민이 자금과 인력 고민인데, 자금 면에서 큰 지원을 받아 많이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소곤랩스의 경우처럼, 안드로이드 점유율이 높은 지역의 이용자 비중이 높은 업체 입장에서는 구글의 직접적 지원을 받는다는 점도 창구 프로그램의 큰 장점이다. 이 대표는 ASO(App Store Optimization, 앱 스토어 최적화) 정보나, 스토어 관련 이슈에 대한 빠르고 직접적인 대응을 지원받을 수 있어 큰 힘이 됐다고 덧붙였다.
이소곤 대표는 “향후에는 소곤랩스의 IP를 활용한 굿즈 사업이나 아트북, 미디어 분야로도 사업을 확장하는 걸 꿈꾸고 있다”면서도 “당장은 ‘미라클 초이스’를 성공적으로 출시해서 지속해서 콘텐츠를 업로드하며 플랫폼 기반을 다지는 데 집중하려 한다”고 말했다.
글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