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일업] 코스모블라썸 [1] 비건 화장품 전도사, 무엇을 앞세울까?
[스케일업 x 권역 BI] 스케일업코리아가 '동국대학교·서강대학교·서울과학기술대학교·이화여자대학교·한국기술벤처재단' 소재 창업보육센터들이 참여한 '권역 BI 컨소시엄(서울과학기술대학교 주관)'과 함께 스케일업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이번 프로그램은 각 컨소시엄 센터가 선정한 유망 스타트업을 인터뷰로 소개하고, 비즈니스모델을 분석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합니다. 마지막으로 스타트업이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에 맞춰 전문가를 소개해 도움을 드리고자 합니다.
[IT동아 차주경 기자] 비건(Vegan)은 사람과 동물, 지구가 모두 함께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는 사상이자 문화다. 식생활에 주로 적용되는 사상으로 알려졌지만, 거의 모든 산업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문화이기도 하다. 동물을 괴롭혀 만든 것이 아니라면, 지구를 오염시키지 않는다면, 사람에게 유익한 제품이라면 모두 훌륭한 비건 제품이다.
비건 문화를 바람직하게 반영한 산업 가운데 대표가 '화장품'이다. 세계 화장품 업계는 30여 년 전부터 비건 화장품을 주목하고 여러 상품을 내놨다. 친환경 원료와 포장재를 써서 사람과 자연을 보호하고, 우리 몸에 유익한 효과도 가져다 주는 비건 화장품은 많은 인기를 모았다. 해외 화장품 매장에 가면 비건 화장품이 늘 매대의 가장 앞쪽, 눈에 잘 띄는 곳에 배치되는 이유다.
하지만, 아시아 화장품 시장에는 아직 비건 문화가 널리 퍼지지 않았다. 그렇기에 시장의 확장 가능성이 높은, 유망한 부문으로 꼽힌다. 한류 콘텐츠를 앞세워 아시아 전역, 나아가 유럽과 북미, 중동에 이르기까지 세계를 휩쓴 우리나라 기업들이 선점하고 이끌 또 하나의 시장으로 꼽힌다.
화장품으로 바람직한 비건 문화를 우리나라에 전파하고, 이 문화를 넓혀 아시아 비건 화장품 업계를 선도하려는 스타트업이 최근 등장했다. 이화여자대학교 창업지원단 보육 기업 ‘코스모블라썸(주)(이하 코스모블라썸)’이다.
20여 년 화장품 업계 경력 살려 '비건 화장품' 전도사로
윤혜원 코스모블라썸 대표는 20여 년 동안 화장품 업계에서 일 한 전문가다. 화장품 소재 발굴과 상품 기획, 영업과 판매처 확대, 홍보와 마케팅 전략 수립에 이르기까지 풍부한 경력을 쌓았다. 그녀는 비건 화장품의 효능과 의미, 앞으로 더욱 커질 시장의 가능성을 파악하고 모교인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싹을 틔우기로 결심한다.
윤혜원 대표는 먼저 코스모블라썸에 힘을 실을 파트너와 전문가를 찾았다. 우리나라 주요 화장품 기업과 상품 생산을, 세계 비건 화장품 기업과 상품 포장 고안을 함께 한다. 홍보 미디어 그룹이 코스모블라썸의 비건 화장품 홍보를 도운 덕분에 다른 기업, 캐릭터와의 협업도 차근차근 이뤄진다. 코스모블라썸은 나아가 연구 개발과 상품 디자인 파트너를 영입 예정이다.
이어 윤혜원 대표는 비건 문화에 공감하는, 비건 화장품에 비전을 가진 대학생 직원을 채용했다. 이들은 비건 화장품의 주요 소비자층인 젊은이들의 선호도와 유행을 조사하고 상품의 품질에 반영하는 임무를 맡았다.
보육기관 이화여자대학교 창업보육센터는 코스모블라썸의 법률과 특허, 상표 출원 등 전문 영역의 자문을 도왔다. IR 자료 검토와 투자자 피칭, 멘토링도 도왔다. 사무실과 자금 지원, 전문가 네트워킹은 기본이다. 이화여자대학교 학생과 창업 동아리와의 인턴십 프로그램도 유용했다. 윤혜원 대표는 자신의 경력에 파트너·전문가의 능력, 젊은 직원들의 감각을 모아 상품을 개발했다.
코스모블라썸은 대학교에서 꽃 피운다는 의미인 ‘캠퍼스블라썸’ 상표를 만들고 첫 제품으로 ‘비건 립밤’을 구상했다. 립밤은 소비자들이 자주 쓰는 화장품이다. 입술에 바르기에 간혹 먹게 된다는, 부피가 작아 자주 잃어버린다는 특징을 가졌다.
효능과 디자인, 아이디어 모두 가진 '캠퍼스블라썸' 클립형 비건 화장품 인기
윤혜원 대표는 립밤이야말로 우리 몸에 무해한 비건 성분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어 그녀는 소비자들의 고민을 해결하려, 왜 립밤을 자주 잊어버리는지를 조사했다. 조사 결과를 보니, 립밤은 원통형으로 만들어진데다 부피가 작아 가방 안에서 이리저리 굴러다니다가 어디론가 빠지는 경우가 잦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래서 코스모블라썸은 립밤 케이스를 마카롱 모양으로 만들고, 여기에 클립을 연결해 가방끈이나 주머니에 끼우도록 설계한 ‘클립형 립밤’을 만들었다. 이곳저곳에 끼워 휴대 가능한 비건 화장품이기에 분실 우려를 줄이고, 패션 아이템으로도 활용 가능하다. 물론, 성분과 포장은 모두 친환경 비건 성분으로 만든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잃어버릴 우려가 적은, 보기에 예뻐서 패션 아이템으로 활용 가능한, 보습 효과도 우수한 이 제품은 소비자들로부터 많은 인기를 모았다. 모자나 옷자락, 가방에 캠퍼스블라썸의 클립형 립밤을 끼워 자랑하는 인스타그램 게시물이 늘었다. 윤혜원 대표는 이어 비건 립밤 민트, 비건 선밤 자외선 차단제, 비건 톤업 컨실러 등으로 클립형 제품군을 늘린다. 겉모습을 본따 ‘마카롱’이라는 제품명을 짓고, 토끼 ‘푸루’와 디즈니 캐릭터와의 협업도 시도했다.
캠퍼스블라썸은 여성의 피부를 부드럽게 어루만질 비건 톤업 선크림, 닥토 두유크림 스킨 패드와 수분장벽 크림 등을 연이어 출시한다. 이들 제품도 출시 직후 신선 유기농 선별 샵 프레딧에서 인기 상품으로 자리 잡을 만큼 많은 인기를 모은다.
윤혜원 대표는 비건 화장품 제품을 알릴 또 다른 방법으로 크라우드펀딩을 선택한다. 무자극 다크서클 톤업 밤을 내세워 목표 금액을 4401% 초과 달성했다. 자신감을 쌓은 캠퍼스블라썸은 자사몰과 함께 인스타그램과 카카오 메이커스, 무신사 등으로 판매 영역을 넓힌다. 한국야쿠르트의 유기농 플랫폼, 인기 화장품 편집샵 세포라의 팝업 스토어 등 결이 맞는 곳과 협업도 진행했다.
국내 신제품 출시 이어 해외 시장 진출, 비건의 긍정 효과 전파하는 기업으로
캠퍼스블라썸은 창업 1년 여만에 ‘세포라가 선정한 한국의 차세대 K 뷰티 브랜드’에 선정된다. 이를 계기로 우리나라 세포라 매장 여러 곳에 오프라인 팝업 스토어를 꾸렸다. 온라인 홍보 전략으로는 인스타그램과 디지털 커머스를 선택했다. 화장품 크리에이터와 협업 라이브 방송으로 소비자 체험 후기를 늘리고, 제품 체험단과 아이돌 모델 협찬도 이었다. 토끼 푸루, 디즈니 캐릭터 미키마우스 등과 협업해 비건 화장품과 함께 동물실험 반대 철학도 알린다.
다음 단계인 해외 진출의 교두보도 튼튼히 쌓는다. 미국에는 아마존으로, 일본에는 크라우드 펀딩으로 각각 캠퍼스블라썸의 제품을 선보인다. 마카롱 시리즈에 관심을 가진 일본 온오프라인 유통 채널 관계자와 긍정적인 방향으로 진출을 논의 중이라고 윤혜원 대표는 밝혔다.
짧은 시간에 풍부한 상품군과 인상 깊은 판매량을 확보한 코스모블라썸. 윤혜원 대표는 11월 신제품 ‘복숭아 스틱’을 선보여 이 기세를 잇는다. 2023년부터는 2030 여성을 위한 비건 화장품을 연구 개발하고 사명과 상표명을 알리는 데 힘쓴다. 이를 토대로 2024년에는 남성용 비건 화장품 시장에 뛰어든다. 이후에는 남녀노소 모두를 아우르는 비건 뷰티 브랜드, 사람들의 생활 속 곳곳에 스며들어 비건의 긍정적인 효과를 전파하는 기업으로 발전하는 것이 코스모블라썸의 목표다.
윤혜원 대표는 자신의 화장품 업계 20여 년의 경력을 고스란히 캠퍼스블라썸 제품군에 이식했다고 강조한다. 이들의 제품은 저자극에서 한 발 더 나아간 개념인 무자극 인증을 각각 받았다. 피부 문제를 자주 겪는, 그래서 화장품을 까다롭게 고르는 20대 여성 소비자를 만족하려면 저자극으로는 모자라다는 것, 무자극이어야만 한다는 것이 그녀의 지론이다.
물론, 화장품의 매끄러운 감촉을 내지만, 모공을 막는 실리콘과 같은 성분은 최소화했다. 화장품 소재와 친환경 플라스틱 포장도 미국의 비건 인증을 받았다. 제품 배송 시 탄소 절감을 위해 옥수수 전분으로 포장 완충재를 사용하고, 배송용 상자는 종이 테이프로 고정한다.
소비자와의 소통, 상표의 힘 강화하고 알려 해외 진출 성공으로 이끌 전략 원한다
윤혜원 대표는 우리나라, 나아가 아시아 비건 화장품 문화를 일군다는 명확한 목표를 가졌다. 그러려면 코스모블라썸 앞에 높인 허들을 하나씩 넘어야 한다. 우선 우리나라 소비자에게 비건 화장품의 정의와 의미, 코스모블라썸의 철학과 이들이 가져다 줄 제품의 장점을 잘 알려야 한다. 이를 위한 ‘소비자 소통 전략 강화’라는 과제를 먼저 받았다.
세계 비건 화장품 기업의 제품과 ‘차별화’도 해야 한다. 선크림이나 립밤의 효능은 소비자가 단번에 체감하기 어려워 차별화 요소로 적합하지 않다. 코스모블라썸은 제품 기획·생산·배송 모두 비건에 어울리며 저자극이 아닌 무자극이라는 점이 차별화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이 장점을 주요 소비자층에게 잘 전달하고 공감을 이끌어내야 한다. 코스모블라썸의 주요 소비자층은 20대 여성 소비자다. 유행에 민감하고 저마다 개성과 감각이 다른 이들에게 다가갈 효과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 역시 소비자 소통 전략으로 이어진다.
코스모블라썸은 자사몰을 포함해 특정 판매처에서만 상품을 판매한다. 제품의 품질로 승부를 거는 것도 좋지만, ‘판매처를 다양하게 운영해 더 많은 소비자와 만나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야 소비자 유입과 차별화 경쟁력 강조, 상표 인지도 확대와 매출이라는 결과를 낸다.
윤혜원 대표는 지금은 광고 홍보보다는 제품 연구 개발과 제품군 확장에 집중한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판매처를 늘리고 소비자에게 다가갈 때 전달할 ‘브랜드 파워’를 만들어야 한다. 지금까지 활용해 성과를 낸 콘텐츠 커머스,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최신 전략도 세워야 한다.
유통 채널, 특히 ‘해외 유통 채널로의 확장’도 풀기 어려운 과제다. 윤혜원 대표는 자신의 화장품 업계 경력 가운데 유일하게 없는 것이 소형 브랜드의 해외 진출이라고 고백한다. 해외 바이어의 제안을 어디까지 받고 어떻게 분석하고 결정할지, 계약서 내에 독소 조항은 없는지 모든 것이 쉬이 결정하기 어려운 문제다. 코스모블라썸은 이화여자대학교와 SBA 글로벌 전문가로부터 조언을 받고 이를 해결한다. 서울특별시가 강조 중인 K 뷰티 정책도 힘을 싣는다고 한다.
윤혜원 대표는 코스모블라썸에 자신의 비전과 전문성을 반영, 개인 브랜드 성공이라는 꿈을 이루려 한다. 세계 소비자들에게 자신을 꽃피우도록 돕는 비건의 아름다움을 전하면서 이 시장을 선도할 인재까지 낳는,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기업으로 코스모블라썸을 발전시키려 한다.
이런 코스모블라썸의 전략과 비즈니스모델을 황현철 인사이터스 대표는 날카롭게 분석했다. 그리고 윤혜원 대표의 역량을 살려 사업 영역을 넓힐 방안, 코스모블라썸의 가치를 다듬고 높일 방안을 찾아내 전수했다. 다음 기사에서 코스모블라썸의 비즈니스모델 분석 결과와 도전 과제의 해결 방안을 자세히 살펴본다.
글 / IT동아 차주경(racingca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