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먹구름 낀 카카오 "사고 수습과 신뢰 회복이 우선"
[IT동아 권택경 기자] 카카오가 3일 오전 3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을 열었다. 아직 먹통 사태 여파가 반영되지 않았음에도 증권가 전망을 하회하는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 카카오는 당분간 전사적 역량을 사고 수습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집중해 신뢰 회복과 지속성장 발판으로 삼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카카오가 공개한 연결 재무제표에 따르면 카카오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150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6% 감소했다. 매출은 1조 8587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8% 증가했지만, 지난 2분기 매출의 전년 대비 35% 성장과 비교하면 성장세가 꺾인 셈이다. 이러한 실적은 증권사 전망치 평균(컨센서스)인 매출 1조 9029억 원, 영업이익 1790억 원에 못 미치는 수치다.
이번 실적 ‘어닝쇼크’는 광고시장 침체와 게임 분야 실적 부진 등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10월 15일 발생한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 사고 여파가 반영될 4분기 실적 발표 전망도 어두운 상황이다. 카카오 홍은택 대표는 “현재까지 파악한 매출 손실과 이용자 직접 보상에 따른 단기적 재무 영향은 약 400억 원 규모”라면서도 “아직까지 지원책 등이 확정되지 않아 확답을 드리긴 어렵다”고 말했다.
일부 서비스 출시에도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홍 대표는 “사고 수습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이 전사적 최우선 과제로 설정되어 있어 그동안 준비한 서비스 런칭 일정들이 불가피하게 한두달 정도 일부 지연될 것으로 예상 중”이라고 밝혔다.
이번 컨퍼런스콜은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 사고 이후 열린 만큼 사고 여파와 향후 계획에 대한 관심이 집중됐다. 홍 대표는 모두발언에서 “카카오톡은 국민 대다수가 쓰는 서비스이고 이에 부합하는 책무를 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 책무에 소홀한 점이 없도록 철저히 조사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근본적 대책을 세우고 실행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홍 대표는 “현재 데이터센터 화재 관련 대응 컨트롤타워인 비상대책위원회에서는 원인 조사, 재발 방지와 보상 대책 마련을 위해 3개의 소위원회 가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원인조사소위는 이번 사고의 직접적 원인과 그 배경이 되는 간접적 원인을 철저히 조사하고, 재발방지소위는 그동안 미비했던 부분의 보완과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 중이며, 보상검토소위는 이번 장애로 피해를 겪은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고와 관련된 기술적 상황과 개선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홍 대표는 “많은 회사가 나름대로 다양한 계획들을 갖고 있겠지만 실제로 겪어본 상황에서 배운 깨달음이나 지식은 차원이 다르다고 생각한다”면서 “카카오 역시 관련 정보와 개선 상황을 최대한 공개하여 한국 IT업계 전반의 기술 발전에 기여하면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계기가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현재 건립 중이거나 건립 예정인 데이터센터들은 방화, 내진과 같은 방재시설을 더욱 안전하게 구축할 예정이며, 블랙아웃과 같은 비상상황에 대비해 비상발전기와 UPS 설치를 강화하여 안정성을 한층 더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카카오는 안산에 위치한 한양대 에리카 캠퍼스에 자체 데이터센터를 2023년 준공을 목표로 건립 중이다. 제2데이터센터는 서울대 시흥 캠퍼스에서 건립하기 위해 서울대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상태라고 밝혔다.
이번 사태 책임을 진 남궁훈 대표 사퇴와 무관하게 남궁 대표가 추진하던 주요 사업 계획 방향성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도 했다. 홍 대표는 “제가 대표이사를 맡기 전부터 남궁훈 대표와 카카오톡 비전에 대해 활발하게 협의를 해왔다”며 “관심사 기반의 비지인 커뮤니케이션을 활성화하고 커뮤니케이션 영역을 확장하고자 하는 전략의 방향성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이번 장애로 카카오의 사회적 책임감과 펀더멘털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됐다”면서 “서비스 유저가 국민 그 자체일 때 가져야 할 책임감을 무겁게 느꼈다”고 말했다.
카카오의 문어발 확장을 지적하는 목소리에 대해서는 단순 계열사 숫자가 아닌 특성과 구성에 주목해달라고 해명했다. 배재현 카카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전체 계열사 중 30인 미만 소규모 회사가 80%에 이른다. 대부분 웹툰·웹소설 스튜디오, 게임개발 스튜디오, 영상 제작 스튜디오, 음악 제작 스튜디오 등 글로벌 IP 콘텐츠 제작사”라며 “이런 소규모 회사들을 제외하고 보면 카카오 주요 계열사 숫자는 10개 미만”이라고 설명했다.
자회사 상장에 관해서도 “최근 카카오를 둘러싼 다양한 이해 관계자들의 우려를 잘 인지하고 있다. 카카오 공동체들의 상장 이슈는 카카오 전체 기업 지배구조 관점에서 다시 살펴보고 있다”면서 “카카오의 주주를 보호하고 주주가치를 제고하는 방향으로 해당 계열사의 기존 주주와 투자자들과 논의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글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