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로 성장한 헬스케어 산업, 그 배경에 기술기업 협력 있었다
[IT동아 남시현 기자] 코로나 19는 전 세계 헬스케어 시장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왔다. 기존의 헬스케어 시장은 바이오 기업이 주축을 이루며, 기술 기업들이 협력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코로나 19로 헬스케어 서비스의 모델이 변화하면서 기술 기업들이 전면에 나서는 상황이 됐다. 한국 딜로이트 그룹은 코로나 19로 인한 헬스케어 서비스의 변화로 △구성원 개별의 안전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서비스 및 케어 장소 변화 △ 환자와 의료진의 상호 작용에 가상 진료 도입 △ 경쟁 체제가 아닌 민관 파트너십을 통한 협력 체제 구축 △ 다른 산업에서의 성공한 기업이 새롭게 헬스케어 시장에 진출 △ 공평한 의료 서비스로 인종과 사회 경제적 지위 간의 건강 불균형 해소 등을 꼽았다.
코로나 19 직전과 달리 전 세계인의 공중 보건 확보라는 궁극적 목표를 두고 기관과 기업들이 힘을 합치고, 글로벌 기술 기업들이 헬스케어 시장의 진보를 위해 힘을 보태고 있다. 특히나 딜로이트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소비자의 60%가 건강 관련 가상 기술을 통해 개인 건강 데이터를 공유하는 것에 거부감이 없고, 의사의 85%가 전자 의료 데이터를 통합하고 공유하는 방안이 향후 표준 관행이 될 것으로 보고 있어 의료와 디지털 기술의 융합도 더욱 빠르게 진행될 예정이다. 코로나 19 기간 동안 헬스케어 서비스와 역량 확대에 집중한 인텔의 사례로 기술 기업들의 향방을 짚어본다.
인텔, 기술 기업의 헬스케어 시장 진출의 모범 사례
인텔은 종합 반도체 기업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반도체와 마이크로프로세서는 물론 인터넷 기반 기술과 클라우드, 사물인터넷, 자율주행 등 초연결시대에 통용되는 다양한 기반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헬스케어 사업 역시 2005년 당시 최고 경영자인 폴 오텔리니(Paul Otellini)의 주도로 본궤도에 올랐으며, 2022년 현재 의료 영상이나 로봇 공학, 원격 의료 및 인공지능, 빅데이터 기반 예측 분석 등 인프라는 물론 정밀 의학 및 유전체학, 디지털 병리학까지 전방위적인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코로나 19 초기였던 2020년 4월, 전염병 대응 기술 이니셔티브(Pandemic Response Technology Initiative, 이하 PRTI)에 5천만 달러를 빠르게 지원했던 이유도 헬스케어 시장에 대한 확고한 역량이 있었기 때문으로 평가되고 있다. 당시 인텔은 코로나 19 테스트 및 코로나 바이러스 염기서열 해독을 위한 인텔 클라이언트 및 서버 솔루션을 배포하기 위해 인도 과학 산업 연구 위원회 및 국제 정보 기술 연구소와 협력했고, 일반 침대를 임상적 거리두기 및 치료 모니터링 용도로 변환하는 플랫폼의 제작을 지원하는 등 가능한 분야 전반에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인텔코리아 역시 국내 코로나 19 상황에 맞춘 지원을 이어왔다. 지난해 인텔코리아가 발표한 코로나 19 대응 기술 이니셔티브 국내 사례 공유에 따르면, 전 세계 170개 조직 230개 프로젝트가 PRTI의 지원을 받았으며, 국내에서도 유전체 분석, 의료 인공지능, 의료 모빌리티 등 총 9개의 프로젝트가 포함됐다. 임상유전체 분석 전문기업 GC녹십자지놈은 유전체 분석에 특화된 인텔 셀렉트 솔루션을 활용해 코로나 19 혈장 치료제 개발에 필요한 유전자 분석 연구를 진행해 치료제의 상용화 시기를 앞당길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의료 인공지능 기업 제이엘케이(JLK)는 인텔의 데이터 분석 및 인공지능 개발 도구인 오픈비노(OpenVINO)를 토대로 인공지능 의료 알고리즘을 탑재한 폐질환 분석 인공지능 솔루션인 ‘제이뷰어엑스(JVIEWER-X)’를 개발했다. 이 솔루션은 휴대용 엑스레이 카메라로 코로나 19를 비롯한 16가지 폐질환을 검출한다. 의료 인공지능 플랫폼 기업 딥노이드(Deepnoid)는 인텔 제온 SP 서버 시스템을 활용해 코로나 19 원격 협진 서비스를 구축했으며, 인공지능 제조업체 삼텔 랩스(SAMtel Labs)는 코로나 19 감염 환자를 이송할 때 의료진을 보호하는 ‘환자용 항바이러스 자율 이동체’를 개발한 바 있다.
인텔코리아 김정욱 상무는 “2020년 팬데믹 상황 개선에 기여하고자 인텔 팬데믹 대응 기술 이니셔티브(PRTI)의 일환으로 국내 의료 파트너사들의 주요 프로젝트들을 지원해 왔다.”며 “CPU 및 오픈비노 툴킷 등 인텔의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로 국내 AI 의료 솔루션의 적용과 확산에 기여하게 되어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코로나 19 지원 넘어, 헬스케어 시장 성장에 공헌
코로나 19 대응 기술 개발이라는 소기의 목적을 넘어 헬스케어 시장에서 주목받는 기업으로 성장하는 사례도 나왔다. 의료 인공지능 기업 루닛(Lunit)은 GE 헬스케어와 협력해 인공지능 기반 흉부 엑스레이 분석 솔루션 ‘흉부 케어 스위트’를 구축했다. 여기에 GE 엑스레이 장비와 연동하는 과정에서 인텔 오픈비노 기술을 활용해 솔루션을 연동했고, 그 결과 성능을 약 네 배까지 향상시켰다.
이후 2021년 8월에는 폐 질환 진단 보조 인공지능 소프트웨어인 ‘루닛 인사이트 CXR’이 GPU는 물론 CPU에서도 동작하도록 만들었다. 루닛 인사이트 CXR은 흉부 엑스레이에서 가장 흔하게 발견되는 열 가지 비정상 소견을 97~99% 정확도로 검출하는 인공지능 기술로, 폐암 조기 진단부터 WHO가 전문의를 대신할 수 있는 결핵 진단 소프트웨어로 소개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간 루닛 인사이트 CXR의 인공지능 기술은 병렬 연산 처리 기능이 뛰어난 GPU를 활용해서 동작했지만 이를 범용성과 보급률이 높은 CPU로도 처리가 가능하도록 만든 것이다. 덕분에 고가의 GPU 솔루션을 CPU로 대체함으로써 더 넓고 많은 분야에서 루닛 인사이트 CXR이 사용될 수 있게 됐다.
루닛 인사이트를 도입한 의료기관은 올해 6월 500곳을 돌파한 지 4개월만에 10월 기준 1천 곳을 돌파했으며, 이중 80%는 아시아, 유럽, 중동, 중남미 등 해외 의료기관이다. 루닛은 지난해 11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루닛 인사이트 제품군을 허가받은 이후, 지난 6월 캐나다 보건부(Health Canada), 8월 대만 식품의약품청(TFDA) 등 주요 국가에서 루닛 인사이트 제품의 판매 승인을 획득했다. 또한 전 세계 흉부 엑스레이 및 유방촬영기기 시장 점유율 약 50%를 차지하는 GE헬스케어, 필립스, 후지필름 등과 파트너십을 체결하는 등 헬스케어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앞으로의 헬스케어 시장, 협력과 지원 밑바탕 되어야
코로나 19 이후 변화를 겪지 않는 산업 분야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중에서도 헬스케어는 공중 보건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급격한 체질 변화를 겪었다. 인텔은 PRT의 경험을 바탕으로 2021년에도 2천만 달러 규모의 인텔 라이즈 테크놀로지 이니셔티브를 통해 의료 및 교육, 경제 회복 등 사회 문제 해결에 기여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온실가스 배출과 쓰레기 발생 저감을 위한 자원 절약 프로젝트 투자, 다양성과 포용적 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글로벌 포용 협의체(Alliance for Global Inclusion)에 대한 노력, 미국 전역의 산업과 연계하는 인공지능 연구소를 설립하는 AI 인큐베이터 네트워크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협력하고 있다. 인텔과 같은 기술 기업들의 협력이 있기에, 다양한 산업에서 더 높은 기준을 달성하는 셈이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