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와이파이 7 2024년 상용화 위해 '주도적 역할'
[IT동아 남시현 기자] 오늘날 와이파이 기술이 널리 퍼질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인텔 센트리노 플랫폼의 역할이 컸다. 와이파이 프로토콜의 첫 번째 버전은 1997년 출시됐는데, 전송 속도가 초당 2메가비트에 불과했다.1998년 두 번째 프로토콜이 발표되면서 최고 속도가 11메가비트로 상향됐고, 1999년 애플 아이북 노트북이 최초로 와이파이를 지원하면서 상용화의 문이 열렸다. 하지만 애플 제품 자체가 소비자 층이 두텁지 않은 터라 시장이 적극적으로 열리진 못했고, 2003년에 이르러 인텔은 ‘센트리노’라는 무선 노트북 플랫폼을 공개하며 비로소 무선 인터넷 시장이 개막했다.
센트리노는 인텔 프로세서와 메인보드 칩셋, 그리고 무선 네트워크 어댑터로 이루어진 노트북 규격으로, 와이파이를 지원하는 무선 네트워크 어댑터를 기본 탑재하는 게 핵심이다. 그전까지는 무선 네트워크 지원이 선택 사항이었다. ‘센트리노’가 붙은 제품만 사면 적절한 성능에 무선 인터넷까지 활용할 수 있으니 센트리노 플랫폼은 순식간에 전 세계적으로 확산했으며, 와이파이도 함께 퍼져나갔다. 이후 와이파이는 노트북을 거쳐 데스크톱과 피처폰, 이후 스마트폰으로 이어지며 더욱더 확산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20년 간 빠르게 발전한 와이파이, 여정은 계속된다
오늘날 와이파이는 이론상 9.6Gbps의 속도를 내는 와이파이 6 버전이 상용화됐으며, 1999년 출시된 버전과 비교해해 최대 4천 800배는 빠르다. 와이파이는 노트북과 데스크톱, 태블릿, 스마트폰은 물론 백색 가전이나 생활 가전 등과 결합해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까지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으며, 공공장소는 물론 기차나 비행기 같은 교통 수단에서도 누릴 수 있을 만큼 대중화됐다.
하지만 와이파이 6 자체는 전 세대인 와이파이 5에서 여러 사람이 동시에 활용할 때 효율성을 높이는 다중 입력 다중 출력(MU-MIMO)이나 전송 방식인 직교 주파수 분할 다중 액세스(OFDMA)를 최적화한 버전이라 속도 등에서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 와이파이 6의 이론상 성능을 끌어내기 위해 대역폭을 6Ghz로 늘린 와이파이 6E 버전도 등장한 상태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인텔은 IEEE P802.11be, 와이파이 7으로 불리는 차세대 무선 인터넷 표준의 확산을 위해 다시 한번 팔을 걷어 부치고 있다. 와이파이 7은 2.4GHz 및 5GHz, 6GHz 대역을 활용하며, 이론상 최대 36Gbps에 달하는 전송 속도를 제공한다. PC에 실제 적용되는 잠재적 데이터 속도는 최대 5.8Gbps로, 와이파이 6E의 잠재적 데이터 속도인 2.4Gbps와 비교해 2.4배 더 빠르다. 와이파이 6가 실사용에서 최대 초당 300메가바이트의 전송 속도라면, 그 두배인 초당 600메가바이트를 지원한다. 이는 15GB 용량의 고용량 데이터 파일을 25초 안에 다운로드할 수 있는 속도다.
채널은 이전 세대의 두 배에 달하는 320MHz를 지원하며, 현재 1024 QAM(Quadrature Amplitude Modulation, 직교 진폭 변조)을 최대 4096 QAM으로 지원해 데이터 흐름의 효율성이 대폭 향상된다. 데이터를 물류 처리에 비교하자면, 이전 세대보다 두 배 큰 트럭(채널)을 활용해 트럭의 화물 공간을 네 배 이상 효율적으로 적재(4K QAM)해서 전달한다고 이해하면 빠르다.
새롭게 추가된 기능으로는 다중 링크 동작(Multi Link Operation, MLO)과 다중 리소스 유닛이 있다. 기존의 와이파이는 기기에 접속해있는 동안 하나의 대역만 활용한다. MLO는 속도와 안정성에 관한 기술이다. 와이파이 6의 경우 2.4Ghz와 5Ghz가 각각 있고, 이중 최적의 대역이 자동으로 선택된다. 와이파이 7은 두 대역을 동시에 연결해 중복, 고유 데이터를 공유해 더 빠르고 정확하게 작동한다. 다중 리소스 유닛은 최대 320MHz의 채널을 최적의 조건에 맞춰 전송한다. 기기는 자동으로 240MHz를 메인으로 두고 80MHz를 보조로 활용하거나, 160Hz와 160Hz로 나눠 동일하게 데이터를 분산하는 식으로 데이터를 받는다.
와이파이 7, 빠르면 2024년부터 시작
와이파이 7은 현재 세부 기능 및 표준화가 진행 중이며, 2021년 3월 초안이 발행된 이후 2024년 초 최종 버전이 확정될 예정이다. 대만 미디어택은 올해 2월에 세계 최초의 와이파이 7 칩 ‘파이로직’을 선보인 바 있으며, 퀄컴 역시 지난 6월에 와이파이 6E 및 7을 지원하는 신규 RFFE 모듈을 공개한 바 있다. 인텔은 지난 9월, 브로드컴과 협력해 최초로 와이파이 7 모듈을 장착한 인텔 프로세서 기반 노트북을 선보인 바 있다. 일반적으로 초안이 확정되기 1~2년 전부터 제품이 등장하는 전례에 비춰볼 때, 2024년 1분기 전에 이미 와이파이 7이 적용된 스마트폰과 노트북 등을 접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인텔은 와이파이 7이 상용화될 경우 8K 오디오 및 비디오 스트리밍, 증강현실 및 가상현실, 클라우드 게임, 양방향 애플리케이션, 산업용 사물인터넷과 원격 진단, 원격 수술 등의 환경이 더욱 빠르게 확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와이파이 6의 목적이었던 공동 및 다중 이용시설에서의 성능 확보나 쾌적한 사물인터넷 환경 조성, 4K 스트리밍이나 증강현실, 가상 현실 등의 환경에서도 더 높은 성과를 거둘 수 있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 국가가 와이파이 7를 위한 준비 작업에 착수한 상황이다. 와이파이 7이 상용화하려면 이미 사용 중인 2.4GHz 및 5GHz 대역 말고도 6GHz 대역까지 확보해야 한다. 다행히 현재 상용화된 와이파이 6E에서 먼저 6GHz 대역을 요구함에 따라 우리 정부도 2020년 6월에 6GHz(5.925∼7.125GHz, 1.2GHz 폭) 대역을 5G 이동통신 및 와이파이용 비면허 주파수로 설정했다. 이외에도 북미 및 남미, 유럽 등 36개 국가가 6GHz 대역폭을 와이파이 용도로 이미 할당했거나 할당할 예정이다.
다가오는 초연결 사회에서는 네트워크의 중요성이 더욱더 강조된다. 이미 전 세계 통신업계는 5G 망을 단독으로 사용하는 5G SA(Standalone) 확산에 공을 들이고 있으며, 5G를 넘어서는 6G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 의견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6G 기술에 해당하는 정부 표준이나 비정부 표준이 없어 상용화까지는 오랜 시간이 더 소요될 전망이다.
다행히 와이파이는 인텔의 전폭적인 협력 덕분에 꾸준히 발전을 이어나가고 있다. 인텔은 와이파이 4와 5, 6/6E에 대한 기술 표준에 핵심 역할을 수행했고, 지금도 인텔 펠로우 겸 클라이언트 컴퓨팅 그룹 무선 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 카를로스 코데이로(Carlos Cordeiro) 박사가 와이파이 표준을 정의하는 와이파이 얼라이언스(WiFi Alliance) 위원회의 위원장으로 활동하며 표준화 및 규격화를 주도하고 있다. 인텔이 수십 년간 꾸준히 IT 업계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배경도 이런 노력들 덕분이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