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망설여지는 RPA 전사도입... AI와 클라우드로 해결 가능해
[편집자주] IT 기술이 생활 전반에 뿌리를 깊게 내리면서, 안정적인 IT시스템 관리가 필수 요소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미래 기술이라는 자율주행차와 UAM(도심형 항공 모빌리티), 원격의료, 스마트시티나 스마트팩토리 등도 결국 IT시스템에 의해 돌아갑니다. IT시스템에 문제가 생기면 이용자 안전도 위험해질 수 있습니다. 이에 IT시스템 운영 및 관리와 관련된 업계의 이야기를 전하려 합니다. 본문 내 의견과 내용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RPA(로봇프로세스자동화)를 사용하는 고객을 만나면서 그들의 고민은 크게 세 가지 정도가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첫째, RPA를 구축할 땐 고객의 예상보다 큰 비용이 들어간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RPA는 1대당 연 600~1000만원의 엔진 라이선스 비용을 지불하고 사용하는 방식이다. 엔진 열 대를 도입하려면 연 1억 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RPA 스크립트를 짜는 에디터와 통합 컨트롤 시스템까지 비용이 추가로 들어간다. 비용 문제 때문에 고객들은 도입을 하고서 RPA를 전사적으로 확대하는 걸 망설이게 된다고 한다.
둘째, 업무가 변경될 때마다 RPA 스크립트를 수정해야 하므로 매번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기존엔 A와 B라는 사이트에서 RPA가 데이터를 추출했는데, 이제 C라는 사이트에서 데이터를 추출해야 한다고 하자. RPA 스크립트 수정이 필요하다. RPA 역량을 갖춘 직원이 내부에 있기는 어려우니 결국 SI(시스템통합)성으로 외부에 스크립트 관리를 맡기는 기업이 많다.
셋째, 업무가 조금 복잡해지면 RPA가 이에 대응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업무 프로세스에 따라 여러 행위를 수행하고, 결과를 리포팅하는 등 요구되는 행위가 늘어나면 RPA가 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게 된다. 이에 따라, RPA가 하는 일은 허드렛일 정도라는 불만이 나온다.
최근 IT시스템이 고도화되면서 RPA가 수행해야 하는 업무는 복잡해지고 있다. RPA 전사 도입을 위해선 고난도의 작업을 이해하는 능력도 중요해지고, 도입 비용과 관리 비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이 필요해진 상황이다. 필자가 속한 회사는 이를 인공지능(이하 AI)과 클라우드로 해결하고 있다.
RPA 자동화, 아직 복잡한 일을 하지 못해…
우선, AI에 대한 이야기부터 해보자. 요즘 AI가 적용되지 않는 분야는 없다고 하지만, RPA 업계에선 AI의 도입이 생각만큼 빠르게 진전되지 않았다. 최근 만났던 국내 유명 ITSM(IT서비스관리) 업체 A의 관계자로부터 “고객들이 AI가 적용된 RPA를 원하지만 이를 구현하기가 쉽지 않다. 두 가지 기술을 모두 갖춘 기업이 없다 보니 AI기업과 RPA기업이 시스템을 별개로 구축한다”며 업계의 사정을 들은 적이 있다. 결과는 어땠을까? 대부분 만족스럽지 않았다고 한다. RPA와 AI는 서로의 시스템이 밀접하게 연결된 상태에서 솔루션이 구현돼야 하기 때문에 당연한 일이다.
국내 ITSM 기업들이 AI에 주목하게 된 배경엔 해외 ITSM 솔루션 기업들의 국내 진출이 있다. 미국과 한국은 업무 스타일이 다른데도 해외 ITSM 기업들은 국내에서 선방을 하고 있다. A기업은 그 이유를 AI에서 찾았다. 해외 ITSM 기업들은 자사의 솔루션에서 일정 부분 AI 기능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는 가볍게 넘길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ITSM은 규모가 큰 회사라면 대부분 사용하는 국제적으로 표준화된 IT시스템 운영 방법론이다. 기업의 시스템을 모두 전산화하도록 돕는 솔루션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업무 프로세스와 이를 담당할 직원 그리고 작업의 결과, 장비의 규모와 이력 등이 자세하게 ITSM 시스템에 기록된다.
이 과정에 AI를 제대로 접목하지 않으면 모든 작업은 사람이 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비효율성의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IT장비의 패스워드 업데이트 일정이 다가오면, 이를 수행하는 것도 결과물을 보고하는 것도 사람의 몫이다. 그 과정에서 기계와 달리 사람은 실수를 저지를 수도 있어 항상 주의가 필요하다. 또한, 하나의 업무를 사람과 RPA에게 나눠서 배정하면, RPA와 사람이 번갈아가면서 작업을 수행하니 업무가 매끄럽게 진행되지도 않는다.
ITSM 속에서 구현되는 RPA의 업무는 생각보다 복잡하다. 먼저, RPA가 작업을 하고 결과물을 인식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RPA가 ITSM에 기록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 특정 홈페이지에 접속해 로그인을 하고, A라는 메뉴에 들어갔다고 해보자. RPA는 명령어에 입력된 대로 A라는 메뉴에 잘 들어갔는지 결과의 값을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
결과의 값을 빠르고 정확하게 인식하려면 화면을 시각적으로 읽는 방식의 AI를 적용하면 된다. 기존 RPA는 홈페이지 HTML 소스에서 홈페이지 인터페이스를 확인하고 결과의 값을 인식했다.필자의 회사에선 대상 이미지를 학습하는 머신러닝으로 해결했다. AI를 통해 사람 눈처럼 화면 속 대상을 인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패스워드 업데이트 자동화처럼 단순해 보이는 작업도 작업 흐름을 이해하는 ‘브레인’인 AI가 필요하다. 예를 들면, IT 장비의 IP 주소와 기존 아이디, 패스워드를 보관한 장소 등을 RPA에게 전달하고, 새로운 패스워드를 생성한 뒤 결과물을 리포팅하라는 지시를 내릴 주체가 필요한 것이다. 이처럼 업무가 복잡해질수록, AI라는 두뇌를 통해서 전반적인 행동을 이해하고 RPA를 컨트롤하는 것이 중요해진다.
SaaS로 저렴한 비용으로 신속한 도입 가능해
최근 SaaS의 효율성이 널리 인지되면서 국내 기업들의 SaaS 도입도 속도를 내고 있다.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는 PC 등에 직접 SW를 설치할 필요 없이, 퍼블릭 클라우드에 설치된 SW를 인터넷으로 제공받는 서비스를 말한다.
국내에선 SaaS 방식의 RPA를 적극적으로 영업하는 RPA 업체는 아직 별로 없다. RPA를 클라우드 방식으로 사용하면 불편한 점이 있기 때문이다. 클라우드형 RPA는 스크립트를 만들 때 웹에서 에디터를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웹에서 돌아가는 클라우드 프로그램은 보안 문제로 인해 PC의 리소스를 사용할 때 제약이 걸린다. 기능상 불편함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는 고객사가 아닌 RPA 업체가 표준 스크립트를 작성하고 배포하는 방식으로 해결이 가능하다. 고객사의 PC 리소스를 사용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IT운영관리 업무를 위한 표준 RPA 스크립트만 만들어 놓으면 이를 기업 장비에 바로 적용할 수 있다. 리눅스나 윈도처럼 장비별 OS에 맞춰 표준화된 RPA 스크립트를 작성할 수 있어 가능한 방식이다. 이외에도, SaaS 방식은 RPA인프라를 위한 구축 비용이 들어가지 않고, 스크립트 작성을 위한 SI 업무도 필요하지 않다는 게 장점이다.
국내 기업들이 RPA를 도입하기 시작하고서 3년 정도가 지났다. 금융권을 필두로 대기업들이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섰지만, 그 이후의 소식은 잘 들려오지 않는다. RPA를 전사적으로 확대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RPA 자동화를 효율화하는 AI기술과 SaaS 서비스가 존재하고, 해외에선 이를 활용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러한 기술들을 잘 활용한다면 RPA 자동화의 생산성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이다.
글 / 인포플라 최인묵 대표
인포플라는 인공지능과 소프트웨어 로보틱스를 IT서비스의 운영관리에 적용하여, 그간의 장애탐지 위주의 IT운영에서 벗어나 장애를 예측하고 사전에 조치하는 미래의 장애예방 시대를 앞당기고 있는 전문 기술기업이다. 최인묵 대표는 대학원에서 인공지능을 전공했으며, 활발한 창업을 통해 응용레벨 인터넷 멀티캐스트 프로토콜, 콘텐츠 아카이브 플랫폼, 인공지능 IT운영관리 플랫폼 등을 개발해오며 국내외 IT현장에서 활동해오고 있다.
정리 / IT동아 정연호(hoh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