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애정남] 갑자기 느려진 스마트폰·PC, 원인은 꽉 채운 저장공간?
[IT동아 권택경 기자] 스마트폰이나 PC를 오래 쓰다보면 처음 샀을 때보다 속도가 느려졌다고 느껴지는 때가 옵니다. 이유는 정확히 몰라도, 보통 초기화를 하면 새 것처럼 속도가 다시 빨라질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매번 초기화를 하기엔 다시 설정하는 데 드는 시간이 아깝기도 합니다. 좀 더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docXXXX님이 주신 질문입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다보면 어느날 눈에 띄게 속도가 느려지기 시작합니다. 이런 경우 PC라면 윈도를 새로 세팅하면 되는데, 스마트폰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 백업하고 초기화하면 다시 빨라질까요?” (일부 내용 편집)
저장공간 가득 차면 속도 저하 일어나
스마트폰이나 PC가 느려지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사용하다 보니 어느샌가 체감될 정도의 속도 저하가 생겼다면 저장공간이 가득찬 게 원인일 가능성이 큽니다. 스마트폰은 PC의 SSD와 마찬가지로 플래시 메모리를 기반으로 한 저장매체를 사용합니다. 이러한 저장매체들의 일반적인 특징 중 하나가 저장공간에 여유가 없으면 속도 저하가 발생한다는 점입니다.
이유는 이렇습니다. SSD와 같은 플래시 메모리 기반 저장매체는 셀이라는 기본 단위에 데이터를 기록하는데, 이 셀에는 기록할 수 있는 횟수의 한계가 있습니다. 만약 한 셀에만 데이터를 쓰고, 지우고를 반복하면 그 셀은 금방 수명을 다해서 못 쓰게 되겠죠. 이런 일을 막기 위해 플래시 메모리 기반 저장매체들은 모든 셀이 균일하게 마모될 수 있도록 하는 알고리즘을 활용합니다. 데이터를 저장할 때 수명이 더 많이 남은 셀을 먼저 쓰는 식이죠. 이를 위해 저장매체에 달린 제어칩이 알아서 데이터 위치를 적절히 옮기면서 정리하는 작업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저장공간이 가득차면 이 ‘정리 작업’의 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 창고에서 물건을 정리할 때를 생각해봅시다. 여유 공간이 있다면 물건을 빼서 다른 위치에 다시 넣는 게 수월하겠지만, 발 디딜 틈도 없다면 훨씬 더 애를 먹겠죠. 저장매체도 마찬가지입니다. 작동 원리는 다르지만 HDD도 비슷한 이치로 저장공간에 여유가 없을 경우, 속도가 느려지는 건 똑같습니다.
보통 SSD의 경우, ‘오버프로비저닝(Over-Provisioning)’이라고 하여 강제로 어느 정도 여유 공간을 지정해주는 기법을 쓰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런 대책도 없이 저장공간을 꽉꽉 채워 쓴다면 속도 저하가 발생할 수밖에 없겠죠.
이외에도 용량 부족에 따라 ‘가상 메모리’ 활용에 제약이 걸린 것도 속도 저하의 원인일 수 있습니다. 가상 메모리는 저장매체의 여유 공간 일부를 끌어와서 PC나 스마트폰이 실시간으로 사용할 정보를 저장하는 메모리(RAM)처럼 쓰는 기능을 말합니다. 실제 메모리만으로는 힘에 부치는 작업을 할 때 저장매체로부터 비는 손을 빌려오는 건데, 저장매체가 가득 차 있으면 빌려주고 싶어도 빌려줄 수가 없는 셈입니다.
가능한 10% 정도 여유 공간 두고 사용해야
해결법은 간단합니다. 저장매체의 여유 공간을 확보해주면 됩니다. PC를 포맷하고 윈도를 다시 설치한 뒤 속도가 빨라지는 데에도 저장공간에 여유가 확보된 데서 오는 효과가 어느 정도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도 마찬가지로 사용하지 않는 앱을 지우거나, 불필요한 사진, 동영상 등을 삭제해 용량을 확보해주는 게 좋습니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서비스를 담당하는 자회사인 ‘삼성전자서비스’도 공식 홈페이지에서 스마트폰이 느려질 경우,저장공간을 확인 후 불필요한 파일들을 삭제해 여유 용량을 확보하는 걸 첫 번째 해결법으로 제시하고 있죠.
평소에 속도 저하를 막으려면 가급적 용량이 가득 채워놓는 일은 없도록 하고, 최소한의 여유 공간은 항상 확보해두길 권합니다. 너무 많은 여유 공간을 둘 필요는 없고, 전체 용량의 10% 정도만 여유를 둬도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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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