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in과기대] 헌 신발로 지구를 살린다, 김승재연구소의 ‘새활용’
[스타트업in과기대] 올해 4월,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창업지원단은 국내 제조 창업 촉진과 메이커 문화 확산을 선도하는 ‘2022년도 메이커 스페이스 구축·운영사업’의 전문 랩에 선정되었습니다. 전문랩은 연 면적 1,000㎡ 이상의 규모와 시설을 갖춘 메이커 스페이스에 부여되는 자격으로, 국내 제조 창업 생태계의 전문성을 강화하는 허브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서울과학기술대의 메이커 스페이스 역시 수도권 동북부 지역을 대표하는 메이커 스페이스로 선도를 준비하고 있으며, 올해부터 ‘2022년 메이커 스페이스 구축 운영 사업’을 통해 제조 창업에 도전하는 기업을 적극 지원하고 있습니다. 국내 제조 산업 생태계를 위한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창업지원단의 노력을 집중 조명해봅니다.
[IT동아 남시현 기자] “면 소재 의류는 시간이 지나면 분해가 되지만 신발은 다르다. 신발은 고무나 나일론, 플라스틱, 인조가죽 등등이 복합적으로 조합돼 있어서 썩지 않는다. 소재를 모두 뜯어내서 분류한다면 처리를 할 순 있지만 비용 등의 문제로 소각하거나 제 3세계로 보내 처분한다. 제 3세계에서도 단순 매립하는 만큼 결국은 답이 없는 문제다"
김승재연구소의 김승재 연구소장에게 왜 사업 아이템이 신발인가에 대해 묻자 돌아온 대답이다. 김 연구소장은 카이스트 공학 석사를 거쳐 SK텔레콤과 KBS미디어에서 약 10년 간 ICT 프로젝트 매니저로 근무한 경력이 있다. 그러나 하고 싶은 일을 찾겠다는 일념으로 창업 투자와 솔루션 제공 등의 업계에 뛰어들어 현재는 행정안전부 다시인 창업컨설턴트, 한국장학재단 사회리더 멘토, 과기부 장관 위촉 IT 멘토 등 창업의 가도를 걷고 있다. 그런 그가 새활용 시장에 뛰어든 이유, 그리고 왜 하필 신발인가에 대해 얘기를 나눠봤다.
“필수재인 신발, 새활용하면 가치있을거라 판단”
김승재연구소는 현재 ‘데드플래닛’이라는 브랜드를 바탕으로 버려지는 운동화를 새로 가공해 되살리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지구가 위험하다는 경각심에서 만든 데드플래닛은 이미 신발 새활용 사업을 통해 세종대학교 제4회 창업아이템 공모전 최우수상, 2022년 서울시 제로 웨이스트 사업에 선정되었으며, 신발 관련 3D 스캐너 기술로 카이스트 스타트업 부트캠프에서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체계로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지 물어봤다.
김 연구소장은 “데드플래닛은 현재 원자재 수급부터 생산, 판매 및 마케팅 계획까지 모두 수립한 상황이다. 일단 재활용 센터나 시장 등을 통해 새활용이 가능한 수준의 신발을 수급한다. 수집된 신발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 세탁소에 위탁해 세탁 과정을 거치고, 이후 재생 소재로 만든 신발끈과 생분해성 소재인 코르크로 만든 깔창을 사용해 새 단장한다. 그다음 네이버 스토어나 인스타그램 등 자체 유통 채널을 통해 판매하게 된다”며 유통 과정을 간단히 설명했다. 제품은 이미 7월부터 판매를 시작했으며, 조만간 일반 소비자들에게 제품을 받아 재생해서 돌려주는 서비스도 시행할 예정이다.
신발을 소재로 한 친환경 사업은 이미 리어나도 디캐프리오가 투자하기로 유명한 올버즈, 친환경 소재 기반의 엘에이알(LAR) 등 주목할만한 사업자가 많다. 이와 사업 아이템이 중복되진 않는가에 대해서는 명쾌한 해답을 내놨다. 김 연구소장은 “올버즈는 재생 가능한 자연 유래 소재로 만들며, 엘에이알은 재활용 소재 및 생분해성 소재 등으로 제조하는 게 핵심이다. 두 방식 모두 친환경적이지만 제조 과정 자체에서 필연적으로 탄소가 배출될 수 밖에 없다. 반면 데드플래닛의 새활용은 기존에 제조된 신발을 재단장하기 때문에 생산과 폐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크게 절감한다. 근본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이 다르다”고 답했다.
데드플래닛의 사업은 단순히 신발 재생으로 끝나지 않고, 중고 신발 시장 전체가 활성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바로 ‘3D 운동화 스캐너’를 통해서다. 김 연구소장은 “의류와 다르게 신발은 물건마다 사이즈가 다르다. 게다가 중고 신발은 새 제품과 비교해서도 사이즈가 다르기도 하다. 중고 신발 시장이 유난히 활성화되지 않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개발 중인 3D 운동화 스캐너를 활용하면 기기가 자동으로 제품 사진을 촬영하고, 운동화 사이즈를 상세 측정해 소비자가 선택하는데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다”라면서, “중고 신발 시장이 활성화되면 그만큼 폐기율도 줄어들어 궁극적으로 탄소 배출 저감과 환경오염 방지를 모두 달성할 것”이라고 답했다.
“서울과기대 창업지원단의 기술 지원, 큰 보탬”
이 과정에서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창업지원단이 힘을 보태는 중이다. 김승재연구소는 서울과기대 창업지원단의 메이커스페이스 구축 사업의 양산PM(Product Manage) 대상으로 선정돼 시제품 제작부터 추후 양산에 필요한 전 과정에 대해 도움을 받고 있다. 김 연구소장은 “3D 스캐너는 아직 기획 단계라서 기술력이나 인력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때 SNS(사회관계망 서비스)를 통해 서울과기대 창업지원단의 창업지원 프로그램을 접하게 됐고, 일정이나 위치 등이 좋아 참여하게 됐다. 현재는 3D 스캐너 제작에 필요한 기술에 자금 지원까지 받고 있다”고 답했다.
3D 스캐너의 필요성, 그리고 서울과기대 창업지원단이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는가에 대해 구체적으로 물어봤다. 그는 “현재 사업은 신발과 3D 스캐너 두 개의 아이템으로 구성된다. 매출 자체는 신발에 집중해야 발생하는데, 3D 스캐너가 있으면 이익을 더 극대화할 수 있다. 시제품만 만든다면 매출도 자연스레 늘어 3D 스캐너를 양산하는 선순환 구조가 마련될 것이다”라며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그러면서 “당초 계획은 카메라 4개를 활용해 신발을 스캔하는 구조였는데, 컨설팅을 거치며 카메라를 두고 신발을 회전해 신발을 스캔하자는 제안을 받았다. 이와 관련해서는 3D 프린팅 및 스캔 기술을 활용해 장애인의 필기 보조 도구를 제작하는 그립플레이가 멘토 기업으로서 도와주고 있다. 서울과기대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시행 착오는 물론 사업 전반의 효율성이 달랐을 것”이라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서울과기대의 창업지원을 통해 사업이 본궤도에 오른다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에 대해 물어봤다. 김 연구소장은 “3D 스캐너를 활용하게 된다면 일단 일본 시장을 들여다볼 예정이다. 일본은 구제류 사업이 활성화돼있고 또 가품 논란도 거의 없어서 신발과 3D 스캐너 모두를 활용하기 좋다. 이를 통해 사업이 안정화된다면 더 많은 신발을 새활용하게 됨으로써 지구나 환경을 꾸준히 개선하는 구조가 만들어질 것이다”라며 향후 전망을 밝혔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