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 인사이트] 디지털 창문으로 새로운 모빌리티 경험을 만든다, 스마트 윈도우
[IT동아]
모빌리티(mobility). 최근 몇 년간 많이 들려오는 단어입니다. 한국어로는 '이동성' 정도가 적당하겠네요. 그런데 말입니다. 어느 순간부터 자동차도 모빌리티, 킥보드도 모빌리티, 심지어 드론도 모빌리티라고 말합니다. 대체 기준이 뭘까요? 무슨 뜻인지조차 헛갈리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지난 몇 년간 전 세계에서 큰 성공을 거둔 스타 벤처 중 상당수는 모빌리티 기업이었습니다. '유행어처럼 여기저기에서 쓰이고 있지만 도대체 무슨 뜻인지, 어디부터 어디까지 모빌리티라고 부르는지 도무지 모르겠다!'라는 분들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모빌리티 인사이트]를 통해 국내외에서 주목받는 다양한 모빌리티 기업과 서비스를 소개합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차량호출 서비스부터 아직은 낯선 '마이크로 모빌리티', 'MaaS', 모빌리티 산업의 꽃이라는 '자율주행' 등 국내외 사례 취합 분석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하나씩 알려 드립니다.
사생활 보호와 뜨거운 햇볕을 막아주는 커튼의 효용
약간의 미스터리가 가미된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자주 등장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변호사와 의뢰인이 사건에 대해 비밀스럽게 대화할 때나 국가정보기관의 고위직들이 기밀을 이야기할 때, 혹은 회사에서 극비 회의를 진행할 때 말인데요. 이런 장면에 꼭 등장하는 소품이 있다면 과연 무엇일까요? 바로 외부의 시선을 차단하기 위해 유리벽에 설치한 블라인드 커튼입니다. 가벼운 담소를 주고받다 주제가 중요한 안건으로 바뀔 때, 이들은 밖을 유심히 살핀 뒤 블라인드 손잡이를 ‘휙’하고 돌립니다. 외부의 시선을 차단하고 이야기를 이어가기 위해서죠.
실생활에서도 커튼은 낮과 밤에 상관없이 다양한 역할을 합니다. 낮에는 뜨거운 햇볕과 열기를 차단하기 위해 사용되고, 겨울에는 방한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동시에 외부에서 건물 안쪽을 보지 못하도록 사생활을 보호하는 데 사용하기도 하죠. 개인 취향에 맞는 실내 인테리어 시공을 할 때 커튼은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연출하기도 합니다.
다양한 첨단 기술이 등장하면서 커튼의 기술도 함께 성장하고 있습니다. 사생활 보호는 물론 햇빛과 열을 차단하는 등 다양한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는 커튼이 개발되고 있죠. 최근 제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창문으로 들어간 형태의 커튼 기술입니다.
창문 속으로 들어간 커튼은 무엇인가요?
이른바 ‘스마트 윈도우’ 기술이라는 것인데요. 쉽게 말해, 빛의 투과율을 조절해서 일정 시간 동안 외부의 빛과 열을 차단하는 창문입니다. 스마트 윈도우에는 ‘수동형 방법’과 ‘능동형 방법’의 두 가지 방식이 있는데, 오늘 다루려고 하는 것은 ‘능동형 방법’이죠.
전자 시스템이 삽입된 능동형 스마트 윈도우는 전기화학적 반응으로 물질의 색을 변화시키는 ‘전기변색(Electrochromic)’ 기술을 이용하는데요. 평소에는 불규칙하게 놓여 있는 액정 분자들이 빛을 산란시켜 유리창이 불투명한 색으로 보입니다. 여기에 전압이 걸리면 액정 분자들이 평행하게 배열되면서 고분자와 굴절률이 비슷해지고, 유리창도 투명해집니다.
최근에는 이 스마트 윈도우에 투명 OLED 기술 등 차세대 기술이 접목되고 있습니다. 평범해 보이는 창문에 날씨, 시간, 디스플레이, 블라인드, 온도, 영상통화, 영화감상 등 다양한 기능을 탑재하는 기술이 빠르게 개발되고 있죠. 앞으로 건축이나 인테리어, 교통수단, 엔터테인먼트, 물류, 항공, 헬스케어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의 활발한 사용이 예측되며, 나아가 AR, VR, MR 등 실감콘텐츠 영역으로도 확대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스마트 윈도우는 단순하게 빛의 투과율만 조절하는 것이 아니라, 첨단 기술을 접목해 다양한 기능을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군요?
네, 맞습니다. 스마트 윈도우를 활용하면 아침에 화장실에서 양치질을 할 때 그날의 일정이나 날씨, 주요 뉴스를 확인할 수 있고, 상업 시설의 경우엔 유리창으로 다양한 광고를 노출할 수도 있습니다. 산업계에서는 교통수단에 IT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모빌리티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요. 승객들이 교통수단에서 새로운 정보나 콘텐츠를 즐기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장시간 이동할 때 창밖을 멍하니 보고 있을 필요가 없는 것이죠.
글로벌 항공기 제작사 보잉은 ‘B787 드림라이너’ 항공기에 스마트 윈도우 기술을 적용해 창문의 색상을 자유자재로 변경하는 기능을 탑재했습니다. 향후 기내의 스마트 캐빈 기술을 확대하기 위해 스마트 윈도우 기술을 개발하고 도입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여러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들은 자동차 선루프에 스마트 윈도우 기술을 적용해 햇빛의 투과율을 약 40%까지 차단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헤드업디스플레이(HUD) 등 차세대 자동차 기술에도 스마트 윈도우 기술을 도입하는 등 관련 기술의 활용을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추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스마트 윈도우가 적용되고 있기 때문에 스마트 윈도우 기술의 핵심인 투명 디스플레이 시장의 성장도 무척 기대가 되는데요.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인 ‘Emergen Research’는 글로벌 투명 디스플레이의 시장 규모를 2021년 12억 6,000만 달러(한화 약 1조 7,916억 원)로 평가했으며, 2030년까지 45%의 연평균성장률(CAGR)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모빌리티에 스마트 윈도우를 접목하는 등 관련 기술을 선도하는 기업이 있나요?
물론입니다. 독일 남서부의 철도, 버스 등 대중교통 수단을 운영하는 기업 ‘Karlsruhe’가 자사의 도시철도인 트램의 창문에 스마트 윈도우를 도입했는데요. 2017년 독일의 카를스루에 공과대학교(Karlsruhe University of Applied Sciences, HKA) 주도로 수행된 ‘SmartMMI’ 프로젝트의 결과물입니다. 승객은 스마트 윈도우로 해당 트램의 경로, 환승 정보, 일기예보, 승강장 주변 관광지 및 인프라 정보 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트램 승객은 모바일 앱을 다운받아 스마트 윈도우와 연동할 수 있는데요. 창문에 정보를 표시하면서도 민감한 정보는 모바일로 볼 수 있게 해줍니다. 모바일에 저장한 여행 계획을 트램 창문에 띄워서 동행인과 함께 계획을 보며 대화하는 것도 가능하죠.
함께 여행하다가 갑자기 계획을 변경하거나, 다음 이동지에 대한 정보를 확인할 때도 편리하겠네요.
그렇습니다. 2017년부터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작년부터 올해 봄까지 실제로 트램에 적용해서 현장 테스트까지 마친 상황입니다. 승객의 상황에 맞게 트램 서비스나 관광지 정보 등을 제공했죠. SmartMMI 프로젝트를 위해 산업 및 연구 분야의 5개 팀이 파트너십을 구성했는데요. 대중 교통 차량에 탑재할 수 있는 스마트 윈도우의 개발과 함께 승객 위치 등 모빌리티 상황에 맞는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에 중점을 둬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무엇보다 승객마다 선호하는 정보나 취향이 다르기 때문에 승객 맞춤형 정보가 제공되는 것이 중요한데요. 이 기능의 핵심 기술은 오픈데이터(공공데이터)와 3자 정보를 기반으로 한 빅데이터, 스마트 데이터 기술, 대중교통 정보 통합시스템 기술입니다. 이를 통해 승객에게 알맞은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죠. 앞으로 연구팀은 보다 효율적이고 알맞은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지능형 데이터 수집 및 통합 시스템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연구팀은 제스처나 음성, 멀티 터치 등 다양한 반응 방식을 접목해 보다 편리한 스마트 윈도우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다양한 대중교통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했습니다. 앞으로 대중교통 창문으로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기능이 기대되네요.
국내에서는 스마트 윈도우 관련 기술 발전을 위해 어떤 노력을 보이고 있나요?
우리나라는 약 60년 전 브라운관(CRT) 기술을 시작으로 LCD, OLED,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등 다양한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의 기술을 보유한 국가로 성장했습니다. 현재도 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세계 1위 자리를 꾸준하게 유지하고 있는데요. 세계 최고 자리를 지키기 위한 노력은 꾸준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디스플레이 산업 강국의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우리 정부는 4차산업 시대의 핵심 기술인 디스플레이 분야의 기술 경쟁력을 강화해왔습니다. 중장기적으로는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경쟁력 강화를 위해, 초격차 원천기술과 대체불가 기술 확보를 목표로 한 ‘디스플레이 초격차 R&D 전략’을 올해 하반기에 발표할 계획입니다. 지난 8월 산업통상자원부가 개최한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 전시회’에 참여한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등 글로벌 디스플레이 선도 기업들은 각 사의 새로운 기술을 공개하기도 했죠.
LG디스플레이는 이 전시회에 중수소 기술을 적용한 차세대 TV용 OLED 패널, 회의실 유리벽에 투명 OLED를 내장해 벽을 디스플레이로 활용하는 회의실용 투명 OLED 솔루션 등을 공개했습니다. 앞서 2021년 부산에서 개최된 ‘부산 국제철도 기술 산업전’에서는 외부 경치를 감상하면서 열차의 운행정보와 광고,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등을 감상할 수 있는 투명 OLED가 적용된 기차 창문을 선보였죠.
LG디스플레이는 2019년부터 투명도 40%급의 55인치 투명 OLED를 상용화했는데요. 2020년부터 중국 베이징, 심천, 푸저우 등 중국의 주요 도시 지하철에 OLED 패널을 공급하고 있으며, 향후 북미, 유럽, 일본 등의 기차, 지하철, 트램에 투명 OLED 기술의 응용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앞으로 세계 각국의 열차 창문에서 우리나라의 기술력을 확인할 수 있겠네요.
우리나라의 스마트 윈도우 기술이 세계를 선도한다고 하니 자랑스럽네요. 앞으로 스마트 윈도우기술 개발과 본격적인 상용화, 그리고 우리나라가 세계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정부와 기업들이 차세대 디스플레이 개발을 위한 노력을 부단하게 이어가고 있는데요. 앞으로 미래 창문, 즉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을 상용화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첫 번째는 ‘양산 가격’입니다. 첨단 기술인 스마트 윈도우는 아직 본격적인 상용화가 이뤄지지 않았고, 생산에 투입되는 비용이 만만치가 않은데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소비자와 생산자 사이의 중간 솔루션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실제로 필요한 기술만 집약하면서도 소비자 수요를 만족시킬 수 있는 접점을 찾아야겠죠. OLED 기술이 대중화되고 생산량이 증가하게 된다면 가격 문제는 점차 해결될 것으로 판단됩니다.
또한, 우리나라의 반도체 기술은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지만 추격하는 국가가 너무 많다는 것도 위험 요소입니다. 지난 2018년에는 LCD 부문에서 중국에 세계 1위 자리를 내주기도 했는데요. 독보적인 선도 국가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롤러블 디스플레이, 폴더블 디스플레이 등 OLED 신기술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실감 콘텐츠 기반의 오감만족 디스플레이를 개발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스마트 윈도우 기술은 단순히 창문에 정보를 보여준다는 점을 넘어, 디지털 환경과 현실의 공간을 자연스럽게 이어주고 이용 편의성을 높이는 데 그 장점이 있습니다. 이동하는 모빌리티 공간에서 위치를 기반으로 불편함 없이 다양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게 하는 기술은 자율주행 환경에서 더욱 필수적인 요소가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모빌리티의 안과 밖, 이동하는 모든 공간을 이어주게 될 스마트 윈도우의 발전을 기대해 보겠습니다.
글 / 한국인사이트연구소 이경현 소장
시장 환경과 기술, 정책, 소비자 측면에서 체계적인 방법론과 경험을 통해 다양한 민간기업과 공공에 필요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컨설팅 전문 기업. 최근에서야 핫해진 ‘모빌리티’ 사업의 가능성을 먼저 파악하고 몇 년 전부터 모빌리티 DB 구축 및 고도화, 자동차 서비스 신사업 발굴, 자율주행 자동차 동향 연구 등 모빌리티 산업을 다각도로 분석하며 연구를 진행해 왔다. 작년에 ‘모빌리티 인사이트 데이’라는 이름으로 전문 콘퍼런스를 개최한 것을 시작으로 모빌리티 전문 리서치를 강화하고 있으며, 모빌리티 분야의 정보를 전문적으로 제공하는 웹서비스인 ‘모빌리티 인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정리 / IT동아 정연호 (hoh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