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 사과밭 김재경 대표 “같은 사과? 꼭지와 포장재까지 차별화했다”
[IT동아 김영우 기자] 사과는 비타민C와 식이섬유가 풍부한 건강식품이며, 특히 가을이 제철이다. 보다 신선하고 맛 좋은 사과를 구하고자 하는 소비자, 그리고 이를 공급하고자 하는 공급자들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특히 최근에는 도시 생활을 하다 귀농해 사과 재배에 뛰어든 신세대 농업인도 늘고 있는데, 이들은 전통적인 농업에 더해 새로운 마케팅 기법이나 서비스를 더해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경상북도 봉화군에서 사과 농장을 운영하는 김재경 ‘아빠와 사과밭’ 대표도 그 중의 하나다. 김 대표는 사과 재배와 더불어, 온라인을 통한 상품 판매를 하고 있으며, SNS 중심의 고객 소통 및 친환경 포장재 적용을 통한 브랜드 이미지 강화에도 힘을 쏟고 있다. 취재진은 김재경 아빠와 사과밭 대표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어봤다.
- 현재까지 걸어온 여정이 궁금하다
: 올해로 47세가 되었으며 예전에 소프트웨어 및 웹 개발을 비롯한 IT 업계에 종사한 바 있다. 귀농해 사과 농사를 짓기 시작한지는 2년차가 되었다. 모 스타트업이 개발한 ‘도시농부’라는 앱의 개발에 참여해 교내 경진대회에서 대상을 받기도 했고, 평상시에도 틈틈이 텃밭을 가꾸는 등 IT 업계에서 일할 때부터 농업에 관심이 많았다. 50세 즈음이 되면 귀농할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농업에 종사하던 부모님의 건강이 악화되어 귀농 시기가 다소 앞당겨졌다.
- 현재 사업 현황에 대해 간단한 소개를 부탁한다
: 현재 경상북도 봉화군에 약 5,000평 규모의 사과 농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사과 재배 외에도 ‘아빠와 사과밭’ 브랜드를 내세워 온라인 판매도 직접 하고 있다. 재배 과정에서 어느정도 가족의 도움을 받고 있긴 하지만 그 외에 사이트 관리나 상품 등록, 고객 응대를 비롯한 대부분의 업무를 혼자하고 있어 사실상 1인기업에 가깝다.
- 농업 분야에서 차별화를 하기가 쉽지는 않다. 자신만의 전략이나 노하우가 있는가?
: 이 부근에는 우리 농장 외에도 5~6군데의 다른 사과 농장이 운영되고 있다. 대부분 우리보다 큰 1만평 이상의 규모다. 하지만 판매 방법에 큰 차이가 있다. 대규모 농장을 운영하는 분들은 농협 공판장을 통해 사과를 판매하지만, 우리는 온라인 및 전화주문을 통해 독자 브랜드로 제품을 판매한다. 이것이 우리가 단골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원동력이다.
특히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을 비롯한 SNS를 통해 아빠와 사과밭만의 브랜드 스토리를 고객들에게 전하고 있으며, 이를 이용한 고객과의 적극적인 소통도 가능하다. 다양한 콘텐츠도 올리고 있는데, 우리의 사과 재배 과정을 소개하거나 농장의 일과를 시나 음악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드론을 이용해 촬영한 영상을 고객들에게 소개하는 등, 한층 다양한 방법으로 고객들에게 접근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 판매 방법 외에도 상품의 품질, 혹은 그 외의 서비스를 통한 차별화 전략이 있다면?
: 우리 농장이 위치한 곳은 해발 500미터 고랭지다. 햇볕을 충분히 받을 수 있어 사과의 당도나 색깔이 우수하다. 그리고 중간 유통망을 최소화해 고객에게 직접 전달되기 때문에 수확 시기를 다소 늦춰 한층 숙성된 상품을 공급할 수 있다.
그리고 농협 공판장에 납품하는 사과는 다른 과실에 흠집을 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전량 꼭지를 잘라서 공급하게 되는데, 우리는 직거래라 꼭지를 유지한 채로 유통할 수 있다. 꼭지가 살아있는 사과는 수분증발이 줄어들어 신선도가 더 오래 유지된다.
그리고 최근에는 상품을 받아 포장을 여는 순간부터, 섭취를 마치고 포장재를 버리는 순간까지 고객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 상품 포장재까지 차별화했다. 상자는 물론, 과실을 지탱하는 난좌, 충격을 흡수하는 완충패드에 이르기까지 플라스틱이나 스티로폼을 전혀 사용하지 않은 순수 종이 재질의 친환경 포장재를 적용했다.
- 친환경 포장재 적용은 물론 좋은 일이다. 그런데 이것이 실제 매출에 도움이 되나?
: 요즘 소비자들은 상품에 담긴 메시지와 스토리까지 중시한다. 자신의 소비가 결과적으로 환경 보전에도 이로움을 준다면 그것보다 더 기쁜 일은 없을 것이다. 포장재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종이만으로 분리배출 가능하니 고객 편의성도 더 높다. 고객들의 반응도 오고 있다. 예전의 스티로폼 포장재가 싫었다는 분들도 있었고, 순수 종이 재질의 포장재를 보니 특별한 선물을 받은 것 같아 좋았다는 분들도 있었다.
이런 포장재를 찾기가 힘들었는데, 마침 친환경 포장재 전문 플랫폼인 칼렛스토어를 운영하는 칼렛바이오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원하는 포장재를 공급받을 수 있었다. 친환경 포장재의 비용은 기존의 것보다 약간 높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얻을 수 있는 가치는 더 크다고 생각한다.
- 추가적으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다면?
: 개인적으로 두 아이의 아빠이기도 하다. 브랜드 이름을 ‘아빠와 사과밭’으로 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으며, 자연과 모든 사람들이 하나가 되는 세상을 꿈꾸고 있다. SNS 등을 통해 고객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친환경 포장재를 적용하는 등의 활동 역시 같은 맥락이다.
앞으로의 농업은 단순히 현지에서 상품을 생산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도시에 사는 소비자들과 하나의 공동체를 형성한다는 마음으로 임해야 한다. 어떻게 하면 고객의 감성을 자극하고, 불편함을 해소하고, 환경에 기여할 수 있을지 등을 고민해야 한다는 의미다. 우리의 사례만이 정답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계속 지켜봐 주셨으면 한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