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9만원 차세대 VR기기 공개한 '메타'…메타버스 올인 전략 이어간다
[IT동아 권택경 기자] 메타가 11일 연례행사 ‘커넥트’를 열고 새 가상현실(VR) 헤드셋 ‘메타 퀘스트 프로’를 공개했다. 기존 제품보다 성능을 개선하고 차세대 기술을 적용한 새 기능들을 추가한 고급형 제품이다. 단순 콘텐츠 소비 목적보다 생산성에 무게를 뒀다.
지난 2020년 출시된 ‘메타 퀘스트2’가 저렴한 가격으로 문턱을 낮춘 입문용 제품이었다면, 이번 퀘스트 프로는 전문가와 기업을 겨냥했다. VR에 초점을 맞췄던 퀘스트2와 달리 혼합현실(MR)에 초점을 맞춘 것도 차이점이다. 혼합현실은 현실 세계에 가상 현실 요소를 뒤섞는 걸 말한다. 메타는 퀘스트 프로의 강화된 혼합현실을 활용한 다양한 협업 환경과 소셜 기능을 선보였다. 서로 다른 장소에 있는 사람들이 마치 같은 장소에 있는 것처럼 상호 작용할 수 있다. 자연스러운 상호 작용을 위해 내부에 탑재된 카메라로 착용자 시선과 표정을 감지하는 기능을 추가했다. 표정과 시선이 가상현실 속 아바타에 그대로 반영된다. 어도비, 오토데스크 등과 협력해 전문가용 작업 소프트웨어를 퀘스트에 출시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MR 기능을 강조한 만큼 퀘스트 프로는 패스스루 성능을 대폭 강화했다. 패스스루는 헤드셋을 낀 상태로 현실 세계를 보는 기능이다. 헤드셋 외부에 달린 카메라가 눈을 대신한다. 흑백 영상으로 패스스루를 구현했던 퀘스트2와 달리 퀘스트 프로는 컬러 영상을 구현할 수 있다. 해상도도 퀘스트2보다 4배 높아졌다.
디스플레이와 광학 구조도 개선됐다. 디스플레이는 미니LED가 적용된 LCD를 패널로 채택했다. 전작에 비해 픽셀 수는 37%, 명암비 75%, 색 영역은 130% 늘어났다. 작은 LCD 패널에 비친 화면을 시야 전체로 확대하는 역할을 하는 렌즈는 얇고 평평한 팬케이크 렌즈를 채택했다. 그 덕분에 기존 퀘스트2보다 40% 이상 두께가 줄었다고 메타는 설명했다.
현실과의 연결성을 강조하기 위해 헤드셋을 낀 상태로도 어느 정도 주변 환경을 확인할 수 있게 좌우 시야가 트여있는 점도 특징이다. 대신 온전히 VR에 몰입하는 경험을 원할 때 주변 빛과 시야를 차단할 수 있도록 자석으로 부착하는 빛샘 방지 패드가 별도로 제공된다.
각종 조작을 담당하고, 이용자 손 움직임을 추적(트래킹)하는 역할을 하는 컨트롤러도 개선됐다. 컨트롤러 자체에 움직임 및 위치를 추적하는 카메라와 이를 처리하기 위한 별도 프로세서가 탑재했다. 기존 퀘스트는 헤드셋에 달린 카메라가 컨트롤러 움직임을 추적하는 방식이라, 카메라 시야를 벗어나는 큰 움직임은 인식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지만 새 컨트롤러는 360도로 움직임을 구현할 수 있게 됐다. 스타일러스 기능도 내장돼 VR이나 MR 환경에서 글씨를 쓰거나 그림을 그릴 수도 있다.
퀘스트 프로의 두뇌 역할을 할 프로세서로는 퀄컴과 협력해 만든 새 칩세트인 스냅드래곤 XR2+를 채택했다. 성능이 대폭 개선되고 기능이 늘어난 만큼 가격도 1499달러로 크게 올랐다. 국내 출시가는 219만 원으로 책정됐다. 출시 당시 가격이 299달러(국내 41만 4000원)에 불과했던 퀘스트2와 비교하면 무려 5배 수준이다.
고가의 퀘스트 프로가 기업과 전문가 시장을 공략하는 한편, 퀘스트2는 기존 입문용, 콘텐츠 소비용 기기로서의 역할을 이어갈 예정이다. 메타는 퀘스트2를 위한 액세서리 등을 내년에도 꾸준히 선보이겠다고 약속했다. 퀘스트 프로와 함께 공개된 신형 컨트롤러인 ‘메타 퀘스트 터치 프로’도 퀘스트2와 호환된다.
콘텐츠 생태계 확보도 이어간다. 메타는 최근 VR 게임 제작사 3곳을 추가로 인수하는 등 지난 2년 동안 9곳의 VR 게임 제작사를 인수했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서도 ‘베헤모스’, ‘아이언맨VR’ 등 신작 게임을 비롯한 전용 콘텐츠들을 공개했다.
'메타버스 올인' 계속되는 메타, 마이크로소프트와는 동맹 결성
이번 행사는 메타가 페이스북이 아닌 지금의 사명으로 연 첫 커넥트 행사다. 메타는 지난해 커넥트 행사에서 사명까지 바꾸며 메타버스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바 있다.
메타버스 회의론이 번진 데다 경기 침체 우려가 시장 잠식하며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이 다소 식었지만 메타는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올해 행사에서도 메타버스를 중심으로 사업을 이어 나갈 것임을 분명히 했다.
메타버스라는 비전에 설득력을 더하기 위해 현재 연구개발 중인 신기술들도 미리 공개하며 기술력을 과시했다. 근육의 전기 신호를 읽어서 기기를 조작하는 EMG 입력 장치, 스마트폰 카메라로 사물이나 사람을 촬영해 가상현실에 그대로 구현하는 기술 등이 소개됐다.
마이크로소프트와 협력을 메타버스 분야까지 확대한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두 회사는 업무용 협업 도구 분야에서는 이미 지난해 협력을 발표한 바 있다. 행사에 직접 모습을 드러낸 사티야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는 팀즈, 마이크로소프트365 등 마이크로소프트의 업무용 솔루션과 서비스들을 퀘스트에서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엑스박스 클라우드 게임도 퀘스트로 즐길 수 있게 됐다. 당장은 가상현실 속에 2D 화면을 띄워놓는 수준이지만, 나델라 CEO는 향후에는 VR 게임도 지원할 것임을 시사했다.
마이크로소프트 또한 ‘홀로렌즈’라는 자체 장비와 솔루션을 보유하고 있다. 두 회사는 메타버스 분야에서는 경쟁 구도에 놓여있는 셈이다. 게다가 원래 마이크로소프트가 B2B 시장에 집중하고 있었다는 걸 생각하면, 이번 퀘스트 프로 출시는 메타가 마이크로소프트의 영역을 침범하는 꼴이 된다.
그런데도 마이크로소프트가 경쟁 대신 협력을 택한 건 메타버스 생태계를 각자 따로 이끌고 나가는 건 무리라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공식 블로그에서 이번 협력 소식을 전하며 “이번 파트너십은 홀로렌즈에 대한 우리의 약속을 보완한다”고 말했다.
글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