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웨일 김효 책임리더 "웨일의 궁극적 목표는 기술기반 플랫폼"
[IT동아 남시현 기자] “오늘날 IT 시장에서 기술기반 플랫폼이라고 부를만한 생태계는 iOS와 안드로이드, 윈도우 정도다. 한국에서는 기술 플랫폼을 시작하기 어려운데, 그나마 실현 가능성이 높은 게 글로벌 표준인 웹이다. 웹 플랫폼은 비교적 중립적이고, 글로벌 표준이다. 우리가 웨일 엔진을 개발하면,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네이버의 웹 브라우저 ‘웨일’을 이끌고 있는 김효 책임리더는 웨일 브라우저를 하나의 기술기반 플랫폼으로 만들어나갈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지금도 웨일 엔진은 네이버 앱에서부터 다양한 영역에 적용돼있으며, 이미 웹 브라우저를 넘어서 교육 기반 플랫폼과 운영체제를 실현하고, 차량이나 로봇까지 그 영역을 넓히고 있다. 웹 브라우저로 시작해 드넓은 인터넷 세상으로 나아가고 있는 웨일의 목적지에 대해 직접 들어보기로 했다.
“웨일은 웹 공간을 유영하는 고래”
이번 인터뷰는 네이버 김효 책임리더, 김주형 웨일 서비스 및 사업기획 리더가 배석했다. 김효 책임리더는 삼성전자에서 웹브라우저와 비슷한 마크업 엔진 플랫폼을 개발한 경력이 있으며, 네이버에서는 스토리지를 만드는 시스템 개발자로 근무한 바 있다. 네이버 마이박스나 엔드라이브 등이 그의 손을 거쳤다. 그러던 중 ‘네이버도 웹 기반 기업이므로 코어 기술이 필요하다’는 의사를 피력하고 네이버랩스를 통해 웹 엔진 개발에 착수한다. 이때 개발한 엔진을 기반으로 시작된 게 오늘의 네이버 웨일 브라우저다.
김주형 리더는 네이버 사업부 소속에서 네이버랩스로 자리를 옮기면서 웨일에 합류하게 됐고, 이후 웨일 사업부가 분리되면서 본격적으로 웨일 개발에 필요한 기획과 사업화를 맡고 있다. 웨일팀 자체가 연구 개발조직이라 김주형 리더가 제품 사업화에 좀 더 초점을 맞추고 조직을 보조한다고 한다. 일단 김효 책임리더에게 웨일 브라우저가 왜 ‘고래’인지에 대해 물어봤다.
김 책임리더는 “웨일은 2016년 웹 브라우저로 베타 서비스를 시작해 지금은 웹 기술 기반의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다. 웨일 스페이스라는 교육 플랫폼과 웨일 OS 기반의 웨일북도 서비스하고 있으며, 웹 플랫폼 기술을 기반으로 여러가지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서비스 이름이 웨일인 이유는 아이작 아시모프의 소설 파운데이션에서 우주선을 한 마리의 고래로 비유한 부분에서 착안했다. 웹을 서핑한다는 말처럼, 웨일이 웹 공간을 유영한다고 생각하면 된다”라며 설명을 시작했다.
웨일 브라우저는 2017년 10월 PC 브라우저로 정식 출시한 이후, 2018년 모바일 브라우저, 2020년 교육용 플랫폼인 웨일스페이스 시범 운영, 2021년 화상 도구인 웨일온과 웨일 스페이스 정식 출시, 21년 8월 웨일북 출시 등 온라인 서비스와 관련해 빠르게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웹 메타버스 플랫폼 ZEP와 손을 잡고 비대면 사업과의 연결고리도 만들고 있고, MZ세대의 화상 스터디 트렌드를 반영한 ‘웨일온 스터디’를 출시하는 등 꾸준히 발전해나가고 있다. 이러한 광폭 행보 덕분에 웨일 브라우저는 출시 이후 연 평균 20%씩 성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접속 경로와 기기가 다양하고, 다중 환경이 가능한 브라우저 특성상 시장 점유율이나 이용자 수를 판단할만한 자료는 없지만, 웨일 브라우저가 주류로 떠오르고 있다는 징조는 포착되고 있다. 그간 구글 크롬이나 사파리, 엣지 등 주류 브라우저를 대상으로 이뤄지던 스토어 조작이나 디도스 공격이 최근에는 웨일에서도 관측되고 있다. 웨일은 강력한 보안 체계를 토대로 악의적인 시도들을 잘 차단하고 있는데, 생각해보면 그만큼 해커들이 눈독들일 여지가 생겼다는 의미다. 공격 여부를 떠나 웨일 브라우저가 전 세계 시장에서 주목할 정도로 성장했음을 알 수 있다.
웨일, 다목적 플랫폼 구축이 목표
웨일이 기술기반 플랫폼을 추구하는 이유는 생태계 구성에 용이하기 때문이다. 웹 브라우저 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업에 뛰어드는 이유다. 김효 책임리더는 “웹 기반의 웨일 엔진이라면 다양한 방면에서 활용할 수 있고, 또 인터넷을 기반으로 전 세계적으로 연결성을 확보할 수 있다. 언어만 바꾸면 그대로 호환이 될 정도”라면서, “이런 기술을 차량이나 로봇, 키오스크, 컴퓨터 운영 체제 등에 구축하는 등의 작업을 이어나가면 결국 하나의 연결성을 확보하게 되고, 이것이 기술기반 플랫폼의 생태계를 이루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웨일이 집중하고 있는 교육 시장을 예로 들었다. 현재 우리나라 교육 시장은 코로나 19 이후 빠르게 디지털화가 이뤄지고 있지만,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마다 정책이 다르고 국내 교육 환경은 다각적이라서 주도권을 잡은 플랫폼은 없다. 지난 8월을 기점으로 전국 모든 시도 교육청에 웨일 스페이스 도입이 완료됐지만,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김효 책임리더는 “교육 시장은 빠르게 변하는 환경에 적응하고, 또 소프트웨어와 콘텐츠 뿐만 아니라 하드웨어까지 끌고가야 하는 시장이다. 우리가 웨일OS부터 웨일북을 만든 이유도 이 점들을 잘 갖추고 있어서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주형 리더는 “글로벌 시장에서는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가 교육 시장을 주도하고 있지만, 이런 공통화된 플랫폼은 국가별의 특성이나 색상을 녹여내기가 어렵다. 웨일은 이들이 가지기 힘든 세부적인 부분까지 조율할 수 있어서 현재 경남과 충남, 전남 교육청과 손을 잡고 맞춤형 교육이 가능한 플랫폼 개발에 나서고 있다. 이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해외에서도 경쟁력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해외 진출과 관련해서는 글로벌 시장 조사 단계에 있으며, 터키나 북미 등 특정 지역을 진출하거나 공략할 계획은 없는 단계라고 답했다.
비슷하게 웨일을 바탕으로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는 사례로는 교육부 산하 국립국제교육원이 있다. 국립국제교육원은 국내외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국어 능력(TOPIC) 등을 추진하는 기관이며, 지난해 말 네이버 웨일 브라우저 기술을 바탕으로 한국어능력시험 지능형 평가 플랫폼 구축 계약을 맺고 개발 중이다. 응시자들은 웨일 플랫폼 기반의 자동 채점이나 문제은행 체제를 활용 등의 비대면 교육 및 시험 응시를 받게 된다. 이처럼 웨일 엔진 기반의 서비스를 하나 둘씩 개발함으로써 영향력을 넓히고, 그 중심으로 연결된 시장을 갖는 게 웨일이 추구하는 바다.
앞으로의 한국 시장, 어떻게 그려 나갈까?
지난 2021년 4월, 김효 책임리더는 유저 퍼스트 차별성을 강화해 2024년까지 국내 브라우저 시장 1위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밝혔었다. 쉽지 않은 목표지만 방향성만큼은 확고하게 잡아놓은 상태다.
김효 책임리더는 “우리는 연결할 수 있는 기반 플랫폼이 중심이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한때는 그 기준이 PC였고, 이후에는 스마트폰이었다. 앞으로의 중심은 자율주행 차가 될수도 있고 로봇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통합하는 건 인터넷, 웹 플랫폼이라고 본다. 모든 기기가 표준으로 활용하는 부분이고, 웨일 브라우저가 여기서 역할을 해내리라 본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선 웨일 브라우저를 탄탄하게 만들고, 우리가 추구하는 미래의 플랫폼으로 확산한다면 웨일 브라우저가 충분히 선두에 서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