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구독으로 완성되는 액션캠, 고프로 히어로11 블랙 크리에이터 에디션
[IT동아 권택경 기자] 2010년대부터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많은 전자제품이 자취를 감췄다. 다재다능한 스마트폰이 수많은 전자제품 수요를 완벽하게 대체한 결과다. 하지만 여전히 명맥을 유지하는 전자제품들도 적지 않다. 스마트폰으로는 완벽히 대체가 안 되는 영역도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게 카메라다. 일상적인 용도로 사용하기에는 스마트폰 카메라만으로도 충분하지만 전문적인 용도나 특화된 용도로는 전문 제품이 여전히 더 낫다.
액션캠이 살아남은 것도 스마트폰 카메라와는 차별화되는 확실한 강점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뛰어난 내구성, 휴대성, 흔들림 방지, 넓은 시야각 덕분에 거친 환경이나 격렬한 야외 활동 중 촬영하기에는 액션캠만한 물건이 없다. 이러한 액션캠의 시초이자 대명사라고 할 수 있는 게 바로 고프로다. 매년 꾸준히 성능을 개선하고 기능을 추가한 신제품을 내놓고 있는 고프로에서 올해는 고프로 히어로11 블랙 시리즈를 선보였다.
이번에 살펴볼 제품은 그중에서도 ‘고프로 히어로11 블랙 크리에이터 에디션’이다. 크리에이터 에디션은 고프로가 올해 초 히어로10 블랙과 함께 처음 선보인 올인원 패키지로, 카메라와 브이로그 특화 액세서리와 함께 묶은 제품이다. 기존 스포츠나 야외 활동을 위한 수요 외에 브이로그 수요까지 공략해 시장을 확장하려는 고프로의 야심이 묻어나는 제품이다.
고프로 히어로11 블랙 크리에이터 에디션 구성품을 살펴보면 카메라 본체와 엔듀로 배터리, 볼타 그립, 미디어 모듈 등이 들어있다. 먼저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히어로11 블랙부터 살펴보도록 하자. 2700만 화소를 지닌 1/1.9 센서를 탑재해 최대 5.3K 해상도와 10비트 색상, 8:7 비율의 풀프레임 촬영을 지원한다.
촬영 모드를 바꿀 때는 카메라 옆의 전원 버튼 겸 모드 변경 버튼을 누르거나 후면 터치스크린을 이용해서 조작하면 된다. 기본값으로 설정되어 있는 ‘간편 제어’ 모드에서는 화각과 프레임 정도만 선택할 수 있지만, 전문가 모드로 변경하면 화각 외 해상도, 화면비, 프레임 등을 좀 더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간편 제어 모드에서는 제품 성능을 100% 다 활용하긴 무리가 있지만 자주 쓸만한 설정 위주로 선택지를 줄여서 조작을 좀 더 간소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화각은 기본적으로 리니어, 와이드뷰, 슈퍼뷰, 하이퍼뷰 네 가지를 지원한다. 리니어는 일반 화각이며, 와이드뷰 이후부터는 넓은 화면을 담을 수 있는 광각 모드다. 특히 하이퍼뷰는 이번 히어로11 블랙에 추가된 새로운 모드로, 최대 수평 151도의 시야각을 화면에 담을 수 있다. 다만 그만큼 화면 왜곡이 심한 편이라서, 왜곡을 감수하고서라도 넓은 화면을 담아야 하는 게 아니라면 한계가 명확한 기능이다.
하이퍼뷰가 아닌 다른 광각 촬영 모드에서도 왜곡이 느껴지긴 하지만 크게 신경 쓰일 정도는 아니다. 만약 넓은 시야각이 필요 없고, 왜곡을 원치 않는다면 리니어 화각을 선택하면 된다. 리니어 화각에서는 ‘수평 잠금’ 기능을 활용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인데, 카메라가 좌우로 아무리 흔들려도 수평이 유지되는 기능이다. 실제로 카메라를 손에 든 채 달려보니, 카메라를 든 손을 격하게 흔들어도 수평은 문제없이 유지되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이번 히어로11 블랙에서는 360도 수평 잠금까지 지원해 카메라가 아예 위아래로 완전히 뒤집혀도 영상에는 위아래가 똑바로 된 모습으로 담을 수 있다. 일상적인 용도에서는 거의 쓸 일이 없겠지만 익스트림 스포츠나 좀 더 전문적인 촬영을 한다면 요긴하게 쓸 수 있을 기능이다. 수중 촬영은 수심 최대 10M까지 지원한다. 간단한 수중 촬영과 가벼운 다이빙 활동에서는 무리가 없는 수준이다.
촬영 결과물의 화질도 전반적으로 흠잡을 데가 없는 편이다. 최대 5.3K 촬영으로 고해상도 결과물을 얻을 수 있으며, 이를 활용한 편집도 좀 더 자유롭게 할 수 있다. 고속 촬영은 4K 해상도에서 최대 120fps까지 지원하는데, 부드러운 영상 혹은 슬로모션 효과가 필요할 때 쓰기 좋다. 8:7 풀프레임 촬영이 가능하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데, 그 자체로는 다소 애매한 화면비지만 다양한 최적 화면비를 지닌 여러 소셜미디어 플랫폼에 자유롭게 잘라서 올릴 수 있다는 점은 오히려 장점이 될 듯하다.
이번 제품에서 추가된 기능 중 타입랩스 프리셋도 눈여겨볼 만하다. 타임랩스 영상을 찍을 때 복잡한 설정이나 편집 없이도 상황에 맞는 타임랩스 영상을 촬영할 수 있게 돕는 기능이다. 이번 히어로11 블랙에는 라이트 페인팅, 스타 트레일, 트래픽 트레일 세 가지 프리셋이 추가됐다. 라이트 페인팅은 빛을 붓처럼 활용해 그린 그림을, 스타 트레일은 밤하늘의 별빛의 궤적을, 차량 라이트는 도로 위 자동차들의 조명 궤적을 담은 영상을 찍을 수 있는 기능이다. 라이트 페인팅이나 스타 트레일은 교외 캠핑을 즐기면서 활용하기 좋은 기능이라 캠핑족에게는 꽤 유용한 기능이 될 듯하다.
볼타 그립의 경우 배터리가 탑재된 손잡이인데, 손잡이 부분에 펼칠 수 있는 다리가 있어서 삼각대 역할도 겸한다. 손잡이 겸 삼각대 겸 외장 배터리인 셈이다. 녹화 버튼과 모드 변경 버튼, 전원 버튼 등도 달려 있어서 그립에서 바로 카메라를 제어할 수도 있다. 카메라 본체와 블루투스로 통신하는 방식이라 카메라와 결합된 상태가 아니더라도 리모컨처럼 활용할 수도 있다. 다만 블루투스 통신으로만 작동하기 때문에 배터리 충전을 위해 유선 연결을 해놓았더라도 조작 버튼을 활용하려면 블루투스 연결이 필수다. 스마트폰과 카메라를 블루투스로 연결해놓은 상태에선 배터리 그립에 달린 버튼을 활용하지 못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볼타 그립에 탑재된 배터리는 4900mAh로, 기본 동봉된 앤듀로 배터리(1720mAh)보다 용량이 크다. 볼타 그립 없이 사용할 때와 비교해 촬영 시간을 대폭 올려줄 수 있다. 고프로에 따르면 5.3K 해상도, 30fps 설정에서 4시간 이상 촬영이 가능하다고 한다. 다만 촬영 중에는 충전이 안 되기 때문에 한 번에 쭉 이어서 촬영하는 영상 길이를 늘려주지는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볼타 그립과 함께 크리에이터 에디션에 포함된 미디어 모듈은 내장 지향성 마이크와 콜드 슈 마운트가 달린 일종의 어댑터 역할을 하는 제품이다. 히어로11 블랙 본체에 미디어 모듈을 외장 케이스처럼 끼우고 사용하면 된다. 콜드 슈 마운트는 상단과 측면에 하나씩 두 개가 달려있는데 추가 디스플레이나, 조명 모듈을 달아서 쓸 수 있다. 이중 조명 모듈은 크리에이터 에디션 기본 구성품으로 제공된다. 저조도 환경에서의 촬영이나 셀카 구도 촬영에서의 조명처럼 활용할 수 있다.
카메라 자체 기능만큼 눈여겨봐야 할 건 카메라와 함께 쓸 수 있는 앱 기능이다. 퀵(Quik)이라는 이름의 고프로 전용 앱은 카메라 관리, 제어, 영상 편집 등 히어로11 블랙 활용에 필요한 모든 기능이 담겨있는 앱이다. 퀵 앱을 이용해 카메라와 고프로를 연결하면 스마트폰으로 카메라를 직접 제어하거나 화면 미리보기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 또한 촬영한 영상을 스마트폰으로 바로 옮겨와서 편집하는 것도 가능하다.
기본 제공되는 기능도 쓸만하지만 좀 더 고급 기능을 사용하고 싶다면 유료 구독 서비스를 이용해야 한다. 구독 서비스는 '고프로 구독'과 '퀵 구독' 두 가지로 나뉜다. 퀵 구독은 퀵 앱에서 추가로 쓸 수 있는 필터나 테마, 음악, 편집 도구 등을 제공해준다. 월 2500원 혹은 월 13000원에 구독할 수 있다. 고프로 구독은 퀵 구독이 제공하는 혜택에 더해 무제한 클라우드 백업, 라이브 스트리밍 기능, 카메라 및 액세서리 할인, 라이브 스트리밍 기능 등이 추가로 제공된다.
이 중에서 무제한 클라우드 백업은 단순히 저장 공간만 제공하는 게 아니라 이와 연계한 다양한 편의 기능을 제공하는 게 특징이다. 먼저 자동 업로드 기능이 있다. 카메라를 충전하고 있으면 자동으로 모든 영상을 클라우드에 백업해둔다. 백업을 마친 영상은 SD카드에서 자동으로 삭제하도록 설정할 수도 있기 때문에 용량이 넉넉치 않은 SD카드를 쓸 때 압박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
이렇게 업로드된 영상에서 하이라이트만 뽑아내 클라우드상에서 알아서 편집해주는 자동 하이라이트 동영상 기능도 있다. 결과물을 확인해보니 당연히 사람이 직접 편집한 것보다는 못 했지만 간단하게 활용하기에는 충분했다. 그대로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용도로 써도 되지만, 편집 내용을 수정하는 것도 가능하기 때문에 가편집본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편집 밑 작업 시간을 줄이는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을 것 같다.
고프로 구독은 연 55000원으로 결코 부담 없는 가격은 아니다. 하지만 고프로 홈페이지에서 제품을 구매할 때 함께 구독하면 그때부터 기기 할인 혜택이 적용되기 때문에 사실상 구독료 부담이 사라진다. 예컨대 히어로11 블랙 크리에이터 에디션 정가는 99만 8000원이지만 구독을 선택하면 기기 할인이 적용되면서 구매가가 구독료를 포함하고도 86만 8000원으로 크게 낮아진다. 어찌 보면 비구독자 대상 가격은 구독 할인 효과를 강조하기 위한 미끼 가격이라 할 수도 있는 셈이다. 구독은 언제든지 연장 취소가 가능하니 소비자 입장에서는 딱히 손해 볼 것도 없다고 할 수 있다.
글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