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보험 대차료 합리화...친환경차 기준도 생긴다

김동진 kdj@itdonga.com

[IT동아 김동진 기자] 자동차 사고로 차량을 정비소에 맡기면, 수리 기간에 다른 차량을 빌려 쓰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보험사에서 다른 차량을 빌리라고 지급하는 금액인 ‘대차료’의 책정 기준은 차량의 엔진 배기량이었다. 이 때문에 보험사와 소비자 사이 분쟁이 자주 일어났다. 현행 구조로는 대차를 받기 어려운 SUV 차주, 배기량이 없어 기준을 적용하기 애매한 전기차 차주는 낮은 대차료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배터리를 제외하고 내연기관 엔진 배기량을 기준으로 대차료를 받는 하이브리드차 차주, 엔진 배기량을 줄이고 출력을 높인 다운사이징 엔진 차량의 차주도 그렇다.

출처=엔바토엘리먼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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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금융감독원은 대차료 현실화를 위해 ▲전기 ▲하이브리드 ▲다운사이징 엔진 ▲SUV 차량별 기준을 별도로 마련, 오는 11일부터 적용키로 했다.

금융감독원 로고. 출처=금융감독원 홈페이지
금융감독원 로고. 출처=금융감독원 홈페이지

전기·하이브리드·다운사이징 엔진·SUV 차량별 기준 마련

전기차의 경우, 배터리 출력이 390kW(킬로와트) 이상인 고출력 전기차의 대차료를 배기량 3,500cc, 초대형차 수준으로 산정하도록 기준을 바꾼다. 기존 규정은 '220kW 이상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에 대해 내연기관 대형 차량(배기량 2,200cc) 수준의 대차료를 지급하는 것'이었다.

테슬라 모델X(500kW 이상 배터리를 탑재한 SUV) 차주의 대차료 산정 기준은 동급인 모하비(배기량 3,000cc)3.0로 삼는 것이 적당하다. 하지만, 지금은 최대 그랜저나 K7 등 대형 차량 기준의 대차료를 받는다. 이에 테슬라 차주는 모델X 차량의 출력을 고려했을 때, 보험사가 배기량 2,200cc 차량을 기준으로 대차료를 지급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주장해왔다.

금융감독원의 새 기준에 따르면 배터리 출력 390kW 이상인 전기차, 즉 포르쉐 타이칸(390~560kW), 아우디 e-트론GT(390kW) 테슬라 모델X (500~895kW), 모델S (500~895kW) 등의 고출력 전기차를 모는 차주는 앞으로 제네시스 G80 3.3이나 K9 3.3을 기준으로 대차료를 받는다.

출처=엔바토엘리먼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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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연기관 엔진과 전기 배터리를 조합한 하이브리드 차량의 경우에도, 배터리 용량까지 고려해 대차료를 산정하도록 기준을 개선한다.

기존에는 배터리 용량을 빼고 배기량만을 기준으로 대차료를 산정해 분쟁이 빈번하게 발생했다. 예컨대 K8 1.6(하이브리드)차량의 차주가 사고로 인해 K8 2.5 차량을 대차 받았으나, 보험사에서는 배기량이 같은 내연기관 차량인 아반떼 1.6을 기준으로 대차료를 지급한 경우다.

하이브리드 차주는 ‘보험사가 내연기관 엔진의 배기량만을 기준으로 1,600cc급 차량의 대차료를 지급하는 것은 추가 배터리 동력이나 차량의 크기를 고려했을 때 불합리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제 K8 1.6 하이브리드 차량 차주는 배터리 용량까지 산정해 2,500cc급 K8 2.5 수준의 대차료를 받는다.

배기량을 줄이고 출력을 높인 다운사이징 엔진을 장착한 차량의 대차료 산정 기준도 바뀐다. 다운사이징 엔진을 장착한 차량은 일반 차량과 크기가 같지만, 배기량은 적고 출력은 높다. 따라서 배기량 기준으로 대차료를 산정하면 차주가 피해를 보는 구조다.

K5 1.6(다운사이징) 차량의 대차료는 하루 11만 원 수준이지만, 보험사는 현행 기준을 적용, 배기량이 같은 아반떼 1.6 기준으로 하루 7만 원의 대차료를 지급했다. 이에 다운사이징 엔진을 장착한 차량의 차주는 약 4만원의 손해를 입었다.

금융감독원은 다운사이징 엔진을 장착한 차량의 대차료를 ‘일반 엔진을 장착한 차량’을 기준으로 산정하기로 했다. 예컨대 피해차량이 K5 1.6(다운사이징 엔진)이고 대여 차량이 K5 2.0이라면, 대차료를 대여 차량인 K5 2.0에 맞게 책정하는 것이다.

SUV 차량 대차료 책정 기준도 바뀐다. 기존 보험사는 SUV 사고 시, 세단을 기준으로 대차료를 지급했다. 렌터카 시장에 SUV 차량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예컨대 피해차량이 코나(SUV) 1.6인 경우, 세단인 아반떼 1.6을 기준으로 대차료를 산정했다. 코나 1.6의 대차료는 하루 11만원 수준이고, 아반떼 1.6의 하루 대차료는 7만원 수준이어서 약 4만원의 대차료 차이가 발생한다.

금융감독원은 SUV 대차료를 일반 세단이 아닌, 동급의 SUV 차량으로 책정하도록 기준을 바꾼다. 이제 코나 1.6 차주는 아반떼 1.6을 대차해도 대차료는 코나 1.6을 기준으로 산정한 금액을 받는다.

금융감독원 특수보험팀 관계자는 “이번 개정안으로 배기량뿐만 아니라 차량의 성능을 대차료에 반영해 소비자 권익이 향상될 것”이라며 “대차료 관련 분쟁도 줄어 자동차 보험에 관한 소비자 신뢰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글 / IT동아 김동진 (kdj@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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