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人] 대체육 소재 기업의 펫푸드 도전…PSF 마케팅팀 이야기
[IT동아 권택경 기자] ‘스타트업人’은 빠르게 발전하고 성장하는 스타트업 속에서 일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담고자 합니다. 정확히는 ‘그들은 무슨 일을 할까?’라는 궁금함을 풀고자 합니다. 많은 기업이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는데, 정작 해당 인재는 그 기업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궁금하잖아요. 예를 들어, 같은 부서, 같은 직함을 가진 구글의 인재와 페이스북의 인재는 똑같은 일을 하고 있을까요?
이번에 소개할 ‘스타트업人’은 펫푸드 업체 ‘PSF’ 마케팅팀의 홍수진 주임과 이태수 주임입니다. PSF는 미역, 다시마와 같은 해조류에서 고기 맛을 내는 성분을 추출하는 대체육 소재 스타트업 HN노바텍의 자회사입니다. HN노바텍이 이 핵심 기술과 소재를 대체육 분야에 활용한다면, PSF는 기호성이 높은 기능성 펫푸드를 만드는 데 응용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가 지난 5월 첫선을 보인 펫푸드 브랜드 ‘푸티’입니다.
스타트업 안의 또 다른 스타트업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 PSF를 이끌고 있는 건 2030 젊은 직원들이 주축이 된 마케팅팀입니다. 전체 인원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높은 비중을 차지합니다. 이름은 마케팅팀이지만 제품 기획, 개발, 마케팅까지 전 주기에 관여하는 핵심 조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치 다른 스타트업의 프로덕트 오너(PO) 혹은 프로젝트 매니저(PM)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PSF 마케팅팀에서는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 들어봤습니다.
IT동아: 만나서 반갑습니다. 먼저 PSF 마케팅팀은 어떤 일을 하는지 설명 부탁드려요.
이태수 주임: 저희 PSF 마케팅팀은 B2B와 B2C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소재 기업이기 때문에 소재를 공급하는 B2C 마케팅과 이 소재를 활용해 만든 제품에 관한 B2B 마케팅이 모두 필요합니다.
IT동아: B2B와 B2C 담당이 나뉘어 있나요? 같이 담당을 하시는 건가요?
홍수진 주임: 같이 담당을 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아직은 인원이 많은 조직이 아니기 때문에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제한적이거든요. 지정 담당자가 있긴 하지만 모든 업무를 다 같이 공유해서 진행하는 업무 문화를 갖고 있습니다.
IT동아: 두 분이 PSF 마케팅팀에 합류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이태수 주임: 저의 경우, 학교에서부터 원래 마케팅을 공부했습니다. 제 전공이 예술경영이거든요. 그런데 다른 부분은 평균 이상은 했는데 마케팅은 유독 어렵더라고요. 시장 조사도 해야 하고, 소비자 니즈도 파악해야 하니, 복잡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제가 도전 욕구가 강한 편이라 오히려 그런 점 때문에 마케팅에 좀 더 흥미가 생겼습니다. 해외에서 무대 연출 일을 한동안 하다가 코로나19를 계기로 귀국하면서 마케팅 일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홍수진 주임: 저는 원래 애견 호텔이나 놀이터, 용품 판매 등 계속 반려동물 관련 일이나 사업을 했어요. 동물병원 간호사로 근무한 적도 있고요. 그러다 PSF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는데 사업 소재가 신선하게 느껴져서 입사를 결정했습니다.
IT동아: 구체적으로는 어떤 업무를 하나요?
홍수진 주임: 상세하게는 제품 기획부터 서비스 기획, 고객 관리, 시장 조사, 상품 개발, 브랜드 홍보, 바이럴 홍보, SNS 콘텐츠 제작까지 다양한 업무를 소화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저희가 신제품을 한창 기획 중인 단계라서 제품 기획과 개발 쪽에 큰 비중을 두고 있고요. 부가적으로는 브랜드 홍보나 바이럴 마케팅도 하고 있습니다.
IT동아: 마케팅팀이 직접 상품 기획부터 개발까지 관여한다니 흔한 경우는 아닌 거 같네요.
이태수 주임: 제품을 기획한다는 건 결국 소구점을 파악해서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내는 건데요. 저희가 그 시작점이라 할 수 있는 시장 조사부터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저희가 주도해서 제품 기획부터 개발까지 도맡는 게 좀 더 실제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과 가까운 제품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IT동아: 제품 기획부터 마케팅까지 전 주기에 관여한다는 점에서 스타트업에서 흔히 말하는 프로덕트 오너(PO) 혹은 프로젝트 매니저(PM)에 가깝다는 생각도 드네요. 그만큼 필요한 능력도 많을 거 같습니다.
이태수 주임: 맞습니다. 사실 저희 업무를 한 가지로 정의하지는 못해요. 그러다 보니 여러 능력을 두루 갖추는 게 필요합니다. 시장 조사도 해야 하고, 기획도 해야하고, 일러스트레이터나 포토샵 같은 툴도 어느 정도 다룰 줄 알아야 하고요. 사실상 올라운더(All-rounder)가 필요한 거죠.
IT동아: ‘대체육 소재를 활용한 펫푸드’라는 게 마케팅하기 굉장히 어려울 거란 생각이 듭니다. 사람이 하는 채식은 ‘윤리적 소비’라는 인식이 있지만, 육식동물에게 강제하는 채식은 반대로 ‘비윤리적’이라는 지적을 받기도 하잖아요. PSF의 펫푸드는 어육을 활용하니 비건 제품이 아니지만, 대체육 소재를 활용한다는 점을 강조하면 오해를 받을 거 같기도 합니다.
이태수 주임: 맞습니다. 사실 그래서 저희도 솔직히 소구점을 찾는 게 힘들었어요. 여러 가지로 고민하다가 저알레르기, 기호성, 안정성 같은 걸 마케팅 포인트로 잡았습니다. 강아지의 경우, 육류 알레르기를 겪는 사례가 많아서 육류 없이 육류 맛을 낸다는 점을 강조했고, 고양이들은 입맛에 좀 더 까다로운 경우가 많아 기호성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IT동아: 얘기를 듣다 보니 PSF에서 일하려면 반려동물에 대한 애정과 관심은 필수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태수 주임: 그렇습니다. 실제로 저희 마케팅팀 대부분이 강아지나 고양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물론 채용 과정에서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지를 따지거나 그러진 않지만, 반려동물에 대한 지식과 애정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클 거 같아요.
홍수진 주임: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에는 기본적인 시각 차이도 있는 거 같아요. 단순히 시장조사만으로는 알 수 없는 세부적인 디테일도 있고요.
이태수 주임: 아무래도 동물을 싫어하거나, ‘개나 고양이한테 아무거나 먹이면 되지, 뭘 그렇게 따져가며 돈을 쓰냐’는 생각을 지닌 사람이라면 저희도 같이 일하기 좀 불편하겠죠.
IT동아: 그 외 필요한 역량은 무엇이 있을까요?
홍수진 주임: 결국은 마케터이기 때문에 마케터로서의 역량이 중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특히 좋은 마케터라면 성과를 입증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성과에 대한 변수를 파악하고, 그 변수가 핵심 성과 지표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스스로 판단하고 다른 사람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해요. 매출 등 가시적 성과뿐만 아니라 쉽게 측정할 수 없는 브랜드 가치, 브랜드 인지도. 구매 전환율 등을 측정하고 이를 가시화할 수 있어야 합니다. 물론 마케팅이란 건 결국 고객 만족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표적 고객을 중심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것도 중요하겠죠.
IT동아: 고객 얘기를 하셨는데, 펫푸드는 유아식처럼 최종 사용자와 소비자가 다르다는 특수성이 있잖아요. 제품을 기획하거나 개발할 때 어디에 초점을 맞추시는지 궁금합니다. 반려동물 식품이나 용품을 보면, 간혹 구매자 편의나 만족에 집중해서 반려동물에겐 오히려 좋지 않은 경우도 종종 접하거든요.
홍수진 주임: 저희도 그 부분에서 고민이 많습니다. 소비자도, 반려동물도 모두 만족시키는 제품을 지향하지만, 구매자들 선호를 무시할 수는 없거든요. 특히 저희 같은 신규 브랜드는 더욱 그렇고요. 하지만 나중에 저희 브랜드 인지도가 충분히 쌓이고. 저희 제품 진정성을 이해하는 고객들이 늘어나면 좀 더 반려동물에 비중을 둔 제품을 만들고자 합니다.
또, 말씀하신 것과 반대로 반려동물에겐 무해해도 구매하는 사람들은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성분 같은 것들도 있거든요.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좀 더 까다로운 구매자들 기준에 맞추고 있어요.
IT동아: 일하면서 보람 있었던 일이나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이태수 주임: 제품명을 정할 때 제가 낸 아이디어가 채택됐을 때가 가장 생각이 많이 납니다. 저희 푸티 브랜드의 ‘멍한시간’, ‘묘한시간’이라는 제품명인데요. 강아지 울음소리인 ‘멍멍’과 ‘멍하게 쳐다본다’는 의미를 섞었습니다. ‘묘한시간’이란 이름도 고양이 ‘묘’ 자와 ‘묘하다’는 말을 섞었고요. 입사 첫날 회의 때 갑자기 생각나서 낸 아이디어였는데 다들 좋아해 줬고, 그게 그대로 채택돼서 굉장히 기뻤어요.
홍수진 주임: 반려동물 산업 관련 박람회를 나갔을 때 저희 제품이 실제로 팔리는 걸 눈으로 봤을 때가 기억에 남아요. 만들 때는 OEM 생산 업체와 여러 조건을 조율하느라 힘든 일도 많았지만 막상 제품이 나오니 보람차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어요.
IT동아: 앞으로의 목표나 계획이 있나요?
홍수진 주임: 지금은 간식이나 사료에 집중하고 있지만, 앞으로 제품 다각화로 반려동물 용품 분야 전반을 다루는 브랜드로 거듭나는 걸 목표로 삼고 있어요. B2B 시장에서는 저희의 반려동물용 향미증진제(ACOM-P)라는 핵심 소재가 세계적인 소재로 유명해졌으면 하는 바람이고요.
이태수 주임: ‘푸티’라는 브랜드를 저희가 직접 만들어서 그렇기도 하지만 굉장히 매력적인 브랜드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좀 더 잘 되게 하고 싶은 욕심이 큽니다. 개인적으로는 앞으로 조직이 안정되면 각자 원하는 분야의 마케팅 업무에 집중하면서 역량을 좀 더 키워보고 싶습니다.
글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