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일업] 레디블룸 [1] “여성 위한 단백질의 모든 것 줄 운영 전략 원한다”
[스케일업코리아 x 서울먹거리창업센터] 스케일업코리아는 서울먹거리창업센터와 함께 스타트업의 실력과 성과를 알리고 문제를 찾아내 해결하는 스케일업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농식품을 넘어 ESG, 푸드 테크와 그린 바이오, 식품 플랫폼에 이르기까지 여러 방면에서 활약하는 서울먹거리창업센터 스타트업의 성장사와 고민, 그리고 이들이 스케일업 프로그램을 통해 한 단계 더 발전하는 모습을 생생하게 전달합니다.
[IT동아 차주경 기자] 단백질은 우리 몸을 만드는, 가장 중요한 물질 가운데 하나다. 단백질은 근육과 피부는 물론 장기와 신경 전달 물질, 호르몬과 각종 효소를 만든다. 단백질이 없으면 우리의 삶도 없다고 해도 될 정도다. 단백질의 구성 물질 ‘아미노산’ 가운데 일부는 우리 몸에서 자연스레 만들어지지만, 그렇지 않은 ‘필수 아미노산’은 단백질을 함유한 음식을 먹어서 보충해야 한다.
그렇다면, 하루에 단백질을 얼마나 먹어야 할까? 성별과 체격, 노동의 강도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 몸무게 1kg당 단백질 최소 0.8g을 권장한다. 몸무게 55kg인 여성이라면 단백질을 하루에 최소 44g은 먹는 것이 좋다.
우리의 식단을 살펴보면, 고기나 계란 외에 단백질을 함유한 식품은 의외로 적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단백질 보충 제품을 챙겨 먹는다. 하지만, 기존 단백질 보충 제품은 대부분 맛이 좋지 않다. 단백질의 원재료 성분에 따라 소화 불량을 일으키기도 한다. 너무 딱딱하거나 식감이 거칠어 먹기 까다로운 경우가 많고, 종류도 많아 고르기 어렵다.
서울먹거리창업센터 입주 기업 '레디블룸'의 박규민 대표 역시 같은 고민을 오래 했다. 믿고 먹을 만한 단백질 보충 제품을 찾기 어려웠다. 저마다 단백질 함유량과 성분이 달랐고, 맛과 식감도 제각각이었다. 심지어 단백질 성분의 비린 맛을 몸에 좋지 않은 설탕으로 가리려는 상품도 있었다.
박규민 대표는 식품 MD로 일 하던 경력을 살려서 여성들이 편하고 맛있게 먹을 단백질 보충 제품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가정 간편식과 레토르트 상품 기획, 식이요법 연구 경험도 더했다. 그렇게 식품 스타트업 레디블룸을 창업했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여성 가운데 40%가 하루 단백질 권장량을 미처 먹지 못한다고 한다. 단백질 보충 제품을 고르고 배송 받아 챙겨 먹을 시간의 여유가 없어서, 맛이나 성분 등 자신에게 어울리는 제품을 찾지 못해서, 포장이나 상품의 부피가 너무 커 휴대하며 먹기 불편해서 등등 이유는 다양하다. 박규민 대표 자신도 그랬다. 그래서 그녀는 ‘단백질을 보충한다’는 개념이 아니라, ‘일상을 살면서 자연스럽게, 맛있게 단백질을 즐긴다’는 개념을 세웠다.
박규민 대표가 주목한 것은 각종 곡물과 영양·맛 성분을 뭉쳐 만든 ‘그래놀라’였다. 원재료와 성분을 비교적 자유롭게 조절 가능하고, 형태도 다양하게 만들기 쉬워 편하게 먹기 좋다. 여성들이 식사 대용으로 그래놀라에 저지방 우유, 요거트 등을 즐겨 먹는 것도 참고했다.
물론, 이전에도 단백질 그래놀라 상품이 많았다. 박규민 대표는 단백질 그래놀라를 분석하다 놀라운 결과를 알아낸다. 일반 제품에는 단백질만큼이나 당분, 탄수화물 함유량이 많았던 것이다. 당분, 탄수화물은 몸무게를 늘리는데다, 혈당을 높여 사람을 쉬이 피로하게 만든다. 그렇다고 당분, 탄수화물을 없애면 그래놀라에서 아무 맛도 나지 않는다.
박규민 대표는 당분, 탄수화물이 없으면서도 맛있는 단백질 그래놀라를 연구 개발했다. 물론, 쉽지 않았다. 단백질 성분을 많이 넣었더니 그래놀라에서 비린 맛이 났다. 조리할 때 금방 타 버리는 문제도 생겼다. 단백질과 맛을 내는 성분을 조화롭게 배합하고, 설탕을 대체할 물질을 찾고 그래놀라 고유의 바삭한 식감까지 내는 데 6개월이나 걸렸다. 고생 끝에 레디블룸은 영양분과 맛을 모두 가진 그래놀라를 개발한다. 상품 종류는 초콜릿과 시그니처(바닐라), 카페 세 가지다.
레디블룸 그래놀라 초콜릿에는 단백질 초콜릿 볼이 들어있다. 기존 초콜릿 그래놀라가 대개 초콜릿 향만 넣은 것과는 다르다. 단백질 초콜릿 볼은 식감과 영양, 단 맛 모두 가진 천혜의 재료였다. 초콜릿 맛이 진하지만, 달지 않은데다 영양소가 풍부한 덕분에 레디블룸 그래놀라 초콜릿의 재구매율은 70% 가까이 될 정도로 높다고 한다.
바닐라 맛을 내는 그래놀라 시그니처는 레디블룸만이 가진 상품이다. 과일, 차, 우유 등 어떤 식품과 곁들여 먹어도 잘 어울린다. 물론, 그냥 먹어도 바삭한 식감과 깊은 맛을 낸다. 레디블룸 그래놀라 카페는 이름처럼 모카 커피의 향과 맛을 낸다. 쓴 맛은 줄이고 커피의 고소한 맛을 강조해 마치 모카 번을 즐기는 듯한 느낌을 준다. 덕분에 마니아층이 많다고 한다.
레디블룸 그래놀라 3종은 모두 단백질을 30% 이상 함유했다. 포장에 쓰여진 숫자(초콜릿 37%, 시그니처 32%, 카페 30%)가 단백질 함유량이다. 한 봉지 200g에 단백질이 최소 64g 들었다. 그래서 하루에 한 봉지를 두세 번 나눠 먹으면 하루 단백질 권장 섭취량을 만족하고도 남는다. 반면, 당류는 단 1g 들었으며, 그마저도 설탕이 아니라 말토올리고당과 에리스리톨 등 설탕 대체제다.
흡수율도 높다. 레디블룸 그래놀라 3종에 든 단백질은 호박씨와 캐슈넛, 맥아분말과 대두단백너겟, 아몬드 등 모두 식물성이다. 레디블룸 그래놀라 초콜릿에는 최고급 우유 단백질도 들어 동물성과 식물성 단백질을 모두 제공한다. 유전자 변형(GMO) 농산물은 일절 사용하지 않는다. 아미노산도 풍부해 맛과 향, 영양 성분 모두를 확보했다.
레디블룸 그래놀라 초콜릿을 먹으면, 바삭한 식감 사이로 진한 초콜릿 향과 은은한 단 맛이 전해진다. 듬뿍 들어있는 단백질 초콜릿 볼과 함께 먹으면 먹는 재미와 맛이 몇 배나 늘어난다. 그 재미에 중량이 200g이나 되는 레디블룸 그래놀라 초콜릿을 단숨에 먹어치울 수밖에 없다. 우유나 과일, 요거트 등과 함께 즐기면 입자가 거칠게 씹히는 그래놀라의 식감을 한결 부드럽게 만들어 즐길 수 있을 듯하다.
그래놀라를 성공리에 개발한 박규민 대표는 두 번째 상품으로 ‘단백질 쉐이크’를 구상한다. 단백질 쉐이크는 가루라서 휴대하기 손쉽다. 언제 어디서든 물만 타면 훌륭한 식사 혹은 간식 대용 식품이 된다. 먹기 간편한 만큼 소비자 사이에서 인기가 많고, 그렇기에 시장 경쟁이 그래놀라보다 더욱 격렬하다.
박규민 대표는 단백질 쉐이크를 ‘건강 식품’이 아닌, 늘 손쉽게 가지고 다니면서 즐기는 ‘음료’ 개념으로 만들었다. 먹는 재미와 포만감을 높이려고, 어엿한 식사 대용 식품으로 만들려고 단백질 쉐이크 안에 바삭하게 씹히는 곡물 크런치도 넣었다. 그렇게 한 팩의 중량 40g 가운데 16g~17g을 단백질로 채우고, 당은 경쟁 제품보다 훨씬 낮은 4g 이하로 줄였다. 식이섬유도 4g 넣었다. 그럼에도 한 팩의 칼로리는 150Kcal 이하다.
여기에 여성들이 이 제품을 늘 손쉽게 즐기도록 도울 아이디어도 가미했다. 레디블룸 단백질 쉐이크의 맛은 밀크 티, 7곡 미숫가루 두 종류다. 차게, 혹은 따뜻하게. 어떻게 먹든 고유의 향과 맛을 낸다. 단백질 쉐이크를 통이 아닌 파우치에 담은 점도 인상적이다. 부피가 작고 접어서 보관 가능하므로 여성의 가방, 핸드백 속에 쏙 들어간다.
소비자는 파우치 옆에 새겨진 물 양 조절 눈금을 참고하며 단백질 쉐이크를 진하게, 혹은 연하게 취향에 맞게 즐긴다. 박스 바깥에는 하루에 단백질 쉐이크를 몇 개 먹었는지 확인하고 기록하는 용도의 스티커를 붙이도록 구성했다. 레디블룸은 이 스티커를 성실하게 붙인 소비자에게 상품을 주는 이벤트도 벌였다.
박규민 대표의 상품 기획 아이디어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레디블룸 그래놀라의 포장에는 ‘푸드 업사이클링(재활용)’ 마크가 새겨졌다. ESG 정책의 일환으로, 레디블룸은 맥주박(맥주를 만들고 난 후 나오는 부산물)으로 각종 소재를 만드는 스타트업 '리하베스트'와 손 잡고 환경 친화적인 제품을 만들었다.
한 봉지 중량이 200g인 그래놀라를 소비자가 원하는 대로 나눠서 먹도록, 혹은 과일과 요거트 등을 함께 담아 보관하며 도시락처럼 먹기 편하도록 도울 전용 용기를 마련했다. 폐기물 양을 늘리는 1회용 소포장 상품을 만드는 대신 반영구 사용 가능한 전용 용기를 고안했다.
레디블룸은 종이 포장재와 생분해 비닐 포장지를 쓴다. 이 역시 폐기물을 줄이려는 노력 가운데 하나다. 건강을 선물하는 세트이기에 상품은 물론 포장 전반에도 건강한 소재를 적용했다며, 박규민 대표는 이러한 ESG 정책을 더욱 강화한다고 강조한다.
다양한 개성을 앞세운 레디블룸의 단백질 상품군은 온오프라인에서 주목 받았다. 인기를 끈 레디블룸 상품의 성분과 포장, 캐릭터를 그대로 베껴 상품을 파는 이들까지 등장했다. 경쟁이 치열한 단백질 상품 시장에서 나름대로의 성과를 냈다고도 볼 수 있지만, 박규민 대표는 그렇기에 많은 고민을 한다.
먼저 ‘소비자층을 여성에서 남성, 어린이로 늘려야 하는지’ 고심한다. 레디블룸 창업 당시 그녀는 ‘여성을 위한 단백질 제품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그래서 ‘고단백·저당’을 고집한다.
하지만, 소비자 사이에서 남성 혹은 아이들이 먹을 단백질 상품군을 원하는 목소리가 조금씩 커진다. 그러려면 레디블룸의 철학인 고단백·저당은 물론, 상품군의 형태나 종류, 용량까지 바꿔야 한다. 새로운 상표도 만들고 홍보 전략도 다시 세워야 하는데 여기에 쓸 자원이 부담스럽다.
‘인재’도 원한다. 레디블룸은 지금까지 박규민 대표의 경력과 판단을 발판 삼아 성장했다. 여기에서 한 단계 더 발전하려면 그녀의 경력 뿐만 아니라 연구·개발, 상품화와 브랜딩 등 전문가의 능력을 더해야 한다. 이어 판로와 상표 인지도 확장, 투자 유치와 인재 배치 등 경영을 도울 인재도 필요하다.
‘네트워킹’도 고민이다. 리하베스트처럼 영향력과 지식을 주고 받으며 함께 성장할 스타트업, 기업 운영과 성패의 경험을 나누며 위로하고 서로의 등을 지지해 줄 스타트업 네트워크를 원한다. 박규민 대표는 ‘카피 제품’ 대응법도 고심한다. 최근 단백질 식품 기업이 레디블룸 상품의 성분과 제조 기법, 상품 포장과 캐릭터를 도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그녀는 레디블룸의 철학과 개성을 담은 상표의 인지도를 높이고, 이를 경쟁력으로 만들어 대응할 계획을 세웠다. 이 계획에 승산을 더할 홍보 마케팅 전략도 원한다.
박규민 대표는 레디블룸의 성장 전략으로 ‘수출’을 꼽았다. 이미 중국의 바이어 기업과 계약을 체결, 올해 안에 중국 시장에 진출 예정이다. 미국 시장에는 아마존을 통해 진출 예정이지만, 식품 수출 인증이 까다롭고 비용이 많이 드는데다 시간도 오래 걸리기에 호흡을 길게 유지 중이다. 싱가포르를 포함한 아시아 신흥 국가도 레디블룸의 예비 소비자층이다. 10월 태국 비타푸드 컨퍼런스 참가를 시작으로 박규민 대표는 새로운 정보와 원재료를 발굴하고 아시아 수출 전략도 점검한다.
레디블룸은 스케일업을 통해 상표를, 소비자의 건강 하나만 보며 기업을 운영하는 진심과 철학을 알리고 싶다고 말한다. 누구나 간편하게 믿고 먹으면서 건강을 지키도록 돕는, 최고 품질의 성분으로 만든 단백질 상품군을 알리고 싶어한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다양한 판로, 새로운 파트너 기업과 만날 것을 기대한다.
스케일업코리아 팀은 박규민 대표와 레디블룸의 이야기를 듣고 상표 전략 수립, 판로 개척과 해외 진출을 조언할 전문가를 섭외했다. 다음 기사에서 박규민 대표와 레디블룸이 고민을 조금씩 해결하는 모습을 소개한다.
글 / IT동아 차주경(racingca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