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량 확인 어떻게?” 기업 채용 담당자들이 ‘AI역량검사’에 눈 돌리는 이유
[IT동아 권택경 기자] 매년 가을이면 취준생도 기업의 채용담당자들도 분주해지던 시절이 있었다. 대기업들의 하반기 공채가 몰려있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차례차례 공채를 폐지하면서 ‘공채 시즌’도 이제는 옛말이 됐다. 현대차, LG전자는 지난 2019년, 롯데는 지난해, SK는 올해부터 공채를 폐지했다. 이른바 5대 대기업 중에서는 삼성전자만 유일하게 공채를 유지 중이다.
대기업들이 공채를 폐지하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인적성 검사 중심의 공채보다 직무역량 평가 중심의 수시 채용이 더 효과적이라는 판단도 한몫 했다. 이처럼 갈수록 역량 평가의 중요성은 커지고 있지만, 기업 채용 담당자들 사이에서는 역량 평가 또한 쉽지 않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온다. 정량적 요소보다 정성적 요소가 많아 객관적 평가가 어렵다는 것이다.
역량 중심 채용, 실상은 대부분 실무자 면접에 그쳐
실제 대부분의 기업들은 지원자의 역량을 평가하기 위해 실무자 중심의 면접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고, 평가 기준이나 결과를 객관화하기도 어렵다. 실제 역량보다는 면접에 능한 지원자가 높은 점수를 받게 되는 문제도 있다. 많은 취준생이 지망하는 대기업의 경우 취업 사교육이 활발해 면접 질문과 답안이 공유되는 경우도 흔하다. 결국 지원자가 원래 가지고 있는 성향이나 진솔한 생각은 면접 컨설팅이나 학원에서 제시한 모범 답안에 가려져 알 수가 없게 되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채용 전형(서류, 인적성, 면접)과 성과의 상관관계를 막상 검증해보면 상관관계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난 9월 1일 하반기 채용을 앞두고 100개 기업이 모인 채용 진단 워크샵에서 KB손해보험 인사 담당자는 “최대한 현업 담당자들이 면접에 참여해 직무 역량을 검증할 수 있도록 노력하지만 표준화된 면접지와 보편적인 질문으로 지원자의 역량을 확인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면서 “면접 고득점자와 입사 후 고성과자 간의 상관관계가 적은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충남대학교 경영학부 박지성 교수 연구팀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국내 16개 기업, 6개 산업군에 재직 중인 404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이 채용에 활용하고 있는 선발 도구 대부분이 선발 도구로서 활용하기 어려운 수준의 예측 타당도를 지닌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노동부는 채용 검사의 예측 타당도가 0.21을 웃돌아야 선발 도구로서 효용성이 있고, 0.35 이상인 경우 매우 효용 있는 검사라고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격증, 학점, 인적성, 학벌, 영어 점수뿐만 아니라 인적성 검사나 면접도 예측 타당도 0.11 미만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선발 도구로서의 유용성이 기준 미달이라는 의미다.
기존 채용 도구 한계 극복할 대안 찾기 나선 기업들
이렇게 현재 기업들이 활용하고 있는 선발 도구 유용성이 낮음에도 기존 채용 전형을 고수하는 건 그 상관관계를 검증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곳이 많기 때문이다. 마이다스인 역량센터가 295개 기업 채용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채용 전형과 성과의 상관관계를 검증해본 적이 있다고 답한 기업은 18%에 그쳤다. 검증을 했거나, 경험적으로나마 채용 전형에 문제가 있다는 걸 알아도 쉽사리 새로운 채용 전형을 도입하지 못하기도 한다. 대안을 찾는 게 쉽지 않아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최근 고용 시장에서는 채용연계형 인턴십이 확대되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차라리 일을 먼저 시켜보고 채용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발상이다. 채용연계형 인턴십은 기업 입장에서는 지원자의 실무 능력을 직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어 이점이 크지만, 취준생의 사정은 다르다. 정규직 전환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시간과 노력을 빼앗기는 셈이라 착취적 제도라는 불만도 적지 않게 나온다.
기업 인사 담당자들은 이러한 채용 시장의 문제들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역량을 객관적으로 추출하고, 지표화할 수 있는 새로운 채용 도구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인사 담당자는 “앞으로는 직무와 조직 별로 중요하고 필요한 역량들을 객관적으로 추출하여 실제 선발에 적용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예측 타당성 높은 AI역량검사 활용 사례 늘어나
현재 기업이나 학계에서 성과를 예측할 수 있는 요인으로 가장 널리 연구되는 세 가지 요인은 일반 지능(General Mental Ability), 정서적 지능, 개인의 성향이다. 이중 일반 지능은 추리력, 수리력, 공간지각력 등 직무 성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지 능력을, 정서적 지능은 자신이나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능력을 말한다. 개인의 성향은 성실성, 외향성, 친화성, 개방성 등 성격적 요소다.
최근에는 성과 예측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이 요인들을 단편적이고 일률적으로 평가하기보다는 다른 요인들이나 직무 특성, 업무 환경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사실이 연구를 통해 검증되고 있다. 예컨대 개인의 성향에 있어서 이전에는 ‘성실성’을 성과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요소로 보고 주목했다면, 최근에는 사회적 기술이 필요한 직무에서는 ‘외향성’, 경쟁심이 덜 필요한 직무라면 ‘친화성’에도 주목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된다. 결국 천편일률적 선발 기준이 아니라 시대와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과 직무에 맞는 유연한 맞춤형 선발 기준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최근 주목받고 있는 게 바로 AI역량검사다. HR전문기업 마이다스인이 2018년 개발한 AI역량검사는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해 기업의 조직 문화, 인재상, 직무, 필요 역량 등에 따른 맞춤형 평가를 설계해준다. 출시 4년이 지난 현재 1700여 개 기업이 채용 과정에서 직간접적으로 이를 활용하고 있다. AI역량검사를 활용하면 빠르게 변화하는 산업 상황에 맞춰 지금 필요한 문제 해결력을 지닌 인재를 유연하게 조절하며 선발할 수 있다는 게 마이다스인 측 설명이다.
실제로 GS리테일은 AI역랑검사의 커스터마이징 기능으로 조직에 맞는 직무 특성, 인재상, 역량별 가중치, 재직자들의 검사 데이터 등을 반영해 선발 과정에서 의사 결정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화장품 브랜드’ 닥터G’를 보유한 고운세상코스메틱도 AI역량검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기업 사례 중 하나다. 고운세상코스메틱은 지난 2019년 AI역량검사를 도입한 후 검사 결과와 실제 인사평가 데이터를 분석하고, 이를 다시 채용 과정에 반영하며 채용 전형을 기업이 필요로 하는 역량에 맞춰 최적화해 나가고 있다.
마이다스인의 AI역량검사는 기존 심리학, 인문학에 기반을 둔 역량모델이 아닌 생물학 및 신경과학에 기반한 자체 통합역량모델이라는 자체 모델을 채택하고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정확도도 기존 채용 도구보다 높다고 마이다스인 측은 설명한다. 마이다스인이 밝힌 AI역량검사의 예측 타당도는 0.51로 기존 채용 도구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이다. 마이다스인 관계자는 “AI역량검사 하나만으로도 서류, 필기, 두 차례 면접을 거치는 일반적인 4단계 채용보다 고성과자 비율을 약 2.5배 증가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글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