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택시 배차 콜 몰아주기? 투명성 위원회 “존재하지 않는다”
[IT동아 권명관 기자] 2022년 9월 6일, 모빌리티 투명성 위원회(위원장 김현, 이하 투명성 위원회)가 온라인 기자 간담회를 열고, 카카오 T 택시 배차 알고리즘 소스코드 검증 결과를 발표했다. 투명성 위원회는 지난 2022년 1월, 택시 배차 시스템을 객관적으로 진단하기 위해 대한교통학회, 서울대 인공지능(AI) 연구원 등 외부기관이 추천한 빅데이터, AI, 교통분야 등의 전문가로 구성해 출범한 기구다. 한국교통대 교통에너지융합학과 김현 교수가 위원장을 맡았으며, 공주대 도시융합시스템공학과 김인희 교수, 연세대 도시공학과 김진희 교수, KAIST 건설및환경공학과 여화수 교수, KAIST 조천식모빌리티대학원 이진우 교수 5인이 참여 중이다.
투명성 위원회는 카카오 T 택시 배차 알고리즘 원리에 대해 투명성 강화 차원에서 외부 공개를 권고했고, 이에 지난 4월 카카오모빌리티는 알고리즘을 공개했다. 카카오 T 택시 배차 진행에 대한 모든 과정 공개와 함께 알고리즘의 차별성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배차 로직’, ‘소스 코드’, ‘소스코드와 서버 운영의 일치성’, ‘배차 실적 데이터에 기반한 배차 로직 운영 현황’ 등 4가지 관점에서 검증 결과를 발표했다.
투명성 위원회는 카카오모빌리티를 불시 방문해 서비스를 구동하는 운영서버 내 소스코드를 확인하고, 약 17억 건의 택시 콜 발송 이력 데이터를 전수 분석하는 등 카카오모빌리티의 배차 알고리즘을 실제로 시스템에 반영하는지 살폈다.
택시 배차 차별 로직은 없었다
투명성 위원회는 일반호출 배차 로직 소스코드 전문을 입수해 분석하고 검증한 결과, 택시 영업방식(가맹/일반/직영)과 승객이 호출한 영업거리(단거리/장거리) 등에 대한 차별을 뒷받침하는 로직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확인했다.
다만, 목적지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일반 기사와 목적지 정보 표시 없이 자동 배차 방식인 가맹기사 사이에 배차 수락률에 차이를 발견했는데, 이는 일반 택시 기사가 선택해 배차 콜을 수락한 차이라고 설명했다. 김현 위원장은 “일반 택시 기사가 배차 콜을 선택하는 자유도는 가맹 택시 기사보다 높다. 선택한 자유도 문제를 차별로 해석하긴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카카오 T는 승객과 택시의 떨어진 직선거리를 기준으로 가까운 배차 기사를 검색해 '콜 카드' 발급 후보군으로 설정하고, 후보군 대상으로 AI 시스템이 배차를 수락할 확률이 높은 기사 중 가장 가까운 기사 1명에게 콜 카드를 발송한다. 기사가 콜을 거절하거나 AI 시스템이 추천한 기사가 없는 경우에는 ETA(Estimated Time of Arrival, 예상 도착 시간) 점수 순으로 배차한다. 투명성 위원회는 “이러한 콜 카드 발송에 택시 영업방식에 따라 나누는 조건은 발견하지 못했다”라고 설명했다. 일반 택시 기사의 대기시간당 콜 카드 발송 건 수는 100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참고로 지난 4월,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 AI 배차 시스템 구조’를 공개했다. 요일, 시간대, 출도착지 인근 택시 수요공급 현황 등 ‘호출 정보'와 일평균 수락률, 목적지별 수락률, 평점 등 ‘기사 정보', 기사의 과거 운행 기록 등 30여 가지의 변수를 배차 로직에 활용한다. AI 배차 시스템은 이들 데이터셋을 기계학습으로 분석해 ‘호출 수락 확률이 높고 운행 품질이 보장된 기사 후보군'을 예측하며, 이들 가운데 ETA가 가장 짧은 기사 1명에게 콜 카드를 발송하는 방식으로 배차한다.
해당 콜 카드를 받은 기사가 배차 수락을 거절한 경우에는 예측 결과를 보수적으로 적용하고, 그 이후 AI 배차 시스템이 예측한 기사가 아닌 ETA 점수에 따라 콜 카드를 발송한다. 카카오모빌리티는 AI 기반의 예측 시스템과 ETA 점수를 동시에 활용하는 것은 높은 예측성을 바탕으로 하는 정밀한 배차 시스템과 승객에게 빠르게 도달할 수 있는 많은 기사군을 확보하기 위해 각각의 장점을 취하는 상호보완적인 방법이라고 설명한다.
일부 택시 기사에게 콜을 줄이는 패널티를 주고 있다는 질문에 대해, 공주대 김인희 교수는 “검증 결과 패널티를 주는 알고리즘은 존재하지 않았다. 배차 콜을 많이 수락하는 기사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최우선으로 택시를 기다리는 소비자의 편익을 줄이기 위해 설계됐다”라고 검증 결과를 확인했다.
또한, 승객 결제 방식(앱 내 자동결제, 직접 결제 등)이 배차에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 KAIST 여화수 교수는 “자동결제 방식으로 호출하면, 자동결제할 수 있는 택시에만 배차 콜을 발송한다. 자동결제할 수 있는 택시 중 가맹/비가맹 간 배차 콜에 차이는 발견하지 못했다”라고 설명했다.
배차 기회는 충분하게 제공하고 있다
투명성 위원회는 기계학습 AI 시스템을 다양한 관점에서 분석한 결과, 기사의 수락률, 승객에게 도착하는 예상 도착 시간(ETA)이 배차를 제공하는 여러 인자 중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고 전했다. 다만, 해당 기계학습 모형은 가중치 모형이 아니라 인자별 가중치에 대한 분석은 어렵다고 설명했다.
투명성 위원회는 실적 데이터 분석 결과, 콜 카드 발송 대비 수락률은 일반 택시와 가맹 택시 기사 사이에 편차를 발견했는데, 이는 목적지 미표시 자동배차와 목적지 표시 선택배차 시스템에 따른 골라잡기에 의한 결과로 판단했다. 이러한 결과는 예상 운행 거리에 따른 발송 대비 수락률 차이라고 설명했다.
일반 기사가 받는 콜은 목적지 정보를 표시해 배차 수락을 선택할 수 있다. 또한, 예상 운행 거리를 콜 카드 화면에서 확인할 수 있어,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장거리 호출을 수락하는 경우가 단거리 보다 많았다. 반면, 가맹기사는 목적지 정보를 표시하지 않는 자동 수락 시스템이라 예상 운행 거리를 수락 시점에 알 수 없기 때문에 거리에 따른 수락률 차이가 크지 않다.
연세대 김진희 교수는 “택시 배차는 기사가 수락해야 최종적으로 이뤄진다. 배차 과정에서 거리, 수락률 등이 변수로 들어가는데 기사가 콜 수락률을 높이는 것이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카카오모빌리티가 사용하는 AI 추천 모델은 가중치를 산출할 수 있는 모델이 아니다. 여러 변수에 따라 결과가 도출되는 모델”이라고 설명했으며, 공주대 김인희 교수 역시 “중요한 것은 택시 기사의 과거 콜 수락률”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투명성 위원회는 지금까지의 검증 결과와 도출한 결론을 바탕으로 최종 보고서를 발간할 계획이다. 김현 위원장은 “이번 검증 과정을 통해 국내 모빌리티 플랫폼이 사회와 교통 편익 증진에 기여할 수 있는 역할을 모색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라며, “앞으로도 사회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택시 서비스의 개선 방향을 제안하기 위해 승객, 가맹기사, 운수사업자, 학계, 정부, 등의 의견을 수렴하고자 한다. 승객과 기사, 카카오모빌리티 3자가 모두 윈-윈할 수 있는 배차 방향성에 대해 제언하고자 한다”라고 전했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