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쌍용차의 승부수…'토레스' 타보니
[IT동아 김동진 기자] 벼랑 끝에 몰렸던 쌍용차가 신차 ‘토레스’를 출시하며 승부수를 던졌다. 회사 측은 공격적인 가격책정과 기술력을 집약해 동급 최강의 가성비 차량을 준비했다고 강조했다. 출시 2개월 만에 누적 계약 6만대를 돌파하며 초반 흥행에 성공한 토레스의 매력은 무엇인지 살펴봤다.
정통 SUV 부활 선언…강인한 디자인 눈길
쌍용차는 정통 SUV를 트렌디하게 재해석한 결과물로 토레스를 소개했다. 강인함이 느껴지는 디자인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전면부는 수직 구조의 라디에이터 그릴과 엔진 하부를 보호하기 위한 스키드 플레이트가 조화를 이뤘다. 북두칠성을 모티브로 삼았다는 주간 주행등이 날렵한 인상을 준다.
후면부에는 스페어타이어를 형상화한 육각형 타입의 리어 가니쉬와 태극기의 건∙곤∙감∙리 중 ‘리’의 문양을 표현한 제동등을 배치했다.
토레스 차체는 전장(자동차 길이) 4,700㎜, 전폭(자동차 폭) 1,890㎜, 전고(자동차 높이) 1,720㎜, 축거(자동차 앞바퀴 중심에서 뒷바퀴 중심까지 거리) 2,680㎜다. 현대차 투싼보다 크고 싼타페 보다 작은 수준이다. 옆모습을 보니 차체 크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물리적 버튼 사라진 실내…'티맵·카플레이·안드로이드 오토' 미연동은 실망
쌍용차는 실내 비상등을 제외하고 물리적 버튼을 최소화한 ‘버튼 리스 디지털 인터페이스’를 구현했다.
파킹브레이크 위치가 독특한데, 보통은 기어봉 주변에 자리하고 있지만 토레스는 핸들 왼쪽 하단부에 있다. 내비게이션과 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ADAS) 등을 조작할 수 있는 12.3인치 인포콘 AVN이 비상등 버튼 상단에, 통풍시트와 핸들 열선, 외기 순환 모드 등을 조작할 수 있는 8인치 컨트롤 패널이 하단에 위치했다.
버튼의 조작감과 반응 속도는 훌륭했으나, 8인치 컨트롤 패널에서 통풍시트를 작동하며 단점을 발견했다.
영상에서 보듯, 통풍시트를 작동하거나 강도를 조절할 때, 두 단계를 거쳐야 하는 점이 아쉬웠다. 주행 상황에서 위험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계 장치의 작동상태를 알리는 계기판 역시 디지털로 구성한 모습이다. 주행 속도나 첨단장치의 작동 상태, 남은 연료 등 중요 정보를 안내하는 공간이 지나치게 작다는 점도 아쉬웠다.
계기판과 달리 12.3인치 인포콘 AVN는 시원시원한 느낌을 줬다. 사진상 숫자로 1번은 홈 화면이다. 이곳에서 차량 매뉴얼을 확인하거나, 애프터 블로우(에이컨 건조)와 같은 차량 설정을 조작할 수 있다. 2번은 내비게이션, 3번은 USB와 로컬미디어센터, 4번은 전화, 5번은 쌍용 인포콘, 6번은 뒤로가기 버튼이다. 쌍용 인포콘은 쌍용차가 2020년에 론칭한 텔레매틱스 서비스다. 텔레매틱스란 자동차와 무선 통신 기술을 결합해 차에서 외부 정보를 수집하거나, 차량 정보를 외부로 내보내며 통신하는 기술이다. 차 상태에 관한 정보를 회사 측과 주고받아 최적의 상태를 유지하도록 돕는 기술로, 유료 서비스다.
메인 디스플레이 크기는 12.3인치지만, 내비게이션 작동 시 우측에 나침반과 시계가 활성화돼 사실상 8인치 크기로 내비를 본다는 것도 단점이다. 스마트폰 풀 미러링과 안드로이드 오토, 애플 카플레이, 헤드업 디스플레이, 어라운드 뷰도 빠져있다.
이에 대해 쌍용차 관계자는 “10월쯤 12.3인치로 크기로 내비게이션을 볼 수 있도록 차량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할 예정”이라며 “안드로이드 오토와 애플 카플레이도 가능하도록 내부에서 개발 작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아쉬운 연비…안정적인 고속 주행감
연비를 측정하기 위해 주행을 시작했다. 시승한 토레스는 상위모델인 T7(3,020만원)이다. 추가 옵션으로 사륜구동, 딥컨트롤패키지(후측방 경고, 차선 변경 경고 등), 사이드스텝, 사이드스토리지박스, 하이디럭스 패키지(20인치 휠, 천연 가죽시트 등)가 적용됐다.
토레스 사륜구동의 공인 연비는 복합 기준 10.2km/L (도심 9.3km/L 고속 11.4km/L)이다. 먼저 고속 주행 연비를 측정하기 위해 여의도역에서 시화나래휴게소를 목적지로 설정, 경인고속도로와 수도권제1순환고속도로, 영동고속도로 등을 경유해 목적지로 향했다.
도심 주행이 일부 포함됐고, 고속도로에서 10분간 정체가 있었다는 점, 공조시스템을 1단으로 가동하며 달렸다는 점을 참고 바란다. 목적지에 도착한 결과, 10.6km/L 연비가 측정됐다. 다시 시화나래휴게소에서 대부황금로, 서해안로를 이용해 서울 양천구청으로 돌아왔을 때는 9.2m/L 연비가 기록됐다.
50km 이하 저속에서 액셀을 밟으면, 즉각 반응한다기 보다는 묵직하게 차체를 밀어내는 느낌을 줬다. 다만 60km 이상 가속이 붙으면 공차중량 1,610kg의 차체에 탄력이 붙는다. 친환경 1.5ℓ 터보 가솔린 엔진(e-XGDi150T)과 3세대 아이신 6단 자동변속기를 매칭한 결과다. 시승한 토레스는 저속보다는 고속에서 더 매력적이었다. 친환경 엔진을 탑재한 덕분에 제3종 저공해자동차 인증을 획득, 혼잡 통행료와 공영∙공항주차장 이용료 50~60% 감면 혜택도 누릴 수 있다.
곳곳에 느껴지는 세심함…단점도 커버하는 가격
하나하나 뜯어본 토레스 곳곳에서는 세심함이 느껴졌다. 신호대기 등 정차 상황에서 엔진을 일시 정지해 연비를 향상시키는 공회전 제한시스템(ISG, Idle Stop&Go)을 전 모델에 기본 적용했다. 신호대기 상태에서 앞차가 출발하면, 알람을 울려 상황을 알리는 똑똑함도 갖췄다.
차체 78%에 고장력 강판(340Mpa 이상)을 사용해 안전성을 높였으며, 유사시 긴급하게 차량에서 빠져나오도록 탈출용 망치 등 이스케이프 키트도 기본 제공한다.
엠비언트 무드램프의 컬러를 32가지 지원하며, 야간에 살펴본 LED 헤드라이트 광량도 풍부했다.
다만 야간에 백미러를 접고 펴거나, 각도를 조절할 수 있는 버튼에 실내등이 들어오지 않는 점은 개선이 필요하다. 중요한 기능인데도 어두운 곳에서 휴대폰 조명을 켜서 찾아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2열 공간은 상당히 넉넉했다. 키 183cm인 기자가 앉아 주먹을 쥐었을 때 2개 이상의 여유 공간이 나왔다.
트렁크 공간도 703ℓ(VDA213 기준/T5트림 839ℓ)로 넉넉했다. 쌍용차에 따르면, 골프백 4개와 보스턴백(여행용 손가방) 4개를 수납하고도 여행용 캐리어를 추가로 실을 수 있는 공간이다. 2열 폴딩 시 1,662ℓ 대용량 적재가 가능해 캠핑이나 차박에도 적합하다.
출시 초기, C필라에 위치한 사이드 스토리지 박스에 관한 논란이 있었다. 30만원을 주고 추가해야 하는 옵션인데 방수도 되지 않고 실용성도 없다는 것이다.
차량의 외관용 장식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었다. 실용성은 개인의 판단이기에 방수 성능을 시험해봤다.
마침 시승날 비가 내려 사이드 스토리지 박스에 신문을 넣고 주행해봤으나, 물에 젖지는 않았다. 하지만 쌍용차에서 스토리지 박스 안에 물이 유입될 수 있음을 경고하는 스티커를 부착한 만큼, 전자기기 등을 수납하는 일은 피해야겠다.
총평
쌍용차를 시승해보니, 몇몇 단점이 보였지만, 기본 적용한 편의・안전사양과 차체 크기, 주행 성능에서 소비자가 충분히 만족할 만한 제품이었다. 개별소비세 인하 기준 ▲T5 트림 2,740만원 ▲T7 트림 3,020만원으로 구성한 가격을 고려하면 말이다.
사회 초년생도 진입할 만한 3000만원 안팎의 가격으로 중형 SUV를 넘볼만한 스펙을 구성했다는 점에서 쌍용차가 승부수를 던졌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 단점으로 부각된 사항들을 얼마나 충실히 개선하는지가 추후 흥행 성적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글 / IT동아 김동진 (kdj@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