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단 침입·불법 촬영 막는 ‘안티 드론’ 어디까지 왔나

[IT동아 차주경 기자] 2018년, 영국에서 두 번째로 규모가 큰 개트윅 공항에서 한 바탕 소동이 일어났다. 드론이 공항 활주로 위를 무단 비행한 탓에 일시 폐쇄 조치가 내려진 것. 50여 차례나 공항 인근을 무단 비행한 이 드론 때문에 개트윅 공항은 운영에 큰 차질을 빚었다. 이 사건 이후 개트윅 공항 관계자는 드론의 무단 비행을 차단할 대책을 마련한다고 밝혔다.

영국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 인천 공항도 드론의 무단 비행 때문에 여러 차례 곤혹을 치렀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0년 9월~2021년 8월 말까지 인천 공항 반경 9.3km 이내인 관제권에서 불법 드론을 적발한 건수는 170건에 달한다. 항공기 운항 중단으로 이어진 사례도 11건이나 된다.

‘그깟 드론 한 대’라고 우습게 볼 것이 아니다. 항공 촬영 드론의 무게는 수 kg에서 무거우면 수십 kg에 달한다. 이렇게 무거운 드론이 100m 혹은 그 이상 높이에서 비행하다가 추락한다면? 혹은 이륙 중인 비행기의 엔진으로 빨려 들어가거나 날개나 유리창에 부딪힌다면? 큰 피해를 일으킬 것이다. 세계 각국이 드론의 무단 비행을 적발하고 무력화하는 ‘안티 드론’ 기술에 관심을 갖는 이유다.

드론에 그물을 쏴 무력화하는 안티 드론 기술 '드론 캐처'. 출처 = 델프트다이나믹스
드론에 그물을 쏴 무력화하는 안티 드론 기술 '드론 캐처'. 출처 = 델프트다이나믹스

초기 안티 드론 기술은 눈으로 드론을 확인하고 그물을 쏴서 추락을 유도, 무력화하는 원시 형태였다. 델프트다이나믹스가 공개한 '드론 캐처', 무단 비행하는 드론을 발견하면 근처로 날아가 그물로 포획하는 기술이 이와 같은 원리다. 이 기술은 나아가 산탄총, 전자기 교란기(EMP) 등으로 발전했다. 하지만, 이 기술로는 빠르게 움직이는 드론을 격추하기 어렵다. 발사 거리가 짧고 격추된 드론이 추락하며 또 다른 피해를 낳는 문제도 있다. 드론을 낚아채도록 훈련된 새, 드론을 감지하면 가까이 다가가 자폭하는 자폭 드론도 초기 안티 드론 기술에 속한다.

이어 드론이 내는 고유의 비행음을 주파수로 감지하는 안티 드론 기술이 등장했다. 이 기술은 드론에 따라 다른 비행음을 감지해 어떤 드론이 비행 중인지 파악한다. 따라서 야간에 운용하기 좋다. 반면, 소리를 감지해야 하므로 동작 범위가 수백 m 정도로 짧고 공항처럼 큰 소리가 자주 나는 곳에서는 운용 불가능하다. 드론 비행을 막거나 무력화하는 것이 아닌 단순 감지 기술이라는 단점도 있다.

드론을 감지하면 10kW 레이저를 쏴서 격추하는 보잉의 안티 드론 기술 '데스 레이'. 출처 = 보잉
드론을 감지하면 10kW 레이저를 쏴서 격추하는 보잉의 안티 드론 기술 '데스 레이'. 출처 = 보잉

드론이 날 때 내는 열을 적외선 센서로 감지하는 열감지 안티 드론, 전파를 쏴서 드론을 알아내는 레이더 안티 드론 기술도 속속 나왔다. 열감지 안티 드론 기술은 감지 거리가 비교적 길지만, 거리가 멀 수록 부정확해진다. 레이더 안티 드론 기술은 1km 남짓 먼 거리에서도 드론을 정확히 판별하지만, 전파를 활용하므로 구조물이 많은 지역이나 고도가 들쑥날쑥한 지역, 도심에서는 못 쓴다.

최신 안티 드론 기술은 드론과 조종기의 통신 주파수나 영상 신호에 직접 간섭한다. 드론과 조종기의 통신 주파수를 빼앗으면 드론을 강제로 착륙시키거나 무력화, 조종자의 위치로 돌려보낸다. 1km 남짓 먼 거리에서 사용 가능하며 드론 감지와 무력화를 모두 해낸다. 단, 여러 주파수 혹은 고유의 주파수를 쓰는 드론, 주파수가 아닌 GPS 경로로 자동 비행하는 드론은 감지하기 어렵다.

안티 드론 기술을 여러 개 합쳐 만든 드론 돔. 출처 = 드론 돔
안티 드론 기술을 여러 개 합쳐 만든 드론 돔. 출처 = 드론 돔

안티 드론 업계는 이들 기술을 두 개 이상 활용해서 복합 안티 드론 기술을 만들었다. 레이더와 소리, 주파수와 열감지 등 안티 드론 기술을 여러 개 써서 단점은 보완하고 장점은 강화한다. 그러면 사용 장소나 드론의 특징, 안티 드론의 목적을 반영한 맞춤형 안티 드론 기술을 만들기도 쉽다.

영국 개트윅 공항이 설치한 ‘드론 돔’이 복합 안티 드론 기술의 대표다. 열화상 감지기와 안테나 레이더 등 여러 드론 감지 기술을 함께 사용해 전방위를 감시한다. 감시 영역 안에 드론이 무단 침입하면 비행을 방해하는 전파를 쏘거나 주파수를 탈취, 강제 착륙을 유도해 무력화하는 등 여러 안티 드론 기술을 합쳤다.

최근에는 휴대형 안티 드론 기술도 각광 받는다. 안티 드론 업계에서 오래 활동한 ‘드론실드(Drone Shield)’가 선보인 초소형 복합 안티 드론 기술 ‘RfPatrol’이 사례다. 이 기술은 433MHz와 915MHz, 2.4GHz와 5.8GH 주파수를 파악하는데, 안테나 성능이 강력해 800m ~ 2km 거리 안 전방위에 있는 드론을 5초 이내에 감지한다.

드론실드의 휴대용 안티 드론 기술 RfPatrol. 출처 = 드론실드
드론실드의 휴대용 안티 드론 기술 RfPatrol. 출처 = 드론실드

RfPatrol은 드론 무력화 기술은 없으나, 감지한 드론의 제품명과 제조사, 주파수 대역과 배터리 잔량 등 정보를 알아내므로 조종자 추적을 돕는다. 드론 감지 능력이 우수하지만, 크기는 92 x 160 x 51mm,에 무게 1.2kg로 작고 가벼우며 약 10시간 운용 가능하다. IP67 방수와 NATO 표준 군용 등급을 획득할 정도로 내구성도 높다.

안티 드론의 활용 영역은 더욱 넓어질 전망이다. 군부대와 군 시설 주변, 공항 등에 드론이 무단 침입해 피해를 입히는 일이 늘고 있어서다. 나아가 연구소를 포함한 보안 유지 시설, 발전소나 철강소 등 국가 기반 시설 등에도 안티 드론 기술이 점차 뿌리를 내릴 것으로 예상한다.

글 / IT동아 차주경(racingca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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