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 VR이 만났다... "VR에선 기존 틀에서 벗어난 새로운 경험 가능해"
[IT동아 정연호 기자]
“‘Think Outside The Box(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새롭게 생각해라)'. 사람은 용을 보지 못하면 용의 꿈을 꿀 수 없다. 기존 교육과 달리 VR, AR 등으로 아이들은 많은 경험을 접할 수 있게 됐다. 이를 통해 아이들이 다양한 꿈을 꿀 수 있도록 돕고 싶다”
25일 서울 조선 팰리스 강남 호텔에서 메타가 진행한 ‘교육 현장에서의 메타버스 미디어 브리핑’에서 에어패스 정윤강 본부장이 전한 말이다. 행사에 참석한 에듀테크 스타트업 브이리스브이알 권종수 대표, 실감형 교육 전문기업 에어패스 정윤강 본부장, 교육현장에서 VR을 활용해온 경희여자중학교 이상근 교사가 이 자리에서 교육과 VR, AR의 만남을 이야기했다.
메타(구 페이스북)코리아의 김진아 대표는 “과거의 인터넷이 텍스트, 이미지, 동영상 순으로 발전했다면 메타는 그다음 스텝이 메타버스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건강한 메타버스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서 메타는 관련 기술 개발과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앞으로 다양한 협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교육현장에서 메타버스와 VR(가상현실)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사례들이 소개됐다. 에어패스 정윤강 본부장은 “지금 교육을 받고 있는 아이들은 어린 시절부터 태블릿을 손에 쥔 세대다. 이에 맞는 새로운 교육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교실에서 교사가 책을 통해 일방적으로 내용을 전달하는 교육은 과거의 방식이기 때문에 디지털 친화 세대에 맞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에어패스가 내놓은 답은 VR을 활용한 스포츠 교육이다. 에어패스는 2016년부터 VR스포츠실을 내놓으며 현재까지 전국 450개 이상의 학교, 수련관, 복지관, 국립특수교육원에 관련 시설을 보급했다. VR스포츠실은 스크린을 활용해 VR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말한다. 스크린에 축구 골대가 있으면 그곳에 축구공을 차서 운동을 할 수 있다. VR스포츠실엔 달린 전용 센서가 사람의 움직임을 인식하고 VR콘텐츠에 반영한다.
에어패스가 실내 VR스포츠실을 만든 이유는 기후변화와 관련이 있다. 미세먼지로 많은 학생들이 운동장이 아닌 체육관에서 운동을 하게 됐다. 하지만, 체육관에도 스포츠를 위한 장비가 부족한 게 현실이다. VR을 활용하면 스포츠 장비가 부족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현재 40종이 넘는 스포츠를 VR스포츠실에서 할 수 있다.
정윤강 본부장은 “지금 학생들에게 과거의 아날로그 교육을 강요하는 건 아닌지 고민이 필요하다”면서 “메타버스로 아이들에게 다양한 환경을 제공하고 이들이 다양한 꿈을 꿀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브이리스브이알의 권종수 대표는 VR을 활용한 이동형 교육이 교육과 지역 격차를 해소할 수단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브이리스브이알은 VR트럭과 VR버스를 통해서 학교나 기관, 행사나 축제에 직접 찾아가 사람들이 VR을 체험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트럭이나 버스에 설치한 시뮬레이터에 앉고 이용자는 HMD(디스플레이 장치)를 착용해 VR을 즐기면 된다. VR화면에 맞춰서 시뮬레이터가 움직여 몰입도가 증가한다.
권종수 대표는 “VR트럭에서 VR롤러코스터 등을 체험하는 것 그 자체도 큰 교육이라고 본다. 새로운 미디어를 처음 접하고 그 미디어를 공부할 수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어 “브이리스브이알은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VR 직업 교육 콘텐츠 ‘휠마스터’를 개발해 휠체어 정비, 소독, 세척 등의 활동을 쉽고 현실감 있게 학습하도록 돕고 있다”고 했다. 휠마스터는 이용자의 장애 정도나 학습 능력에 맞춰 콘텐츠 속도나 반복 횟수를 조절할 수 있어 현장 반응이 좋다고 한다.
교육에 VR을 활용해온 경희여자중학교의 이상근 교사는 “백 번 듣는 것보다 한번 경험하는 게 더 낫다는 게 지금까지 교육을 해오면서 깨닫게 된 점”이라고 말했다. 이상근 교사는 “가상현실을 활용하면 책이나 사진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배우는 게 아니라, 직접적으로 그 상황을 경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의 설명처럼, 교과서를 통해 고대 로마를 배우는 것과 VR을 통해 고대 로마의 유적을 생생하게 보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현장의 아이들은 책보다 VR을 통해 고대 로마를 접하는 것에 더 많은 흥미를 느낀다고 한다.
이상근 교사는 학교에서 ‘기술’ 과목을 가르치는데 학생들은 자동차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많은 학생들이 자동차가 자신의 삶과 관련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시뮬레이터 의자와 HMD를 통해서 학생들이 자동차를 VR로 경험하는 수업을 준비하고 있다. 이상근 교사는 “VR을 통해 현장감과 실제감을 느끼면 이는 수업에 대한 흥미로 이어질 것이고, 흥미는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간담회 현장엔 VR콘텐츠를 체험할 수 있는 부스가 마련돼 있었다. 에어패스가 마련한 VR 부스에서 HMD를 착용하고, VR 세상에서 가운과 장갑을 낀 뒤 아스피린을 합성해봤다. 실제로 화학물질을 합성하는 것처럼 VR에서 다양한 장비들을 활용했다. 화학물질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서 HMD엔 합성 과정에 대한 설명이 나왔다.
아스피린을 합성할 때 삼각플라스크가 가열되는 것을 1분 정도 기다렸다. 실제로는 10분 정도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플라스크를 가열할 때 어느 정도는 기다려야 한다는 걸 이용자가 잘 기억하도록 하기 위해서 VR에서도 약 1분간 기다리게끔 설정됐다. 합성 과정에서 사용한 장비와 물질의 이름은 상당히 어려웠고 말로만 설명을 들었을 땐 이해가 안 됐는데, VR에서 직접 합성을 해보니 이 과정이 생생하게 기억에 남았다.
글 / IT동아 정연호 (hoh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