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합리적 구성의 OLED 패널 노트북 , 에이수스 비보북 프로 15
[IT동아 남시현 기자] 2019년, 에이수스는 세계 최초의 OLED 휴대용 모니터인 프로아트 PQ22UC를 공개했다. PQ22UC는 처음 출시된 휴대용 OLED 모니터임에도 3840x2160 해상도에 DCI-P3 99%를 충족하는 등 현재 기준으로도 고사양에 해당한다. 문제는 모니터만 포함된 해당 제품의 출시가가 700만 원대로 지나치게 비쌌다는 점이다. 물론 첫 제품인 데다가, 사양도 높아서 가격이 비쌌긴 한데 일반 소비자는 물론 전문가들 역시 접근하기 어려운 가격대라서 얼마 지나지 않아 조용히 판매가 중단됐다. 하지만 휴대용 OLED의 가능성을 인지한 노트북 제조사들은 본격적으로 노트북에 OLED 패널을 탑재하기 시작한다.
이후 3년이 지난 지금, OLED 패널 노트북은 상당히 합리적인 가격대로 내려오는 데 성공했다. 처음엔 프리미엄, 하이엔드 급 노트북에 주로 탑재되다 보니 가격대가 300만 원대 이상이었지만, 판매량이 늘면서 그만큼 가격대가 하락하기 시작해 지금은 100만 원대 초반이면 구할 수 있다. 사양이 괜찮은 노트북이 80만 원대부터 시작하니 사실상 LCD 노트북과 차이가 거의 없는 수준이 됐다. 에이수스의 경우, 초반에는 젠북 등 고급 라인업에만 적용하다가 현재는 가성비 라인업인 비보북에도 OLED 패널을 탑재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120만 원대 OLED 노트북의 구성은 어떨지, 에이수스 비보북 프로 15를 바탕으로 가볍게 짚어본다.
OLED 패널에 ASUS 5800H, RTX 3050 TI까지
에이수스 비보북 프로 15는 에이수스의 사무용 노트북 라인업으로는 보급형에 속하지만, 그중에서는 조금 윗 급의 제품이다. 프리미엄 급 하드웨어는 제외하되, 성능은 보급형보다 한 단계 높은 수준을 갖춘 게 비보북 프로 라인업의 특징이다. 리뷰에 사용된 비보북 프로 15의 경우도 45W급 프로세서인 AMD 라이젠 7 5800H 프로세서와 엔비디아 RTX 3050 TI 프로세서, 16GB 메모리를 장착해 성능 측면은 챙기면서도 가격대는 보급형보다는 높지만 프리미엄 급은 아닌 120만 원대부터 시작한다. 특히나 작년까지만 해도 고사양 제품 위주로 탑재되던 OLED 패널을 탑재하고 있어서 구성이 더욱 합리적으로 갖춰졌다.
OLED 디스플레이는 15.6인치 FHD(1920x1080) 및 3K(2880x1620) 해상도 중 선택할 수 있으며, 400니트 밝기에 DCI-P3는 100% 충족한다. 15.6인치 FHD는 일반적인 사무용 노트북의 기준이 되는 크기 및 해상도로, 일반 문서 작업은 물론 영상 감상 등에도 무난하게 쓸 수 있다. 밝기는 최대 400니트로 일반 노트북들보다 조금 더 밝은 수준이고, 야외에서 활용해도 직사광선만 아니라면 충분히 시각적으로 인지할 정도다. DCI-P3를 100% 충족한다는 의미는 미국영상협회에서 표준으로 활용하는 색공간이라는 말로, 적절한 교정만 거친다면 전문가의 영상 편집 용도로도 대응할 수 있다는 뜻이다.
OLED 패널의 장점은 얇고 가볍다는 점, 그리고 밝은 점과 어두운 점의 밝기 대비인 명암비가 무한대라는 점이다. 일단 OLED는 각 소자 하나하나가 직접 발광하기 때문에 LCD와 다르게 백라이트가 필요없다. 이 때문에 디스플레이가 얇고 가벼워진다. 또한 어두운 부분을 표시할 때 소자 자체를 꺼버리는 방식이기 때문에 완전한 검은색을 표현할 수 있다. LCD의 경우 검은색을 표현해도 밝기가 조금 남아있어서 명암비가 1000~3000:1 정도로 제한된다. 또한 다크 모드 등을 활용하면 배터리 소비를 아낄 수 있다는 것도 장점 중 하나다.
인터페이스는 사무용 수준에 딱 맞게 돼있다. 좌측에는 2개의 USB 2.0 단자가 있고, 우측에는 오디오 단자와 마이크로 SD 슬롯, USB-C형 단자, HDMI 단자, USB 2.0 단자, 전원 단자로 구성돼있다. 이중 USB-C형 단자는 단순히 데이터 전송용으로 USB-PD나 디스플레이 입력은 지원하지 않는다. 인터페이스의 등급이나 전송 속도가 비교적 떨어지는 편이지만 가짓수가 다양해 사무 용도로는 손색이 없다. 다만 인터페이스 대다수가 좌측에 마련돼있어 마우스 사용 시 조금 불편할 수 있다는 점은 감수해야 한다.
또한 내부 업그레이드가 불가능하다. 대다수 편집용 노트북은 저장공간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추가로 저장 공간을 확보하거나 램을 업그레이드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비보북 프로 15는 NVMe 슬롯이 하나뿐이라서 저장공간 추가가 아닌 완전 교체가 가능하고, 메모리는 온보드 형식으로 납땜돼 있어서 추가가 불가능하다. 2.5인치 저장장치를 탑재할 공간도 없다. 따라서 사용 중 업그레이드까지 고려하는 업무, 편집용 PC를 찾는다면 업그레이드가 가능한 제품 라인업을 찾길 바란다.
8코어 16스레드 기반의 AMD 라이젠 7 5800H가 핵심
에이수스 비보북 프로 15는 AMD 계열로는 라이젠 5 5600H 및 라이젠 7 5800H을 선택할 수 있다. 5600H는 6코어 12스레드 구성에 최대 4.2GHz로 동작하며, 5800H는 8코어 16스레드 구성에 4.4GHz로 동작해 체감할만한 속도 차이가 난다. 그래픽 카드는 외장 그래픽 없이 내장 그래픽으로만 동작하는 모델과 엔비디아 RTX 3050 4GB 탑재 모델, RTX 3050 TI 탑재 모델로 나뉜다. 리뷰에는 5800G에 RTX 3050 Ti를 탑재하고, 16GB 메모리를 활용한 모델이 사용됐다.
해당 제품은 기본적으로 프리도스 모델이기 때문에 윈도우 설치 이후 드라이버 등을 직접 설치해야 하고, 제조사에서는 RTX 스튜디오를 권장하고 있다. 해당 제품 자체가 게임에 특화된 구성보다는 작업 용도에 더 초점을 맞춘 제품이라서다. 하지만 RTX 스튜디오 드라이버 활용 시 일부 벤치마크 테스트 결과가 다른 대조군과 비교가 어렵고, 또 호환되지 않는 일부 프로그램에서는 성능이 떨어질 수 있어서 게임 레디 드라이버로 실행했다. GPU 하드웨어 가속이 포함되는 어도비 소프트웨어나 맥슨 시네마 4D 렌더링 같은 작업 용도라면 RTX 스튜디오 드라이버를 활용하는 게 유리하다.
성능 확인을 위해 게이밍 성능을 테스트하는데 쓰이는 3D마크: 파이어스트라이크와 CPU 렌더링 속도를 확인하는 시네벤치 R23을 활용했다. 파이어스트라이크는 FHD 해상도 게임에 대한 성능을 테스트하는 과정으로, 다른 PC의 파이어스트라이크 결과와 비교해 성능을 상대 평가할 수 있다. 해당 결과에서 나온 점수는 그래픽 1만2295점, 물리 점수 2만2551점으로 확인되는데, 그래픽은 GTX 1060 6GB보다 높고, RTX 3050 ti 평균보다도 소폭 높다. CPU도 게이밍 노트북만큼은 아니지만 사무용 제품으로는 충분히 성능을 내고 있다.
10분 간 특정 렌더링 영상을 반복해 3D 성능을 테스트하는 시네벤치 R23 버전의 경우, 다중 코어 1만1189점, 단일 코어 1394점으로 AMD 라이젠 5 5800H 평균보다 소폭 낮게 나왔다. 이는 5800H를 탑재하는 제품 대다수가 더 높은 방열 성능을 갖춘 게이밍 노트북이라서 그렇다. 이 정도 성능으로도 AMD 라이젠 5 3600X 혹은 인텔 코어 i5-11400F보다는 높은 수치다.
게이밍 성능도 간단히 확인했다. 비보북 프로 15는 업무용 노트북 라인업이긴 하지만 근본은 게이밍 노트북에 가깝기 때문이다. 특히나 디스플레이가 초당 120회 재생되는 120Hz 주사율을 지원해 1인칭 슈팅 게임 등을 플레이해도 손색이 없다. FPS 게임인 레인보우식스:시즈를 최고 옵션으로 벤치마크를 진행한 결과에서는 최소 152프레임, 평균 189프레임을 획득해 120Hz 주사율로 플레이해도 모자람 없는 성능을 보여주었다. 또한 작년에 출시된 파크라이 6를 FHD, 울트라 옵션으로 진행한 결과에서도 최소 44프레임, 평균 50프레임을 획득해 충분히 게이밍으로 쓸 수 있음을 확인했다. 비디오 메모리가 4GB로 부족하긴 하지만, 해상도와 옵션만 타협하면 웬만한 최신 게임도 무리 없이 소화할 수 있다.
배터리는 63Wh를 장착해 오래가진 않는다. 원래 45W급 프로세서에 외장 GPU까지 장착된 노트북의 경우 배터리가 그리 길지 않다. 밝기를 100%로 둔 상태에서 최적의 전원 효율성 상태로 실사용 시 배터리 성능을 확인하는 PC마크 10 모던 오피스 테스트를 진행했다. 해당 테스트는 화상회의, 문서 작업, 웹 서핑, 3D 편집 등 다양한 기능을 반복 수행해 실제 배터리 활용 시간에 가까운 결과를 내놓는다. 이때 비보북 프로 15의 실사용 시간은 약 5시간 20분으로 반나절 정도 활용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작업 효율을 고려한 노트북이라 배터리 성능은 부족한 듯, 쓸만한 수준이라 생각된다.
디스플레이에 초점 맞춘 준수한 작업용 노트북
에이수스 비보북 프로 15는 수요층이 명확한 제품이다. OLED 디스플레이를 장착했다는 점 자체만으로도 영상 편집 시 OLED 서브 디스플레이가 필요한 조건에 적합하며, AMD 라이젠 5800H와 RTX 3050Ti를 장착해 간단한 편집 정도는 무난하게 수행할 수 있다. 성능을 따지자면 2년 전 AMD 라이젠 5 3600에 RTX1660 Ti를 장착한 메인스트림 급 데스크톱보다 윗 급으로 보면 된다. 가격대는 내장 그래픽 미탑재 기본 모델이 85만 원대부터 고사양 기준이 140만 원대니 선택의 폭도 적절하다. 아마 이정도 성능에 무게까지 1.3~1.4kg까지 맞췄다면 가격대가 200만 원까지는 올라갈 테니 가격 대비 성능비도 나쁘지 않다.
대신 고성능 라인인 젠북 등과 비교해 부가 기능이나 인터페이스 등이 부족한 점은 한계다. AMD 계열 특성상 썬더볼트 4 포트가 제공되지 않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여전히 USB 2.0 포트가 포함돼있거나 USB-PD 및 DP-ALT가 지원되지 않는 점 등은 보급형의 한계다. HDMI나 USB-C형 허브 등으로 보완할 수 있지만 기본 성능 자체가 부족한 건 어쩔 수 없다. 또한 OLED 디스플레이 특성상 장기간 사용 시 소자가 특정 화상으로 굳어지는 번인 현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번인 현상을 예방하려면 화면이 자동으로 꺼지는 시간을 짧게 잡고, 하단 바를 숨김 처리 한다던가 아이콘을 자주 옮기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반도체 가격 상승 등으로 인해 최근 몇 년 간 전자제품의 가격도 꾸준히 올랐다. 노트북 역시 중급형 제품의 가격은 100만 원대는 바라봐야 쓸만하다. 그런 기준에서 에이수스 비보북 프로 15는 OLED 디스플레이에 AMD 라이젠 45W 프로세서, 최대 RTX 3050 Ti까지 선택 가능하면서 120~140만 원대 가격대로, 최신 플래그십 스마트폰보다는 저렴한 가격대다. 무난한 활용도와 편집 성능을 갖춘 제품이 필요하다면 선택해보자.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