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구름 낀 3분기 PC 시장··· 차세대 제품으로 돌파구 찾는 '빅테크'

남시현 sh@itdonga.com

[IT동아 남시현 기자] 코로나 19를 계기로 성장세를 달리던 PC 시장이 반도체 수급 부족과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동력을 잃어가고 있다.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Nvidia)가 8일(현지시각) 발표한 2분기 잠정 매출은 당초 예상치인 81억 달러(한화 10조 5천억 원)에 못 미치는 67억 달러(약 8조 7천억 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도 대비로는 3% 증가한 수치지만 전분기 대비로는 19% 감소한 수치다.

출처=엔비디아
출처=엔비디아

엔비디아의 2분기 매출이 예상보다 떨어진 이유는 게임 관련 매출이 줄어든 여파가 크다. 데이터 센터 매출의 경우 38억 1천만 달러로 전분기 대비 1%, 전년 대비 61% 증가하는 등 기록적인 결과를 보여주었지만, 코인 채굴용 그래픽 카드의 수요 감소와 거시경제 악화로 인한 게임 시장으로의 소비 위축 등으로 인해 게임 매출은 전년 대비 33% 감소한 20억 4천만 달러 매출을 올리는 데 그쳐야 했다. 엔비디아 CEO 젠슨 황(Jensen huang) 역시 “분기가 진행되면서 게임 제품 판매율 예측이 크게 감소했고, 판매율에 영향을 미치는 거시 경제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게임 파트너와 함께 가격을 조정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출처=인텔
출처=인텔

종합 반도체 기업 인텔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지난 7월 28일(현지시각) 뉴욕증시 마감 후 진행된 실적 발표에서 인텔은 2분기 매출을 전년 동기 대비 22% 하락한 153억 달러로 집계했다. 일반 데스크톱 시장에 대응하는 클라이언트 컴퓨팅 그룹 매출은 25% 감소했고, 데이터 센터 및 AI 그룹도 16% 줄었다.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는 모빌아이 매출은 41%, 네트워크 및 에지 컴퓨팅 사업부는 11% 늘었지만 전반적인 하락세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이는 10년 만에 최대 폭의 감소며, 당기 순손실도 4억 5400만 달러에 달했다. 인텔의 매출 감소는 기준금리 인상과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전 세계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약화했고, 또 비대면 근로에서 대면 근무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PC 구매 수요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출처=AMD
출처=AMD

경쟁사인 AMD도 2분기까지는 선전했지만, 3분기를 장담할 순 없는 상황이다. AMD는 지난 2일(현지시간) 2분기 매출이 65억 5천만 달러라고 발표했다. 이는 데이터 센터용 프로세서인 에픽 프로세서의 판매량이 전년 대비 83% 증가한 점, 그리고 플레이스테이션 등 AMD 프로세서가 사용되는 커스텀 제품 판매량이 전년 대비 32% 증가하는 등에 종합적인 결과다. 하지만 AMD CEO 리사 수(Lisa Su)는 “3분기는 데이터 센터와 커스텀 게임 콘솔이 매출 성장을 주도하겠지만, PC 사업에 대해서는 보수적인 전망을 취하고 있다”라면서, “한 분기 전만 해도 한 자릿 수의 감소만 예상했지만, 현재는 10% 중반대까지 감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라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전망 어두운 PC 시장, 회생 가능성 없진 않아

엔비디아 지포스 RTX 30 시리즈. 출처=엔비디아
엔비디아 지포스 RTX 30 시리즈. 출처=엔비디아

전 세계 PC 시장의 핵심 기업인 엔비디아와 인텔과 AMD 모두 비관적인 시각을 내비치면서 오는 3분기는 다소 어려운 상황이 연출될 분위기다. 하지만 상황이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우선 엔비디아의 게임 사업이 큰 폭으로 감소한 것은 차세대 그래픽 카드인 지포스 RTX 40 시리즈 출시를 앞두고 구매를 미루는 영향이 선반영 됐다. 일반적으로 그래픽 카드는 세대가 올라갈수록 성능이 향상되는데, 소비자 입장에서는 동일한 지출에 더 좋은 성능의 제품을 쓸 수 있게 돼서 새 그래픽 카드가 출시된다는 얘기가 돌면 그래픽 카드 구매를 미루는 경향이 있다. 만약 지포스 RTX 40 시리즈가 출시되면 정체돼있던 수요가 한 번에 몰리면서 게임 시장에서의 손해를 만회할 가능성이 커진다.

12세대 인텔 코어 프로세서 이미지. 출처=인텔
12세대 인텔 코어 프로세서 이미지. 출처=인텔

또한 인텔 역시 차세대 프로세서인 13세대 인텔 코어 프로세서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이미 온라인 상에는 13세대 프로세서에 대한 주요 정보를 담은 소문이 확산하고 있고, 신뢰도가 떨어지긴 해도 벤치마크 사이트에서 사전 테스트 결과가 업로드되는 등 출시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 역시 PC 교체 수요와 잘 맞물린다면 PC 시장 침체기를 완만하게 넘어갈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인텔은 올해 하반기에 인텔 4 공정 양산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인텔 3나 20A 및 18A 등 고도화된 공정도 예정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밝혔다.

AMD는 지난 5일, 파트너사의 AM5 소켓 메인보드를 공개한 바 있다. 출처=AMD
AMD는 지난 5일, 파트너사의 AM5 소켓 메인보드를 공개한 바 있다. 출처=AMD

AMD의 차세대 프로세서인 AMD 라이젠 7000 시리즈도 사실상 출시 초읽기에 들어갔다. AMD는 지난 5일, 메인보드 파트너 기업들을 한 자리에 모아 AMD 라이젠 7000 시리즈에 대응하는 AM5 소켓 기반의 메인보드 제품군을 공개했다. 메인보드는 프로세서를 활용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부품인 만큼, AM5 메인보드를 공개한 것 자체에서 프로세서 출시가 임박했음을 알 수 있다. AMD 라이젠 7000 시리즈는 세계 최초의 5nm 데스크톱 프로세서로, 단일 스레드 성능이 15% 이상 증가하고 최대 부스트 속도가 5GHz를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분기 PC 시장 축소는 소비자 구매력이 감소한데 따른 수요 저하가 주요 원인이다. 물론 코로나 19를 계기로 PC 수요가 늘면서 일시적으로 호황이었기 때문에 코로나 19 이전으로 다시 회귀한다고 볼 수도 있다. 게다가 제조사들의 차세대 제품군이 출시를 앞두고 있는 만큼 수요가 억제되고 있는 영향도 적지 않다. 3~4분기 역시 어려운 상황이 예상되지만, 새로운 제품들이 구원투수 역할을 해낼지 주목된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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