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스타트업 in 홍릉] 피플스헬스 “문진 데이터 플랫폼 ‘아는의사’로 선진 의술 개막”
[IT동아 차주경 기자] 비대면·온라인 문화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오기 전부터 우리의 생활 속에 서서 자리 잡았다. 우리가 PC와 노트북, 스마트폰으로 상품을 사고 서비스를 신청하며 일을 하고 교육을 받는 데 익숙한 것이 그 증거다. 이전에는 비대면·온라인으로 이용하지 못할 것으로 여겨진 서비스들도 디지털 전환의 바람을 타고 속속 이 유행에 참가했다.
하지만, 의료 부문은 비대면·온라인화 속도가 느리다. 의술은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기술이다. 그렇기에 비대면·온라인으로 펼 것이 아니라 의사와 환자가 만나 세심하게, 신중하게 펼쳐야 하는 까닭이다.
최근에는 비대면·온라인의 장점만 활용해 의술과 융합, 환자에게 더 나은 진료 편의를 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의료인 사이에서 나온다. 의료·바이오 스타트업 피플스헬스를 이끄는 김은선 고려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역시 이 가능성을 믿고 현실로 이끌려는 이들 가운데 한 명이다.
피플스헬스는 비대면·온라인 건강 의료 상담 플랫폼 ‘아는의사’를 개발했다. PC 웹과 모바일 앱, 어떤 형태로든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며 쓰는 ‘사전 문진 도구’다. 김은선 대표는 스스로가 의술을 펼치다가 느낀 불편을 해소하려고, 환자가 더 정확한 문진을 작성하도록 이끌어 의사의 진료 효과를 높이려고 이 플랫폼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문진은 진료의 기초다. 의사들은 환자를 문진하면서 병력이나 아픈 곳, 증상과 통증의 세기 등 치료에 필요한 여러 정보를 얻는다. 이 정보를 조합해 유효한 처방과 치료 방법을 제시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환자는 문진을 어렵게 느낀다. 아픈 곳이나 증상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니 의사가 알아야 할 정보 역시 잘 전달하지 못한다.
김은선 대표는 자체 조사 결과, 의사가 환자 문진 과정에서 꼭 알아야 할 정보를 얻는 비율은 30%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한다. 자연스레 의사는 환자에게 정보를 얻으려 문진을 더 오래 이어간다. 진료 시간이 길어지면 의사는 환자에게 얻어야 할 정보를 얻지 못하고, 다른 환자는 문진과 진료를 받지 못하는 악순환이 일어난다.
피플스헬스 아는의사는 사전 문진 과정을 고도화해 환자 누구나 손쉽게 이용하도록, 그리고 의사에게 정확한 정보를 주도록 설계했다. 플랫폼 개발 단계에서부터 고려대학교 의과 대학교의 의료진 40여 명이 참여해 지식과 경험을 쏟아 만든 덕분이다.
아는의사에 접속한 환자는 먼저 자신의 증상이나 아픈 곳을 검색한다. 그러면 거기에 알맞은 추가 질문이나 증상이 이해하기 쉬운 예시문으로 나온다. 이 예시문 안에는 의사가 반드시 알아야 하는 정보들이 들었다. 환자가 문진 문항을 잘 읽고 선택만 하면 의사가 필요한 정보를 얻도록 설계했다. 이렇게 사전 문진을 마치면, 환자는 손쉽게 자신의 증상과 아픈 곳을 말할 수 있고 의사는 거기에 해당하는 진료와 치료 절차를 밟는다.
사전 문진은 환자의 증상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므로 온오프라인 진료 양 부문에서 유용하다. 비대면·온라인으로 가능하니 환자는 시간에 쫓길 필요 없이 천천히 문진에 임한다. 의사도 일일이 대면 문진할 필요 없이, 환자가 신중하고 꼼꼼하게 작성한 문진을 보면서 진료한다. 문진 시간을 없앤 만큼 진료와 치료에 집중한다.
아는의사는 사전 문진 후 환자가 건강을 지키도록 영양 관리도 돕는다. 환자가 자신의 증상과 아픈 곳을 물으면, 기능의학을 반영해 가장 필요하거나 알맞은 영양 성분을 추천한다. 자연스레 영양제의 오남용도 막는다. 김은선 대표는 기능의학의 한 분류인 영양학이 늘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영양과 건강을 잘 챙기면 아프거나 병을 앓을 확률이 줄어든다. 그래서 아는의사에 영양 관리 기능을 더했다.
아는의사로 쌓은 사전 문진을 사진, 영상 데이터에 더하면 양과 질 모두 우수한 의료 데이터가 된다. 환자가 직접 기록한 문진 속 특성과 증상은, 개인차에 따른 병의 발병과 진행 과정을 상세히 담은 의료 데이터가 된다. 김은선 대표가 피플스헬스를 비대면·온라인 헬스케어 스타트업이자 ‘증상 문진 의료 데이터 기업’으로 소개하는 이유다.
김은선 대표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온라인의 장점을 살려 의술에 적용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이윽고 사전 문진을 주목했다. 비대면·온라인으로 가능하며, 의료의 기본인데다 오직 의사만이 할 수 있는 것이 문진이다. 문진을 포함한 의술을 온라인으로 이식하려고 인공지능 전문가 양성 과정을 포함한 정보통신기술도 배웠다.
하지만, 의술을 펴던 의사가 정보통신 스타트업을 세워 일구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창업 자체가 어려웠던 차에, 김은선 대표는 홍릉강소연구특구의 창업 교육, 사무실과 홍보 지원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이어 홍릉강소연구특구와 함께 의료 법률의 규제 개선에도 힘쓸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은선 대표는 아는의사의 플랫폼으로서의 완성도를 높일 최고기술책임자, 보안 기능을 연구 개발할 보안 전문가를 섭외하려 한다. 고려대학교 산업공학과 팀과 함께 연구 중인 음성 인식과 통번역, 의료 언어 자연어 처리 등 자연어 기술자와 데이터를 관리할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의 도움도 원한다고 밝혔다.
김은선 대표는 아는의사를 고도화한 버전 2.0의 서비스를 올해 안에 시작할 예정이다. 비대면·온라인 문진 데이터를 병원 진료에 접목하고 헬스케어 앱과 서비스와의 연동을 시도한다. 풍부한 데이터를 토대로 만들어진 아는의사 2.0은 병원과 의료진, 질병의 종류별로 가장 알맞은 사전 문진 도구를 제공한다. 환자는 사전 문진만 하면 가장 좋은 병원과 의료진을 추천 받는다.
나아가 온오프라인 양쪽에서 더욱 쉽고 편리하게 쓰도록 사전 문진 기능을 강화하고 자연어 처리 기술과 보안도 높인다. 사전 문진으로 쌓은 데이터에 자연어 처리 기술을 더해 인공지능 문진 서비스도 연구 개발한다.
이는 아는의사의 세계 시장 진출 교두보다. 우리나라 의료진의 실력은 세계에서 수위를 겨룰 정도로 우수하다. 우리나라 의료진이 시공간 제약 없이, 세계 각국의 환자와 비대면·온라인으로 이어져 의술을 펴도록 돕는 관문을 만드는 것이 김은선 대표의 계획이다.
김은선 대표는 “세계 모든 환자가 시간에 쫓기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사전 문진을 하는 시대, 실력 있는 우리나라 의료진이 이를 토대로 적확한 진료 후 처방을 내리는 새로운 의술의 시대를 이끌겠다.”고 밝혔다.
글 / IT동아 차주경(racingca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