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머스, 택시, 가전부터 대체육까지…인간 뺨치는 펫코노미 뜬다
[IT동아 권택경 기자]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구가 늘어나면서 관련 시장도 쑥쑥 크고 있다. 이른바 ‘펫코노미(Pet+Economy)’ 시장이다. 펫코노미 시장 잠재력에 기업들이 주목하면서 반려동물을 겨냥한 상품과 서비스가 쏟아지고 있다. 커머스, 테크, 헬스케어, 모빌리티 등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국내 반려동물 양육 가구 수는 조사에 따라 약 300만에서 600만 정도로 추산된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0 인구주택총조사’ 표본 집계 결과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양육 가구수는 312만 9천 가구로, 전체 가구의 15% 수준이다. 농림축산식품부와 KB경영연구소 ‘2021 한국 반려동물보고서’는 각각 638만 명 604만 가구로 그보다 높게 추정한다.
단순히 양육 가구 숫자만 증가한 게 아니라 인식도 달라졌다. 과거와 달리 반려동물을 가족의 일원으로 여기는 경향이 강하다. 장난감으로 보는 시선이 담긴 ‘애완동물’이 점차 사어가 되고, 반려동물이란 용어가 자리 잡은 것도 이런 인식 변화를 반영한다. 반려동물과 가족을 합한 펫팸(Pet+Family)족이란 말까지 등장했다.
그만큼 반려동물에 돈과 정성을 아끼지 않는 적극적 소비층도 늘었다. 과거에는 인간용으로만 존재하던 상품이나 서비스가 반려동물용으로 출시되는 일도 흔해졌다. 대상만 인간에서 반려동물로 바꾸면 새로운 사업 아이템이 될 정도다. 반려동물을 인간처럼 대우하는 ‘펫 휴머니제이션(Pet Humanization)’ 현상이 펫코노미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는 셈이다.
‘블루오션’으로 떠오른 펫코노미, 선점 서두르는 기업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산업은 지난해 3조 7694억 원으로 성장했으며, 오는 2027년에는 6조 원대를 넘길 것으로 전망했다. 저출생 심화로 확장 가능성이 제한적인 육아 시장을 이미 따라잡았거나, 곧 추월할 거란 분석도 나온다.
상황이 이러니 기업들도 반려동물 시장 진출에 적극적이다. 전문 스타트업은 물론, 기존 기업들도 신사업으로 반려동물 시장을 선택하고 있다. 압도적 1위 업체가 없고 시장 지배자가 없는 상황이라 선점을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펫커머스 분야에서는 기존 이커머스 시장과 마찬가지로 빠른 배송이 핵심 경쟁력이다. 펫프렌즈는 당일 배송 서비스인 ‘심쿵 배송’을 앞세워 무섭게 성장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반려동물 앱 월간 이용자 수 통계에서 펫프렌즈가 평균 22만 8163명을 기록하며 펫커머스 분야에서 1위에 올랐다. GS리테일의 펫커머스 분야 자회사인 어바웃펫도 당일 배송을 앞세운다. 어바웃펫은 이달 네이버가 문을 연 ‘네이버 펫’에 입점해 당일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모빌리티 분야에서는 카카오모빌리티가 ‘펫택시’ 사업 진출 시동을 거는 단계다. 반려동물 전용 택시인 펫택시는 반려동물 맞춤 환경을 제공하고 승차 거부 염려도 없어서 선호도가 높다. 지난해 3월 펫택시 서비스 ‘펫미업’을 인수한 카카오모빌리티는 올해 4월부터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
펫가전도 시장 잠재력이 충분하다. 정수기, 자동 급식기, 드라이룸 등은 이미 펫팸족들 사이에선 널리 이용되고 있다. 아직까진 스타트업, 소규모 업체와 중국산 OEM 제품 위주지만 기존 생활가전 업체들도 넘보고 있다. 쿠쿠전자는 펫가전 브랜드 ‘넬로’를 만들고 지난 2019년 ‘펫 에어샤워 & 드라이룸’을 출시한 바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기존 제품에 펫케어 관련 기능을 강화하는 추세다. 로봇청소기에 반려동물 돌봄 기능을 추가하거나, 공기청정기에 털 날림을 방지하는 펫 모드를 넣는 식이다. LG전자는 올해 초 기존 제품에 업그레이드로 기능을 추가하는 ‘UP가전’을 통해 세탁기, 공기청정기. 건조기 등의 제품에 펫케어 기능을 추가하기도 했다. 아직 전용 제품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내부적으로 관련 제품을 준비하고 있는 정황은 있다. ‘드라이룸’ 관련 특허와 ‘펫 스타일러’ 상표권을 출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펫푸드 업계도 경쟁 치열…고급화·차별화가 관건
펫코노미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분야는 먹거리를 담당하는 펫푸드 시장이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펫푸드 시장 규모는 약 1조 5천억 원이었다. 성장 잠재력이 높은 블루오션으로 여겨지만 신규 업체의 진입은 쉽지 않다. 동물병원을 영업망으로 확보한 카길, 네슬레, 마스 등의 해외 업체가 점유율 65%를 차지하며 시장을 사실상 선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CJ제일제당, 빙그레 등이 야심 차게 도전했다 결국 사업을 정리한 바 있다.
반면 뚝심있게 투자를 이어온 동원 F&B와 하림은 최근 점차 성과를 내고 있다. 2014년 펫푸드 브랜드 뉴트리플랜를 선보이며 펫푸드 사업에 진출한 동원 F&B는 지난해 매출액 약 3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약 50% 이상 성장했다. 2017년 펫푸드 사업에 진출한 하림펫푸드도 지난해 매출 약 286억 원으로 전년 대비 약 44% 성장했다. 특히 영업이익 5억 원을 달성하며 출범 이후 처음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국내 업체들의 약진에는 펫 휴머니제이션 추세에 맞춘 제품의 프리미엄화가 유효하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주로 육류 부산물을 재료삼아 생산되는 수입산 사료와 달리, 인간용 제품과 동일한 수준의 원료와 기술을 적용하며 제품 차별화에 성공했다. 다양한 기능성 재료를 활용하거나, 당일 생산한 제품을 당일 배송해주는 등 콘셉트 다각화도 활발하다.
펫푸드에 대체육 핵심 기술을 활용해 제품을 차별화하려는 시도도 있다. 펫푸드 업체 PSF는 다시마, 미역 등 해조류에서 추출한 아미노산 복합체를 활용해 펫푸드를 생산하고 있다. 모회사인 대체육 소재 스타트업 HN노바텍이 고기 맛을 내는 핵심 비결로 활용하는 기술을 응용했다. 인간용 아미노산 복합체(ACOM-S)가 조합에 따라 여러 종류의 고기 맛을 재현하는 역할을 한다면, 반려동물용 아미노산 복합체(ACOM-P)는 기호성을 높이는 데 활용된다. 생선 연육과 각종 기능성 재료에 ACOM-P를 더하면 육류 알레르기로부터 자유로우면서 기호성도 높은 저칼로리 펫푸드가 탄생한다는 게 PSF 측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반려동물 양육비 중 5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은 게 펫푸드 시장”이라며 “경쟁이 치열한 만큼 차별화된 소재, 기술, 콘셉트를 내세워야 시장에서 주목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글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