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새로운 M2 칩과 디자인으로 돌아왔다, 애플 맥북 에어 2022
[IT동아 남시현 기자] 2020년 6월, 애플은 2년 이내에 모든 매킨토시에 자체 설계한 프로세서를 탑재하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5개월이 지나 애플은 최초의 애플 실리콘 ‘M1’ 칩을 공개했고, 이어서 M1 프로와 M1 맥스, M1 울트라를 공개하며 라인업을 다져왔다. 2년이 지난 지금, 여전히 최상급 데스크톱 ‘맥 프로’에 탑재할 초 고사양 프로세서에 대한 소식은 없지만 맥북 에어와 맥북 프로, 맥 미니, 아이맥, 맥 스튜디오까지 다양한 라인업의 매킨토시에 애플 실리콘을 적용하는 데 성공했다.
2년 만에 이룬 성공에 자신감을 얻은 걸까. 애플은 M1 울트라를 내놓은 지 3개월 만에 2세대 애플 실리콘 ‘M2’ 칩을 공개했다. 지난 6월 WWDC22에서 공개된 M2는 1세대 M1보다 20% 빠른 성능과 40% 향상된 이미지 처리 속도, 그리고 최대 24GB의 통합 메모리 환경에서 50% 향상된 메모리 대역폭을 제공하는 등 다중 작업 시의 효율이 빨라졌다. M2는 완전히 새롭게 디자인된 맥북 에어 2022년형 모델과 기존 하우징을 유지한 맥북 프로 2022년형에 각각 탑재되며, 8코어 CPU 및 8코어 GPU 모델 혹은 10코어 CPU 및 10코어 GPU 모델 중 선택할 수 있다. 메모리는 8/16/24GB 통합 메모리 중 하나를 선택하면 된다. 새로운 디자인과 색상, M2 칩을 갖춘 애플 맥북 에어 2022를 통해 M2 칩의 진가를 살펴보도록 하자.
아이폰 13처럼 각진 디자인, 전반적으로 향상된 하드웨어
일반적으로 매킨토시는 연식이 변경되더라도 내부 성능만 바꿀뿐 하드웨어와 디자인은 거의 변경하지 않는다. 디자인을 고정하면 대량생산이 쉬워 단가를 낮출 수 있고, 또 새 제품이 나와도 디자인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다. 물론 사양이 바뀜에 따라 몇 년에 한 번씩 디자인과 구성을 완전히 교체하는데, 이번에 출시된 맥북 에어에서 하드웨어와 디자인이 완전히 바뀌었다. 반대로 함께 출시된 맥북 프로 2022는 이전에 출시된 디자인과 하드웨어를 그대로 갖추고 내부 성능만 바뀌어서 오히려 스피커나 웹캠 등의 사양이 맥북 에어보다 떨어진다.
맥북 에어 2022는 2560x1664 해상도의 13.5인치 리퀴드 레티나 디스플레이가 탑재된 맥OS 기반 노트북이다. 맥북프로 14/16형과 달리 LCD 기술 기반의 디스플레이지만 P3 색재현력과 500니트의 밝기를 제공해 타사 노트북과 비교하면 상위 등급의 화면 품질을 제공한다. 카메라도 이번에 새롭게 1080p 해상도 웹캠으로 변경됐고, 오디오도 돌비 애트모스를 지원하는 4 스피커 사운드 시스템과 지향성 빔포밍이 적용된 3 마이크 어레이, 고출력 저항 헤드폰도 지원하는 3.5mm 오디오 잭 등 큰 폭으로 향상됐다.
크기는 두께 1.13cm에 가로 30.41cm, 세로 21.5cm로 전작보다 얇아졌고, 무게는 1.24kg으로 보편적이다. 외관은 100% 재활용 알루미늄이 사용됐고, 테두리로 갈수록 얇아지던 디자인 대신 전체 두께가 아이폰 13처럼 평평한 타입으로 바뀌어 안정감을 높였다. 이 때문에 전 세대 맥북 에어와 비교하면 조금 더 두꺼워진 느낌이나, 평탄화됐으므로 실제 두께는 1.61cm에서 1.13cm로 얇아졌다. 색상은 실버, 스타라이트, 스페이스 그레이, 미드나이트 네 가지 색상 중 선택할 수 있다.
인터페이스는 2개의 썬더볼트 4/USB 4 포트와 맥세이프3 단자, 고출력 헤드폰을 지원하는 3.5mm 오디오 단자를 갖췄다. 맥세이프3 단자는 커넥터 끝 부분이 자석으로 연결되는 방식으로, 기기에 충격이 가해졌을 때 분리된다거나 노후화됐을 때 쉽게 교체할 수 있다. 8코어 GPU 모델 구매 시 30W 어댑터가, 10코어 GPU 구매 시 듀얼 35W 어댑터가 탑재된다. 별매의 67W급 USB-PD 충전기를 활용하면 급속 충전 기능도 지원한다.
키보드는 전작과 동일하게 78키 백라이트 매직 키보드가 사용되며, 멀티 터치 제스처를 지원하는 트랙 패드가 탑재돼있다. 메모리는 전작인 LPDDR4에서 LPDDR5로 업그레이드되면서 초당 100GB의 통합 메모리 대역폭을 달성하게 됐고, 기본 8GB에서 16GB 및 24GB 메모리 용량을 선택할 수 있다. 저장 공간은 기본 256GB에 추가 사양으로 512GB, 1TB, 2TB 중 선택할 수 있다. 배터리는 52.6Wh가 탑재되며, 무선 인터넷 사용 시 최대 15시간 정도 연속 활용할 수 있다.
향상된 완성도, M1과 대단한 차이는 없어
M2를 탑재한 맥북 에어 2022 역시 M1 맥북 에어와 마찬가지로 쿨링팬이 없다. 따라서 쿨링팬으로 인한 소음이 발생하지 않지만, 반대로 열이 꾸준히 발생하는 고부하 작업 시에는 불리하다. 이는 맥북 에어 자체가 고부하 작업보다는 웹서핑이나 문서 작업 비중이 높고, 휴대성과 정숙함을 우선시하는 사용자를 겨냥한 제품이기 때문이다. 만약 고부하 작업을 원한다면 쿨링팬이 탑재된 맥북 프로를 선택하는 게 옳다.
한편, M2 맥북 에어의 성능은 전작대비 약 20% 정도 향상된 것으로 발표됐지만 그만큼 반도체 면적도 늘어났다. 즉 내부에서 더 많은 열이 발생하기 때문에 실사용에 무리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M1 맥북 에어와 M2 맥북 에어에 고부하 작업을 걸었을 때의 코어 온도, 그리고 장시간 작업을 걸었을 때 얼마나 성능을 유지할 수 있는지 간단히 시험해봤다.
우선 코어 온도 테스트는 3D 렌더링 작업을 수행하는 시네벤치 R23 버전을 실행하고, 그 직후 프로세서 온도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우선 M1 맥북 에어는 약 1분 간 진행한 테스트에서 전체 코어가 85도~100도 내외를 유지했고, M2 맥북 에어는 비슷한 조건에서 105~109도를 유지했다. 원래 반도체가 성능을 유지할 수 있는 한계는 보통 135도~150도 이하라서 100도를 넘는 건 심리적인 문제일 뿐 문제가 되는 수준은 아니다. 대신 무릎에 올려놓고 쓰면 저온 화상을 입을 수 있는 수준인 점은 주의가 필요하다. 참고로 맥OS 12.4 버전과 12.5 버전의 온도 비교는 차이가 없었다.
온도가 높다는 의미는 장시간 사용 시 제대로 된 성능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대다수 반도체는 발열이 설정치 이상으로 높아지면 연산 성능을 줄여 온도를 낮추는데, 이를 쓰로틀링(Throttling)이라고 한다. 즉, 연산을 처리해 꾸준히 발열이 나면 그만큼 온도를 낮추기 위해 성능에 제약이 걸린다.
3D 렌더링을 20회 실행해 처리 속도를 비교하는 3D마크 : 와일드 라이프 익스트림 스트레스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를 보자. M1 맥북 에어는 처음 시작 시 4502점을 획득했고, 마지막 회차에서 4031점까지 성능이 떨어졌다. 이때 초기 점수와 비교해 성능은 89.5%를 유지했다. 반면 M2 맥북 에어는 처음 6774점으로 시작했지만 3회차까지 성능이 급격하게 떨어지다가 마지막 회차에서는 4427점에 불과했다. 성능 유지력은 65.3%로 발열을 해소하지 못해 성능에 제약이 걸린건데, 영상 편집이나 렌더링 등 부하가 꾸준히 가해지는 작업이라면 쿨링팬을 장착한 제품을 골라야 한다.
온도 부분을 제외한 실질 성능은 인상적이다. 특정 3D 렌더링을 실행해 분당 처리하는 프레임 수로 프로세서 성능을 정량 평가하는 블렌더 3.1 벤치마크를 활용해 M2 맥북 에어의 처리 속도를 확인했다. 테스트의 총합은 CPU가 139.07점, GPU가 280.13점으로 확인된다. CPU 성능은 AMD 라이젠 5 3600과 비슷한 수준인데, 성능 유지력을 감안하면 인텔 코어 i5-8400 수준이다. 물론 팬리스 노트북으로는 매우 높은 수준이다. GPU는 280.13점으로 AMD 지포스 GTX 1050 Ti보다 조금 나은 수준이다.
인텔 맥 보유라면 매력적··· 큰 변화는 없어
종합적으로 맥북 에어 2022에 탑재된 M2 칩은 기존 M1보다 발전된 프로세서지만, 맥북 에어만 가지고 성능을 판단하기는 어렵다. 일단 두 세대의 맥북 에어 모두 쿨링팬이 없어서 칩 자체의 성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다. 게다가 새 맥북 에어의 성능 유지력은 전 세대보다 훨씬 떨어진다. 순간적인 처리 속도와 반응력은 M2가 앞서지만, 장시간 활용 시에는 성능 유지력이 좋은 M1 맥북 에어가 오히려 좋은 결과를 낼 여지가 있다. 물론 쿨링팬이 장착된 맥북 프로라면 M2 맥북 프로가 M1 맥북 프로보다 훨씬 좋은 결과를 보여줄 것이다
성능 측면에서도 크게 진보한 점을 찾기 어려웠다. 우선 통합 메모리 대역폭이 향상된 부분은 LPDDR4에서 LPDDR5로 교체되면서 성능이 올라간 건데, 이미 M1 프로 이상 제품은 모두 LPDDR5를 사용하고 있어서 향후에 M2 프로나 울트라 버전 등이 나오더라도 메모리를 통한 성능 향상이 크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M2 칩 자체가 M1 칩과 동일한 TSMC 5나노미터 공정에서 조금 더 개선된 공정을 활용했기 때문에 칩 자체의 효율이 증가했기보다는, 트랜지스터가 늘어나서 성능이 향상됐다고 봐야 한다. 도로의 통행량을 늘릴 때 속도의 상한선을 높이지 않고, 차선을 하나 더 깔아 통행량을 늘린 셈이다. 만약 별 다른 공정 변화 없이 상위 버전 칩셋이 그대로 등장한다면 M1 상위 버전과 M2 상위 버전의 성능 차이는 예상보다 작을 수 있다.
하드웨어 완성도는 만족, 가격은 그만큼 올라
맥북 에어 2022의 장점은 새로운 디자인과 색상, 보다 간결해진 활용도와 인터페이스다. 기존 M1 맥북 에어는 인텔 프로세서가 탑재되던 시기의 하드웨어를 그대로 사용한 보급형 노트북이라는 느낌이 있었는데, M2 맥북 에어는 애플실리콘에 최적화한 설계와 맥북 프로 14와 비슷한 사양의 하드웨어가 탑재돼 전 세대 맥북 프로보다 더 완성도가 좋아졌다. 우선 변화된 디자인은 아이폰 13나 아이패드 프로 등과 패밀리룩을 이루며, 색상도 훨씬 고급스러워졌다. 맥 세이프 3나 고속 충전 지원, 노치 스타일로 활용 영역을 넓힌 디스플레이와 FHD 웹캠, 4 스피커 사운드 시스템과 고출력 헤드폰 인터페이스는 타사의 상위급 제품과 맞먹는 수준을 보여준다.
그렇다 보니 가격은 8코어 CPU 및 GPU, 8GB, 256GB를 탑재한 기본 모델이 169만 원대로 전작인 139만원보다 30만 원이나 올랐고, 8코어 CPU 및 10코어 GPU 모델은 209만 원대로 동일한 코어가 사용된 M2 맥북 프로보다도 비싸다. M2 맥북 프로가 이전 세대 하드웨어를 그대로 활용했기 때문에 상위 라인업인데도 가격이 역전됐다. M2 맥북 에어는 기존 맥북 사용자들보다는 인텔 맥 사용자에게 확실히 매력적이다. 그만큼 가격은 올랐지만 하드웨어 품질도 납득할 만큼 향상됐다. 다만 성능 유지력은 떨어지므로 간단한 작업과 휴대성이 필요하다면 M2 맥북 에어를, 고부하 작업이 따른다면 M2 맥북 프로를 추천한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