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월·시화 산단 교통난에 청년 인력 기피…마이크로 모빌리티 해결책 될까
[IT동아 김동진 기자] 시화 국가산업단지에서 뿌리기술(열처리, 용접, 금형 등) 기업을 운영하는 A 대표는 청년 직원을 구하지 못해 시름에 빠졌다. 자동차나 선박, 항공 등 우리나라 핵심 산업의 기반인 공정 기술을 다룬다는 자부심으로 기업을 운영해 왔지만, 신입 직원을 뽑지 못하면 미래를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반월·시화 산단 내 청년 인력난은 심각한 상황이다. 제조업과 중소기업 기피 현상도 한 몫 했지만, 출퇴근 시간 고질적인 교통 체증에 더해 산업단지를 관통하는 대중교통이 취약한 점도 청년들을 떠나게 만드는 주요인으로 꼽힌다. 경기도가 올해 1월, 산업단지 출퇴근이 어려운 청년들을 위해 교통비를 지급하는 정책을 내놨지만, 근본적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료 통근버스 운영에도 교통난은 여전
자구책으로 한국산업단지공단은 무료 통근버스를 운영하고 있지만, 상황은 개선되지 않는다. 반월·시화 산업단지를 관통하는 무료 셔틀버스의 대수는 반월과 시화에 각각 6대(45인승 5대, 25인승 1대)로 총 12대다. 안산역과 초지역 등 산업단지 인근 지하철역에서 근로자를 태워 산업단지 안으로 이동하는 방식이다.
반월과 시화, 시화MTV 총 3개 산단의 면적은 3800만㎡로 수도권 최대 규모다. 2만개가 넘는 기업에 근로자 약 25만명이 매일 출퇴근하는 지역이므로, 무료 통근버스 12대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배차간격을 고려하면 30분 이상 역 주변에서 통근버스를 기다려야 하는 게 다반사다.
무료 통근버스를 기다리며 더위, 추위와 싸우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자칫 내년에는 이 버스를 탈 수 없을 가능성도 있다. 반월·시화 무료 통근버스는 2020년부터 올해 말까지 3개년 사업으로 경기도와 안산, 시흥시의 지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추후 예산 확보 여부에 따라 무료 통근버스 운행이 중단될 수도 있다. 문제는 무료 통근버스 운영이 연장되더라도 오전 6시 30분~오전 8시, 오후 6시~오후 8시 사이인 운영 시간을 고려했을 때, 텅 비어버린 중간 시간을 채울 대중교통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점이다.
상황이 이렇자, 경기도는 올해 1월, 산업단지 출퇴근으로 힘든 청년들을 위해 월 5만원의 교통비 지급 정책을 내놓기에 이른다. 산업단지 내 중소기업 인력난 해소와 청년층 유입을 촉진할 목적이다. 반월·시화 공단과 같이 교통여건이 열악하다고 공고된 산단에 근무하며, 고용보험에 가입된 만 15세부터 만 34세의 대한민국 국적 청년(군 복무를 마친 경우 최대 만 39세까지 지원 가능)이라면 교통비를 신청할 수 있다.
청년동행카드 홈페이지에 로그인 후 온라인신청-신청접수 메뉴에서 바우처를 신청하고, 자격 심사를 통과하면 바우처 형식의 청년동행카드가 발급된다. 이 카드로 주유와 전기차 충전, 택시, 시외버스와 고속버스 등 대중교통에서 월 5만원을 사용할 수 있다.
사회 초년생인 청년들 상당수 차가 없다는 점과 공단을 가로지르는 대중교통이 부족하다는 점, 저렴하지 않은 택시비용을 고려하면 교통비 지급 정책의 실효성에 의문이 남는다. 일각에서 이 예산으로 차라리 충전 인프라를 확충해 산단을 가로지르는 공유형 마이크로 모빌리티를 활성화하자는 제안이 나오는 이유다.
공유형 마이크로 모빌리티…해결책 될까
반월·시화공단 주변에는 지하철 역이 5개 있다. 따라서 대중 교통으로 산업단지 근처까지 이동하는 데에는 무리가 없다. 산단 내부로 진입하는 대중교통 인프라가 취약한 것이 문제다. 산단 주변 주차난을 고려하면, 공간을 많이 차지하는 버스와 같은 대중교통 추가는 상황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평가다.
정부는 지하철 역 주변에서 산단까지 또는 산단 내부를 연결하는 공유형 모빌리티 서비스 활성화로 출퇴근 교통난 해소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한국산업단지공단은 반월시화 산업단지 일부 지역에 출퇴근 카풀과 카쉐어링 시범 서비스를 도입했다.
출퇴근 카풀은 운전자와 탑승자를 매칭시켜주는 모바일 앱 서비스로, 카쉐어링은 산업단지에서 출장이나 외근 시 필요한 시간만큼 차량을 대여하고 비용을 지불하는 방식이다.
이 밖에도 전기차 충전소와 초소형 전기차를 확충해 산단 내부에서 배출되는 탄소도 줄이고, 친환경 공유 서비스도 활성화하자는 제안도 등장했다. 충전 인프라가 확충되면 친환경차뿐만 아니라 공간을 적게 차지하면서 짐을 실을 수 있는 초소형전기차 등을 산단 안팎에 정착시킬 수 있다는 논리다. 이를 통해 탄소배출 저감과 주차, 교통난 해소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하지만, 현재 산단 안팎에는 전기차 충전소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충전소가 있지만 공유 서비스를 활성화하기에는 부족한 실정이다. 공유형 마이크로 모빌리티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전기이륜차 배터리 자판기, 전기차 충전소 등 인프라 확충이 필요한 상황이다.
마이크로 모빌리티 제조 업체 관계자는 "공간을 적게 차지하면서 이동수단으로 활용가치가 높은 마이크로 모빌리티 서비스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충전 인프라가 필수"라며 “2000원 정도면 100km 안팎을 운영할 수 있고 기존 자동차에 비해 크기가 절반 수준인 초소형 전기차를 공유서비스로 활용한다면 주차와 교통난 해소에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글 / IT동아 김동진 (kdj@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