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창작을 지원하는 NFT... 드래프트헙의 도전 시작된다
[IT동아 정연호 기자]
“개인 창작자는 처음 디자인을 하고, 프로토타입을 만드는 단계까지는 혼자서 할 수 있다. 이걸 판매하기 위해 제작을 할 때부터 비용이 부담이 된다. 아트토이는 프로젝트당 수천만 원이 들어가는 편이다(쿨레인 작가)”
예술인이 겪는 고질적인 문제 중 하나는 ‘창작에 들어가는 비용’이다. 웹툰작가나 아트토이 아티스트처럼 개인으로 활동하는 창작자는 창작 활동에 따른 비용을 본인이 전부 부담해야 한다. 항상 비용을 고려해서 창작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드래프트헙은 창작자의 안정적인 창작활동에 이용자가 투자를 할 수 있는 NFT콘텐츠 플랫폼이다. NFT펀딩 단계에서 창작자는 사람들에게 프로젝트 계획과 비전을 설명하고, 이용자는 NFT를 구매한다. 판매 자금을 기반으로 작가는 창작 활동에 전념한다. 일상툰 ‘놓지마 정신줄’의 신태훈 작가가 다양한 창작 활동을 시도하는 걸 돕기 위해 만든 플랫폼이다.
드래프트헙 프로젝트의 첫 출발은 오는 20일 아트토이 아티스트 쿨레인(Coolrain)이 끊는다. 쿨레인은 BTS 웹툰 피규어, NBA 선수 피규어를 제작하고 나이키, 리복, 푸마 등과 협업한 피규어 아티스트다. 드래프트헙에선 한정판 아트토이 ‘아스트로’를 NFT로 발행한다. 아스트로는 ‘달을 향한 인간의 도전은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과 꿈을 심어준다’를 주제로 만든 피규어다. NFT 구매자(홀더)는 실물 아트토이도 받는다. 최초 구매자가 NFT를 재판매하더라도, 이를 구매한 사람이 실물 아트토이를 받게 된다.
신태훈 작가는 “드래프트헙 프로젝트가 웹툰에 국한될 필요는 없다. 인디밴드 가수가 공연을 위한 예산을 마련하기 위해서 NFT를 발행할 수도 있다. 밴드의 프로필을 NFT로 발행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쿨레인 작가도 NFT와 함께 우주인 컨셉의 실물 피규어를 제작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프로젝트 내용은 작가가 원하는 대로 설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드래프트헙에서 시작할 수 있는 프로젝트는 다양하다. 아프리카를 여행하고 싶은 여행 유튜버가 있다고 하자. 그는 NFT 프로젝트로 펀딩을 하고, 이를 기반으로 여행 콘텐츠를 찍어 공개할 수 있다. ‘여행 중 NFT 홀더들의 이름을 부르겠다’는 등의 공약을 블록체인 위에 기록해 이를 이행할 수도 있다. 영화 감독도 NFT 프로젝트 펀딩을 작품 제작에 활용할 수 있다. 영화 포스터를 NFT로 만들고 수익으로 작품을 제작하는 것이다. 신 작가는 “NFT 홀더들만 첫 시사회에 불러 그들의 모든 질문에 답해주는 특별한 이벤트도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NFT를 통한 혜택도 창작자가 자율적으로 설정할 수 있다.
쿨레인 작가는 “이번에 시작하게 된 NFT프로젝트는 실물을 만드는 게 기본 베이스다. 평소에 NFT와 아트토이를 함께 비즈니스로 만들 생각을 하진 못했는데, 드래프트헙에선 다양한 형식에 도전할 수 있어서 참여하게 됐다. 또한, 초기 펀딩을 받으므로 디자인이나 퀄리티에 더 집중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번 프로젝트로 아트토이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고 싶다”며 프로젝트 참여 이유를 밝혔다.
최근 창작계에선 SNS 광고, 포스타입과 딜리헙을 통한 후원 방식의 수익 모델이 정착하고 있다. 콘텐츠 창작 플랫폼인 포스타입에선 누구나 자유롭게 웹툰, 웹소설, 일러스트 콘텐츠를 판매할 수 있다. 포스타입의 월간 활성 이용자(MAU)는 1월 기준으로 475만 명, 로그인 이용자 기준으로 유료 이용률은 32.9%다. 창작자 수는 34만 명에 달하며 이 가운에 7만 5천 명이 콘텐츠를 판매했다. 지난해 연간 거래액은 229억 원을 돌파했다.
다만, 인스타그램과 블로그에서 광고를 받으려면 수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인플루언서여야 한다. 신 작가는 “포스타입과 딜리헙은 연재가 길어질수록 거래액이 줄어드는 경향을 보인다”고 말했다. 창작활동을 끝까지 이어가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웹툰 업계에 따르면, 최상위권과 상위권에 속하는 작가를 제외한 중위권의 작가 수익은 비슷하다. 또한, 인기있는 장르가 아니라면 몇 년을 기다려야 정식 연재 기회를 얻기도 한다. 정식 연재 경험이 이미 있는 작가도 마이너한 장르는 정식 연재 기회를 받기 쉽지 않다. 음악, 미술 등 다른 창작 분야도 인기의 양극화 때문에 수익 모델을 고민하는 창작자가 많다. 이런 경우라면 NFT로 펀딩을 받아 작품 창작을 하는 것도 새로운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신태훈 작가는 “NFT를 통한 펀딩은 초기부터 창작을 위한 안정적인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NFT홀더들은 프로젝트 거버넌스에 참여한다. 이들은 커뮤니티를 형성해 작품 입소문을 내려고 할 것이다. IP가 유명해질수록 NFT 가치도 상승하는 구조기 때문에 이들이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라고 했다.
신 작가는 “드래프트헙은 글로벌을 겨냥한 플랫폼이다. 프로젝트를 논의할 때 일본, 미국 등 다양한 국가의 셀러브리티를 고려한다”고 말했다. 그는 왜 NFT가 쓰여야 하냐는 질문에 “이미 블록체인과 스마트콘트랙트라는 기술이 구현돼 있다. 글로벌한 단위에서 결제를 하려면 이보다 적합한 방식을 찾기 어렵다. 미국 사람과 콘텐츠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고 해보자. 그 사람과 계약을 진행하는 단계부터, 계약서를 증빙하는 것까지 너무 복잡하다”고 했다.
국경을 넘는 결제는 환전 과정이 필요하다. 원화를 달러로 바꾸거나, 달러를 원화로 바꿔 결제를 해야 한다. 하지만, NFT를 비롯한 가상자산은 전 세계에 통용되는 코인으로 거래가 가능하다. 신 작가가 글로벌한 펀딩 모델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다.
“이용자 안전 위해서 NFT도 제도권 도입돼야”
전문가들은 NFT를 통한 다양한 비즈니스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면서도, 제도권 편입의 필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한목소리로 말한다. NFT를 구매하는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은 ‘NFT가 유명해져서 가치가 더욱 상승할 것이라’라는 점이다. 구매자들이 가치 상승에 대한 과한 기대를 갖는다면 이는 시장 거품으로 이어질 수 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이용자를 보호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한국디지털자산사업자연합회(KDA)의 강성후 회장은 “NFT를 안전하게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 NFT는 증권, 비증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는데, NFT가 어디에 속하는지 법적인 지위가 모호하다. 제도권에 편입되면 정보의 비대칭성이 해소되며, 괜찮은 NFT 프로젝트를 걸러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장우 한양대 교수(업루트 대표)는 “앞으로 NFT도 성격에 따라서 증권과 비증권을 구분해서 규정할 듯하다. 아직 명확한 가이드라인은 없다. 각각의 성격에 맞춰 적절하게 규제를 하면 시장 성장과 이용자 보호에 도움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글 / IT동아 정연호 (hoh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