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금융권이 동남아 시장을 두드리는 이유
[IT동아 김동진 기자] 핀테크의 거센 도전과 치열한 동종업 경쟁으로 수익 창출에 있어서 정체를 겪고 있는 전통 금융권. 이들이 동남아시아로 눈을 돌리고 있다. 동남아는 최근 경제 성장을 거치면서 은행과 카드 서비스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 전통 금융권의 신규 수익원이 될 수 있는 시장이다. 이에 따라 전통 금융권은 현지 점유율이 높은 메신저 서비스 제공업체와 손잡고 디지털 지점을 설립하거나, 현지 기업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계좌 보유율 높아지는 베트남…현금 없는 사회 선언으로 수요 확대
전통 금융권 중 하나인 신한은행은 올 상반기 기준, 베트남에 43개 지점, 인도네시아 40개 지점, 캄보디아에 13개 지점을 보유하고 있다. 이 은행은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지난해 12월, 베트남에 2개 지점을 추가 개점하면서 베트남 5대 도시(하노이, 호치민, 하이퐁, 다낭, 껀터)에 모두 영업망을 구축했다.
베트남 금융시장은 최근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일례로 2014년, 15세 이상 베트남 국민의 은행 계좌 보유율은 30.8%였는데, 2020년에는 70%까지 확대됐다. 베트남 정부는 2025년 80%, 2030년 90%까지 계좌 보유율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삼고, ATM 기기 확대와 은행 지점 추가 개설을 독려하고 있다. 이처럼 확대되는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우리나라 전통 금융권이 발 빠르게 움직인 것이다.
신한은행은 오프라인 지점뿐만 아니라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베트남 금융소비자와 접점을 확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최근에는 베트남 유망 이커머스 업체인 TIKI(5월 17일), 메신저 플랫폼 업체 Zalo(5월 19일)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베트남 현지에 디지털 사업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그 결과 SNS 메신저와 함께 대출 신청 및 연계 서비스를 제공하는 Zalo론(신한베트남은행)을 선보였으며, 인도네시아 현대차와 제휴해 선보인 인니 My car대출(신한인도네시아은행), 현지 모빌리티 업체 TADA와 제휴한 e-tuktuk 대출 및 결제 서비스 전자지갑(신한캄보디아은행) 등을 통해 디지털 전환과 현지화라는 투 트랙(Two Track) 전략을 펼치고 있다.
베트남 금융소비자의 은행계좌 보유율이 높아짐에 따라, 비현금 결제 서비스 시장도 확대되고 있다. 베트남 정부는 현금 없는 사회를 천명하며, 전체 결제금액에서 현금 사용률을 2025년까지 8% 미만으로 낮추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따라 베트남의 신용카드 사용액도 급증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리서치 앤 마켓에 따르면, 2020년 약 2600억원 수준이었던 베트남 신용카드 할부액은 지난해 기준 약 9000억원 규모로 급팽창했다. 이처럼 신용카드 사용액이 급증하는 베트남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신한카드는 2019년 프루덴셜 베트남 파이낸스 컴퍼니(Prudential Vietnam Financial Company)를 인수해 SVFC(Shinhan Vietnam Financial Company)를 현지에서 공식 출범시켰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SVFC 출범은 그룹 내 비은행 부문의 첫 대형 해외 M&A라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며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기 위한 움직임”이라고 설명했다.
인구 2억6000만명 인도네시아…디지털 플랫폼, 현지화 전략으로 공략
2억6000만명이라는 인구를 보유한 인구 대국 인도네시아는 전통 금융권이 눈독 들이는 또 하나의 매력적인 시장이다.
전통 금융권인 하나은행은 인도네시아에서 높은 점유율을 보이는 메신저 서비스 제공기업 '라인(LINE)'과 협업해 인도네시아를 공략하고 있다. 현지에서 점유율 2위 수준인 라인과 하나은행은 지난해 6월, 디지털 지점인 ‘인도네시아 라인뱅크’를 공식 출범시켰다.
인도네시아는 인구 대국임에도 국민 5명 중 3명이 은행 계좌가 없다고 집계됐을 정도로 은행 이용률이 낮다. 1만8000여개에 달하는 섬으로 구성된 이 국가는 오프라인 금융 서비스가 미치지 못하는 지역이 많기 때문에 디지털 금융 서비스 수요가 높다. 이에 인도네시아 라인뱅크는 비대면 실명확인을 통한 계좌 개설과 라인뱅크 앱을 통한 정기예금, 각종 공과금 납부 서비스, 라인프렌즈 캐릭터와 특별 캐시백 혜택을 담은 체크카드 등으로 인도네시아 금융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하나금융그룹 관계자는 "현지에서 높은 이용률을 보이는 메신저 라인과 함께 디지털 뱅킹 서비스를 제공해 인도네시아 고객 기반을 확대하고 은행 브랜드 인지도를 높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하나의 전통 금융권인 우리은행도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캄보디아를 동남아 3대 법인 지역으로 설정하고 현지 영업인력을 확충하고 있다. 특히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서 현대차와 제휴를 통해 자동차 도소매 할부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며 신규고객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 2020년에는 베트남과 캄보디아 법인에 자본금을 증액해 성장기반을 강화하기도 했다.
우리금융지주 자회사인 우리카드도 최근 인도네시아 금융당국으로부터 할부금융사 ‘바타비야 프로스페린도 파이낸스(PT Batavia Prosperindi Finance)’ 인수 승인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올해 3분기 안으로 지분 인수 거래를 마무리하고, 미얀마 투투파이낸스에 이은 두 번째 해외 자회사로 인도네시아 법인을 공식 출범시킬 예정이다. 성장 가능성이 높은 인도네시아 시장 진출을 통해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해외 영업망을 한층 강화한다는 복안이다.
‘바타비야 프로스페린도 파이낸스(PT Batavia Prosperindi Finance)’는 1994년 설립된 총자산 9200만달러, 임직원 1100여명 규모의 중견 업체로 인도네시아 전역에 72개의 영업망을 바탕으로 할부금융과 중장비 리스사업을 주로 영위한 기업이다.
우리카드 관계자는 “현지 전역에 영업망을 갖춘 기업을 인수함에 따라 현지화 전략을 활발히 펼칠 수 있게 됐다”며 “국내 할부금융 노하우를 바탕으로 경쟁력 있는 금리의 신차 등 신규 할부금융 상품을 기획하고 판매해 현지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글 / IT동아 김동진 (kdj@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