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애정남] 외장 SSD는 데이터 보관용으로는 부적합?

권택경 tk@itdonga.com

[IT동아 권택경 기자] 요즘은 구글 드라이브, 원드라이브 같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클라우드 저장 공간이 많아서 간단한 데이터 보관이나 이동용으로 물리 저장 매체를 활용하는 경우가 점점 줄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용량 데이터를 옮기거나 보관해야 할 때는 여전히 외장 HDD나 외장 SSD가 효과적일 때가 많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외장 SSD 가격도 합리적인 수준으로 내려와서 점차 외장 HDD 수요를 대체하고 있죠. 외장 SSD를 이용하면 HDD와는 비교를 불허할 정도로 빠른 속도 덕분에 훨씬 더 빠르게 데이터를 옮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장기 보관용으로는 어떨까요? dktXXXX님의 사연입니다. (일부 내용 편집)

"제가 자주 가는 인터넷 커뮤니티 핫딜 게시판에서 괜찮은 가격에 외장 SSD가 판매 중이라는 정보를 접했습니다. 마침 영상, 사진 등 데이터 백업을 위해서 외장 SSD 구입을 고려하고 있던 터라 구매를 하려고 했는데요. 댓글을 보니 SSD는 데이터 보관용으로 적합하진 않다는 얘기가 있더라고요. 이게 무슨 얘기인지 궁금합니다."

전원 연결 없이 방치하면 데이터 유실 위험 있어

출처=셔터스톡
출처=셔터스톡

결론부터 말하자면 SSD가 장기 보관용으로 적합하지 않은 매체인 것은 사실입니다. SSD에 전원을 연결하지 않은 채 오랜 시간 방치하면 데이터 유실이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SSD는 ‘셀’이라 불리는 기억 소자에 전자를 채우거나 비우는 방식으로 데이터를 기록하며, 이 전자의 양(전하량)을 측정하는 방식으로 데이터를 읽습니다. 문제는 전원 공급 없이 오랜 시간 방치하면 전자가 점점 새어나가면서 전하량이 바뀐다는 점입니다. 마치 배터리를 충전 없이 오래 방치하면 자연스레 방전되는 것과 비슷하죠. 이런 이유로 SSD를 오랜 기간 방치하면 데이터가 손실되거나 증발하는 겁니다. 주기적으로 전원이 공급되는 내장 SSD라면 걱정할 필요가 없지만, 외장 SSD라면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이죠.

중요한 건 ‘오랜 기간’이 어느 정도이냐는 건데요. 반도체 표준 규격을 제정하는 단체인 JEDEC에서 지난 2015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40℃에서 작동하다 전원을 끊은 SSD를 25℃에서 보관했을 때 데이터가 보존되는 기간은 2년입니다. 이 보존 기간은 보관 온도가 높아지면 더 짧아져서 30℃에서는 1년으로 줄어듭니다. 여름철 적정 실내 온도가 26℃, 겨울철 적정 실내 온도가 20℃ 정도이니 대략 2년 내외가 전원 끊긴 SSD 속 데이터의 이론적 수명이라고 봐야 하겠죠.

JEDEC에 따르면 SSD를 무전원 상태로 실온(25℃)에서 보관하면 105주(2년) 정도 데이터가 유지된다. 출처=JEDEC
JEDEC에 따르면 SSD를 무전원 상태로 실온(25℃)에서 보관하면 105주(2년) 정도 데이터가 유지된다. 출처=JEDEC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추정치라서 실제와는 어느 정도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7년 전 자료라는 점도 고려해야겠고요. 하지만 최근 SSD라고 해서 사정이 크게 나아졌을 가능성은 낮습니다. 최근 일반 소비자용 제품은 고효율화, 원가 절감 등을 이유로 셀 하나에 더 많은 데이터를 저장하는 방식을 채택하는 추세라서 보존성과 내구성은 오히려 더 낮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SSD가 데이터 보관용으로는 아예 못 쓸 물건이라고 말하는 것도 섣부른 결론일 것 같습니다. 어디까지나 장기 보관용으로는 부적합하다는 거죠. 비슷한 조건에서 10년 이상 데이터를 보존할 수 있는 HDD와 비할 바는 아니지만, 사실 1~2년도 그리 짧은 기간은 아닙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 정도로도 충분할 수 있죠. 수개월 주기로 전원을 연결해 데이터를 확인하거나 작업할 생각이라면 외장 SSD의 데이터 보존 기간도 큰 문제가 되지는 않습니다.

장기 보존 목적이라면 HDD가 더 낫지만, HDD의 데이터 보존력도 영원하지는 않다. 출처=셔터스톡
장기 보존 목적이라면 HDD가 더 낫지만, HDD의 데이터 보존력도 영원하지는 않다. 출처=셔터스톡

물론 한 번 데이터를 저장해둔 뒤 수십 년씩 고이 간직해둘 용도라면 SSD보다는 HDD가 더 적합합니다. 하지만 자기장으로 데이터를 저장하는 HDD도 전원 공급이 끊긴 채로 오랜 기간이 지나면 자력이 약해지며 데이터 유실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주기적인 데이터 관리와 백업이 필수적입니다. SSD나 HDD뿐만 아니라 현존하는 어떤 저장 매체도 데이터를 영원히 보존해주지는 못합니다. 그러니 소중한 데이터일수록 한 저장 매체에 의존하기보다는 여러 복사본을 만들어두고, 여러 형태로 저장해두는 백업 습관을 들이는 게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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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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