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프코어, ETRI와 손잡고 국내 AI 산업 효율화·상용화 돕는다
[IT동아 남시현 기자] 영국의 인공지능 반도체 기업 그래프코어(Graphcore, 지사장 강민우)가 7월 7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최근 인공지능 시장 동향과 최근 비즈니스 성과, 그리고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이하 ETRI)과의 새로운 파트너십을 발표했다. 페브리스 모이잔(Fabrice Moizan) 글로벌 세일즈 부사장은 “그래프코어가 한국 지사를 설립한 이후 2년 사이 많은 성장을 이끌어냈다. 설립 당시 그래프코어의 투자 규모는 3억 달러였지만 현재 7억 3천만 달러 수준이며, 세쿼이아캐피탈같은 금융 기관이나 삼성전자 등 전략적 투자자들도 두고 있다”라면서, “그래프코어는 세계 최고 수준의 프로세서와 소프트웨어 툴을 제공함으로써 인공지능 시장에서 차세대 혁신을 이끌고 있다”라고 말했다.
2년 간 꾸준히 성장 이뤄낸 그래프코어, 시장 상황은?
그래프코어는 2016년 영국에서 설립된 팹리스 기업으로, 인공지능 연산 처리용 프로세서인 IPU(Intelligence Processing Unit, 지능 처리 장치) 등 인공지능 관련 반도체를 개발하고 있다. 팹리스 기업은 반도체를 설계하고, 제조는 위탁하는 기술 전문 기업이다. 이미 한국 진출 이전에도 3억 달러 규모의 투자와 300명가량의 임직원을 갖추고 있었지만, 그사이 2배 이상의 투자 유치와 650명의 임직원 확보는 물론 기업가치 27억 7천만 달러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해외 진출 역시 영국 브리스톨 본사를 포함해 오슬로와 그단스크에 R&D 센터가 있으며, 북미나 유럽, 인도, 동남아, 아시아 시장까지 지사를 설립해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한국 시장 진출 2년이 지난 지금, 그래프코어는 NHN클라우드와 AI 클라우드 분야 기술협력을 발표하고, KT의 하이퍼스케일 인공지능 서비스에 그래프코어 IPU를 도입하는 등의 성과를 거뒀다. 또 올해 3월, 세계 최초의 3D 실리콘 웨이퍼 스태킹 기술을 적용한 보우(Bow) IPU를 선보였고, 2023년에는 차세대 울트라 인공지능 컴퓨터, ‘굿(Good)’을 가동할 예정이다. 굿의 상용화 시점은 2024년으로 보고 있다. 또한 텐센트 클라우드 서비스 및 지코어랩스 IPU 클라우드 서비스를 출시한데 이어, 미국 아르곤 연구소와 에든버러대학교 슈퍼컴퓨터 센터(epcc), 영국 하트리 센터(hartree center) 등 전 세계의 슈퍼컴퓨팅 센터와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그래프코어, GPU 넘어서는 IPU 효율성으로 승부수
그래프코어가 내세우고 있는 핵심은 성능이다. 현 시점에서 인공지능 프로세서의 성능을 가장 공신력 있게 측정하는 방법은 ‘MLPerf’다. MLPerf는 △ 이미지 분류 △ 의료용 이미지 분할 △ 저강도 물체 감지 △ 고강도 물체 감지 △ 음성 인식 △ 자연어 처리 △ 추천 △ 강화 학습 등의 항목을 토대로 인공지능의 처리 시간과 품질 등을 확인한다. 이 테스트에서 그래프코어의 최신 IPU인 Bow Pod는 엔비디아의 플래그십 인공지능 프로세서인 DGX-A100 640GB와 비교해 ResNet-50 이미지 분류 성능에서 31% 더 빠른 처리 시간을 보여주었다. 또한 자연어 처리 속도 역시 37% 향상된 성능을 보여주었다. 이는 단순 연산 처리에 특화된 GPU보다 인공지능 처리에 특화된 IPU 특성 덕분에 가능한 결과였다.
여기서 주목할만한 부분은 성능보다도 효율성이다. 현재 인공지능 연산의 대다수는 GPU를 기반으로 하는데, MLPerf에 제출된 결과의 약 90%가 엔비디아 GPU 기반 시스템일 정도다. 하지만 GPU는 스케일이 커질수록 그만큼 전력도 많이 소모한다. 반면 IPU는 인공지능 처리에 특화돼있어서 GPU 대비 10배 가량 저전력으로 동작한다. 아울러 경쟁사인 엔비디아의 GPU는 하드웨어와 생태계만 제공되기 때문에 특화된 알고리즘을 구축하기 어렵고 추가 비용이 드는 반면, 그래프코어는 하드웨어는 물론 구축까지 돕는다는 점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에서 이점이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하는 분야에서 그래프코어의 시스템의 주목도가 높아지는 이유다.
국내 인공지능 시장도 활기, 민관 모두 인공지능에 주력
국내 기업 중 자연어 처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트위그팜(TWIGFARM)의 경우, 한정된 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기존의 GPU 처리 시스템을 메가존 클라우드 기반의 IPU 처리 장치로 이전했다. 덕분에 10배 향상된 성능을 구현하고, 총 소유 비용도 대폭 절감했다. 또한 2025년까지 ETRI와 함께 고효율 인공지능 컴퓨팅 실현을 위한 접근법을 개발하는 파트너십도 체결했다. ETRI와 그래프코어는 컴퓨팅 리소스 관리 부담 최소화와 독립적인 개발 환경 조성, 개발 편의성 향상을 목표로, ETRI는 성능과 효율성, 독립성 향상을 위한 소프트웨어 개발을 주로 담당하고 그래프코어는 기술 검증과 상용화를 위한 가이드를 제공하는 등으로 협력한다.
페브리스 모이잔 글로벌 세일즈 부사장은 “AI 컴퓨팅이나 칩 부문에서는 현재 미국이 가장 주도적인 입장에 있으며, 그 뒤를 중국이 쫓고 있다. 그 다음 시장이 바로 한국과 유럽인데, 한국 시장은 유럽과 맞먹거나 능가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AI 혁신에서 한국은 유럽보다 빠르게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그래프코어는 한국 시장에 꾸준히 집중할 것이다”라면서, “이번에 ETRI와 협력 관계를 구축한 것도 한국과의 관계를 더욱 공고하게 구축하기 위함이며, 그 중요도는 앞으로 더욱 더 커질 것이다”라고 답했다.
인공지능은 미래 전략, 그래프코어의 목표는?
영국의 통계학자 어빙 존 굿(Irving John Good)은 1965년 자신의 논문에서 ‘인간의 생존은 초지능 머신의 조기 구축에 달려있다’라면서, 초지능 머신을 인간의 모든 지적 활동을 훨씬 능가할 수 있는 기계로 정의했다. 그리고 초지능 머신이 출연해 기술적 특이점에 도달할 경우, 초지능 머신이 자기 개선을 반복해 성능이 극단적으로 향상되는 지능 폭발이 일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그래프코어가 그의 이름을 딴 세계 최초의 울트라 인공지능 컴퓨터에 ‘굿’이라는 이름을 붙인 이유가 그의 주장과 맥을 같이한다.
실제로 그래프코어가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설계 목표는 인간의 뇌에 가까운 인공지능이다. 인간의 뇌 수준의 성능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최대 100조 개의 매개 변수가 필요하며, 이를 갖추려면 최대 1페타바이트의 메모리가 필요하다. 또 2주 내 1백만 번의 경사 하강법 구현을 위해서는 최대 2PB의 메모리 대역폭이 필요하다. 연산 처리를 위해서는 처리 장치가 필요한 부분에 맞게 최적화돼야 하고, 이를 개발하는 게 그래프코어의 목적이다. 이들의 목표가 실현 가능한 시점에 대해서는 미지수지만, 확실한 목표 의식을 갖고 나아가고 있다는 점을 엿볼 수 있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