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 인사이트] 나 혼자 ‘탄다’, 초소형 전기차의 시대는 열릴까?
모빌리티(mobility). 최근 몇 년간 많이 들려오는 단어입니다. 한국어로 해석해보자면, ‘이동성’ 정도가 적당하겠네요. 그런데 말입니다. 어느 순간부터 자동차도 모빌리티, 킥보드도 모빌리티, 심지어 드론도 모빌리티라고 말합니다. 대체 기준이 뭘까요? 무슨 뜻인지조차 헷갈리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지난 몇 년간 세계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스타 벤처 중 상당수는 모빌리티 기업이었습니다.
‘마치 유행어처럼 여기저기에서 쓰이고 있지만 도대체 무슨 뜻인지, 어디부터 어디까지 모빌리티라고 부르는지 도무지 모르겠다!’라는 분들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모빌리티 인사이트]를 통해 국내외에서 주목받는 다양한 모빌리티 기업과 서비스를 소개합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차량호출 서비스부터 아직은 낯선 ‘마이크로 모빌리티’, ‘MaaS’, 모빌리티 산업의 꽃이라는 ‘자율 주행’ 등 모빌리티 인사이트가 국내외 사례 취합 분석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하나씩 알려 드립니다.
나 혼자 산다, 1인 가구의 고충
지난 주말, 여유로운 휴식 시간을 보내면서 맛집을 찾는 예능 프로그램을 시청했습니다. TV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방송인들이 얼마나 맛있게 음식을 먹던지, 부엌 한 켠에 먼지만 가득히 쌓인 주방용품으로 눈길이 가더군요. 오랜만에 집에서 맛있는 저녁을 만들어보자고 결심하고 냉장고를 열었더니 매일 배달 음식, 식당 음식에 의존했기에 요리할만한 식재료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모처럼 결심한 의욕이었기에 근처 대형마트에 들렀죠. 제육볶음, 감자볶음, 시금치무침, 멸치볶음 등 다양한 음식을 만들기 위해 쇼핑카트에 이것저것 식재료를 골라 담았습니다. 결국 양 손 한가득 장을 봤는데요. 차를 가져가지 않았다면, 그 많은 짐을 가지고 집까지 오는 길은 무척 험난할 뻔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무거운 짐뿐만이 아니었어요. 다양한 식재료를 가지고 꽤 오래 볶고 끓여 나름대로 맛있는 음식을 완성했지만, 생각보다 너무 많은 양을 만들어버린 것이죠. 1인 가구라면 이런 상황에 많이 공감하실 텐데요. 혼자서 살고 있는 1인 가구는 항상 배달 음식을 시킬 때나 음식을 만들 때마다 적당한 양을 맞추기 어렵죠.
맞아요. 혼자 살 때 딱 1인분에 맞춰 요리하기는 쉽지 않죠. 배달 음식을 주문할 때는 최소 금액 때문에 남기는 경우도 많구요.
그렇죠. 그런데 이런 불편함을 공감하는 사람은 앞으로 더욱 증가할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의 1인 가구는 나날이 늘고 있기 때문이죠.
지난 2021년 12월, 인구·가구 구조, 분포 및 개별 특성 파악을 위해 5년 주기로 통계청이 실시하는 ‘2020 인구주택총조사’의 결과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내 1인 가구는 전체 가구(2,092만 7,000가구) 중 31.7%(664만 3,000가구)를 차지했습니다. 2015년의 1인 가구(5,21만 1,000가구) 대비 증감률은 27.5%에 달했죠.
1인 가구 증가에 맞춰 많은 기업은 이를 하나의 사회적인 트렌드로 인식하며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출시하고 있습니다. 1인용 밥솥, 미니 공기청정기, 미니 세탁기, 1인용 피자, 1인 가구 안심동행 서비스, 1인 가구 청소대행 서비스, 생활공구 대여 등 1인 가구 대상의 타깃 상품과 서비스 범위는 넓게 확장하고 있죠.
이렇듯 소비자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맞춰 시장은 계속 변화하고 있습니다. 자동차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요. 혼자 자동차를 이용하는 사용자를 위한 자동차를 선보이고 있죠. 바로 초소형 전기차입니다.
경차가 아닌 ‘초소형 전기차’ 인가요?
네, 그렇습니다. 아마 도로에서 우연히 마주쳤을 수도 있어요. 국내에도 생각보다 다양한 종류의 초소형 전기차가 도로 위에 주행하고 있거든요.
초소형 자동차는 기존 승용차보다 작고, 오토바이 같은 이륜차보다 큰 자동차입니다. 국토교통부가 총 무게 600kg, 최고속도 80km/h, 너비 1.5m, 배기량 250cc(전기차의 경우 15kW 이하) 이하의 자동차를 초소형 자동차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문화 확산과 1인 가구 증가, 이동 및 주차 편의성 등의 이유로 초소형 전기차에 대한 관심은 크게 늘어났습니다. 특히, 유럽의 도로 인프라는 좁은 골목길 위주여서 초소형 전기차를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여러 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수요는 늘어나고 있죠.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도 초소형 전기차에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르노는 전 세계에 초소형 전기차 ‘트위지(Twizy)’를 3만 대 이상 판매했는데, 유럽에만 약 1만 5,000대를 판매했습니다. 지난 2017년부터 국내에도 트위지를 판매하고 있는데요. 처음으로 출시한 2017년 691대, 2018년 1,498대, 2019년 1,554대를 판매하는 등 판매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시트로앵은 프랑스에서 무면허로 운전할 수 있는 ‘AMI’를 선보였습니다. 공유 킥보드나 공유 자전거, 대중교통을 대체하기 위한 목적으로 AMI를 출시했는데요. 이용자들이 더 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정액제 방식으로 장기 렌트도 할 수 있습니다.
GM과 중국의 상하이자동차(SAIC)가 공동으로 설립한 ‘바오준’은 초소형 전기차 ‘e100’, ‘e200’, ‘e300’을 출시했습니다. 특히, e300는 16.8kWh의 고용량 배터리를 장착해 한 번 충전으로 260km 이상 주행할 수 있는데요. 기존에 출시된 타 브랜드의 초소형 전기차보다 더 긴 거리를 주행할 수 있어 인기입니다.
글로벌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Fortune Business Insights’에 따르면, 초소형 전기차 시장은 2021년 83억 2,000만 달러(한화 약 10조 7,827억 원) 수준입니다. 향후 시장 규모는 2029년까지 연평균 12.7% 성장해 221억 1,000만 달러(한화 약 28조 6,545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최근 초소형 전기차 제조로 주목받는 기업이 있나요?
초소형 전기차 시장 확대를 예측하며 글로벌 경쟁은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유수의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가 경형 및 초소형 자동차 개발 및 생산에 관심을 보이고 있고요. 어쩌면 가까운 미래에 초소형 전기차의 시장 지배력은 크게 확대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따라서 앞으로는 초소형 전기차 생산에도 다양한 차세대 기술을 접목하고 경쟁 우위 선점을 위해 노력할 것으로 판단합니다.
초소형 전기차를 구매할 때 고려사항으로는 주행거리에 영향을 미치는 배터리, 운전자 안전과 직결되는 내구성, 모든 전기차 구매자의 고민인 부족한 충전 인프라, 그리고 가격 등이 있습니다. 이러한 4가지 사항에 대한 소비자의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차세대 기술을 초소형 전기차에 접목한 기업이 있는데요.
오늘 소개할 기업은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초소형 전기차를 생산하는 ‘XEV’입니다. 지난 2018년 설립한 XEV는 이탈리아에 본사를 두고 있는 스타트업으로 현재 ‘Kitty’와 ‘Yoyo’, 두 종류의 초소형 전기차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XEV의 주력 모델인 Yoyo는 유리, 섀시, 타이어, 모터 등 특수 파트를 제외한 모든 부품을 3D 프린팅 기술로 제조하는데요. 이를 통해 기존 방식으로 차량을 제작할 때 발생하는 부품 낭비를 줄여 비용을 절감합니다.
다만, XEV가 Yoyo 생산 계획을 발표할 당시 발표한 가격은 7,995유로였지만, 지난해 독일에서 개최한 ‘IAA 모빌리티 2021’에서 실제 모델을 공개하며 가격은 1만 3,900유로로 바뀌었습니다. 이는 일반 초소형 전기차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향후 생산라인을 안정화하고 규모를 확대한다면 가격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Yoyo 무게는 배터리를 포함해 530kg로 비교적 가벼운 초소형 자동차입니다. 총길이 2.5m, 너비, 1.5m, 높이 1.575m로 좁은 도로에서도 자유롭게 주행할 수 있죠. 주차공간도 비교적 여유롭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Yoyo 탑승 인원은 최대 2명입니다. 한 번 충전하면 최대 150km까지 주행할 수 있고, 최고 속도는 80km/h 수준인데요. 도심 내 주행, 출퇴근 등 중단거리 주행에 어울리는 성능입니다.
Yoyo에는 10.3kWh 용량의 모듈식 배터리 팩을 탑재했습니다. 방전 후 완충 소요 시간은 약 4시간 정도인데요. 하지만, 이 배터리 팩은 교체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유소 등 인근 충전 시설에서 교환할 수 있습니다. 즉, 충전 시간을 더욱 단축할 수 있는 셈이죠.
가벼운 무게, 플라스틱 소재를 활용한 3D 프린팅 제작 방식 등에 대해 많은 고객이 안전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데요. XEV에 따르면, 기존 초소형 전기차와 비교해 안전성도 높다고 합니다. 탑승자 보호를 위해 차체는 고강도 강철 프레임 중심으로 제작했으며, 유럽 안전 표준을 완벽하게 준수하고 있다네요. 기타 부품은 복잡한 구조로 제작해 기존 부품보다 안전한 내구성을 지닌다고 XEV는 설명합니다.
전 세계가 친환경 자동차에 주목하면서 많은 기업이 가격, 충전 인프라 등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잖아요. 초소형 전기차 역시 배터리 교체 방식을 적용하거나 제조 방식을 고도화해 가격을 낮추는 등 노력하고 있어 혁신은 점차 빨라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우리나라의 초소형 전기차 관련 시장은 어떤가요?
우리 정부도 초소형 전기차 도입과 산업 활성화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정사업본부는 지난 2017년 12월부터 좁은 골목길 등을 원활하게 운행할 수 있는 초소형 4륜차를 도입하기 위해 외부 전문가와 내부 인력을 포함한 자체 TF팀을 구성했습니다. 또한, 지난 2018년부터 서울시 강남구와 세종시 등 전국에 70대의 초소형 전기차를 배치하고, 시범 운행 중인데요. 지속적으로 집배원의 의견을 반영하면서 운행거리나 적재능력 등 국내 우편배달 환경에 적합하도록 개선하고 있습니다. 현재 운용하고 있는 차량은 국내에서 조립/생산하고 있으며, 국내산 배터리를 장착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주요 부품을 지속적으로 국산화해 국내 산업 성장을 촉진한다는 계획입니다.
민간에서는 현대자동차그룹를 예로 들 수 있습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 2021년 미국의 차량 부품 제조사 ‘보그워너’와 계약을 맺었는데요. 보그워너가 생산하는 통합구동모듈(iDM)을 2023년부터 생산 예정인 자사의 A세그먼트 차량에 탑재할 예정입니다. 보그워너가 생산하는 통합구동모듈은 기존 전기차 파워트레인과 비교해 공간과 무게 모두 줄일 수 있다는데요. 현대차 ‘캐스퍼’ 바탕의 도심형 소형 전기차로, 약 3,480mm~3,683mm 길이로 출시할 예정입니다.
지난 2017년 르노삼성이 국내에 최초로 초소형 전기차 트위지를 출시한 이후 대창모터스, 마스타자동차, 쎄미시스코, KST일렉트릭, 쎄보모빌리티, 디피코, 마이브 등 다양한 업체들이 초소형 전기차를 국내에 선보이고 있습니다.
초소형 전기차의 시장 활성화를 위해서 극복할 과제나 문제점은 무엇일까요?
아직 다른 자동차와 비교해 초소형 전기차 등록 대수는 적지만, 국내 초소형 전기차 시장은 계속 성장하고 있습니다. 초소형 전기차는 글로벌 환경 문제, 주차 문제, 비대면 사회 지속 등 여러 이슈에 대응할 수 있는, 효율적인 자동차라고 판단할 수 있죠. 보조금을 받으면 기존 내연기관 경차보다 저렴하다는 점, 자동차세와 주차료 등 적은 유지비 등이 장점입니다. 단거리 출퇴근, 코로나19로 인한 온라인 쇼핑 및 배달 음식 주문량 증가, 관광지 수요 확대 등 다양한 요인들도 시장 확대에 긍정적입니다. 향후 초소형 전기차 수요는 분명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합니다.
하지만, 이런 변화에도 불구하고 아직 기존 완성차 대비 기능이나 안전성 등은 아쉬운 수준입니다. 분명 개선해야 하는 부분이죠. 안전상 이유로 자동차 전용도로를 달리지 못해 일반도로에서만 주행할 수 있다는 한계도 존재합니다.
앞으로 늘어나는 수요에 대응하고, 대중 라이프스타일에 적합한 전기차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초소형 전기차 관련 규정을 수정하고, 기존 규제를 완화하는 절차 등이 필요해 보입니다. 동시에 산업계에서도 초소형 전기차의 안전성을 보장하고, 증명할 수 있는 노력도 필요하죠.
글 / 한국인사이트연구소 이경현 소장
한국인사이트연구소는 시장 환경과 기술, 정책, 소비자 측면에서 체계적인 방법론과 경험을 통해 다양한 민간기업과 공공에 필요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컨설팅 전문 기업이다. ‘모빌리티’ 사업 가능성을 파악한 뒤, 모빌리티 DB 구축 및 고도화, 자동차 서비스 신사업 발굴, 자율주행 자동차 동향 연구 등 모빌리티 산업을 다각도로 분석하며, 연구하고 있다. 지난 2020년 ‘모빌리티 인사이트 데이’ 컨퍼런스 개최를 시작으로 모빌리티 전문 리서치를 강화하고 있으며, 모빌리티 분야 정보를 제공하는 웹서비스 ‘모빌리티 인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정리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