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이 IT(잇)다] 못생겼다고 버려지는 농산물을 화장품 원료로 바꾼 ‘브로컬리컴퍼니’
[KOAT x IT동아] 한국농업기술진흥원과 IT동아는 우리나라 농업의 발전과 디지털 전환을 이끌 유망한 스타트업을 소개합니다. 기발한 아이디어와 상품으로, 혁신 기술로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할 전국 각지의 농업 스타트업을 만나보세요.
“못생겼다고 버려지는 농산물을 화장품과 샴푸, 콜라겐 젤리 등의 원료로 활용해 지역과 상생을 추구하겠습니다”
김지영 브로컬리컴퍼니 대표가 IT동아와 인터뷰에서 밝힌 각오다. 대기업 광고대행사라는 안정적인 자리를 박차고 나온 김 대표. 그는 비품 농산물을 활용해 고품질의 제품을 소비자에 공급하고, 이로 인해 얻은 이익을 지역과 함께 나누는 상생을 꿈꾸고 있다.
상생의 가치 알게 해 준 ‘마음약방’ 캠페인
김지영 대표는 광고회사에 재직할 당시, 서울문화재단과 함께 기획한 ‘마음약방’ 캠페인 덕분에 지역 브랜딩의 가치를 알게 됐다고 말한다.
마음약방은 사람들의 마음의 병을 자판기라는 소재를 통해 치료해주자는 아이디어를 담은 캠페인이다. 예컨대 500원을 넣고 사람 멀미증, 자존감 바닥 증후군 등 마음증상에 맞는 버튼을 누르면, 그에 맞는 처방이 글과 그림으로 나오는 방식이다. 2015년 2월 서울 중구 서울시청 지하 시민청에 마음약방 1호점이 설치된 바 있다.
김 대표는 공익 캠페인을 국제적으로 알리기 위해 2016년 칸 국제광고제에 ‘Remedies for the SOUL’이라는 이름으로 광고를 출품해 은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이렇듯 광고업계에서 성공 가도를 달렸지만, 김 대표는 어딘가 공허함을 느꼈다.
그는 “광고회사 재직 당시 상업광고를 만드는 것이 주 업무였지만,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가치 창출에 관심이 더 많았다”며 “그러다가 만난 마음약방 캠페인으로 상생의 가치에 눈을 떴다”고 말했다.
마음약방 캠페인처럼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가치창출을 고민하던 김지영 대표는 퇴사를 결심한다. 이후 지역 여행을 다니다가 창업 아이디어를 떠올린다.
김 대표는 “지역을 다니다 보니, 찾는 이가 없어서 사라지고 있거나, 못생겼다는 이유로 버려지는 농산물을 폐기하는 데 상당한 비용이 든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환경에 악영향도 주고 있었다”며 “주스나 잼으로 비품 농산물이 활용되고는 있었지만, 원가에 절반도 안 되는 가격으로 취급되고 있었다. 못생겼지만 나를 아름답게 해주는 농산물을 주제로 친환경적인 화장품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이때 하게 됐다”고 말했다.
브랜드를 통해 지역과 환경, 소비자와 상생을 꿈꾸다
김지영 대표는 비품 농산물을 유통가보다 비싼 가격으로 사들여 원료로 삼은 후 고품질의 화장품을 만들어 지역과 환경, 소비자와 상생을 추구하겠다는 꿈을 품었다. 이에 따라 탄생한 기업이 브로컬리(BRAND + LOCALLY)다.
김 대표는 “지역을 기반으로 우리만의 브랜드를 만들어보자는 아이디어가 브로컬리컴퍼니의 시작이었다"며 "비품 농산물을 시가보다 높은 가격에 매입해 농가에 수익을 주고 고품질의 화장품을 만들어 소비자에 공급하면 회사와 농가, 소비자가 상생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 이 과정에서 지역경제가 활성화되고 청년이 유입돼 지역소멸 문제도 해소될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렇게 탄생한 브로컬리컴퍼니의 주력 브랜드는 두 가지로, ‘owndo°(나의 온도)’와 'UGLYCHIC (어글리시크)'다.
김 대표는 “첫 번째 브랜드 나의 온도의 시작은 전남 화순 수만리라는 마을"이라며 "어느 날 다큐멘터리를 시청하다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수만리를 보고 여행 삼아 직접 찾아갔다. 그곳에서 마을이 겪는 어려움을 알게 됐다. 주 수입원이었던 구절초를 찾는 사람이 없어 소멸 위기를 겪고 있었던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마을 사람들의 피부가 유난히 좋길래 비결을 물으니 구절초를 꾸준히 섭취하고 있다고 답했다”며 “구절초를 공부해보니 피부진정과 아토피 개선 효과가 있어 화장품 원료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후 수만리 마을의 구절초를 듬뿍 넣어 클렌징바, 클렌징폼, 토너, 에센스, 크림 등의 비건 화장품 라인을 구축했다”고 말했다.
브로컬리컴퍼니의 두 번째 브랜드는 UGLYCHIC (어글리시크)다. 김지영 대표는 “못난이 농산물이라고 불리는 ‘비품 농산물’의 활용 방안을 고민하다가 나온 브랜드가 유기농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어글리시크”라며 “유기농산물은 재배과정이 까다롭고 화학약품을 쓰지 않다 보니 활용도가 현저히 떨어진다. 인공적인 후처리도 하지 않기 때문에 모양도 제각각이어서 마트 판매용으로 나가는 상품은 전체 수확량에 1/3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같은 유기농산품 재배 농가의 어려움을 파악한 김 대표는 겉모습만 다를 뿐 영양소는 정품과 차이가 없는 비품 농산물을 원료로 샴푸와 선크림, 여성청결제, 성인용품 등을 만들었다.
김 대표는 “러브젤과 같은 성인용품은 직접 몸에 들어간다는 특성이 있는데, 지금까지는 제형이나 사용감 위주로 만들어졌다”며 “이에 제주도 유기농 풋귤과 영덕 유기농 복숭아로 러브젤을, 무주 사과로 여성청결제를 만들어 몸을 생각하는 제품으로 발전시켰다”고 말했다.
지역과 관계 형성 어려움, 비싼 원재룟값 극복해야
브로컬리컴퍼니는 지역과 상생을 꿈꾸지만, 정작 지역과 관계를 형성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김지영 대표는 “전남 화순과 제주도, 서울을 오가면서 제품을 기획하고 생산하다 보니 이동시간과 농가 탐방 시간, 원료 검증 시간이 어마어마하게 든다. 비건 화장품 owndo°의 경우 제품이 나오기까지 자체 추산 총 4320시간이 걸렸다”며 “신제품을 기획하기 위해 농가에 찾아가 비품을 수매하겠다 하면 몇 개나 제품을 만들 것인지 묻고는 웃으면서 손사래를 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원료 함량을 경쟁품에 비해 월등히 높여 고품질의 제품을 만들려다 보니, 손해를 감수해야 할 때도 있다고 한다.
김 대표는 “구절초를 직접 매입하지 않고 제조사에 구절초 성분이 들어간 화장품을 하나 만들어 달라고 의뢰하면 오히려 생산 비용이 더 적게 든다”며 “하지만 원료를 직접 지역에서 수매하고, 전통 방식을 적용해 추출한 후 좋은 제품을 만들겠다는 고집을 지키려 한다. 이런 가치가 많은 소비자에 전달돼 규모의 경제를 이룬다면 더 많은 농가와 계약재배를 할 수 있고, 지역 활성화라는 본래 목적도 달성할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식물성 콜라겐 젤리 출시
브로컬리컴퍼니의 올해 목표는 신제품인 식물성 콜라겐 젤리의 성공적인 시장 안착이다. 김지영 대표는 “제주 비품 당근을 이용해 식물성 콜라겐 젤리를 만들어 출시할 예정”이라며 “동물성 원료를 활용하지 않기 위해 제주대학교와 공동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브로컬리컴퍼니 제품은 현재 올리브영, 롯데면세점 등 주요 판매 채널에 진출해 있고 북미와 독일, 일본과 수출 계약도 체결해 해외 진출도 준비하고 있다. 올해 많은 일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김지영 대표는 브로컬리컴퍼니의 최종 목표와 비전을 전했다.
김 대표는 “내가 잘 살면서 우리가 함께 같이 잘 살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브로컬리를 시작했다”며 “우리 브랜드가 성장하면 로컬에 도움을 주며 소비자를 이롭게 할 수 있고, 환경을 지켜 지구에 도움이 되는 선순환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서로 상생하는 구조를 만들어 장기적으로 함께 가는 에코 시스템을 구현하는 것이 브로컬리의 비전이다”라고 말했다.
글 / IT동아 김동진 (kdj@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