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 탁용석 원장, “사람이 중심인 허브를 꿈꿉니다”
[IT동아 권명관 기자] ‘일수백확(一樹百穫)’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하나를 심어서 백을 거둔다는 뜻으로, 춘추시대 제나라의 사상가이자 정치가였던 관중이 펴낸 ‘관자’라는 책에 담긴 구절이다. 무엇을 심으면 하나를 심어 백을 거둘 수 있을까?
관자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1년의 계획은 곡물을 심는 것과 같고, 10년의 계획은 나무를 심는 것과 같으며, 100년의 계획은 사람을 심는 것과 같다’라며, ‘하나를 심어서 하나를 거두는 것은 곡물이다. 하나를 심어서 열을 거두는 것은 나무다. 하나를 심어서 백을 거두는 것은 사람(인재)이다’라고 설명한다. 다시 말해, 그 어떤 것보다 사람, 인재 양성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올해 창립 20주년을 맞이한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GICON, 이하 광주진흥원)도 이 같은 인재 양성을 위해 심혈을 기울인다. 광주진흥원 탁용석 원장(이하 탁 원장)은 “올해 우리 광주진흥원은 문화콘텐츠 분야의 성장을 위한 필수요소로 ‘인재 양성’을 꼽았습니다. 이에 인재 양성을 위한 부서를 신설하는 등 조직까지 개편했습니다”라며, “지역 문화콘텐츠 기업의 만성적인 인력난을 해소하고, 우수한 콘텐츠 전문가를 양성해 광주를 인재 중심의 콘텐츠 허브로 자리매김하고자 노력합니다”라고 설명한다.
이에 IT동아가 광주진흥원을 찾아 탁 원장을 직접 만났다. 그는 “당장 눈 앞에 보이는 숫자에 흔들려 단기적인 이익을 쫓기보다 사람을 양성해 보다 큰 그림을 그려야 합니다”라고 인사말을 대신했다.
문화콘텐츠에 집중하는 광주
IT동아: 만나서 반갑다. 먼저 광주진흥원 소개를 부탁한다.
탁 원장: 광주광역시는 예향(藝鄕, 예술을 즐기는 사람이 많고 예술가를 많이 배출한 고을)으로서 문화콘텐츠에 대한 오랜 자부심과 민주, 평화, 인권의 도시로서, 변화와 혁신에 대한 열린 자세를 갖추고,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이러한 도약의 시점에 광주진흥원은 광주광역시(이하 광주시)의 역점 산업인 문화콘텐츠와 ICT 융합 산업의 진흥을 위해 전략을 수립하고, 다양한 지원을 추진하고 있다. 지역 산업과 경제를 진흥해, 급변하는 기회를 풍요로운 미래로 실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한가지를 덧붙이고 싶다. 우리는 ‘액셀러레이터’라고.
IT동아: 액셀러레이터? 스타트업 선발 및 투자, 보육 등을 담당하는 그 액셀러레이터를 말하는 것인가?
탁 원장: 맞다. 광주진흥원은 산업의 진흥을 지원하는 기관이자 액셀러레이터라는 뜻이다.
음… 이렇게 생각해보자. 특정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기반이 필요하다. 무엇이 가장 필요할까? 바로, 사람이다. 스타트업을 떠올려보자. 사회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는, 사람에게서 나온다. 아이디어를 현실화 시키고자 노력하는 것도 사람이고, 완성된 아이디어를 활용하는 것도 사람이다. 한 분야의 사람을 양성하는 일은 곧, 해당 산업 분야를 발전시키는 일과 같다.
광주광역시는 예향의 도시다. 우리가 역점을 두고 있는 문화콘텐츠와 ICT 융합 산업은 이러한 광주의 특색을 발전시키는데 있다. 산업을 육성한다는 것은 기존 산업에 대한 혜택을 강화하는 방법도 있지만, 산업의 기틀과 기반을 닦는 작업도 필요하다. 때문에 스타트업을 양성하는 과정도 산업 육성을 위한 길이고, 사람을 양성하는 길이다. 그런 의미에서 광주진흥원이 액셀러레이터 역할을 수행한다.
특히, 지난 2019년 정부가 국가 균형 발전을 위해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 사업’을 확정 발표할 때, 광주는 인공지능 중심 산업융합 집적단지 조성이라는 연구개발(R&D) 관련 지역전략사업 수행 지방자치단체로 선정됐다. 이러한 주변 상황에 맞춰 스타트업을 육성하고, 지원하는 임무를 광주진흥원도 수행하고 한다.
IT동아: 문화콘텐츠 산업에 집중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탁 원장: 광주는 전통적으로 예향의 도시다. 그리고 지난 2008년부터 시행한 ‘아시아문화중심도시 특별법(이하 아특법)’을 바탕으로 10년 이상 콘텐츠 분야 인력 양성을 위해 노력했다. 또한, 지난 2021년 아특법 유효기간 연장으로 혁신을 통해 더 많은 성과를 내야 한다는 막대한 책임감도 안고 있다.
독자적인 광주만의 비전을 만들고자 한다. 광주진흥원은 이러한 비전을 기초부터 쌓아 올려 나가고자 한다. ‘문화 수도’를 추구하는 광주의 변화에 맞춰 최전선에서 활동하는 것이 우리 광주진흥원이다. 광주 산업의 면모를 새롭게 바꿔고 있다. 이를 위한 궁극적인 지향점은 청년들이 좋아하고, 청년들이 선호하는 일자리를 제공하는데 있다고 생각한다.
“청년 육성을 통한 지역 활성화를 꿈꿉니다”
IT동아: 산업 육성의 기초를 다진다는 것…,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스타트업 육성, 청년 인재 양성이라는 과제는 전 세계가 도전하고 있는 숙제 아닌가.
탁 원장: 맞다. 쉽지 않다. 하지만, 필요한 일이다. 특정 산업이 한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의미 있는 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고민했다. 그렇게 내린 결론은 생태계 구축이다.
스타트업 생태계와 같다. 실리콘밸리를 얘기하고 싶다. 실리콘밸리의 기저에는 스탠포드, 버클리와 같은 대학교가 있다. 학문을 탐구하는 대학은 곧, 청년이 진학해 배우는 공간이라는 뜻이다. 청년이 꿈꾸는 아이디어를 지원하고, 새싹과 같은 스타트업이 성장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해, 실리콘밸리는 전 세계를 대표하는 스타트업의 메카로 발전했다. 그리고 선순환 구조에 돌입했다.
실리콘밸리는 대기업도 찾는다. 이유가 무엇일까? 스타트업이 지닌 기술이 필요해서, 대기업에게 필요한 일꾼을 찾기 위해서 찾아간다. 이 모든 선순환의 중심에 청년 즉, 사람(인재)이 있다.
광주진흥원이 꿈꾸는 미래다. 산업이 필요로 하는 청년을 육성하면, 자연스럽게 기업이 청년을 찾아 올 것이라 생각한다. 스타트업 생태계와 같은 구조를 광주라는 도시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지원하고자 한다. 청년들이 미래를 꿈꿀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IT동아: 청년들이 찾을 수 있는 도시라… 주제가 큰 이야기다.
탁 원장: 광주의 전통 산업은 자동차, 건설 등에 집중되어 있다. 청년들이 꿈꾸는 대기업이 광주에 있나? 아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청년들이 광주에서 새로운 꿈을 가지고 도전하기 어렵다. 달리 말해, 변화를 주도하는 기업이 아직 광주에 없다. 때문에 청년들이 새로운 꿈을 쫓아 떠날 수밖에 없다. 전국 지방도시의 청년들이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대학으로 진학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심각하게 고민할 때다.
그래서 생태계 구축에 도전한다. 청년들이 창업할 수 있고, 청년들이 창업한 스타트업이 자리 잡아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자 한다. 생태계의 시작점이다. 제대로 된 시스템을 구축하면, 문화콘텐츠와 IT 융합 산업 육성이라는 광주진흥원의 숙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청년 교육, 청년 양성은 그래서 중요하다.
스타트업이 창업하고, 중견기업으로 성장해 다시 후배를 이끌 수 있는 시스템, 파이프라인이 필요하다. 지역 산업을 육성한다고 우리 지역 기업이라며 세금을 낮춰주고, 사무 공간을 지원하는 특혜로 시간과 자금을 소모하는 것보다 청년이라는 인재를 양성해 생태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산업 일선에서 활동하는 인재를 지속해서 양성할 수 있다면, 광주 지역 기업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 기업이 자연스럽게 찾아오지 않겠나. 그런 미래를 꿈꾼다.
“광주 로커스 콘텐츠 아카데미를 시작합니다”
IT동아: 청년 양성이라는 것이 새로운 주제는 아닌데.
탁 원장: 맞다. 지난 10년간 전통적으로 해왔던 지원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변화가 필요했다. 상당한 시간이 지났음에도 문화콘텐츠 산업 현장에는 여전히 사람이 부족하다는 의견을 받았다. 사람 중심의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전략을 수립한 것도 이러한 현장 의견을 받아들인 결과다.
그 동안의 문제는 무엇인지 찾았고, ‘지역’이라는 한계에 너무 근시안적으로 대처했다고 자평했다. 청년 양성 사업을 너무 지역에 묶어서만 생각했다. 사업 혜택을 광주 내 기업, 광주 내 청년에게만 집중했다. 전국 지방의 청년들은 꿈을 쫓아 지역을 벗어나는 (수도권으로 나가는) 구조적인 문제에 처해 있는데,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지 못했다.
이에 지원 방식을 바꿨다. 광주 내 청년이 아니더라도 광주진흥원의 청년 양성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입구를 넓혔고, 청년이 원하는 기업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출구를 넓혔다. 이에 ‘문화콘텐츠 전문인력 양성 및 취업지원’이라는 사업명도 ‘광주 로커스 아카데미’라는 브랜드로 알리고자 한다.
IT동아: 광주 로커스 아카데미? 기존 프로그램과 무엇이 다른가.
탁 원장: 현장이 필요로 하는 인재 양성에 집중했다. 광주진흥원이 주도하는 프로그램이 아닌, 현장이 주도하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에 이번 프로그램은 문화콘텐츠 산업을 선도하는 기업의 참여를 유도했고, ‘로커스(LOCUS)’라는 콘텐츠 대기업의 참여를 이끌었다.
로커스는 CG/VFX 기술을 보유한 종합 문화콘텐츠 기업이다.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광고 등 다양한 디지털콘텐츠에 필요한 CG/VFX 기술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버추얼프로덕션, 디지털휴먼, XR 및 인터랙티브 등 뉴미디어 기반의 신규 사업도 준비 중이다. 최근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 ‘유미의세포들’에서 애니메이션을 제작했고, ‘빈센조’의 VFX 제작, 영화 ‘승리호’의 용산역 우주정거장 체험전시관 미디어아트 제작, 애니메이션 장편 영화 ‘레드슈즈’, 영화 ‘강철비2: 정상회담’의 VFX 제작 등 콘텐츠 산업을 대표하는 기업이다.
쉽게 말해, 문화콘텐츠 산업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스킬과 기술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기업인 셈이다.
IT동아: 아… 이해했다. 인재 중심의 생태계를 위해 무엇을 추구하기 위해 현장과 함께 호흡한다는 뜻인가.
탁 원장: 맞다. 말로만 하는 ‘경쟁력 있는 인재 양성 프로그램’이 아니다. 문화콘텐츠 산업과 호흡하는 생태계를 만들고자 한다. 사업명이 아닌 ‘광주 로커스 콘텐츠 아카데미’라는 브랜드를 강조하는 이유다. 광주와 로커스가 협력해 실무 현장에서 즉각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콘텐츠 제작 인력을 양성하고자 한다.
각각의 교육과정도 세분화했다. 프로젝트형 웹툰을 제작하는 ‘웹툰’, 리얼타임 플랫폼 기반 2D/3D 게임 콘텐츠를 제작하는 ‘게임’, 3D 애니메이션 및 영상 그래픽을 제작하는 ‘애니메이션’, 메타버스 플랫폼 기반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제작하는 ‘메타버스’, 유니티3D 기반 실감콘텐츠를 제작하는 ‘XR’ 등 총 5개의 ‘기본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한다(기본교육 각 과정은 150시간). 또한, 메타버스 플랫폼 및 XR 기술 융합형 콘텐츠를 제작하는 심화교육(500시간)도 진행한다.
콘텐츠 산업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로커스가 참여하는, 그 자체로도 광주진흥원에는 의미가 크다. 사람을 중심으로 기업이 찾아오고, 청년이 찾아오는 하나의 장터, 허브를 만드는 시초다
광주가 아닌 사람을 중심으로
IT동아: 마지막으로 추구하는 목표에 대해서 듣고 싶다.
탁 원장: 우리는 수도권 중심의 세상에 살고 있다.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청년들도 꿈을 쫓아 서울로 향한다. 이런 상황에서 광주, 지방에 있는 액셀러레이터는 사람을 잡을 수 있어야 하고, 사람이 찾아올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그래야 기업이 따라오고, 산업이 발전한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광주진흥원은 액셀러레이터다. 스타트업의 성장을 돕고자 한다.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았고,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것을 지원하기 위해 이번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그래서 사람을 중심으로 생각한다. 광주 로커스 아카데미 이외에 준비한 지원 프로그램도 다르지 않다. 스타트업에게 필요한 투자 지원을 위해 ‘IR 피칭 프로그램’을 마련했고, 현재 활동하고 있는 VC와 만날 수 있는 네트워크도 구축했다. ‘광주에 가면 사람이 있다’는 말을 듣고 싶다. 그게 광주진흥원이 추구하는 목표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