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重 1호 사내벤처가 올린 성과…자율운항 대양횡단 성공
[IT동아 김동진 기자] HD현대(현대중공업그룹 지주회사)의 자율운항 전문 자회사로 2020년 12월 출범한 아비커스(Avikus)가 세계 최초로 대형 선박의 자율운항 대양횡단에 성공했다. 이 기업은 지난해 6월에도 국내 최초로 경북 포항 운하에서 12인승 크루즈 선박의 완전 자율운항에 성공한 바 있다.
아비커스는 고도화한 기술을 바탕으로 대형 상선뿐 아니라 소형 레저보트용 솔루션까지 개발해 선박 자율운항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자율운항 솔루션, 항해 보조시스템’ 집중 개발 및 전문성 강화 목적 독립
아비커스의 전신은 현대중공업그룹 조선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의 미래기술연구원 자율운항 연구실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자율운항 연구실이 분리 독립해 사내벤처 1호로 선박 자율운항 전문회사 아비커스가 설립된 것이다.
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자율운항 기술의 핵심은 소프트웨어”라며 “기존 선박 분야 설계나 연구와 분야가 엄연히 다르기에 전문성 강화 차원에서 사내벤처로 독립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비커스는 지난해 6월, 국내 최초로 경북 포항 운하에서 12인승 선박으로 자율운항에 성공했다. 자율주행차에 탑재하는 라이다 센서와 특수 카메라 등으로 구성한 첨단 항해 보조시스템을 선박에 적용해 총길이 10㎞의 운하를 자율운항할 수 있었다. 포항 운하는 수로 폭이 평균 10m로 좁고, 선박이 밀집된 까다로운 환경을 지녀 높은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2에 참가한 정기선 HD현대 대표는 “올해 안에 LNG선 자율운항으로 대양 횡단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는데, 이 계획은 현실이 됐다.
초대형 LNG운반선 ‘프리즘 커리지’호…33일간 자율운항으로 대양횡단 성공
아비커스는 지난 6월 2일, SK해운과 18만 입방미터(㎥)급 초대형 LNG운반선 ‘프리즘 커리지’호의 자율운항 대양횡단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밝혔다.
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해당 선박에는 아비커스가 개발한 2단계 자율운항솔루션인 하이나스(HiNAS) 2.0이 탑재됐으며, 이번 항해는 자율운항 기술로 선박을 제어해 대양을 횡단한 세계 첫 사례다”라고 설명했다.
국제해사기구(IMO)에 따르면, 선박의 자율운항 단계는 총 4단계로 분류된다. 1단계는 선원의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부분적 자율 운항을 의미하고, 2단계는 선원이 승선하기는 하나 원격으로 제어가 가능한 수준이다. 3단계는 선원이 불필요하고 원격으로 제어가 가능하며, 선박 고장이 발생했을 때를 대비한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을 경우이고, 4단계는 완전한 무인 자율 운항이 가능한 수준이다.
기존 하이나스 1.0은 AI가 선박 카메라 분석을 통해 주변 선박을 자동으로 인식하고 충돌위험을 판단해 항해자에게 알리는 시스템이었다면, 하이나스 2.0은 이에 더해 AI가 선박을 직접 제어할 수 있는 2단계 수준이다. HD현대에 따르면, 야간이나 해무로 시야가 확보되지 않는 상황에서도 적외선 카메라를 활용해 장애물의 위치나 속도 등의 정보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운항할 수 있다.
하이나스 2.0에 탑재된 충돌회피 기술은 현대중공업그룹에서 5년 이상 개발한 충돌회피 솔루션이 원형이다.
충돌 위험 100여 차례 회피…연료 효율 약 7% 높이고 온실가스 배출 약 5% 절감
하이나스 2.0이 적용된 프리즘 커리지호는 지난달 1일 미국 남부 멕시코만 연안의 프리포트(Freeport)에서 출발해 파나마 운하를 통과, 태평양을 횡단하는 등 33일간의 운항을 마치고 충남 보령 LNG터미널에 도착했다. 총 운항 거리 약 20,000km 중 절반인 10,000km를 하이나스 2.0을 적용해 자율운항했다.
이번 대양횡단에서 하이나스 2.0이 탑재된 선박은 최적 경로로 자율운항하는 과정에서 연료 효율을 약 7% 높이고 온실가스 배출은 약 5% 절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운항 중 타 선박의 위치를 정확히 인지해 충돌 위험을 100여 차례 회피했다.
HD현대에 따르면, 항해 초기인 5월 11일부터 16일까지 항해사의 피드백을 반영해 시스템을 실시간으로 점검, 개선하며 주간 자율운항을 실시했고, 16일부터 31일까지는 약 350여시간 동안 주야간 풀타임 자율운항에 성공했다.
이번 항해는 자율운항 기술의 성능과 안정성에 대한 객관적 입증을 위해 미국선급협회(ABS) 및 한국선급(KR)의 실시간 모니터링 하에 진행됐다. 아비커스는 미국선급으로부터 이번 자율운항 대양횡단의 결과증명서를 받은 뒤 올해 하반기 중 하이나스 2.0을 상용화할 예정이다.
자율운항 기술은 향후 해상 운송업계의 인력난 해소와 사람으로 인한 오류를 제거해 안전성을 높일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프리즘 커리지’호의 고영훈 선장은 “아비커스의 자율운항 기술은 이번 테스트에서 항로 유지와 장애물 우회 등에 큰 도움을 줬고, 선원 항해 업무의 편의성을 높였다”고 말했다.
아비커스 임도형 대표는 “최적 경로를 안내하는 자율운항 1단계 기술을 넘어 실제로 선박을 움직이는 2단계 시스템을 성공적으로 테스트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며, “대형 상선뿐만 아니라 소형 레저보트용 자율운항 솔루션까지 고도화해 혁신을 주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글 / 김동진 (kdj@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