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일업] 메르세데스-벤츠·랭코드 “인공지능 챗봇으로 자동차 소프트웨어 개발 효율 높여”

김동진 kdj@itdonga.com

“자동차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의 단체 대화방에 설치한 인공지능(AI) 챗봇이 반복되는 질문에 대한 답을 대신해주고 있어,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었습니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이승룡 매니저의 말이다. 메르세데스-벤츠 그룹의 자동차 소프트웨어 개발 자회사인 엠비션(MBition GMbH)과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AI 챗봇 서비스를 개발한 스타트업 ‘랭코드’의 솔루션을 사내 메신저에 도입, 개발자와 IT 담당자들의 업무 효율을 높이고 있다.

두 기업은 어떻게 협업을 진행하게 됐을까. 김민준 랭코드 대표와 이승룡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매니저, 최수진 서울창업허브 파트장을 만나 그 과정을 들어봤다.

이승룡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매니저, 김민준 랭코드 대표(왼쪽부터). 출처=IT동아
이승룡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매니저, 김민준 랭코드 대표(왼쪽부터). 출처=IT동아

서울창업허브, 메르세데스-벤츠 그룹 공동 운영 ‘스타트업 아우토반 코리아’

스타트업 아우토반은 메르세데스-벤츠 그룹이 세계로 진출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유망한 스타트업을 발굴, 육성하고 협력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2016년 설립한 글로벌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플랫폼이다.

오픈 이노베이션은 기업 혁신을 유도하기 위해 기술 또는 아이디어를 조직 내, 외부에 공유하는 것으로, 메르세데스-벤츠 그룹은 2020년부터 국내에서 오픈 이노베이션인 ‘스타트업 아우토반 코리아’를 창업지원 기관인 서울창업허브와 함께 진행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개발조직을 위한 AI 챗봇 서비스를 개발한 랭코드는 미래 모빌리티, 인공지능 분야에서 세계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우수한 역량과 가능성을 지닌 스타트업으로 인정받아 메르세데스-벤츠 그룹과 협업하며 성장할 기회를 얻게 됐다.

SW 개발자들의 업무 효율 증진 ‘랭코드’

랭코드는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업무 중 상당 시간을 과거 이미 답이 나와 있는 질문에 쓰고 있다는 사실에 집중했다. 개발자를 추가로 채용해도 성과가 부진한 비효율을 개선하는 데 AI 기술을 활용한 것이다.

김민준 랭코드 대표는 “개발자들의 단체 대화방을 살펴보면, 질문이 쉴 틈 없이 쏟아지는데 절반 이상은 과거에 이미 나왔던 질문이다”라며 “과거의 답은 다른 대화에 묻혀 있고, 개발 관련 질문은 구글이나 네이버에 물어볼 수도 없기에 반복되는 질문이 나오는 것이다. 그 답을 하는 데 업무시간의 상당 부분을 할애하다 보니 개발 효율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었다”라고 말했다.

랭코드 AI 챗봇 서비스 예시. 출처=랭코드
랭코드 AI 챗봇 서비스 예시. 출처=랭코드

김 대표는 이어 “기존 AI 챗봇 서비스는 질문과 답변을 문장과 문장 또는 문장이 모여 이루어진 한 덩어리인 텍스트로 구축하기 때문에 데이터 수집이나 확보도 어렵다”며 “랭코드 AI 챗봇 서비스는 문장과 문장을 연결하기보다는, 문장 내 용어와 대화 의도가 무엇인지를 파악해 그에 맞는 답을 제시하는 방식이다. 일머리가 있는, 눈치 있는 AI라고 소개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랭코드 AI 챗봇 서비스는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이기 때문에 별도의 설치 없이 대화방에 초대해 권한만 주면, 과거부터 지금까지의 대화를 AI가 학습한다. 프로그램을 설치해 해당 공간으로 넘어갈 필요가 없어 업무의 연속성을 유지할 수 있다.

김 대표는 "기존 AI 챗봇 서비스는 문장과 문장을 매칭하다 보니, 그 과정에서 말하면 안 될 개인정보까지 노출하는 문제가 있었다"며 "랭코드의 AI 챗봇 서비스는 맥락을 이해하고 의도를 추출하기 때문에 사생활 노출 이슈에서 벗어날 수 있으며, 특정 문서나 대화를 볼 권한이 없는 사람에게는 제한적인 열람 권한을 부여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메르세데스-벤츠 그룹 자동차 SW 자회사 엠비션,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랭코드’ 도입

랭코드의 기술력을 인정한 메르세데스-벤츠 그룹은 자동차 SW 자회사인 엠비션과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직원들의 업무 효율 증진을 위해 랭코드의 AI 챗봇 서비스를 도입했다.

김민준 랭코드 대표는 “전 세계 벤츠 그룹의 개발자들이 질의응답만을 위해 사용하는 대화방만 해도 20여개고, 방마다 약 400명씩의 인원이 있다 보니 쉴 틈 없이 메시지가 쏟아진다”며 “대화의 70% 이상은 과거 답이 나와 있는 반복된 질문이었고,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하기 위해 업무시간의 상당 부분을 할애하고 있어 랭코드 솔루션을 적용, 업무 효율을 높였다”고 말했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사내 대화방에 적용된 랭코드 AI 챗봇 서비스. 출처=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사내 대화방에 적용된 랭코드 AI 챗봇 서비스. 출처=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이승룡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매니저는 “실제로 독일 본사에서 만족도가 상당히 높았고, 영어를 사용하는 본사와 한국어를 사용하는 지사의 언어를 모두 지원한다는 점에서 솔루션의 유연함을 느낄 수 있었다”며 “한국 지사의 직원들도 랭코드 AI 챗봇 서비스를 통해 반복된 질의에 대한 답변에서 벗어나 업무효율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오픈 이노베이션 생태계 확장해 스타트업 발굴 박차

메르세데스-벤츠 그룹과 랭코드가 협력을 강화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창업지원 기관인 서울창업허브의 지원이 있었다.

최수진 서울창업허브 파트장은 “양사 간 오픈 이노베이션이 이뤄진 스타트업 아우토반 코리아 이전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서울창업허브는 스타트업 해커톤 프로그램을 통해 이미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있었다”며 “해당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의 스타트업도 독일에 알릴 만큼 우수한 곳이 많다는 것을 홍보할 수 있었고, 최근에는 독일에 진출하는 기업들도 하나둘 나오고 있어 고무적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대기업과 공공기관이 함께 손잡고 스타트업의 빠른 성장을 도울 방안은 오픈 이노베이션”이라며 “여러 분야의 파트너 기업들이 오픈 이노베이션 생태계로 들어오면, 발굴할 수 있는 스타트업의 분야도 다양해지기 때문에, 많은 대기업이 참여해 생태계를 확장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최수진 서울창업허브 파트장, 이승룡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매니저, 김민준 랭코드 대표(왼쪽부터 시계방향). 출처=IT동아
최수진 서울창업허브 파트장, 이승룡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매니저, 김민준 랭코드 대표(왼쪽부터 시계방향). 출처=IT동아

이승룡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매니저는 “과거 해외 기업과 협업한 사례가 있었지만, 그룹의 자동차 소프트웨어 자회사를 통한 협업 프로젝트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이번 협력은 의미가 있었다”며 “랭코드와 협업이 성공적이라고 평가받은 만큼, 앞으로도 지속해서 기술력을 갖춘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협력 관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준 랭코드 대표는 “스타트업은 기술력을 갖추고 있어도 규모가 작다 보니 투자자나 고객으로부터 신뢰를 얻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며 “그 시간을 메르세데스-벤츠 그룹과 협력을 통해 단축할 수 있었다. 글로벌 그룹과 파트너라는 점이 고객 입장에서는 선택의 근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벤츠 그룹과 협력 후 팁스(TIPS, 민관협력 창업지원 사업)와 소프트웨어 고성장클럽 200 사업에 선정되는 등 희소식이 속속 날아들고 있다”며 “많은 지원 덕분에 성장한 만큼, 향후 중소, 중견기업도 쉽게 서비스를 접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개발할 것이다.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협력이 활성화돼 많은 스타트업이 성장 기회를 얻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글 / 김동진 (kdj@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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