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 인사이트] 운전자 없는 완전 자율주행 자동차가 있어요?
모빌리티(mobility). 최근 몇 년간 많이 들려오는 단어입니다. 한국어로 해석해보자면, ‘이동성’ 정도가 적당하겠네요. 그런데 말입니다. 어느 순간부터 자동차도 모빌리티, 킥보드도 모빌리티, 심지어 드론도 모빌리티라고 말합니다. 대체 기준이 뭘까요? 무슨 뜻인지조차 헷갈리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지난 몇 년간 세계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스타 벤처 중 상당수는 모빌리티 기업이었습니다.
‘마치 유행어처럼 여기저기에서 쓰이고 있지만 도대체 무슨 뜻인지, 어디부터 어디까지 모빌리티라고 부르는지 도무지 모르겠다!’라는 분들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모빌리티 인사이트]를 통해 국내외에서 주목받는 다양한 모빌리티 기업과 서비스를 소개합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차량호출 서비스부터 아직은 낯선 ‘마이크로 모빌리티’, ‘MaaS’, 모빌리티 산업의 꽃이라는 ‘자율 주행’ 등 모빌리티 인사이트가 국내외 사례 취합 분석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하나씩 알려 드립니다.
거리두기 해제… 밖으로 몰려나오는 사람들, 오래 기다리셨나요?
지난 4월 18일, 정부가 코로나19로 시행했던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를 약 2년 1개월만에 전면 해제했습니다. 점차 칠흑같이 어두웠던 코로나 암흑기를 보내고 난 뒤 다시 조금씩 일상을 회복하는 중이다. 다만, 아직 완전하게 사라진 것은 아니죠. 감염 예방을 위해 실내 마스크 착용, 비누로 손 씻기, 사적모임 규모 및 시간 최소화 등 지속적인 주의와 노력은 여전히 필요한 상황입니다.
확실히 너무 오래 참아오긴 했던 것 같습니다. 거리두기 해제 후 매 주말마다 전국의 도로는 나들이 차량으로 꽉 막힌 정체 현상을 이어갔는데요. 요즘 완연한 봄을 맞아 움츠렸던 몸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전국 곳곳으로 여행을 떠나는 분들도 많을 것 같네요.
실제로 한국도로공사가 발표한 ‘2022년 1월부터 4월까지 고속도로 주말 교통량 분석 자료’를 살펴보면, 올해 1~3월의 주말 하루 평균 고속도로 통행량은 400만 대 내외의 수준이었습니다. 하지만, 4월 들어 교통량은 484만여 대로 크게 늘어났죠. 2년 넘게 ‘집콕’이 중요한 키워드였던 것에서 벗어나 이제 집 밖으로 향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아직 완전하게 코로나19 상황은 끝나지 않았지만, 서서히 일상을 회복할 수준으로 나아진 것 같습니다.
거리두기 해제, 코로나19 확진자 완화 등으로 정말 많은 사람이 다시 거리로 나오고 있습니다. 필자도 지난 주말 가족과 함께 덕수궁에 다녀왔는데, 당일 교육을 담당했던 도슨트님도 이렇게 말하시더라구요. 코로나19 이후 이렇게 많은 사람이 덕수궁에 모여 있는 모습을 처음 봤다고 말입니다.
덕수궁 출발 전, 늘어난 나들이 차량으로 인한 정체 예상 뉴스를 듣고 지하철을 이용했습니다. 시간 맞춰 운행하는 지하철 덕분에 도슨트 프로그램에 늦지 않게 도착했죠. 2시간 가까이 진행한 도슨트 프로그램으로 피곤해서 돌아오는 길에는 택시를 이용했는데요. 2번 넘게 갈아타야 하고, 지하철역에 내려서도 15분 넘게 걸어야 집에 도착할 수 있었거든요.
맞아요. 체력소모 많은 운동을 끝내거나, 하루 종일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나면 굉장히 피곤하죠.
그나마 대중교통이 잘 되어 있는 서울 같은 경우는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어 평소에는 크게 문제 없죠. 하지만, 지하철로 이동하기 마땅찮은 곳으로 가려면 버스를 여러 차례 갈아타야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정류장이나 역에서 한참 걸어야 하는 일도 있죠.
지난 5월 11일, 서울시가 3,000억 건의 대중교통 카드 빅데이터를 분석한 '2021년 대중교통 이용 현황’을 발표했는데요. 발표자료에 따르면, 서울시민의 대중교통 이용 연간 건 수는 34억 건, 일평균 930만 건에 이릅니다. 대중교통 1회 이용 시 평균 환승 수는 1.24회인 것으로 나타났죠. 평균적으로 한번은 꼭 갈아탄다는 뜻입니다.
만약 지하철이나 버스 등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해서 원하는 목적지까지 환승하지 않고 한 번에 갈 수 있다면 얼마나 편할까요? 갈아타기 위해 걷거나 교통카드를 여러 번 꺼내는 일 없이 이동할 수 있다면 말이죠.
이러한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운전석 없는 자율주행 자동차를 활용한 ‘주문형 무인 자율주행 자동차’를 개발하는 기업들이 있습니다. GM 크루즈의 오리진, 구글의 웨이모, 아마존 죽스의 로보택시, 도요타의 이팔레트 등이죠.
주문형 무인 자율주행 자동차…, 원할 때마다 불러서 탈 수 있는 자율주행차라는 거군요? 그런데요. 아직 해결할 문제가 많을 것 같은데요?
맞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규제, 제도 등을 해결해야 하죠. 다만, 최근 무인 자율주행 자동차에 대한 제도를 개선하고자 움직이고 있습니다. 지난 2022년 3월,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이 조향장치와 가속페달 없는 자동차 실증 허용 6년만에 운행을 허가하는 자동차안전표준 지침을 발표했습니다. ‘운전석 없는’ 자동차 운행을 허가한 것이죠. 그동안 미국은 조향장치와 가속페달을 필수 장착한 자동차만 운행할 수 있었지만, 이번 지침 개정으로 무인 자율주행 자동차 운행의 근거를 마련한 셈입니다.
자율주행 자동차 기술이 산업 간 경계를 넘어서며 여러 분야에서 사용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데요. 때문에 관련 시장은 앞으로 비약적인 성장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KPMG에 따르면, 전 세계 자율주행 자동차 시장규모는 2020년 71억 달러(한화 약 9조 723억 원)로 평가되는데요. 오는 2035년까지 연평균 40.1% 성장해 1조 달러(한화 약1,277조 8,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편리할 것 같지만, 도로에 운전자 없는 자동차가 늘어난다고 생각하니 불안합니다.
그렇습니다. 아직 극복할 부분이 많죠. 아직 자율주행 자동차를 위한 인프라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사고로부터 안전할 것이라는 보장도 없죠. 이러한 고민에 대해 미래기술 전문 투자회사 ‘미슬토’의 손태장 회장은 운송수단을 수상으로 다니게 하고, 사람이 다니는 길은 자동차 운행을 통제한 베네치아를 미래 모빌리티에 가장 특화된 도시라고 평가합니다. 이런 생각과 비슷한 형태의 모빌리티를 개발하는 업체가 있는데요. 지난 2016년 설립해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글라이드웨이즈(Glydways, Inc.)’ 입니다.
글라이드웨이즈는 온디맨드(On-Demand) 기반의 무인 자율주행 기술을 바탕으로 사람과 물류를 저렴한 비용으로 운송하는 자율 운송 체계를 설계합니다. 설치부터 운영까지 모든 솔루션을 제공하죠.
글라이드웨이즈가 다른 자율주행 업체와 다른 점은 도심 내 그물망 형태로 ‘글라이드웨이’라는 전용 차로를 구축한다는 점입니다. 대중교통으로 자율주행 자동차를 활용하는 시스템을 제안하는 것이죠. 약 1.5m 폭의 글라이드웨이는 용도가 바뀐 도로, 버려진 철도, 뚜껑 덮인 운하, 새로 지어진 고가 통로 등을 중심으로 구축하는데요. 설치에 필요한 시간은 약 5년 정도로 철도 등 새로운 교통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고 신속하게 인프라를 마련할 수 있습니다. 또한, 글라이드웨이를 따라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시스템을 운영하고, 탄소배출을 절감한다는 계획도 가지고 있죠.
글라이드웨이 위는 ‘글라이드카(Glydcar)’라는 이름의 개인용 자율주행 자동차가 달립니다. 글라이드카는 길이 3m, 폭 1m 정도의 박스 형태 자동차죠. 내부에는 최대 4명까지 탑승할 수 있습니다. 전용 차선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다른 일반 자동차의 통행을 걱정할 필요 없죠. 또한, 주문형 차량이기 때문에 매번 정류장에 정차할 필요 없이 목적지까지 바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시트를 제외한 공간도 넓어 자전거, 휠체어 이용 고객도 탈 수 있죠. 늦은 시간에는 물류 운송 등으로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자율주행 등 미래 모빌리티를 새로운 형태의 대중교통 수단으로 활용할 수도 있겠네요. 국내에도 비슷한 시도가 있나요?
현행법상 국내에서는 운전석 없는 완전 자율주행 자동차는 불법입니다. 하지만, 전 세계 여러 국가들이 자율주행 자동차 상용화를 위한 기술개발, 시범운영을 통한 관련 시장 선점 등을 위해 경쟁하고 있는 상황이잖아요. 이에 우리나라 정부도 지난 2021년 12월, 자율주행 레벨4 단계에 준하는 자율주행 자동차 상용화를 위해 2024년까지 완전 자율주행 자동차의 도로 주행을 위한 법과 제도를 개선하고, 2027년까지 완전 자율주행 자동차의 상용화를 실현한다는 목표를 담은 ‘자율주행차 규제혁신 로드맵2.0’을 마련했습니다.
정부는 이러한 미래 시나리오 실현을 위해 2030년까지 단기·중기·장기로 나눠 자동차, 기반조성, 서비스 등 총 3개 분야에 대해 20개 신규 과제를 포함하는 총 40개의 규제혁신 과제를 마련했습니다.
자율주행 자동차의 상용화를 위한 노력은 민간에서도 빠르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2021년 미국에서 개최한 LA오토쇼에서 운전대 없는 SUV 콘셉트카 ‘세븐’을 공개했습니다. 세븐에는 조향장치 대신 자동차 제어용 컨트롤 스틱을 설치했는데요. 1회 충전으로 약 482㎞ 거리를 주행할 수 있으며, 자동차 외부 장치로 전기를 공급하는 V2L(Vehicle to Load) 기능도 탑재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현대자동차 이외에도 여러 기업이 앞다퉈 완전 자율주행 자동차를 공개하고 있습니다. 애플도 가속 페달 없는 자동차 출시를 예고했죠.
자율주행 자동차 경쟁력 확보와 상용화를 위해 극복해야 하는 문제나 고려할 부분은 무엇일까요?
현재 많은 전문가가 국내 자율주행 자동차 규제는 선진국 대비 2~3년 정도 뒤처져 있다고 의견을 모으고 있습니다. 자율주행 자동차는 하드웨어적 요소들과 함께 소프트웨어, 라이다, 카메라, 인공지능 등 다양한 기술을 집약한 결정체죠. 따라서 관련 산업 성장을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정책 완화 등 산업 성장을 촉진할 수 있는 제도적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아울러 무인 자율주행 자동차 등 미래 모빌리티 상용화를 위해서 관련 기술을 지원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구축해야 하죠. 아직 해결해야 할 부분이 많습니다.
무인 자율주행 자동차는 단순히 관련 기술개발만으로 상용화로 연결하기 어렵습니다. 뒷받침해야 하는 규제, 인프라 등 해결해야 할 사항이 많죠. 다만, 시도는 계속해야 합니다. 어렵다고 포기한다면, 경쟁에서 뒤처질 뿐이죠. 정부와 민간 등 이해관계자들이 모여 원활한 방법을 찾기를 희망합니다.
글 / 한국인사이트연구소 이경현 소장
한국인사이트연구소는 시장 환경과 기술, 정책, 소비자 측면에서 체계적인 방법론과 경험을 통해 다양한 민간기업과 공공에 필요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컨설팅 전문 기업이다. ‘모빌리티’ 사업 가능성을 파악한 뒤, 모빌리티 DB 구축 및 고도화, 자동차 서비스 신사업 발굴, 자율주행 자동차 동향 연구 등 모빌리티 산업을 다각도로 분석하며, 연구하고 있다. 지난 2020년 ‘모빌리티 인사이트 데이’ 컨퍼런스 개최를 시작으로 모빌리티 전문 리서치를 강화하고 있으며, 모빌리티 분야 정보를 제공하는 웹서비스 ‘모빌리티 인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정리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