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기훈의 ESG 금융] ESG가 베타에 미치는 영향 Part 8: 아폴로 병원 분석에 쓴 ESG 위험 요인
E(Environment)·S(Social)·G(Governance). ESG가 화제입니다. 기업의 이미지를 제고하고 새로 생기는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투자자와 매출을 관리하기 위해 ESG 경영 전략은 꼭 세워야 합니다. 그러려면 ESG의 범위와 개념을 명확히 하고, 평가 방식과 사례도 철저히 연구해야 합니다.
새로운 분야가 자리 잡을 무렵이면 여러 이익 집단이 난립해 잘못된 정보를 진실인 것처럼 왜곡하는 일이 많이 생깁니다. ESG 분야도 그렇습니다. 아직 EGS의 영역과 관련 단어의 뜻이 명확히 정해지지 않아 생긴 폐해입니다.
필자는 지난 4년간 국내외 금융, ESG 관련 기관 여러 곳과 일했습니다. 이를 토대로 [홍기훈의 ESG금융] 칼럼을 마련해 독자와 소통하려 합니다. 금융 관점에서 경영자가 알아야 할 ESG 이론을 사례 중심으로 소개하겠습니다.
ESG가 베타에 미치는 영향 Part 8: 아폴로 병원 분석에 쓴 ESG 위험 요인
지난 칼럼에서는 아폴로 병원의 내부수익률(IRR, Internal Rate of Return)과 기준자본비용을 산정하는 과정을 알아봤습니다. 내부수익률은 투자 업계가 어떤 사업에 투자하기 전에 수익성을 판단할 때 쓰는 중요한 기준입니다. 내부수익률이 기준자본비용보다 높다면, 그 투자는 수익이 난다는 이야기입니다.
얼라이언스번스타인은 아폴로 병원의 내부수익률을 산정하고, 이어 기준자본비용을 측정했습니다. 이 때 기존의 공식에 ‘ESG 위험 요인’를 넣었습니다. 그냥 위험 요인과는 다른, ESG 위험 요인은 무엇일까요? 이번 칼럼에서 살펴보겠습니다.
이 사례는 CFA연구소(CFA Institute)와 책임투자원칙주도기구(Principles for Responsible Investment, PRI)가 발행한 보고서 ‘Guidance and Case Studies for ESG Integration Equities and Fixed Income’을 참고했습니다.
얼라이언스번스타인은 사전부검, 어떤 사업이 실패할 수 있는 이유들을 논의해 여기서 나온 문제를 미리 파악하고 대비하는 절차를 거쳐 아폴로 병원이 장차 마주칠 가능성이 있는 위험 요인 열 개를 도출했습니다.
이 때 눈에 띄는 점은, 얼라이언스번스타인이 기존의 위험 요인을 규명하는 방식에 ESG 요인을 자연스럽게 포함시켰다는 점입니다.
이 칼럼을 연재하면서 늘 강조한 것은 ‘ESG 요인을 꼭 활용해야 한다는 강박이 기존의 기업 분석 프로세스를 크게 바꿔야만 한다면, 그것은 올바른 ESG 통합이 아니다’는 것입니다. 얼라이언스번스타인의 이번 사례처럼 기존의 기업 분석 프로세스에 ESG 요인을 자연스럽게 녹여낼 수 있어야 비로소 ESG 통합을 기업 분석에 적절하게 적용했다고 할 것입니다.
본론으로 돌아와, 얼라이언스번스타인이 도출한 위험 요인 열 개에는 아폴로 병원이 직면한, 미래의 수익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는 ESG 이슈와 논란도 포함됐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직원의 채용과 유지’였습니다.
먼저 직원 채용입니다. 인도에서 의료 인력을 채용하는 것은 언제나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아폴로 병원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게다가, 아폴로 병원은 허브 앤 스포크 전략을 쓰면서 규모를 키웠고, 그에 따라 숙련된 의료 인력을 더 많이 채용해야 했습니다. 물론 난항이었습니다.
직원 채용만큼이나 유지도 큰 문제입니다. 병원의 규모를 키우려면, 더 많은 병원을 세우려면 숙련된 의료 인력, 특히 의사들을 채용하고 이들이 다른 병원으로 이탈하는 것을 막아야 합니다.
아폴로 병원은 새로운 의사들을 고용할 때 첫 해에는 기본 급여를 보장하고, 두 번째 해부터는 의사들의 진료 실적에 따라 급여를 다르게 주었습니다. 이는 첫 해에는 의사들이 서로 경쟁하지 않고 정해진 급여를 받지만, 그 이후에는 환자들을 두고 의사들이 서로 경쟁을 벌여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병원의 규모가 급격히 커지면서 의료 인력을 채용하기 어려워지자, 아폴로 병원의 운영진은 위 제도를 바꿔서 첫 해 뿐만 아니라 둘째, 길게는 셋째 해까지도 기본 급여를 보장한다고 밝혔습니다.
결과는 좋았습니다. 당시 아폴로 병원이 의사를 잃을 확률은 2%쯤이었습니다. 이는 당시 인도의 다른 병원의 수치보다 훨씬 낮은 것입니다. 아폴로 병원의 운영진은 이 결과에 아주 만족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얼라이언스번스타인은 정작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의사의 이직, 유출은 비교적 잘 막았지만, 간호사의 이직은 막지 못한 것입니다. 당시 아폴로 병원의 간호사 이직률은 30% 이상이었습니다.
얼라이언스번스타인은 간호사들이 왜 아폴로 병원을 떠나는 지 분석합니다. 실력 있는 간호사가 다른 병원으로 가는 것도, 그 자리를 채우려 새 간호사를 채용하고 교육하는 것도 모두 자원을 쓰는 일입니다.
당시 아폴로 병원의 간호사 교육 시스템은 우수한 것으로 정평이 났습니다. 교육의 질 자체가 아주 좋았고 대부분 영어로 이뤄졌습니다. 그 덕분에, 갓 대학교를 졸업한 간호사라도 아폴로 병원에 입사하면 금방 숙련된, 영어를 말하는 고급 인력으로 자랐습니다.
하지만, 아폴로 병원의 간호사의 급여는 낮았다고 합니다. 인도의 간호사들은 아폴로 병원에서 교육을 받아 전문 인력이 되고, 그간 쌓은 경력과 영어 실력을 토대로 해외 병원으로 이직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더 많은 급여를 받기 위해서입니다.
직원의 채용과 유지, 간호사들의 이직이라는 ESG 위험 요인을 발견한 얼라이언스번스타인은 이것을 어떻게 해결했을까요? 다음 칼럼에서 살펴보겠습니다.
글 / 홍기훈 홍익대학교 경영대 교수
홍기훈 교수(PhD, CFA, FRM)는 홍익대학교 경영대 재무전공 교수이자 메타버스금융랩 소장입니다. 학계에 오기 전 대학자산운용펀드, 투자은행, 중앙은행 등에 근무하며 금융 실무경력을 쌓았습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 박사를 마치고 자본시장연구원과 시드니공과대(University of Technology, Sydney) 경영대에서 근무했습니다. 주 연구분야는 자산운용, 위험관리, ESG금융, 대체투자입니다. 금융위원회 테크자문단, 글로벌 ESG, 한국탄소금융협회 ESG금융팀장을 포함해 현업 및 정책적으로 다양한 자문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정리 / IT동아 차주경(racingca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