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에 처한 배달 플랫폼
[IT동아 김동진 기자] 배달 플랫폼이 말 그대로 사면초가(四面楚歌)에 처해 있다. 플랫폼에 등록된 자영업자들과 광고 수수료 책정을 두고 갈등을 빚는가 하면, 배달 노동자들과는 배달 수수료 책정을 두고 다투고 있다. 여기에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외식 이용자가 크게 늘면서, 배달 플랫폼 이용자 수가 급감하고 있다는 분석까지 나와 울상을 짓는다.
10일 데이터 분석 솔루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지난 4월 18일부터 21일까지 주요 배달 플랫폼인 배달의민족, 요기요, 쿠팡이츠의 안드로이드 이용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21.2%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플랫폼 사업자는 줄어든 수입을 만회하기 위해 수익구조 다변화를 꾀하고, 새로운 플랫폼 광고 상품을 개발했지만, 자영업자들과 광고 수수료 책정을 두고 갈등 중이다.
대표적인 예로 배달의 민족이 지난달 공개한 새 광고 상품인 ‘우리가게클릭’이 있다. 배민에 등록한 자영업자 중 우리가게클릭에 가입한 자영업자들의 가게를 노출이 더 잘되는 위치에 게시해주는 방식이다. 소비자가 우리가게클릭에 등록한 자영업자의 가게를 클릭하면, 배달 플랫폼은 건당 200~600원의 광고비를 받는다. 한 달 기준 최대 광고 한도는 300만원이다.
갈등의 원인은 소비자가 주문을 하지 않고 가게 정보를 클릭만 해도, 광고비가 차감된다는 데 있다. 대부분 자영업자는 플랫폼 내에 가게 정보가 후단에 위치할 경우, 매출에 치명타를 입을 수 있기 때문에 우리가게클릭 상품에 가입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매출이 없어도 최대 300만원의 광고비가 나갈 수 있다는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에 자영업 연대와 배달플랫폼 횡포 대응을 위한 사장님 모임 등의 자영업자 단체는 배달의 민족이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하며, 지난 6일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한편 배달 플랫폼은 배달 수수료 산정을 두고도 배달 노동자들과 다투고 있다. 지난 2일, 배달 노동자 200여명은 서울 송파구 배달의민족 본사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배달의 민족이 배달료를 자체 산정하기 위해 만든 지도 프로그램에 오류가 많아 손해를 봤다는 주장이다. 그들은 그간 입은 손해에 대한 배상과 함께 알고리즘을 공개하고 당장 시정조치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요구사항이 관철되지 않으면, 추후 다시 집회를 열 것이라고 예고했다.
합리적인 배달 수수료 산정이 요원한 가운데 소비자들은 높은 배달 수수료에 불만을 쏟아낸다. 15000원짜리 치킨 한 마리를 배달시키면, 배달 수수료가 1/3을 차지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주문한 제품을 가게에서 직접 수령하는 소비자도 늘고 있다.
이처럼 배달 플랫폼과 플랫폼 이용자인 소비자, 배달 노동자, 자영업자 간 이해관계가 얽히고설켜 각종 불편과 함께 사회적 갈등이 양산되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4차 산업혁명 시대, 일상의 디지털 전환이 초래한 사회갈등의 현황과 대응 방안' 보고서를 통해 배달 플랫폼 등 온라인 플랫폼이 야기하는 갈등의 원인을 규정했다.
정준화 과학방송통신팀 입법조사관은 “코로나19로 인해 과거 대면접촉을 통해 이뤄지는 소통과 소비, 거래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비대면 방식으로 바뀌는 일상의 디지털 전환이 일어났다”며 “이에 따라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대인 상호작용이 디지털화됐지만, 제도와 사회 규범이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기존 사업자와 플랫폼 사업자의 갈등, 플랫폼 사업자와 이용자의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회갈등이 지속될 경우, 4차 산업혁명의 잠재적 가능성이 과소 실현되고 국민들이 4차 산업혁명의 편익을 고루 누리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며 해당 문제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디지털 사회갈등 옴부즈맨(가칭)과 같은 갈등 조정 거버넌스 출범, 플랫폼 자체의 공정 경쟁 강화 등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글 / 김동진 (kdj@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