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픽셀워치' 출시 초읽기? 구글은 왜 지금 스마트 워치를 시작할까
[IT동아 남시현 기자] 지난 24일(현지 시각) 미국의 IT 매체 ‘안드로이드센트럴’은 익명의 제보를 통해 구글의 첫 스마트 워치로 추정되는 제품 사진 몇 장을 보도했다. 구글의 스마트 워치는 프로젝트 로한(Rohan)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이미 올해 2월 IT 유출가들에 의해 원형으로 된 외형과 ‘Google Pixel Watch’라고 적힌 이미지가 유출된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에 공개된 사진은 제품 이미지가 아닌 실물을 촬영한 것으로, 사전에 유출된 것과 마찬가지로 원형 디자인에 금속 재질의 베젤이 둘러져있으며, 측면에 버튼과 용두가 배치돼있는 형태가 일치한다. 업계에서는 오는 5월 11일 개최 예정인 구글의 개발자 콘퍼런스인 ‘구글 I/O’에서 제품이 공개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 구글이 2014년 첫 스마트 워치용 운영 체제인 ‘웨어OS’를 공개한지 8년이나 지난 시점에 스마트 워치를 내놓는 이유는 무엇일까?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가 집계한 2019년 1분기~2021년 4분기 전 세계 스마트워치 출하량 점유율에 따르면, 2021년 4분기 기준 전 세계 스마트워치의 36%를 애플 워치가 차지하고 있다. 그다음으로 웨어OS를 탑재한 삼성의 갤럭시 워치가 10%를 차지하며, 샤오미의 어메이즈핏이 5%, 키즈용 스마트워치 브랜드인 아이모(Immo)가 4%로 뒤를 잇고 있다. 이외 45%의 점유율은 수십 개의 브랜드들이 나눠 갖고 있는 상황이다.
또 운영체제 측면에서도 구글은 영향력을 키워오고 있다. 글로벌 스마트워치 모델 트래커가 집계한 OS별 스마트워치 출하 점유율에 따르면, 2020년 3분기까지 구글 웨어 OS의 점유율은 3.2%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난해 5월부터 삼성전자의 스마트워치 OS인 타이젠이 구글 웨어OS에 통합되면서 21년 3분기부터 점유율이 17.3%로 크게 늘어났다. 또한 점유율 4.4%를 차지하고 있는 핏빗(Fitbit)도 지난해 1월 구글이 인수를 완료해 사실상 20%가 넘는 시장 점유율을 갖게 됐다. 픽셀 워치를 출시하기에 앞서 미리 시장 점유율과 운영 체제 점유율을 확보해놓은 셈이다.
결국 구글이 픽셀 워치를 출시하는 것은 전혀 갑작스러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지난 5년 이상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두고 관망세를 유지하다가,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여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라고 보는 게 맞다. 특히 2019년에 핏빗 인수를 선언한 이유도 이유도 웨어러블 시장이 스마트폰의 보조 장치를 넘어서, 헬스케어 장치로써의 활용도가 크게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글로벌 마켓 인사이트는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이 2018년 864억 달러(한화 약 109조 원)에서 매년 29.6%씩 성장해 2025년이면 5천 44억 달러(한화 약 636조 원) 규모의 시장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구글이 웨어러블 시장에 진출하는 이유도 결국은 헬스케어 시장으로 나아가기 위한 포석이라고 볼 수 있다.
구글의 스마트워치 출시가 임박하면서, 잠잠해진 스마트워치 시장 역시 다시 활기를 띌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구글은 웨어 OS를 탑재한 픽셀 워치와 삼성 갤럭시 워치와 크롬북,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안드로이드 TV 등 기존 생태계와의 연계성을 지금보다 더 끌어올릴 가능성이 크다. 즉, 스마트워치의 활용도가 개선되면서 기존에 신규 스마트워치 사용자를 유치할 수 있고, 기타 카테고리의 점유율도 공략할 수 있다. 최대 경쟁사인 애플 역시 점유율 유치를 위한 새로운 기능과 생태계 확장을 서두르며 시장의 흐름을 뺏기지 않으려 노력할 것이다.
구글의 새로운 스마트워치가 어떤 반향을 일으킬지는 미지수다. 현재도 구글은 구글 크롬북과 구글 픽셀 스마트폰, 픽셀 버즈 등 다양한 모바일 기기를 출시하고는 있지만, 시장 점유율 측면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보여주지 못한다. 타사 제품을 통해 운영 체제 영향력은 확보한 상태지만 픽셀 워치 자체가 어느 정도의 파급력을 보여줄지는 알 수 없다. 구글의 첫 스마트 워치가 살아남으려면 시장의 기대 그 이상의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