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굴 빙하기' 앞둔 이더리움, 가상자산 시장에도 친환경 물결

권택경 tk@itdonga.com

[IT동아 권택경 기자] 가상자산 시장이 지각 변동을 앞두고 있다. 이더리움 재단은 올해 상반기 내 이더리움을 ‘이더리움 2.0’이란 새로운 네트워크로 업데이트할 계획이다. 이더리움 2.0의 핵심은 합의 알고리즘을 작업증명(PoW)에서 지분증명(PoS)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시가총액 2위인 이더리움의 생태계 변화는 가상자산 시장 전반에 대대적인 변화를 불러올 전망이다.

출처=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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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 알고리즘은 탈중앙화된 분산 원장 기술인 블록체인이 거래의 유효성을 검증할 때 사용하는 방식을 말한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 그간 사용한 작업증명 방식은 이 과정에서 제공한 컴퓨터 연산력에 비례해 보상을 지급했다. ‘채굴’이라 불리는 암호화폐 발행 과정이 바로 이 합의 알고리즘에 참여한 대가로 보상을 받는 행위다. 반면 지분증명 방식은 연산력이 아니라 해당 암호화폐를 얼마나 보유하고 있느냐에 비례해 보상 크기가 달라진다.

이더리움이 합의 알고리즘을 지분증명으로 전환하는 이유는 작업증명 방식이 야기하는 여러 문제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게 채굴 경쟁 심화에 따른 과도한 전력 소모와 이로 인한 환경오염 문제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대안금융센터에 따르면 비트코인 채굴에 소모되는 전력은 연간 144.30TWh(테라와트시)에 달한다. 이는 노르웨이와 같은 국가에서 1년 동안 사용하는 전력을 웃도는 수준이다.

유럽연합(EU)은 이같은 이유로 가상자산 규제안(MiCA)에 작업증명 금지 조항을 넣는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다. 하지만 논란 끝에 지난달 유럽의회 경제통화위원회를 통과한 최종안에서는 제외됐다. 당장 작업증명 방식 암호화폐가 퇴출당할 경우, 시장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점이 고려됐다. 대신 EU는 앞으로 유럽 내에서 발행되고, 거래되는 모든 암호 화폐에 환경 지속 가능성을 위한 최소한의 기준을 따르도록 할 방침이다.

출처=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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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더리움 재단은 지분증명 방식으로 전환하면 이전보다 전력 소비를 99% 이상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구체적 업데이트 시기는 발표된 바는 없지만, 업계에서는 상반기 내로 예상하고 있다. 가상화폐 거래소 코빗 산하 코빗리서치센터는 11일 '6월 지분증명(PoS) 전환 후 이더(ETH) 수급 변화에 주목'이란 보고서에서 올해 6월 이전에 업데이트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지분증명 전환을 위한 테스트 단계가 성공적으로 완료됐으며, 전환 후 발동할 ‘난도 폭탄(Difficult Bomb)’이 6월로 예정됐다는 게 근거다. 난도 폭탄은 채굴 난도를 급격히 올려 사실상 채굴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장치다.

채굴 빙하기가 코앞으로 다가오자 이더리움 채굴에 동원된 연산력이 지난 7일 한때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채굴 막차에 올라타려는 이들이 몰려든 것이다. 높은 채굴 수요로 인해 극심한 품귀 현상에 시달렸던 그래픽카드 가격도 안정권에 연착륙 중이다. 가격비교 사이트 다나와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 150만 원대에 판매됐던 지포스 RTX 3080는 11일 기준 120만 원대에 판매되고 있다. 70~80만 원대였던 지포스 RTX 3060도 50만 원대에 판매 중이다.

글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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