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 인사이트] 자동차도 신발이 중요합니다
모빌리티(mobility). 최근 몇 년간 많이 들려오는 단어입니다. 한국어로 해석해보자면, ‘이동성’ 정도가 적당하겠네요. 그런데 말입니다. 어느 순간부터 자동차도 모빌리티, 킥보드도 모빌리티, 심지어 드론도 모빌리티라고 말합니다. 대체 기준이 뭘까요? 무슨 뜻인지조차 헷갈리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지난 몇 년간 세계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스타 벤처 중 상당수는 모빌리티 기업이었습니다.
‘마치 유행어처럼 여기저기에서 쓰이고 있지만 도대체 무슨 뜻인지, 어디부터 어디까지 모빌리티라고 부르는지 도무지 모르겠다!’라는 분들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모빌리티 인사이트]를 통해 국내외에서 주목받는 다양한 모빌리티 기업과 서비스를 소개합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차량호출 서비스부터 아직은 낯선 ‘마이크로 모빌리티’, ‘MaaS’, 모빌리티 산업의 꽃이라는 ‘자율 주행’ 등 모빌리티 인사이트가 국내외 사례 취합 분석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하나씩 알려 드립니다.
몸을 보호하는 수단을 넘어 스스로를 표현하는 의복의 변천사
인류의 역사 시작과 함께 의복은 생활과 환경에 맞춰 꾸준하게 변화하고 진화했습니다. 인류는 옷을 만들어 입음으로써 추운 날씨나 폭염 등 더운 날씨를 극복했고, 날카로운 나뭇가지와 바닥의 돌멩이에 몸을 다치는 일을 예방했죠. 또한, 인체 내부에 치명상을 유발할 수 있는 벌레의 공격도 막았습니다. 그리고 의복은 단순히 신체를 보호하기 위한 수단에서 특정 집단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문화를 상징하는 수단으로 변화했습니다.
신발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에는 발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으로 갈대, 나무껍질, 나무, 짚, 금속 등 주변에서 구하기 쉬운 소재로 만들었다면, 지금은 개성을 강조하고 상황에 맞추어 적절한 신발을 골라서 신죠. 차별화된 기능을 탑재한 신발도 다양하게 등장하고 있습니다. 인간은 태어나서 80세까지 약 17만 7,000km를 걷는다고 하는데요. 지구 둘레가 4만 75km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지구 네 바퀴 이상 걷는 셈이죠.
저도 신발에 관심이 많아 새로운 신발이 나오면 확인하고, 마음에 들면 구매도 합니다. 그런데 인간이 평생동안 지구를 네 바퀴나 돌다니… 앞으로 튼튼한 신발을 찾아야 겠어요.
하하하, 그러게요. 저도 지구 네 바퀴를 돌려면 서둘러서 신발을 구매해야 겠네요. 그런데 사람이 평생동안 걷는 거리는 17만 km라고 해도, 우리가 실제로 이동하는 거리는 훨씬 깁니다. 비행기를 타고 10시간이 넘는 거리를 이동하기도 하고, 자가용을 구매해 10만km 이상을 주행하는 것을 생각해보면 말이죠.
오늘은 교통수단 중 가장 보편화된 자동차와 우리가 늘 입는 옷과 신발을 비교해고자 합니다. 몇 가지 예를 들어 보죠. 축구 선수들은 유니폼을 입고 축구화를 신어요. 축구 경기에서 가장 이상적인 옷과 신발이기 때문인데요. 유니폼과 축구화는 일반 옷과 신발과는 다른 모양으로 생겼죠. 계속 뛰어다녀야 하는 움직임에 맞춰서 땀을 흡수할 수 있는 기능성 소재로 옷을 만들고,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빠르게 방향을 전환할 수 있도록 신발 밑창에 스파이크를 답니다. 만약 평지에서 축구화를 신고 이동한다면 많이 불편하겠지만, 축구 경기에 있어서는 축구화가 최적인거죠.
군인은 어떨까요? 군인은 주변 상황에 맞춰 전투복을 입습니다. 산간 지역에서 전투할 때는 주변환경과 구분하기 어려운 카모플라쥬 전투복을 입죠. 거친 바닥 및 전쟁 상황에서 안전하게 발을 보호할 수 있는 소재를 활용한 전투화를 신고요. 이렇듯 사람들은 상황에 맞게 복장과 신발을 갖춥니다.
자동차도 마찬가지입니다. 자동차 경주 대회 포뮬러 원(F-1)에 참가하는 자동차는 최고의 속도를 내기 위해 공기저항 등 다양한 외부요인을 고려해 과학적으로 설계합니다. 타이어도 마찬가지죠. 경주용 자동차의 타이어는 일반 자동차 티이어와 달리 홈이 없는 평평한 슬릭 타이어입니다. 타이어와 지면이 닿는 면적을 최대로 넓혀 마찰력을 높이기 위해서인데요. 그래야 더 빠르게 달릴 수 있죠.
하지만, 이런 슬릭 타이어를 일반 도로에서 사용하기는 어렵습니다. 비가 오는 날에는 수막현상으로 이리저리 미끄러질테니까요. 다시 말해 축구화를 일반 평지에서 신고 다니지 않는 것처럼 자동차 타이어도 상황에 맞는 타이어가 있습니다. 눈이 오면 타이어에 체인을 감거나 스노우 타이어로 교체하는 것처럼 말이죠.
타이어의 역할이 중요하네요.
그런 관점에서 보자면, 전기차 등 미래 친환경 자동차도 전용 타이어를 필요로 합니다. 음… 아마 많은 사람이 ‘굳이?’라고 생각하실 거에요. ‘엔진 동력원을 전기로 바꿧을 뿐인데, 전용 타이어까지 필요한가?’라고 말이죠. 하지만, 단순하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내연기관차와 전기차는 구동 방식과 무게 등 꽤 많은 부분이 다르기 때문에 타이어도 달라야 하죠.
전기차는 가속페달을 밟는 순간 최대 토크에 도달합니다. 때문에 내연기관차보다 가속이 빠르죠. 이러한 특징 때문에 타이어는 더 쉽게 마모됩니다. 따라서 빠른 가속에도 버틸 수 있는 소재의 타이어를 장착해야 합니다. 또한, 일반적으로 내연기관차의 엔진 무게는 약 100kg인 반면, 전기차의 엔진 무게는 약 300kg에 달해요. 3배 이상 무겁죠. 이에 유수의 글로벌 타이어 제조사들이 무겁고 바퀴 회전력이 높은 전기차 특성에 맞춰 전용 타이어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Mordor Intelligence’에 따르면, 자동차용 타이어 시장은 2020년 1,020억 달러(한화 약 123조 9,708억 원)로 이르는데요. 2021년부터 2026년까지 연간 3% 성장해 2026년에는 1,220억 달러(한화 약 148조 2,544억 원) 규모에 이를 전망입니다. 아울러, 미래 모빌리티로의 전환 가속화로 전기차 전용 타이어뿐만 아니라, 다양한 미래 모빌리티를 겨냥한 타이어를 개발할 전망입니다.
목적, 동력원, 기후 등 다양한 요인들로 인해 타이어도 개발해야 하는군요. 대표적인 업체가 있나요?
오늘 소개할 기업은 공기가 필요 없는 비공기압 타이어를 개발하고, 자율주행차 및 전기차에 특화한 타이어를 개발하는 업체입니다. 미국 오하이오주에 본사를 둔 ‘굿이어(Goodyear Tire and Rubber Company)’인데요. 지난 1898년 설립해 처음에는 자전거 고무 타이어를 제조했던 기업입니다. 현재 자동차 및 항공기 타이어를 제조하는 타이어 제조사이며, 일본의 브리지스톤, 프랑스의 미쉐린 등과 함께 전세계에서 3번째로 큰 규모의 타이어 제조사죠.
굿이어는 지난 2017년 제네바 모터쇼에서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가 무인차량과 도심 내 공유형 모빌리티로 진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자사의 차세대 타이어 기술인 ‘Eagle 360 Urban’과 ‘IntelliGrip Urban’ 스마트 타이어를 선보였습니다.
굿이어가 공개한 Eagle 360 Urban는 우리에게 익숙한 튜브형이 아닌 동그란 ‘구’ 형태입니다. 어느 방향으로든 이동할 수 있도록 디자인한 이 타이어는 인공지능 기술을 탑재했는데요. 타이어 스스로 연산하는 기능을 탑재했습니다. 또한, ‘슈퍼맨 스킨’이라는 타이어 표면에 센서 기술을 담았습니다. 차량의 신경 시스템을 통해 제동이나 핸들링, 연비 효율을 개선하고, 표면 센서를 통해 현재와 미래의 마모도를 예측하고 유지보수할 수 있죠..
IntelliGrip Urban도 센서 기술을 탑재했습니다. ‘센서 인 타이어’라는 기술을 통해 노면 상황이나 기상 조건 등의 정보를 수집하고 통합해 차량 제어 시스템에 전송하죠. 이를 통해 자동차의 속도, 제동, 조향 및 안정성을 최적화할 수 있습니다. IntelliGrip Urban은 길고 좁은 형태를 띄고 있는데요. 회전 저항을 줄이기 위한 디자인이라고 합니다. 이는 전기차의 에너지 효율과 가동범위를 높일 수 있는 방식이라고 설명합니다.
이러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굿이어는 지난 1월 개최한 ‘CES 2022’에서 캐틸락의 자율주행 콘셉트카인 ‘InnerSpace’에 자사의 타이어를 장착해 주목 받았습니다. InnerSpace는 굿이어의 ‘Goodyear SightLine’ 기술을 적용한 타이어를 장착했는데요. 자동차에 타이어 정보를 전달해 공기압, 온도, 하중 등 다양한 정보를 자동차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제공합니다. 이러한 정보를 바탕으로 보다 안전하고 효율적인 자율주행을 지원하죠. 또한, 타이어 내부의 음파 공진을 완화하는 ‘사운드컴포트(SoundComfrt)’ 기술을 적용해 조용한 승차감을 제공합니다. 주요 재료로 콩기름과 쌀껍질 기반의 실리카를 사용해 석유원료를 대체한 친환경 타이어이기도 합니다.
전기차 타이어 시장은 업계 내 블루오션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특히, 굿이어는 전기차 선도 기업인 테슬라의 모델S에 타이어를 공급하고 있어 글로벌 투자사들은 굿이어의 미래 성장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해 많은 정책을 지원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혹시 타이어 관련 기술 개발을 위해 노력하는 국내 기업이 있을까요?
우리나라 정부는 미래 모빌리티 전환을 위한 정책을 마련하고, 올해 말까지 전기차와 수소차 등 무공해차 보급 목표를 누적 50만 대로 설정하는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친환경차 지원정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에 인프라 등 친환경자동차 관련 분야의 기술개발 역시 가속화하고 있는데요. 한국타이어, 금호타이어, 넥센타이어 등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국내 타이어 제조사도 친환경자동차 등 미래 모빌리티를 겨냥한 다양한 타이어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한국타이어는 ‘CES 2022’에서 비공기입 타이어 아이플렉스(i-Flex)를 선보였습니다. 비공기입 타이어는 내부에 공기를 담지 않아 펑크로 인한 사고를 방지하고, 적정 공기압을 유지할 필요도 없어, 자율주행 모빌리티에 최적화된 타이어로 평가합니다. 현재 안전성, 보전성, 지속가능성을 갖춘 타이어 개발을 위해 연구개발하고 있는데요. 한국타이어는 오는 5월 유럽에서 전기차 전용 타이어 브랜드 ‘아이온(iON)’을 론칭하고, 세계 최초로 전기차 전용 타이어 라인업을 선보일 방침입니다. 8월까지 여름용 23개 규격, 겨울용 40개 규격, 4계절용 23개 규격 등 총 86개 규격의 전기차 전용 타이어를 판매할 계획을 밝혔습니다.
금호타이어와 넥센타이어도 기아 EV6에 전기차 전용 타이어를 공급하는 등 미래 자동차에 특화한 타이어 생산과 기술 개발에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타이어 산업 전망은 긍정적인 편이죠.
미래 모빌리티 기술 발전과 함께 타이어의 역할과 기술도 함께 발전하는 것 같아요.
자동차를 구성하는 여러 부품 중에 타이어는 매우 중요합니다. 차량의 가장 근본적인 목적인 ‘이동’을 수행하기 위해 필수적이기 때문이죠. 타이어 상태를 스스로 점검하는 스마트 타이어 기술부터 천연소재를 활용한 타이어, 소음을 최소화한 비공기입 타이어 등 미래 타이어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미래 타이어는 스스로 도로 상태를 확인하고 주행 중 발생할 수 있는 사고에 대비하는 등 역할은 점차 확대될 전망인데요. 앞으로 미래 타이어 기술개발이 미래 모빌리티 전환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
글 / 한국인사이트연구소 이경현 소장
한국인사이트연구소는 시장 환경과 기술, 정책, 소비자 측면에서 체계적인 방법론과 경험을 통해 다양한 민간기업과 공공에 필요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컨설팅 전문 기업이다. ‘모빌리티’ 사업 가능성을 파악한 뒤, 모빌리티 DB 구축 및 고도화, 자동차 서비스 신사업 발굴, 자율주행 자동차 동향 연구 등 모빌리티 산업을 다각도로 분석하며, 연구하고 있다. 지난 2020년 ‘모빌리티 인사이트 데이’ 컨퍼런스 개최를 시작으로 모빌리티 전문 리서치를 강화하고 있으며, 모빌리티 분야 정보를 제공하는 웹서비스 ‘모빌리티 인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정리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