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 게임 구독으로 MS에 맞불? 사실은 소심한 견제구
[IT동아 권택경 기자] 소니가 자사 콘솔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이하 PS) 사용자들을 위한 새로운 게임 구독 서비스를 올해 6월 선보인다. 구독형 게임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에 견제구를 던지는 모양새다.
소니의 새로운 구독 서비스는 유료 온라인 멤버십인 PS 플러스에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인 PS 나우를 통합해 개편한 형태다. 요금제는 4단계로 나뉜다. 먼저 온라인 플레이, 클라우드 동기화 등을 제공하는 기존 PS 플러스는 ‘PS 플러스 에센셜’로 개편된다. 요금은 기존과 동일하게 1개월 7500원, 12개월 44900원이다.
상위 요금제들은 한 단계 아래 요금제의 혜택에 더해 추가로 혜택이 얹어지는 형태다. 에센셜 바로 위 요금제인 스페셜은 에센셜 혜택을 더해 400여 개의 PS4 및 PS5 게임을 무료로 제공한다. 현재 ‘PS 콜렉션’이라는 선별된 PS4 게임 18종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는데, 이를 확대 개편한다고 보면 된다. 서비스 시작 시점에는 ‘스파이더맨’, ‘데스스트랜딩’, ‘리터널’ 등의 게임을 포함할 예정이다. 제공 게임은 정기적으로 추가된다. 에센셜 요금은 1개월 11300원, 12개월 75300원이다.
최상위 요금제는 서비스 국가에 따라 프리미엄과 디럭스 두 가지로 나뉜다. 프리미엄은 PS1, PS2, PSP 게임을 다운로드하거나 클라우드 스트리밍으로 플레이할 수 있다. PS3 게임도 스트리밍으로 이용할 수 있다. 다만 프리미엄은 기존 PS 나우 서비스가 제공되는 국가에만 제공된다. 최신 게임을 한정된 시간 동안 체험해볼 수 있는 기회도 준다. 북미 기준으로 1개월 17.99달러(약 2만 2천 원), 12개월 119.99달러(약 14만 5천 원)다.
우리나라처럼 기존에 PS 나우가 서비스가 되지 않는 국가에는 프리미엄 대신 디럭스 요금제가 제공된다. 프리미엄과 동일하나 PS 나우를 이용한 게임 스트리밍이 빠진다. PS1, PS2, PSP 게임을 다운로드해서 즐길 수 있지만 클라우드 스트리밍으로 즐기는 건 불가능하다. 클라우드 스트리밍으로만 제공되는 PS3 게임은 이용할 수 없다. 프리미엄보다 혜택이 줄어드는 만큼 가격도 더 저렴하다. 디럭스는 1개월 12900원, 12개월 86500원에 제공된다.
같은 구독, 다른 전략…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의 시각 차이
소니가 구독형 게임 시장에 뒤늦게 뛰어드는 건 마이크로소프트의 게임 패스를 의식한 결과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지난 2017년 출시한 게임 패스는 올해 1월 구독자 2500만 명을 넘기며 점차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소니의 구독 서비스를 게임 패스와 같은 선상에 놓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게임 패스와는 근본적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바로 ‘데이원(Day 1)’ 등록 여부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현재 모든 자사 게임과 일부 협력사 게임들을 출시일부터 게임 패스 구독자들에게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최신 게임을 굳이 구매하지 않고도 즐길 수 있는 셈이다. 소니는 PS 플러스에 이 같은 데이원 등록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고 있다. 이 때문에 ‘PS판 게임 패스’를 기대했던 게이머들에겐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PS 플러스와 PS 콜렉션, PS 나우 등 기존에 이미 있던 서비스를 통합하고 라인업을 확대하는 데 그치면서, 게임 패스에 견줄만한 혜택을 제시하는 데는 실패했다는 평가다.
소니의 PS 사업을 이끄는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 짐 라이언 CEO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각) 영국 게임산업 전문 매체 게임인더스트리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게임을 출시일에 구독 서비스로 제공하는 건, 투자와 성공의 선순환을 깨트릴 것”이라며 “우리 스튜디오에 필요한 수준의 투자가 불가능하게 되면, 그 영향으로 게임 품질도 게이머들이 원하는 수준에 못 미치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짐 라이언의 이 같은 발언은 소니가 여전히 콘솔 게임 산업의 전통적 영업 구조에 머물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대자본을 투입한 독점 게임을 출시하며, 게임기 보급 대수를 늘려나가는 구조다. 말하자면 소니는 게임과 게임기를 상품으로 본다. 반면 마이크로소프트는 ‘엑스박스’라는 브랜드를 서비스로서의 게임(GaaS, Game as Service)을 이루는 생태계로 보고 접근한다. 따라서 독점 게임이나 게임기 판매에 집착할 이유가 없다. 실제로 마이크로소프는 자사 간판 게임을 PC에도 출시하고 있으며, 게임 패스는 엑스박스 뿐만 아니라 PC나 스마트폰에서도 이용할 수 있게 한다. 마이크로소프트 입장에서 게임은 서비스를 이루는 콘텐츠, 게임기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쓸 수 있는 단말기 중 하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두 경쟁사의 시각 차이는 가격 정책이나 무료 업그레이드 정책에서도 드러난다. 소니는 같은 게임이라도 PS5판은 PS4판보다 높은 가격을 책정하고 있으며, 기존 PS4판 구매자들에게 무료 업그레이드를 제공하는 데에도 인색하다. 반면 마이크로소프트는 어떤 판을 사더라도 이용자가 가진 기기에 맞춰 실행되도록 하고 있다.
구독보다 라이브 게임 서비스에 방점 찍는 소니
결국 소니가 이번 PS 플러스 개편으로 노리는 건 게임 패스와의 경쟁이라기보다는 단순한 견제에 가깝다. 게임 패스 때문에 엑스박스로 고개를 돌리려는 소비자들의 시선을 조금이라도 끌어보겠다는 것이다. 짐 라이언은 게임 구독 서비스의 시장 잠재력 자체에 회의적이다. 그는 “게임이라는 매체는 음악이나 선형적 엔터테인먼트와는 매우 다르다”면서 "게임 구독 서비스가 스포티파이나 넷플릭스와 같은 수준에 도달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신 짐 라이언은 라이브 서비스 게임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라이브 서비스 게임은 온라인 게임처럼 게임사에서 지속해서 게임 콘텐츠를 추가하거나 서비스를 개선하면서 운영하는 게임을 말한다. 게임 자체는 무료로 제공하는 대신 소액 결제 등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경우가 많다. 게이머를 오랜 기간 붙잡아 놓을 수 있어 생명력도 길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콜 오브 듀티 워존, 포트나이트, 에이펙스 레전드, 피파 시리즈, 데스티니 시리즈 등이 대표적이다. 소니는 지난 2월 데스티니 시리즈 개발사인 번지를 36억 달러(약 4조 3천억 원)에 인수하며 라이브 서비스 게임 개발에 힘을 실을 것을 이미 예고한 바 있다.
짐 라이언은 “라이브 게임 서비스는 그 자체로 훌륭한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면서 “라이브 서비스는 지난 10년 동안 게임 산업 성장을 이끌었으며, 이러한 추세는 계속되리라 생각한다. 오랜 기간 지속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모델이라는 면에서 라이브 서비스 게임이 구독 서비스보다 낫다”고 말했다.
글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