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이랑 다른 게 뭐야?"... 카카오·디즈니+도 버추얼 프로덕션에 뛰어든다
[IT동아 정연호 기자] 지난 11월 진행된 카카오의 버추얼 컨퍼런스 ‘이프 카카오 2021’. 가상현실을 활용해 밋밋하고 단조롭던 웨비나(온라인 세미나)를 다채롭게 꾸며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코로나19로 시작된 사회적 거리두기 이후 많은 기업이 오프라인 행사를 포기하고 웨비나를 택했다. 다만, 오프라인 현장을 그대로 송출하는 방식으로 인해 웨비나 참석자가 발표 내용에 집중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카카오는 '카카오'라는 브랜드를 표현하기 위해서 이프 카카오 2021에 가상현실을 활용해, 발표자 뒤 스크린에 카카오프렌즈 3D 캐릭터와 카카오톡의 다양한 기능을 보여주는 이미지를 표현했다. 행사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내용에 집중할 수 있도록 버추얼 프로덕션 같은 최신 기술을 활용한 것이다. 웨비나에 참석한 시청자들은 "IT 기업 특유의 혁신성이 잘 드러났다", "카카오프렌즈 캐릭터와 웨비나가 잘 어우러졌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코로나19 이후 물리적인 이동이 어려워지면서 콘텐츠 제작사들의 발등에도 불이 떨어졌다. 배경은 영상의 분위기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다. 한정적인 공간에서만 촬영을 한다면 특색 있는 콘텐츠를 만들 수 없다. 물론, 기존에도 단색 배경 앞에서 영상을 촬영한 뒤 컴퓨터 그래픽(CG)으로 배경을 바꾸는 크로마키(Chroma-key)를 통해 물리적 이동의 제약을 해결해왔다. 하지만, 크로마키는 현장감이 떨어져 배경과 인물이 어우러지지 못하는 것처럼 어색한 느낌을 준다. 게다가 크로마키를 쓰면 크로마키 스크린에서 피사체에 반사된 빛을 제거하고 다시 배경에 맞춰 인물의 색을 보정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에, 작년 9월 홈쇼핑 쇼핑엔티는 프랑스 파리의 오페라 가르니에 하우스 공간을 LED월로 구현해 패션쇼를 진행했다. 실제의 환경에서 나온 빛이 인물에 반사되는 것처럼, LED월의 조명 빛이 인물에 반사되는데 이를 통해 런웨이에 선 모델이 가르니에 하우스 현장에 있는 듯한 느낌을 만들어냈다.
이미 미국 할리우드에선 <아바타>, <그래비티>, <미드나잇 스카이> 등 많은 영화에 버추얼 프로덕션이 도입됐다. 디즈니플러스에서 방연된 첫 번째 스타워즈 실사 드라마 시리즈 ‘만달로리안 시즌1’은 전체 분량의 50% 이상을 버추얼 프로덕션을 활용해 완성했다. 우주부터 빙하, 사막, 바다까지 광활한 스케일의 배경을 모두 VFX(시각적 특수효과)를 통한 LED월로 구현한 것이다. 만달로리안은 에미상에서 특수 시각효과상을 수상했는데, 버추얼 프로덕션으로 제작한 콘텐츠의 완성도를 인정받은 셈이다.
현장감 넘치는 가상공간, “현실과 다른게 뭐야?”
최근 LED월을 도입해 영상을 제작하는 제작사들이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버추얼 프로덕션이란 실시간으로 3차원 가상공간을 만드는 에픽게임즈의 3D 게임엔진 언리얼 엔진으로 LED월에 가상 화면을 띄운 뒤, 그 앞에 선 피사체를 찍는 방식을 말한다. 메타버스 산업이 성장하면서 현실의 입체감과 현장감을 콘텐츠에 구현하는 것이 중요해지면서, 실감형 콘텐츠를 제작하는 버추얼 프로덕션이 각광을 받게 됐다. 현실을 닮은 시각적 표현이 가능한 언리얼 엔진은 게임 개발을 위해 만들어졌지만 영화, 애니메이션, 제조, 제품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고 있다.
기존엔 세트장이나 크로마키 스크린을 활용해서 촬영한 영상을 편집 작업으로 보정하는 방식을 주로 썼다. 다만, 배경이 바뀔 때 영상 촬영을 중단해야 하고, 후반 편집 작업이 완성되기 전까진 전체 영상을 확인할 수 없었다. 게다가 세트장 제작은 고비용이 수반되기 때문에 배경을 쉽게 바꿀 수도 없었다.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의 ‘국내외 버추얼 프로덕션 스튜디오 구축 현황’ 에 따르면, LED월을 통해선 실시간으로 조명을 조절하거나 특정 이미지를 반영해 촬영 장소의 설정을 바꾸는 게 가능하므로 현실감 있는 장면을 연출할 수 있다. 특히 공항 같은 허가 없이 촬영이 불가능한 국가보안시설 혹은 위험한 장소를 직접 찾아가지 않고도 버추얼 프로덕션을 통해 현장을 생생하게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이때, LED월은 트랙킹 시스템을 통해 카메라 움직임을 감지하기 때문에, 이에 따라 LED월의 배경도 실시간으로 변화해 자연스러운 영상 촬영이 가능하다.
아시아 최대 규모의 버추얼 스튜디오를 보유한 브이에이코퍼레이션 관계자는 “크로마키를 이용하면 배우나 감독 모두 배경을 머릿속에서 상상하면서 연기를 해야 했다. LED월을 쓰면 실제 그 환경이 배경으로 구현된 상태에서 연기를 하니 배우 입장에선 몰입이 잘되고, 촬영을 할 때 감독들도 배우와 배경 간 조합이 어떤지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관계자는 “브이에이코퍼레이션의 버추얼 스튜디오를 활용했던 관계자는 LED월로 촬영을 하면 3D로 구성된 배경에서 다양한 앵글로 직접 찍어볼 수 있어서 좋아했다”고 전했다. 크로마키 배경으로 영상을 촬영할 땐 배경과 배우 간 조합이 어떤지를 확인할 수 없어, 처음 촬영부터 최대한 많은 샷을 찍어 둔다고 한다. 만약 CG작업 과정에 마음에 드는 앵글이 없다면 재촬영에 들어가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어갔다. LED월로 직접 구현한 배경을 쓰면, 영상을 촬영할 때 실시간으로 배우와 배경의 조합을 확인할 수 있어 전체적인 촬영을 빠르게 끝낼 수 있게 된다.
글 / IT동아 정연호 (hoh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