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꼼수에 무력화 된 '구글 갑질 방지법'
[IT동아 권택경 기자] 구글이 오늘(1일)부터 인앱결제(In-App 결제)를 사실상 강제하는 정책을 모든 앱과 콘텐츠에 적용한다. 정책을 따르지 않는 앱은 이날부터 구글 플레이 스토어를 통한 업데이트를 제공할 수 없으며, 6월부터는 아예 퇴출당한다.
인앱결제는 서비스나 콘텐츠 이용 요금을 결제할 때 이용할 수 있도록 앱 내에서 제공하는 결제 수단을 말한다. 애플과 구글은 앱 내 결제로 자신들의 결제 시스템을 이용할 경우 서비스 업체나 개발사로부터 최대 30%의 수수료를 받는다. 이들이 자사 결제 시스템 외 다른 결제 수단을 제공하지 못하게 하면 사실상 ‘통행세’ 역할을 하게 된다.
국회는 지난해 이러한 행태를 막기 위해 전기통신사업법을 개정했다. 앱 마켓 사업자들이 자체 결제 사용을 강제하지 못하도록 하는 게 요지다. 이른바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 혹은 ‘구글 갑질 방지법’으로 불린다. 구글이 게임에만 적용하던 인앱결제 강제 정책을 전체 앱으로 확대하겠다고 예고한 뒤 논란이 불거진 게 입법 계기였다.
하지만 이런 취지가 무색하게, 구글은 예정대로 인앱결제 정책을 강행했다. 구글은 선택권을 줬으니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구글은 지난해 12월부터 인앱결제 시 제3자 결제를 이용할 수 있게 한 바 있다. 문제는 제3자 결제에도 최대 26%에 달하는 수수료를 부과한다는 점이다. 사실상 ‘꼼수’로 법안을 무력화한 셈이다.
수수료 인상으로 인한 부담은 이용자에게 고스란히 넘어오고 있다. 이번에 새롭게 인앱결제 대상이 된 앱 서비스를 운영 중인 업체들은 수수료가 오른 만큼 인앱결제 요금을 올리고 있다. 티빙은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15%씩 가격을 올렸으며, 웨이브도 이달부터 15%씩 가격을 올릴 예정이다. 인앱결제 대신 PC나 모바일에서 웹 사이트에 직접 접속해 결제하면 이전과 같은 가격이 적용된다. 하지만 이용자가 이런 사실을 모른다면 똑같은 서비스를 훨씬 더 비싼 요금에 이용하게 될 수밖에 없다. 앱 서비스 업체나 개발자가 수수료가 없는 홈페이지 등에서 결제할 수 있도록 외부 링크(아웃링크)를 제공하는 걸 구글이 금지했기 때문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구글이 아웃링크까지 제한하는 건 위법 소지가 있는 것으로 보고, 이러한 입장을 구글 측에 전달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달 8일 마련한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은 ‘접근·사용 절차를 어렵거나 불편하게 하는 행위’, ‘기술적으로 제한하는 행위’ 등을 결제방식을 강제하는 행위로 보고 금지하고 있다. 아웃링크 제한은 접근·사용 절차를 어렵거나 불편하게 하는 행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방통위가 처음부터 시행령에 아웃링크 제한 등 구체적인 금지 행위를 명시했어야 하는 지적도 나온다. 시행령을 촘촘하게 만들지 않아 구글에 여지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지난달 3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상혁 방통위 위원장은 시행령이 구체적이지 못 했다는 지적에 “그 부분은 규범적 판단이 필요하다”며 “구글은 그 부분이 빈틈이라고 생각해서 발표한 것, 우리 입장에서는 그것도 실질적으로 인앱결제를 강제하는 행위라고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다음 주 초쯤 구글의 법 위반 여부에 대한 유권해석을 발표할 방침이다. 당초 금주 내 발표 예정이었으나 연기됐다. 앞선 지난달 29일에는 한국인터넷기업협회가 방통위에 구글의 아웃링크 결제 제한 행위의 법 위반 여부에 대한 유권해석을 공식 요청한 바 있다.
글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