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직카우 사태에 위축되는 스타트업 업계
[IT동아 권택경 기자] 음악 저작권료 참여 청구권 투자 플랫폼 뮤직카우가 연일 논란이 되고 있다. 금융당국이 뮤직카우에서 거래되는 음악 저작권료 참여 청구권이 증권에 해당하는지 들여다보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사후 해석에 따라 플랫폼 사업자의 존폐가 결정되는 일이 반복되는 상황에 대한 불만도 나오고 있다.
뮤직카우는 일반인들도 음악 저작권료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사고팔 수 있도록 '저작권료 참여 청구권'을 개발해 선보였다. 뮤직카우가 음악 저작권자로부터 저작재산권, 저작인접권 등을 사들인 뒤 저작권료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1주 단위로 쪼개서 판매하는 방식이다. 국내 및 세계에서 최초로 시도된 혁신 서비스로 주목받으며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예비 유니콘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뮤직카우에는 현재 1200여 곡이 등록돼 있다. 청구권을 산 이용자는 매월 저작권료를 받을 수 있다. 곡 인기가 올라가면 청구권 가격도 올라가는데, 이를 다른 이용자에게 판매해 시세차익을 얻을 수도 있다. 음악 저작권 시장에 소액 개인 투자자가 간접 투자할 수 있는 길을 연 셈이다.
이처럼 개인이 소액으로 투자하기 어려운 고액 자산을 지분으로 쪼개 나눠 갖는 투자 방식을 조각 투자라고 한다. 현재 부동산, 미술품, 가축 등 여러 분야로 확장되고 있는데, 뮤직카우는 조각 투자 플랫폼을 개척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지난달 기준 회원 수 100만 명, 누적 거래액 3300억 원을 넘겼다.
문제는 금융당국이 뮤직카우가 세를 불리며 가시권에 들어오자 증권성 여부를 따지고 나서면서 불거졌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말부터 뮤직카우가 발행한 저작권료 참여 청구권에 증권성이 있는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전문가 의견 수렴과 실무 법적 검토가 진행 중이다. 최종 결정은 향후 증권선물위원회 논의를 거친 뒤 내놓을 예정이다.
뮤직카우는 현재 전자상거래업 및 통신판매업 사업자로 분류돼 있다. 만약 금융위가 저작권료 참여 청구권에 증권성이 있다고 최종 판단하면 자본시장법에 의거한 엄격한 규제가 적용된다. 다만 뮤직카우가 당장 거래 중지나 서비스 중단 사태를 맞으면 이용자 피해가 예상되는 만큼, 금융위가 극단적인 조치를 취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금융위는 “투자자 보호 측면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뮤직카우 측은 금융위 판단 결과를 기다리며 상활별 대응방안을 마련 중이다. 뮤직카우 측은 “어떠한 결론이 나온다고 하더라도 그에 맞는 원활한 서비스 환경을 지속적으로 제공해 드리기 위해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언제 위법으로 몰릴지 모른다"…불안에 떠는 스타트업 업계
관련 업계도 뮤직카우의 증권성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당장 비슷한 조각 투자 플랫폼 업계에 미칠 파장이 불가피하다. 증권성 논란이 업계 전반으로 퍼질 게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다만 같은 조각 투자라도 투자 대상, 운영 방식이 다른 만큼 사안마다 다른 판단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이번 사태를 바라보며 불안과 불만을 느끼는 스타트업 업계인들도 많다. 신생 사업을 하는 스타트업 특성상 기존 법률로 명확히 해석할 수 없는 회색지대에 위치한 경우가 많은데, 사업이 어느 정도 세를 불리면 뒤늦게 위법성 논란에 휩싸인다는 것이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새로운 개념의 사업을 진행하려면 법률 검토 후 일단 사업을 시작하거나, 탈이 날까 두려워 아예 사업을 포기하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 2018년 등장했던 타다 사례가 대표적이다. 타다는 운전기사를 제공하는 렌터카 서비스로 인기를 끌었으나 택시업계와 극심한 갈등을 겪었다. 법률상 렌터카 사업자는 운전기사를 알선할 수 없으나, 자동차가 11~15인승 승합차일 경우 등은 예외적으로 허용한다. 타다는 11인승 카니발 차량으로 운영을 해 렌터카 사업자임에도 운전기사를 차량과 함께 제공할 수 있었다. 택시 업계는 이를 ‘유사 콜택시’로 보고 반발했다. 타다 측을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기까지 했다. 무죄를 선고받긴 했지만, 국회에선 택시업계 반발을 수용하며 타다가 사실상 이전과 같은 형태로 사업을 영위할 수 없도록 법률을 손봤다. 스타트업 업계에서 “언제 위법으로 몰려 낙인찍힐지 모른다”는 불만까지 나오는 이유다.
"네거티브 규제 전환 검토해야"
업계에서는 근본적 해법으로 ‘네거티브 규제’ 도입 필요성을 주장한다. 네거티브 규제란 법률이나 정책에서 명시적으로 금지하지 않는 한 모두 허용하는 규제 방식이다. 미국, 영국 등은 주로 네거티브 규제를 따른다. 반대로 국내에서는 명시적으로 허용된 내용만 허용하는 포지티브 규제 위주다. 국내에서도 문재인 정부 들어 선허용-후규제를 원칙으로 하는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을 추진하고, 이를 위해 규제 장벽을 일시적으로 낮춰주는 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하기도 했다.
하지만 파급력이 큰 분야에 관해서는 여전히 승인에 소극적이며, 법령 개정과 같은 후속 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시한부 기업만 양산하게 된다는 점에서 한계가 여전하다. 뮤직카우도 지난해 3월 제도권 편입 필요성을 느끼고 스스로 혁신금융서비스 사업자로 지정되기 위한 수요 조사를 금융위원회에 신청했다. 그러나 혁신성을 판단 받기 이전에 위법성을 먼저 판단 받는 처지에 몰렸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스타트업들이 규제 때문에 운신의 폭이 좁아져 있는 사이, 해외 스타트업들은 거침없는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면서 “해외처럼 법이나 정책에서 금지한 행위가 아니면 시도를 할 수 있게끔 길을 열어주고, 발견되는 문제사항을 사업자가 후속 보완해 나갈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가 검토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스타트업 관계자는 "금융당국이나 전문가들도 쉽게 결정하지 못할 만큼 확실치 않은 난제를 일개 스타트업이 어떻게 재단할 수 있었겠냐"며 "지나친 규제로 국내 스타트업 시장이 고사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라고 말했다.
글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